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유해발굴]① 수형인 학살터를 가다…대구 가창골·경산 코발트광산

입력 2021.03.29 (19:04) 수정 2021.03.2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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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 도내에서의 유해발굴이 3년 만에 올해부터 재개되는데요,

하지만 4·3 행방불명인 4천여 명 가운데 절반은 제주가 아닌 도외지역까지 끌려가 희생됐는데요.

KBS는 4·3 73주년을 맞아 4·3 수형인들이 억울하게 희생된 도 내외 주요 학살터를 찾아가 보는 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던 142명의 4·3 수형인들이 집단 학살된 경산 코발트광산과 대구 가창골을 신익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경북 경산시 평산동의 폐코발트광산.

일제가 만든 곳으로 이중으로 된 철문을 열자, 수평갱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두운 수평갱도를 따라 백 미터 정도를 들어가자 나오는 웅덩이.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던 4·3 수형인 등이 학살돼 집중적으로 묻힌 곳입니다.

이곳 경산 코발트광산 안에서 지금까지 발굴된 유해는 5백여 굽니다.

아직 이곳에 3천여 구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갱도 양쪽에는 유해발굴 과정에서 나온 흙과 유해가 뒤섞여 포대에 담겨 쌓여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아직 꺼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나정태/경산 코발트광산 민간인희생자유족회 이사장 : "유해가 안 보이면 괜찮은데 유해가 물만 빼내면 전부 밑에 유해입니다. 물론 여기 내 부모 유해도 있고, 다른 부모들도 있겠지마는 70년의 세월 동안 국가가 한 일이 없잖아요."]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희생자 위령탑.

대구 10월 항쟁과 4·3 수형인 등 진화위가 권고한 6개 사건의 민간인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지난해 세워졌습니다.

이곳 대구 가창골에서 학살된 사람은 최대 만여 명.

하지만 10월항쟁유족회 등의 단체 주도로 유해발굴을 시도했지만 단 한 구도 발굴하지 못했습니다.

[채영희/10월항쟁 민간인 희생자유족회장 :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진실을 규명해서. 2기 진화위가 출범했으니까 이번이 거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꼭 전부 다 해결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국전쟁 초기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다가 대구 가창골과 경산 코발트광산 등에서 희생된 4·3 수형인은 142명.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국가에 의한 억울한 희생이란 결론을 내린 지 10년이 지났지만 유해발굴 사업은 아직도 더디기만 합니다.

[노용석/부경대학교 교수 : "유해발굴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유해발굴만을 위해서 유해발굴 할 수 있는 법률적 조건은 지금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유해발굴이 상당히 더딜 수 밖에 없고."]

유족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고령의 유족들은 죽기 전이라도 가족을 찾았으면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학형/대구형무소 4·3 수형인 희생자 유족 : "우리 DNA를 해서 검사를 했으면 하는 소원이고. 이제 내일모레 팔십 아닙니까. 소원이라는 게 뭐에요. 시신이라도 찾아줬으면 하는 것이고."]

KBS 뉴스 신익환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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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유해발굴]① 수형인 학살터를 가다…대구 가창골·경산 코발트광산
    • 입력 2021-03-29 19:04:19
    • 수정2021-03-29 20:17:32
    뉴스7(제주)
[앵커]

제주 도내에서의 유해발굴이 3년 만에 올해부터 재개되는데요,

하지만 4·3 행방불명인 4천여 명 가운데 절반은 제주가 아닌 도외지역까지 끌려가 희생됐는데요.

KBS는 4·3 73주년을 맞아 4·3 수형인들이 억울하게 희생된 도 내외 주요 학살터를 찾아가 보는 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던 142명의 4·3 수형인들이 집단 학살된 경산 코발트광산과 대구 가창골을 신익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경북 경산시 평산동의 폐코발트광산.

일제가 만든 곳으로 이중으로 된 철문을 열자, 수평갱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두운 수평갱도를 따라 백 미터 정도를 들어가자 나오는 웅덩이.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던 4·3 수형인 등이 학살돼 집중적으로 묻힌 곳입니다.

이곳 경산 코발트광산 안에서 지금까지 발굴된 유해는 5백여 굽니다.

아직 이곳에 3천여 구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갱도 양쪽에는 유해발굴 과정에서 나온 흙과 유해가 뒤섞여 포대에 담겨 쌓여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아직 꺼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나정태/경산 코발트광산 민간인희생자유족회 이사장 : "유해가 안 보이면 괜찮은데 유해가 물만 빼내면 전부 밑에 유해입니다. 물론 여기 내 부모 유해도 있고, 다른 부모들도 있겠지마는 70년의 세월 동안 국가가 한 일이 없잖아요."]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희생자 위령탑.

대구 10월 항쟁과 4·3 수형인 등 진화위가 권고한 6개 사건의 민간인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지난해 세워졌습니다.

이곳 대구 가창골에서 학살된 사람은 최대 만여 명.

하지만 10월항쟁유족회 등의 단체 주도로 유해발굴을 시도했지만 단 한 구도 발굴하지 못했습니다.

[채영희/10월항쟁 민간인 희생자유족회장 :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진실을 규명해서. 2기 진화위가 출범했으니까 이번이 거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꼭 전부 다 해결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국전쟁 초기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다가 대구 가창골과 경산 코발트광산 등에서 희생된 4·3 수형인은 142명.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국가에 의한 억울한 희생이란 결론을 내린 지 10년이 지났지만 유해발굴 사업은 아직도 더디기만 합니다.

[노용석/부경대학교 교수 : "유해발굴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유해발굴만을 위해서 유해발굴 할 수 있는 법률적 조건은 지금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유해발굴이 상당히 더딜 수 밖에 없고."]

유족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고령의 유족들은 죽기 전이라도 가족을 찾았으면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학형/대구형무소 4·3 수형인 희생자 유족 : "우리 DNA를 해서 검사를 했으면 하는 소원이고. 이제 내일모레 팔십 아닙니까. 소원이라는 게 뭐에요. 시신이라도 찾아줬으면 하는 것이고."]

KBS 뉴스 신익환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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