[탐사K] 어촌뉴딜① 문제 사업 오명…장밋빛 전망 어디에?

입력 2020.12.14 (19:26) 수정 2020.12.1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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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가 발전 전략으로 '한국판 뉴딜'을 제시했습니다.

나라 경제와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는 약속인데, 기존 수도권 중심 발전 체제에서 벗어나 지역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과 친환경적 발전을 추구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처럼 최근 뉴딜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이미 3년 전부터 어촌어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어촌뉴딜 300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미 제주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어촌뉴딜 사업이 침체된 어촌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 수 있을지 탐사K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어촌뉴딜 300 사업 첫 해에 사업지로 선정된 함덕항.

2018년 말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지난해 말 기본계획을 고시했습니다.

사업기간 90억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는데, 일부 SOC 공사가 추진됐습니다.

지난해 사업지로 선정된 고내항도 최근 기본계획 협의를 마쳤습니다.

고내항에도 앞으로 12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최근 발표된 3차 년도 사업지까지 포함하면, 제주 11곳을 비롯해 전국 250곳의 어촌과 어항이 선정됐습니다.

[조동근/제주도 해양수산국장 : "기본적인 인프라 시설이나 콘텐츠가 없어서 어촌의 활력화가 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촌뉴딜 사업을 통해서 어촌 지역에 활력이 넘치는."]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 300 사업은 낙후된 어촌어항 300곳에 3조 원을 쏟아 부어 지역 특성에 맞게 개발하고 재생한다는 취지로 2018년 시작됐습니다.

정부가 관리하는 항포구를 제외한 도내 항포구의 전체 정비예산이 해마다 50억 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어촌 한 곳에 평균 100억 원 정도를 투자하는 어촌뉴딜 300 사업은 유례 없는 대형 사업인 겁니다.

[박준영/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 '현 차관'/2018년 12월 18일 : "어촌뉴딜 300 사업은 어촌어항의 현대화를 통해 해양관광의 활성화와 어촌의 혁신성장을 견인하고자 하는 사업입니다."]

막대한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어촌뉴딜 300 사업은 크게 공통사업과 특화사업, 소프트웨어사업 등으로 구성됩니다.

기항지 개선과 어항시설 정비 등 토목공사 위주의 공통사업과, 지역의 특색을 반영해 관광이나 문화, 소득 사업을 벌이는 특화 사업이 핵심입니다.

해마다 9월쯤 이듬해 사업 대상지를 공모하는데, 먼저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지역협의체를 꾸려 예비계획서를 작성해 신청하고, 사업 대상지에 선정되면 기본계획을 세운 뒤 해양수산부와 협의를 거칩니다.

협의가 마무리되면 시행계획을 세운 뒤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절차입니다.

이 과정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도 참여합니다.

우선 지역협의체에 최소 두 명의 전문가를 포함시키고, 해양수산부가 위촉한 민간 자문위원들이 기본계획 수립 과정뿐만 아니라 사업이 끝난 뒤에도 자문을 맡습니다.

또 전국을 크게 4개 권역으로 나눈 뒤 한 권역 당 4명의 총괄조정가를 두는데, 총괄조정가는 자문의견 조율과 함께 기본계획 심의도 담당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전문가 자문 체계도 촘촘하게 짜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촌뉴딜 300 사업 자체가 성급하게 추진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3조 원 규모 사업 시행의 근거가 되는 법령 개정이 사업 2년차인 올해 2월에야 이뤄졌고, 대상지 선정 때마다 지원에서 제외하는 사업 내용이 바뀌는 등 시행지침이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2년이었던 대상지 별 사업기간도 지난해 중순 들어 3년으로 늘었습니다.

대상지마다 특색이 없다는 지적이 불거진 사업 내용과 지지부진한 예산 집행도 문젭니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1차 년도 사업 기준 평균적으로 사업비 절반 이상이 토목공사인 공통사업에 반영됐고, 예산의 70% 이상을 공통사업에만 투입한 지역도 20곳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존 어항정비 사업과 차별화하려면 지역자원을 활용한 특화사업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또 1차 년도에 선정됐지만 국고보조금 실집행률이 0%인 지방자치단체가 45곳 가운데 5곳으로 집계됐고, 나머지 10곳의 실집행률도 50% 미만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돕니다.

이렇다보니 장관이 직접 산하 기관들에게 적극적인 행정절차를 당부하거나 시행계획 고시 전이라도 생활 SOC 공사는 발주할 수 있도록 시행 지침을 바꾸기도 했고, 빠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조기 집행을 재촉하기도 했습니다.

야당은 어촌뉴딜 300 사업을 내년도 예산안 100대 문제 사업에 꼽기도 했습니다.

[추경호/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10월 28일 : "올해 집행률이 8월말 기준 52.3%로 집행부진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올해보다 875억 원을 증액한 5219억 원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해수부의 어촌뉴딜 300 사업."]

정책 발표 때의 장밋빛 전망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어촌뉴딜 300 사업.

