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3대 이은 마술 ‘충성’…北 예술산업 현주소는?

입력 2021.02.20 (08:27) 수정 2021.02.2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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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선 각종 기념일마다 국가 차원의 공연이 빠지지 않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새해맞이와 8차 당대회 기념 공연 등이 줄줄이 진행됐죠.

북한 예술의 형식은 다양화되고 있는데, 내용 측면에선 체제 선전과 최고지도자 찬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를 이어 국가에 충성하는 예술인 집안도 나오고 있는데요.

북한 예술의 현주소!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평양의 한 공원.

한 남성이 운동복을 입고 달린다.

맨손 체조를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평범한 아침 일상.

그런데 작은 공을 다루는 손놀림이 범상치 않다. 감쪽같이 공을 숨겼다가, 순식간에 꺼내 드는 모습.

이 남성은‘북한의 데이비드 카퍼필드’라 불리는 마술사 김택성이다. 김택성은 북한뿐 아니라 각종 국제 마술 경연에서도 최고상을 받은 세계적인 마술사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북한 국립 교예단 요술 강좌장으로 일할 만큼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철/김택성 첫째 아들 : "새것을 지향하는 우리 아버지의 요구성은 끝이 없습니다."]

[김광철/김택성 둘째 아들 : "사람들은 아버지가 무서운 정열가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김택성의 두 아들 역시 현직 마술사로 활약하고 있다. 첫째 아들 김철은 국립교예단 요술 과장으로, 둘째 아들 김광철은 요술 연출과 요술 배우를 겸하고 있다.

김광철의 경우 지난 2018년 판문점 회담에서 우리 돈을 달러로 바꾸는 마술을 선보여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제 김택성의 손자까지 마술사의 길을 걷고 있다.

["(방송원 동무가 아닙니까?) 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저 혹시 요술사 동지입니까? (네, 맞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마술사 김주성이 바로 김택성의 손자다.

["여러분 제가 물 위로 걸어가 보겠습니다!"]

김주성은 할아버지나 아버지 때와 달리 파격적인 공연 연출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사람들로 가득한 수영장 물 위를 걷거나, 한 손으로 달리는 버스 지붕을 잡고 떠 있는 마술은 큰 주목을 받았다.

삼대에 걸친 마술사 집안. 북한 대외선전 매체인 월간 화보 ‘조선’은 김택성 일가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예를 가문의 자부심보다는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으로 돌렸다.

[김주성/北 마술사/김택성 손자 : "요술 무대에 세워주시고, 온 나라가 다 알도록 내세워 주신 분이 바로 우리 경애하는 원수님이십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하는 두 사람도 대를 이은 예술인 가족이다.

[北 노래 ‘수령님을 우러러’ : "동해에 솟는 아침 해처럼 수령님 영상 안기어 오네."]

북한 최고 명예의 인민배우 칭호를 받은 리근택-리성철 부자. 아버지 리근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도한 가극에서 주연을 맡았고,

[北 가극 ‘당의 참된 딸’ : "이 몸이 찢기어 가루 되어도..."]

아들 리성철은 공훈 국가 합창단에서 선창 가수로 활동했다.

[北 노래 ‘우리 중대에 사진사 왔네’ : "가슴에 훈장 메달 번쩍이면서 호탕히 웃어야 멋이 있다네."]

이들 부자 역시 노래를 하는 이유를 나라를 향한 충정으로 돌렸다.

[리근택/北 인민배우 :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저와 우리 성철이가 함께 부르는 노래를 들으시고 이것이 바로 혁명의 대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우리 성철이의 앞날을 뜨겁게 축복해 주셨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모든 문화 예술 분야를 정치 이념과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의 예술교육도 어릴 때부터 국가의 관리하에 이뤄지고 있다. 예술 대학 출신의 전문 교사들이 예술 영재들을 양성하고, 양성된 예술인들은 개인의 개성이나 창의력을 발휘하기보다 국가 기관에 소속돼 활동하게 된다.

북한이 선보이는 각종 예술 공연들이 딱딱하고 정치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박영정/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 "국가로부터 급여를 받고 당의 정책을 표현할 수 있는 주제에서 주제를 잡아서 표현하기 때문에 예술적 가치 추구가 개인의 욕구에 기반한 것보단 당의 바람 국가나 당이 원하는 것 이런 것들을 예술적으로 담아내는 것 그런 것에 익숙해 있다고 봐야죠."]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부터는 북한의 예술도 형식적인 면에서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주목할 점은 현대화된 기술과 최신 유행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당 창건 기념 조명 축전이 대표적이다.

