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부모 마주칠까…쉼터 앞에서 머뭇대는 피해아동들

입력 2021.05.05 (21:13) 수정 2021.05.0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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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린이 날을 맞아 지금부터는 아동학대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세 차례 신고에도 막지 못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 이어 경북 구미에서 3살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되는 일까지. 지난해 말부터 안타까운 아동학대 사건들이 잇따랐습니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커져서인지 아동학대 신고는 계속 늘어나는 추셉니다.

올해 1분기에 경찰에 접수된 학대 신고는 5600여 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신고가 여러 차례 반복되거나 다시 학대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엔 가해부모와 피해아동을 바로 분리하게 돼있고, 연말까지 피해 아이들을 위한 쉼터가 100곳으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 쉼터, 아이들에게 온전한 바람막이가 돼주고 있을까요?

문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택가에 위치한 이 곳은 6명의 아동이 학대 부모를 피해 와 있는 쉼터입니다.

이곳 원장은 그런데 주변에 낯선 사람이 서성일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가해 부모는 아닐까, 하는 걱정입니다.

[A 원장/음성변조 : "욕설을 한다거나 아니면 주변을 배회하면서 횡포를 부린다거나…."]

쉼터가 가해 부모가 상담을 받으러 와야 하는 아동 보호 기관 안에 위치해 있다보니, 격리돼야 할 부모와 아동의 동선이 겹칠 수 있는 겁니다.

[이순남/학대피해아동쉼터협의회 부회장 : "대부분의 부모들은 본인이 아동학대 가해자란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아동을 강제로 분리했을 때 아동을 찾아가서 해코지하거나 거짓을 이야기하도록 회유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곳 쉼터 선생님들에게는 가욋일이 생겼습니다.

가해 부모가 찾아올 계획이 있지는 않은지, 챙겨야 하는 겁니다.

[A 원장/음성변조 : "사전에 좀 파악이 되면 미리 아이들을 좀 피신을 시키거나 하교 후에 외출이나 그런 이동하는 경로를 좀 겹치지 않도록…."]

현재 전국의 학대 피해 아동 쉼터는 76곳.

이렇게 가해 부모와 동선이 겹칠 우려가 있는 곳은 4곳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런 문제만 있는 게 아닙니다.

쉼터 운영 10년 동안 재정 문제로 세 번 이사를 했다는 이 원장은 주거 불안을 호소합니다.

보호 아동의 전학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경기 지역 B 원장/음성변조 : "학교에 가면 애가 직접 (새로운) 친구들과 사귀어야 되고 선생님 만나야 되고 이런 부분을 애가 감당할 수 밖에 없거든요." ]

[강선우/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 : "즉각분리 제도가 효과적으로 이게 운영이 되려면 학대피해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그런 전제가 되어야 되는 것이거든요."]

지난해 '정인이 사건' 이후 정부는 전국에 학대 피해아동 쉼터를 100곳까지 늘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운영되고 있는 쉼터도 뒤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조은경 이상훈/영상편집:황보현평/그래픽:김현석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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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대 부모 마주칠까…쉼터 앞에서 머뭇대는 피해아동들
    • 입력 2021-05-05 21:13:27
    • 수정2021-05-05 21:23:14
    뉴스 9
[앵커]

어린이 날을 맞아 지금부터는 아동학대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세 차례 신고에도 막지 못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 이어 경북 구미에서 3살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되는 일까지. 지난해 말부터 안타까운 아동학대 사건들이 잇따랐습니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커져서인지 아동학대 신고는 계속 늘어나는 추셉니다.

올해 1분기에 경찰에 접수된 학대 신고는 5600여 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신고가 여러 차례 반복되거나 다시 학대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엔 가해부모와 피해아동을 바로 분리하게 돼있고, 연말까지 피해 아이들을 위한 쉼터가 100곳으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 쉼터, 아이들에게 온전한 바람막이가 돼주고 있을까요?

문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택가에 위치한 이 곳은 6명의 아동이 학대 부모를 피해 와 있는 쉼터입니다.

이곳 원장은 그런데 주변에 낯선 사람이 서성일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가해 부모는 아닐까, 하는 걱정입니다.

[A 원장/음성변조 : "욕설을 한다거나 아니면 주변을 배회하면서 횡포를 부린다거나…."]

쉼터가 가해 부모가 상담을 받으러 와야 하는 아동 보호 기관 안에 위치해 있다보니, 격리돼야 할 부모와 아동의 동선이 겹칠 수 있는 겁니다.

[이순남/학대피해아동쉼터협의회 부회장 : "대부분의 부모들은 본인이 아동학대 가해자란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아동을 강제로 분리했을 때 아동을 찾아가서 해코지하거나 거짓을 이야기하도록 회유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곳 쉼터 선생님들에게는 가욋일이 생겼습니다.

가해 부모가 찾아올 계획이 있지는 않은지, 챙겨야 하는 겁니다.

[A 원장/음성변조 : "사전에 좀 파악이 되면 미리 아이들을 좀 피신을 시키거나 하교 후에 외출이나 그런 이동하는 경로를 좀 겹치지 않도록…."]

현재 전국의 학대 피해 아동 쉼터는 76곳.

이렇게 가해 부모와 동선이 겹칠 우려가 있는 곳은 4곳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런 문제만 있는 게 아닙니다.

쉼터 운영 10년 동안 재정 문제로 세 번 이사를 했다는 이 원장은 주거 불안을 호소합니다.

보호 아동의 전학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경기 지역 B 원장/음성변조 : "학교에 가면 애가 직접 (새로운) 친구들과 사귀어야 되고 선생님 만나야 되고 이런 부분을 애가 감당할 수 밖에 없거든요." ]

[강선우/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 : "즉각분리 제도가 효과적으로 이게 운영이 되려면 학대피해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그런 전제가 되어야 되는 것이거든요."]

지난해 '정인이 사건' 이후 정부는 전국에 학대 피해아동 쉼터를 100곳까지 늘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운영되고 있는 쉼터도 뒤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조은경 이상훈/영상편집:황보현평/그래픽:김현석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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