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생활기]③ 격리 중 Minari 반찬…세끼 먹는 수고로움의 소중함 깨달아

입력 2021.04.29 (10:03) 수정 2021.04.29 (10:0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자가격리 중인 기자(필자)는 윤여정 배우님의 기념비적인 오스카상 수상을 축하하며 2021년 4월 26일 저녁, 딸과 함께 Minari 반찬을 해먹었다. 격리된 상태에서는 이런 작은 기쁨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자가격리 중인 기자(필자)는 윤여정 배우님의 기념비적인 오스카상 수상을 축하하며 2021년 4월 26일 저녁, 딸과 함께 Minari 반찬을 해먹었다. 격리된 상태에서는 이런 작은 기쁨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두차례 연재했던 코로나19 취재기자의 자가격리 생활기, 오늘 마무리합니다.

[연관기사]
[격리생활기]① 불가피했던 그날 인터뷰, 그래서 시작된 '자가격리' 취재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72301
[격리생활기]② 극심한 불안…확진자·격리자에 대한 절실한 공감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73144

■ 기자, 가족 모두와 함께 자가격리를 시작하다

취재 도중 코로나19 확진자를 만났고, 진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자가격리를 시작한 코로나19 취재 기자. 기자는 증권사를 다니는 40대 중반 남성의 아내였고, 초등학교 1학년생 딸의 학부모였습니다.

가장 먼저 아이가 다니는 학교 담임 선생님과 남편에게 이 사실을 전했습니다. 각자 속한 조직의 규칙은 아내이자 엄마인 나의 자가격리가 끝날 때까지 남편은 출근을, 아이는 등교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남편과 딸은 정부 방역수칙상 자가격리 대상자는 아니었습니다.

■ 애틋했던 가족애 종일 같이 있으니 잔소리만

평일에는 같이 밥 한 끼 먹기도 힘든 맞벌이 가족의 8일간의 동거가 시작됐습니다.

남편은 온종일 증권방송을 보며 걸려오는 고객 전화 응대에 정신이 없고, 딸은 자신이 좋아하는 유튜브 '잠뜰TV 방탈출' 보기에 빠져있습니다. 아빠와 딸은 서로가 시끄럽다며 다퉜고, 갇혀서 이를 보는 나는 둘 다 시끄러워 혼이 나갈 지경이었습니다.

안 볼때는 애틋했는데, 같이 있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잔소리꾼이 되고 맙니다. 그래도 이 부분은 가족애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 '생존에 대한 고충'…세끼 먹는 수고로움의 소중함 깨달아

진정한 '생존에 대한 고충'은 밥 세끼를 해 먹는 데 있었습니다. 달걀, 베이컨, 햄, 두부…. 주로 지져 먹는 것 중심으로 찬을 만들었습니다. 국물 좋아하는 남편은 알아서 즉석 곰탕, 갈비탕을 데워먹습니다. 저는 이참에 다이어트에 돌입합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고, 음식을 만들어 차리고, 먹고 치우고 설거지하는 이 모든 과정이 얼마나 수고로운지, 하지만 생존을 위해서 얼마나 소중한 과정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 윤여정 배우 수상 소식에 Minari 반찬 해먹어

이렇게 지지고 볶으며 시간이 흘러가는 가운데, 윤여정 배우의 오스카 수상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LA 총영사관에서 열렸던 수상 직후 기자회견을 보며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백발의 명배우가 대업을 이루고 쏟아내는 거침없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을 울렸습니다. 불과 8일이지만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이 시기가 나에겐 치유의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여정 배우의 인터뷰와 같은 명인의 감동적인 이야기,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 좋은 뉴스, 소소한 기쁨 찾기 같은 것이 힐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소한 기쁨을 찾기 위해 실천했습니다. 윤여정 배우의 기념비적 수상을 축하하고,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Minari 반찬을 해먹었습니다.

그 날 저녁 미나리 반찬은 평범한 일상의 한순간이었지만, 의미 있는 순간으로 기억되겠죠. 물리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갇혀있을 때는 긍정적인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찾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자(필자)가 충북 오송에 위치한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 참석해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자가격리가 끝나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코로나19에 대한 깊이 있는 취재를 하겠노라 다짐해본다.기자(필자)가 충북 오송에 위치한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 참석해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자가격리가 끝나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코로나19에 대한 깊이 있는 취재를 하겠노라 다짐해본다.

■ 코로나19 이제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바이러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바이러스가 됐습니다. 코로나19 기사를 써왔던 지난 1년 3개월을 돌아봅니다.

처음엔 미지의 바이러스였기에 극심한 공포에 떨었습니다. 코로나19를 이 땅에서 박멸할 기회가 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K-방역'만 믿다가 백신 초기 선점에 실패한 부분도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올해 하반기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해 보자는 현재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실천하기 위해서 일단은 모두 노력해 봤으면 합니다. 어떤 정치적, 매체적 시각에 편향돼 이런 주장을 펴는 건 아닙니다.