평양 제1백화점 벽면을 활용한 대형 미디어 아트. 조명을 이용한 미디어 파사드 기법은 북한에서 처음 선보이는 이벤트였다.

북한 당국의 경제성과를 내세운 선전물이었지만 형식적으로는 입체 영상과 멀티미디어 기술이 도입된 새로운 예술 장르였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빛의 조화 같은 것도 보면 3D로 형상을 입체화해서 볼거리를 보여주는 것이고 이것이 예술의 발전 성과라고 보이고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있는 김정은 체제에서도 각 분야의 발전된 모습이 예술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또 다른 변화는 북한 예술이 대중 친화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중앙TV ‘흥미 있는 요술의 세계’ : "(요술 좋아하십니까?) 네, 좋아합니다. (그럼 제가 간단한 요술 한 가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공연장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모여 있는 곳 어디서나 마술을 선보이는 마술사.

깨진 유리 조각 위를 걷는 아찔한 마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를 관람하는 주민들의 호응도 뜨겁다.

["정말 신비한 요술의 세계에 푹 빠졌습니다."]

["텔레비전으로만 요술을 봐 왔는데 오늘 이렇게 실제로 보니 더 신기합니다."]

특히 교예나 마술의 경우 공연과 달리 이념적 내용보다는 기술적 역량의 비중이 큰 게 사실이다. 북한 매체도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그대로 노출하는 추세다.

[박영정/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 "표현방식, 미디어 이런 면에선 늘 새로운 걸 추구하는 그런 게 하나의 흐름으로 보이고요. 일반 시민들 대상으로 시민들의 일반 생활공간에서 여러 가지 마술쇼를 한다든가 해서 보다 생활 가까이에서 표현하는 그런 건 확실히 새로운 흐름으로 보여지는거 같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북한 예술.

그러나 내용적 측면에선 체제 선전이 주목적인 만큼 근본적인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게 북한 예술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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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3대 이은 마술 ‘충성’…北 예술산업 현주소는?
    • 입력 2021-02-20 08:27:10
    • 수정2021-02-27 08:14:51
    남북의 창
[앵커]

북한에선 각종 기념일마다 국가 차원의 공연이 빠지지 않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새해맞이와 8차 당대회 기념 공연 등이 줄줄이 진행됐죠.

북한 예술의 형식은 다양화되고 있는데, 내용 측면에선 체제 선전과 최고지도자 찬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를 이어 국가에 충성하는 예술인 집안도 나오고 있는데요.

북한 예술의 현주소!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평양의 한 공원.

한 남성이 운동복을 입고 달린다.

맨손 체조를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평범한 아침 일상.

그런데 작은 공을 다루는 손놀림이 범상치 않다. 감쪽같이 공을 숨겼다가, 순식간에 꺼내 드는 모습.

이 남성은‘북한의 데이비드 카퍼필드’라 불리는 마술사 김택성이다. 김택성은 북한뿐 아니라 각종 국제 마술 경연에서도 최고상을 받은 세계적인 마술사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북한 국립 교예단 요술 강좌장으로 일할 만큼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철/김택성 첫째 아들 : "새것을 지향하는 우리 아버지의 요구성은 끝이 없습니다."]

[김광철/김택성 둘째 아들 : "사람들은 아버지가 무서운 정열가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김택성의 두 아들 역시 현직 마술사로 활약하고 있다. 첫째 아들 김철은 국립교예단 요술 과장으로, 둘째 아들 김광철은 요술 연출과 요술 배우를 겸하고 있다.

김광철의 경우 지난 2018년 판문점 회담에서 우리 돈을 달러로 바꾸는 마술을 선보여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제 김택성의 손자까지 마술사의 길을 걷고 있다.

["(방송원 동무가 아닙니까?) 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저 혹시 요술사 동지입니까? (네, 맞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마술사 김주성이 바로 김택성의 손자다.

["여러분 제가 물 위로 걸어가 보겠습니다!"]

김주성은 할아버지나 아버지 때와 달리 파격적인 공연 연출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사람들로 가득한 수영장 물 위를 걷거나, 한 손으로 달리는 버스 지붕을 잡고 떠 있는 마술은 큰 주목을 받았다.

