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보고서]⑧ “교묘한 거짓말, 국민 속이는 짓” 한수원 해명에 화난 원안위

입력 2021.02.23 (07:00) 수정 2021.02.2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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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전체 발전량 중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9%에 이릅니다.

원전 비중을 당장 확 낮출 수는 없으니, 안전하게 써야겠죠. 그럼 원전 안전에 문제는 없을까요?

KBS가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원전에서 중대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수소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핵심 안전설비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연속 보도합니다.

[연관기사]
[원전 보고서]① “수소 제거량, 예상의 30~60%”…재실험서도 미달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8672
[원전 보고서]② “불붙은 촉매 가루 날려”…“사고 위험성 되려 증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8673
[원전 보고서]③ 한수원, 보고서 축소 의혹…원안위에도 안 알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8674
[원전 보고서]④ “화염가속 위험, 원전 전수조사 필요”…내부 우려 있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9693
[원전 보고서]⑤ “당연히 비밀이야, 자리 날아갈 수도”…한수원 간부 ‘은폐’ 지시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9696
[원전 보고서]⑥ 원안위, 공식 조사 착수…한수원도 내부 조사 검토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10784
[원전 보고서]⑦ 한수원, ‘엉터리’ 국회 해명에 공익신고자 색출까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18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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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안위원들, 한수원 해명에 "교묘한 거짓말"·"자기만의 논리로 말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19일 열린 제133회 정기회의에서 국내 원전 수소제거장치(PAR) 결함 은폐 의혹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로부터 공식 보고를 받았습니다.

한수원이 "장치에 문제가 없고, 결함을 은폐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가운데 원안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오후 1시 반에 시작돼 5시 쯤 끝난 보고. 약 4시간 반 동안 한수원 해명을 들은 위원들의 결론은 "납득하기 어렵다"였습니다.

심지어 한수원 측 해명자료와 입장에 대해 "교묘한 거짓말"이라는 말까지 회의에서 나왔습니다.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한수원이 사안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고, 설득이 안 되는 자기만의 논리로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형 원전 개발자로 유명한 이병령 원안위원도 "(한수원이) 유리한 것만 선택적으로 발표해서 국민과 국회와 언론을 속이는 짓을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 "세계 최초 가혹한 실험 환경" 주장에 "근거 없다"

한수원은 2018년 독일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국내 원전 수소제거장치의 촉매 가루에 불이 붙어 흩날리는 현상을 발견했지만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날 원안위에서 한수원은 해당 실험 결과에 대해 "촉매체가 500°C가 넘어가는 고온으로 달아오른 상태에서 살수 환경에 노출시킨 실험"이었다며 "세계적으로 선행사례를 찾기 힘든 가혹환경의 실험"이라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지난 15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노후원전 안전조사 태스크포스에 제출한 해명과 대동소이한데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원안위원들은 신뢰도가 낮다고 꼬집었습니다.

화학공학과 에너지·환경 정책을 전공한 에너지분야 전문가 진상현 위원은 "500°C가 넘는 고온은 일반인이 볼 때나 고온이다. 수소제거장치에 금속 촉매체를 쓰는 다른 나라 장치는 온도가 800°C 까지 올라간다. 500°C는 저온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해당 실험이 '세계 최초 가혹환경 실험'이라는 한수원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 '제조사 측정·계산법' 내세운 한수원 vs 'OECD 측정·계산법' 내세운 원안위

수소제거장치의 수소제거율 미달 문제에 대해서도 한수원과 원안위원들의 시각은 엇갈렸습니다. 쟁점은 수소 제거량 측정·계산법 문제였습니다.

한수원 관계자들은 수소제거장치 제조사에서 제시한 측정·계산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원안위원들은 OECD 원자력기구(NEA)처럼 해당 방식을 포함한 두가지 측정·계산법을 같이 써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김호철 위원은 "(OECD NEA처럼)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해 값이 일치하는지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치 제조사 측에서 진행한 수소제거량 측정 실험에 대해서도 김 위원은 "독일 실험은 (장치에) 센서를 12개 달아 두 가지 방법을 다 적용해 값이 일치하는지 확인한다"면서 제조사 측 실험은 "센서 하나 달아서 실험해 상식적으로 의문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병령 위원도 "수소제거장치 제조사가 자기들이 직접 실험을 하고, 한수원이 이를 허용해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특정 연구원(1인)' 표현에 "공익신고자 압박" 비판

앞서 지난 15일 KBS는 한수원이 '수소제거장치 결함 의혹' 공익신고자를 압박하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내부 회의에서 수소제거장치 관련 자료 외부 유출 과정에서 보안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 보고하고 2주일 내에 추진 계획을 작성하라고 유관 부서에 지시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한수원이 원안위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여전히 '특정 연구원(1인)의 제보'로 보도가 이뤄졌다는 문장이 등장합니다.

한수원의 공익신고자 색출 작업이 중단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인데, 위원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로 질타했습니다.