바이러스는 가치 중립적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 가장 약한 고리를 여지없이 파고듭니다. 그런 코로나19만을 바라보며 취재해온 기자였기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현장에 돌아가면, 백신 수급 문제,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문제 더 열심히 취재하렵니다. 자가격리 끝나면 가장 먼저 헬스장 가서 운동하고 출근하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격리생활기]③ 격리 중 Minari 반찬…세끼 먹는 수고로움의 소중함 깨달아
    • 입력 2021-04-29 10:03:52
    • 수정2021-04-29 10:04:13
    취재K
자가격리 중인 기자(필자)는 윤여정 배우님의 기념비적인 오스카상 수상을 축하하며 2021년 4월 26일 저녁, 딸과 함께 Minari 반찬을 해먹었다. 격리된 상태에서는 이런 작은 기쁨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두차례 연재했던 코로나19 취재기자의 자가격리 생활기, 오늘 마무리합니다.

[연관기사]
[격리생활기]① 불가피했던 그날 인터뷰, 그래서 시작된 '자가격리' 취재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72301
[격리생활기]② 극심한 불안…확진자·격리자에 대한 절실한 공감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73144

■ 기자, 가족 모두와 함께 자가격리를 시작하다

취재 도중 코로나19 확진자를 만났고, 진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자가격리를 시작한 코로나19 취재 기자. 기자는 증권사를 다니는 40대 중반 남성의 아내였고, 초등학교 1학년생 딸의 학부모였습니다.

가장 먼저 아이가 다니는 학교 담임 선생님과 남편에게 이 사실을 전했습니다. 각자 속한 조직의 규칙은 아내이자 엄마인 나의 자가격리가 끝날 때까지 남편은 출근을, 아이는 등교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남편과 딸은 정부 방역수칙상 자가격리 대상자는 아니었습니다.

■ 애틋했던 가족애 종일 같이 있으니 잔소리만

평일에는 같이 밥 한 끼 먹기도 힘든 맞벌이 가족의 8일간의 동거가 시작됐습니다.

남편은 온종일 증권방송을 보며 걸려오는 고객 전화 응대에 정신이 없고, 딸은 자신이 좋아하는 유튜브 '잠뜰TV 방탈출' 보기에 빠져있습니다. 아빠와 딸은 서로가 시끄럽다며 다퉜고, 갇혀서 이를 보는 나는 둘 다 시끄러워 혼이 나갈 지경이었습니다.

안 볼때는 애틋했는데, 같이 있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잔소리꾼이 되고 맙니다. 그래도 이 부분은 가족애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 '생존에 대한 고충'…세끼 먹는 수고로움의 소중함 깨달아

진정한 '생존에 대한 고충'은 밥 세끼를 해 먹는 데 있었습니다. 달걀, 베이컨, 햄, 두부…. 주로 지져 먹는 것 중심으로 찬을 만들었습니다. 국물 좋아하는 남편은 알아서 즉석 곰탕, 갈비탕을 데워먹습니다. 저는 이참에 다이어트에 돌입합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고, 음식을 만들어 차리고, 먹고 치우고 설거지하는 이 모든 과정이 얼마나 수고로운지, 하지만 생존을 위해서 얼마나 소중한 과정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 윤여정 배우 수상 소식에 Minari 반찬 해먹어

이렇게 지지고 볶으며 시간이 흘러가는 가운데, 윤여정 배우의 오스카 수상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LA 총영사관에서 열렸던 수상 직후 기자회견을 보며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백발의 명배우가 대업을 이루고 쏟아내는 거침없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을 울렸습니다. 불과 8일이지만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이 시기가 나에겐 치유의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여정 배우의 인터뷰와 같은 명인의 감동적인 이야기,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 좋은 뉴스, 소소한 기쁨 찾기 같은 것이 힐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소한 기쁨을 찾기 위해 실천했습니다. 윤여정 배우의 기념비적 수상을 축하하고,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Minari 반찬을 해먹었습니다.

그 날 저녁 미나리 반찬은 평범한 일상의 한순간이었지만, 의미 있는 순간으로 기억되겠죠. 물리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갇혀있을 때는 긍정적인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찾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자(필자)가 충북 오송에 위치한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 참석해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자가격리가 끝나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코로나19에 대한 깊이 있는 취재를 하겠노라 다짐해본다.
■ 코로나19 이제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바이러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바이러스가 됐습니다. 코로나19 기사를 써왔던 지난 1년 3개월을 돌아봅니다.

처음엔 미지의 바이러스였기에 극심한 공포에 떨었습니다. 코로나19를 이 땅에서 박멸할 기회가 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K-방역'만 믿다가 백신 초기 선점에 실패한 부분도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올해 하반기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해 보자는 현재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실천하기 위해서 일단은 모두 노력해 봤으면 합니다. 어떤 정치적, 매체적 시각에 편향돼 이런 주장을 펴는 건 아닙니다.

바이러스는 가치 중립적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 가장 약한 고리를 여지없이 파고듭니다. 그런 코로나19만을 바라보며 취재해온 기자였기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현장에 돌아가면, 백신 수급 문제,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문제 더 열심히 취재하렵니다. 자가격리 끝나면 가장 먼저 헬스장 가서 운동하고 출근하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