삼대에 걸친 마술사 집안. 북한 대외선전 매체인 월간 화보 ‘조선’은 김택성 일가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예를 가문의 자부심보다는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으로 돌렸다.

[김주성/北 마술사/김택성 손자 : "요술 무대에 세워주시고, 온 나라가 다 알도록 내세워 주신 분이 바로 우리 경애하는 원수님이십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하는 두 사람도 대를 이은 예술인 가족이다.

[北 노래 ‘수령님을 우러러’ : "동해에 솟는 아침 해처럼 수령님 영상 안기어 오네."]

북한 최고 명예의 인민배우 칭호를 받은 리근택-리성철 부자. 아버지 리근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도한 가극에서 주연을 맡았고,

[北 가극 ‘당의 참된 딸’ : "이 몸이 찢기어 가루 되어도..."]

아들 리성철은 공훈 국가 합창단에서 선창 가수로 활동했다.

[北 노래 ‘우리 중대에 사진사 왔네’ : "가슴에 훈장 메달 번쩍이면서 호탕히 웃어야 멋이 있다네."]

이들 부자 역시 노래를 하는 이유를 나라를 향한 충정으로 돌렸다.

[리근택/北 인민배우 :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저와 우리 성철이가 함께 부르는 노래를 들으시고 이것이 바로 혁명의 대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우리 성철이의 앞날을 뜨겁게 축복해 주셨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모든 문화 예술 분야를 정치 이념과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의 예술교육도 어릴 때부터 국가의 관리하에 이뤄지고 있다. 예술 대학 출신의 전문 교사들이 예술 영재들을 양성하고, 양성된 예술인들은 개인의 개성이나 창의력을 발휘하기보다 국가 기관에 소속돼 활동하게 된다.

북한이 선보이는 각종 예술 공연들이 딱딱하고 정치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박영정/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 "국가로부터 급여를 받고 당의 정책을 표현할 수 있는 주제에서 주제를 잡아서 표현하기 때문에 예술적 가치 추구가 개인의 욕구에 기반한 것보단 당의 바람 국가나 당이 원하는 것 이런 것들을 예술적으로 담아내는 것 그런 것에 익숙해 있다고 봐야죠."]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부터는 북한의 예술도 형식적인 면에서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주목할 점은 현대화된 기술과 최신 유행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당 창건 기념 조명 축전이 대표적이다.

평양 제1백화점 벽면을 활용한 대형 미디어 아트. 조명을 이용한 미디어 파사드 기법은 북한에서 처음 선보이는 이벤트였다.

북한 당국의 경제성과를 내세운 선전물이었지만 형식적으로는 입체 영상과 멀티미디어 기술이 도입된 새로운 예술 장르였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빛의 조화 같은 것도 보면 3D로 형상을 입체화해서 볼거리를 보여주는 것이고 이것이 예술의 발전 성과라고 보이고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있는 김정은 체제에서도 각 분야의 발전된 모습이 예술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또 다른 변화는 북한 예술이 대중 친화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중앙TV ‘흥미 있는 요술의 세계’ : "(요술 좋아하십니까?) 네, 좋아합니다. (그럼 제가 간단한 요술 한 가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공연장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모여 있는 곳 어디서나 마술을 선보이는 마술사.

깨진 유리 조각 위를 걷는 아찔한 마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를 관람하는 주민들의 호응도 뜨겁다.

["정말 신비한 요술의 세계에 푹 빠졌습니다."]

["텔레비전으로만 요술을 봐 왔는데 오늘 이렇게 실제로 보니 더 신기합니다."]

특히 교예나 마술의 경우 공연과 달리 이념적 내용보다는 기술적 역량의 비중이 큰 게 사실이다. 북한 매체도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그대로 노출하는 추세다.

[박영정/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 "표현방식, 미디어 이런 면에선 늘 새로운 걸 추구하는 그런 게 하나의 흐름으로 보이고요. 일반 시민들 대상으로 시민들의 일반 생활공간에서 여러 가지 마술쇼를 한다든가 해서 보다 생활 가까이에서 표현하는 그런 건 확실히 새로운 흐름으로 보여지는거 같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북한 예술.

그러나 내용적 측면에선 체제 선전이 주목적인 만큼 근본적인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게 북한 예술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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