다음 시간부터는 어촌뉴딜 300 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심층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탐사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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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14 19:26:51
    • 수정2020-12-15 19:31:55
    뉴스7(제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가 발전 전략으로 '한국판 뉴딜'을 제시했습니다.

나라 경제와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는 약속인데, 기존 수도권 중심 발전 체제에서 벗어나 지역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과 친환경적 발전을 추구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처럼 최근 뉴딜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이미 3년 전부터 어촌어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어촌뉴딜 300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미 제주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어촌뉴딜 사업이 침체된 어촌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 수 있을지 탐사K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어촌뉴딜 300 사업 첫 해에 사업지로 선정된 함덕항.

2018년 말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지난해 말 기본계획을 고시했습니다.

사업기간 90억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는데, 일부 SOC 공사가 추진됐습니다.

지난해 사업지로 선정된 고내항도 최근 기본계획 협의를 마쳤습니다.

고내항에도 앞으로 12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최근 발표된 3차 년도 사업지까지 포함하면, 제주 11곳을 비롯해 전국 250곳의 어촌과 어항이 선정됐습니다.

[조동근/제주도 해양수산국장 : "기본적인 인프라 시설이나 콘텐츠가 없어서 어촌의 활력화가 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촌뉴딜 사업을 통해서 어촌 지역에 활력이 넘치는."]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 300 사업은 낙후된 어촌어항 300곳에 3조 원을 쏟아 부어 지역 특성에 맞게 개발하고 재생한다는 취지로 2018년 시작됐습니다.

정부가 관리하는 항포구를 제외한 도내 항포구의 전체 정비예산이 해마다 50억 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어촌 한 곳에 평균 100억 원 정도를 투자하는 어촌뉴딜 300 사업은 유례 없는 대형 사업인 겁니다.

[박준영/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 '현 차관'/2018년 12월 18일 : "어촌뉴딜 300 사업은 어촌어항의 현대화를 통해 해양관광의 활성화와 어촌의 혁신성장을 견인하고자 하는 사업입니다."]

막대한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어촌뉴딜 300 사업은 크게 공통사업과 특화사업, 소프트웨어사업 등으로 구성됩니다.

기항지 개선과 어항시설 정비 등 토목공사 위주의 공통사업과, 지역의 특색을 반영해 관광이나 문화, 소득 사업을 벌이는 특화 사업이 핵심입니다.

해마다 9월쯤 이듬해 사업 대상지를 공모하는데, 먼저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지역협의체를 꾸려 예비계획서를 작성해 신청하고, 사업 대상지에 선정되면 기본계획을 세운 뒤 해양수산부와 협의를 거칩니다.

협의가 마무리되면 시행계획을 세운 뒤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절차입니다.

이 과정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도 참여합니다.

우선 지역협의체에 최소 두 명의 전문가를 포함시키고, 해양수산부가 위촉한 민간 자문위원들이 기본계획 수립 과정뿐만 아니라 사업이 끝난 뒤에도 자문을 맡습니다.

또 전국을 크게 4개 권역으로 나눈 뒤 한 권역 당 4명의 총괄조정가를 두는데, 총괄조정가는 자문의견 조율과 함께 기본계획 심의도 담당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전문가 자문 체계도 촘촘하게 짜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촌뉴딜 300 사업 자체가 성급하게 추진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3조 원 규모 사업 시행의 근거가 되는 법령 개정이 사업 2년차인 올해 2월에야 이뤄졌고, 대상지 선정 때마다 지원에서 제외하는 사업 내용이 바뀌는 등 시행지침이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2년이었던 대상지 별 사업기간도 지난해 중순 들어 3년으로 늘었습니다.

대상지마다 특색이 없다는 지적이 불거진 사업 내용과 지지부진한 예산 집행도 문젭니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1차 년도 사업 기준 평균적으로 사업비 절반 이상이 토목공사인 공통사업에 반영됐고, 예산의 70% 이상을 공통사업에만 투입한 지역도 20곳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존 어항정비 사업과 차별화하려면 지역자원을 활용한 특화사업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또 1차 년도에 선정됐지만 국고보조금 실집행률이 0%인 지방자치단체가 45곳 가운데 5곳으로 집계됐고, 나머지 10곳의 실집행률도 50% 미만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돕니다.

이렇다보니 장관이 직접 산하 기관들에게 적극적인 행정절차를 당부하거나 시행계획 고시 전이라도 생활 SOC 공사는 발주할 수 있도록 시행 지침을 바꾸기도 했고, 빠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조기 집행을 재촉하기도 했습니다.

야당은 어촌뉴딜 300 사업을 내년도 예산안 100대 문제 사업에 꼽기도 했습니다.

[추경호/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10월 28일 : "올해 집행률이 8월말 기준 52.3%로 집행부진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올해보다 875억 원을 증액한 5219억 원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해수부의 어촌뉴딜 300 사업."]

정책 발표 때의 장밋빛 전망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어촌뉴딜 300 사업.

다음 시간부터는 어촌뉴딜 300 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심층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탐사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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