엄재식 위원장은 "공익제보를 통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보자에 대한 보호가 중요하다"면서 "(한수원이) 대놓고 특정 연구원이 제보자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오해받을 수 있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라고 비판했습니다.

한수원 해명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본 원안위원들은 수소제거장치 관련 구매 시방서 등 모든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한수원에 요구하는 한편, 원안위 자체 조사에도 속도를 내도록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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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 보고서]⑧ “교묘한 거짓말, 국민 속이는 짓” 한수원 해명에 화난 원안위
    • 입력 2021-02-23 07:00:53
    • 수정2021-02-23 20:28:26
    취재K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전체 발전량 중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9%에 이릅니다.

원전 비중을 당장 확 낮출 수는 없으니, 안전하게 써야겠죠. 그럼 원전 안전에 문제는 없을까요?

KBS가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원전에서 중대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수소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핵심 안전설비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연속 보도합니다.

[연관기사]
[원전 보고서]① “수소 제거량, 예상의 30~60%”…재실험서도 미달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8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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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안위원들, 한수원 해명에 "교묘한 거짓말"·"자기만의 논리로 말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19일 열린 제133회 정기회의에서 국내 원전 수소제거장치(PAR) 결함 은폐 의혹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로부터 공식 보고를 받았습니다.

한수원이 "장치에 문제가 없고, 결함을 은폐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가운데 원안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오후 1시 반에 시작돼 5시 쯤 끝난 보고. 약 4시간 반 동안 한수원 해명을 들은 위원들의 결론은 "납득하기 어렵다"였습니다.

심지어 한수원 측 해명자료와 입장에 대해 "교묘한 거짓말"이라는 말까지 회의에서 나왔습니다.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한수원이 사안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고, 설득이 안 되는 자기만의 논리로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형 원전 개발자로 유명한 이병령 원안위원도 "(한수원이) 유리한 것만 선택적으로 발표해서 국민과 국회와 언론을 속이는 짓을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 "세계 최초 가혹한 실험 환경" 주장에 "근거 없다"

한수원은 2018년 독일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국내 원전 수소제거장치의 촉매 가루에 불이 붙어 흩날리는 현상을 발견했지만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날 원안위에서 한수원은 해당 실험 결과에 대해 "촉매체가 500°C가 넘어가는 고온으로 달아오른 상태에서 살수 환경에 노출시킨 실험"이었다며 "세계적으로 선행사례를 찾기 힘든 가혹환경의 실험"이라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지난 15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노후원전 안전조사 태스크포스에 제출한 해명과 대동소이한데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원안위원들은 신뢰도가 낮다고 꼬집었습니다.

화학공학과 에너지·환경 정책을 전공한 에너지분야 전문가 진상현 위원은 "500°C가 넘는 고온은 일반인이 볼 때나 고온이다. 수소제거장치에 금속 촉매체를 쓰는 다른 나라 장치는 온도가 800°C 까지 올라간다. 500°C는 저온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해당 실험이 '세계 최초 가혹환경 실험'이라는 한수원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 '제조사 측정·계산법' 내세운 한수원 vs 'OECD 측정·계산법' 내세운 원안위

수소제거장치의 수소제거율 미달 문제에 대해서도 한수원과 원안위원들의 시각은 엇갈렸습니다. 쟁점은 수소 제거량 측정·계산법 문제였습니다.

한수원 관계자들은 수소제거장치 제조사에서 제시한 측정·계산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원안위원들은 OECD 원자력기구(NEA)처럼 해당 방식을 포함한 두가지 측정·계산법을 같이 써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김호철 위원은 "(OECD NEA처럼)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해 값이 일치하는지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치 제조사 측에서 진행한 수소제거량 측정 실험에 대해서도 김 위원은 "독일 실험은 (장치에) 센서를 12개 달아 두 가지 방법을 다 적용해 값이 일치하는지 확인한다"면서 제조사 측 실험은 "센서 하나 달아서 실험해 상식적으로 의문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병령 위원도 "수소제거장치 제조사가 자기들이 직접 실험을 하고, 한수원이 이를 허용해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특정 연구원(1인)' 표현에 "공익신고자 압박" 비판

앞서 지난 15일 KBS는 한수원이 '수소제거장치 결함 의혹' 공익신고자를 압박하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내부 회의에서 수소제거장치 관련 자료 외부 유출 과정에서 보안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 보고하고 2주일 내에 추진 계획을 작성하라고 유관 부서에 지시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한수원이 원안위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여전히 '특정 연구원(1인)의 제보'로 보도가 이뤄졌다는 문장이 등장합니다.

한수원의 공익신고자 색출 작업이 중단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인데, 위원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로 질타했습니다.

엄재식 위원장은 "공익제보를 통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보자에 대한 보호가 중요하다"면서 "(한수원이) 대놓고 특정 연구원이 제보자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오해받을 수 있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라고 비판했습니다.

한수원 해명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본 원안위원들은 수소제거장치 관련 구매 시방서 등 모든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한수원에 요구하는 한편, 원안위 자체 조사에도 속도를 내도록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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