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부모 닮아서”…수용자 자녀에 ‘낙인’

입력 2021.03.19 (19:30) 수정 2021.03.1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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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헌법은 친족의 행위 때문에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좌제를 금지한 건데요.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연좌제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범죄자의 미성년 자녀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실태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하누리 기자입니다.

[리포트]

5년 전 엄마가 구속된 11살 선우.

2년 만에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만났습니다.

[“엄마 아픈 데 없어? 엄마, 엄마, 안 힘들어? (아니 안 힘들어. 괜찮아)”]

매일 보고 싶고, 자꾸 만지고 싶은 엄마지만,

[“사랑해. 엄마, 사랑해.”]

친구들에겐 말할 수 없는 비밀입니다.

[이선우/가명·11살/음성변조 : “친구들한테는 병원에 계신다고 (했어요). 얘기하면 친구들이 약간 따돌릴 것 같다고 해야 되나?”]

KBS가 수용자 자녀들을 상대로 실시한 심층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7%는 주변에서 부모가 수감된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범죄자의 자녀라는 낙인이 두려워 숨기고 사는 겁니다.

[최윤주/수용자 자녀 지원 단체 ‘세움’ 팀장 : “‘(너희도) 천벌 받는 게 당연하다.’라는 그런 메시지가 이렇게 거기(관련 기사에) 쭉 달렸어요. 그것을 본 한 아이가 ‘죽고 싶다’고...”]

응답자 17%는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자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을 돕는 민간단체는 전국에 단 두 곳.

지원 활동은 음지에서 조용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일형/수용자 자녀 지원 단체 ‘세진회’ 사무국장 : “들어오실 때 간판이 없었잖아요. 이게 혹시나 여기를 들락날락하는 아이들 때문에….”]

유엔은 2년 전 우리 정부에 수용자 자녀 보호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박준영/변호사 : “절대 너의 책임이 아니다, 너는 사랑받을 존재고 애틋한 존재고 또 앞으로 이 아버지, 어머니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존재다.”]

수용자가 출소한 뒤 3년 안에 다시 구속되는 비율은 25%.

자녀가 적절한 보살핌을 받아 가정이 존속된 경우 5%대로 낮아졌습니다.

KBS 뉴스 하누리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그래픽:김관후 김수현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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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자 부모 닮아서”…수용자 자녀에 ‘낙인’
    • 입력 2021-03-19 19:30:30
    • 수정2021-03-19 19:43:33
    뉴스 7
[앵커]

우리 헌법은 친족의 행위 때문에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좌제를 금지한 건데요.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연좌제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범죄자의 미성년 자녀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실태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하누리 기자입니다.

[리포트]

5년 전 엄마가 구속된 11살 선우.

2년 만에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만났습니다.

[“엄마 아픈 데 없어? 엄마, 엄마, 안 힘들어? (아니 안 힘들어. 괜찮아)”]

매일 보고 싶고, 자꾸 만지고 싶은 엄마지만,

[“사랑해. 엄마, 사랑해.”]

친구들에겐 말할 수 없는 비밀입니다.

[이선우/가명·11살/음성변조 : “친구들한테는 병원에 계신다고 (했어요). 얘기하면 친구들이 약간 따돌릴 것 같다고 해야 되나?”]

KBS가 수용자 자녀들을 상대로 실시한 심층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7%는 주변에서 부모가 수감된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범죄자의 자녀라는 낙인이 두려워 숨기고 사는 겁니다.

[최윤주/수용자 자녀 지원 단체 ‘세움’ 팀장 : “‘(너희도) 천벌 받는 게 당연하다.’라는 그런 메시지가 이렇게 거기(관련 기사에) 쭉 달렸어요. 그것을 본 한 아이가 ‘죽고 싶다’고...”]

응답자 17%는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자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을 돕는 민간단체는 전국에 단 두 곳.

지원 활동은 음지에서 조용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일형/수용자 자녀 지원 단체 ‘세진회’ 사무국장 : “들어오실 때 간판이 없었잖아요. 이게 혹시나 여기를 들락날락하는 아이들 때문에….”]

유엔은 2년 전 우리 정부에 수용자 자녀 보호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박준영/변호사 : “절대 너의 책임이 아니다, 너는 사랑받을 존재고 애틋한 존재고 또 앞으로 이 아버지, 어머니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존재다.”]

수용자가 출소한 뒤 3년 안에 다시 구속되는 비율은 25%.

자녀가 적절한 보살핌을 받아 가정이 존속된 경우 5%대로 낮아졌습니다.

KBS 뉴스 하누리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그래픽:김관후 김수현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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