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팀장] 수액 맞고 숨진 공무원·속도위반 사망사고 ‘무죄’

입력 2021.05.26 (19:29) 수정 2021.05.2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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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 들고 나오셨나요?

[기자]

네, 대전의 한 내과 의원 앞 모습입니다.

"비타민 주사 맞다가 죽은 38살 딸을 살려내라."

이런 현수막이 펼쳐져 있습니다.

한 달 전부터 이런 시위가 매일 같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의원에서 수액을 맞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숨진 38살 여성에 대한 사건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38살이면 아직 젊은 나이고, 더군다나 수액을 맞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잖아요?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가요?

[기자]

네,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 3월 20일이었습니다.

대전에 거주하는 공무원 38살 김 모 씨는 몸살과 빈혈 기운이 있어서 오전에 유성구의 한 내과를 찾았습니다.

김 씨는 총 세 가지 종류의 수액을 맞았는데요.

먼저 해열과 진통, 소염 효과가 있는 수액을 10분 정도 맞았고요.

이어서 전해질을 보충해 면역력을 높여주는 마그네슘 수액을 20여 분 맞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멀티비타민 수액을 맞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김 씨가 가슴이 답답하다는 이상 증세를 호소한 건데요.

의원 측은 수액 투여를 멈추고 환자가 호흡곤란을 겪고 있다며 119에 신고를 했고요.

10분쯤 뒤 119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김 씨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심정지 상태에 빠져 심폐소생술이 실시됐고, 결국,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있다가 당일 저녁 사망판정을 받았습니다.

[앵커]

사건 경위를 자세히 들어봤지만, 사망 원인을 짐작하기가 어려운데, 유가족들이 시위까지 하는 건 의원 측의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가요?

[기자]

네, 유가족들은 김 씨가 젊은 나이였고 평소 지병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걸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수액을 맞는 동안 환자 상태를 잘 살피고 이상 반응이 나타났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를 했다면 사망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의원 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요.

유가족들은 김 씨 사망에 의원 측 과실이 있다며 지난달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요,

당시 김 씨에게 수액을 놓았던 직원들을 상대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앵커]

사인이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에 해당 의원 측도 난감한 상황일 것 같은데,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 의원 측은 당시 김 씨에게 한 처방에는 문제가 없었고 김 씨가 맞은 수액도 보편적으로 쓰는 제품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김 씨가 수액을 맞을 때 다른 환자들도 같은 제품의 수액을 맞고 있었다고 합니다.

또 수액 투여량과 속도도 정상이었다고 밝혔는데요.

다른 환자들에게 수액을 놓으면서 김 씨 상태를 수시로 살폈고, 이상증세가 나타났을 때 곧바로 119에 신고하는 등 대처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에도 유가족 측에 CCTV와 처방전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김 씨에 대한 부검이 사건 발생 이틀 뒤에 이뤄졌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거든요.

수액 투여와 사망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데 정밀한 의학적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최종 부검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다음 사건은 뭔가요?

[기자]

속도위반으로 사망사고를 냈지만 무죄 판결이 내려진 사건입니다.

지난해 11월 대전시 대덕구의 한 도로에서 속도를 위반해 차를 몰다가 술에 취해 누워 있던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50대 남성에게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앵커]

이런 사망사고에 무죄가 선고됐다니 이례적인 일인 거 같은데, 사고가 어떻게 난 건지 경위부터 들어볼까요?

[기자]

네, 55살 김 모 씨는 지난해 11월 1일 밤 9시쯤, 대전시 대덕구의 편도 1차선 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한속도가 시속 30km인 도로였지만 김 씨는 당시 시속 46km로 차를 몰았습니다.

그러다가 술에 취해 도로 중앙선 쪽에 누워 있던 60대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치고 지나갔습니다.

피해자는 곧바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중증 흉부 손상 등으로 숨졌습니다.

[앵커]

이렇게 봐서는 운전자에게 아예 잘못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은데,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운전자인 김 씨가 제한속도를 위반한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한속도를 준수했다고 하더라도 충돌을 피하거나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공단에 사실조회를 요청해 제한속도 위반과 사고 사이의 연관성을 따졌는데요.

사고 당시 김 씨가 브레이크를 밟은 시점이 피해자에게서 3m 떨어진 지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거든요?

그런데 제한속도인 시속 30km일 때와 김 씨가 실제로 달린 시속 46km일 때 운전자가 위험상황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까지의 거리, 즉 공주거리가 0.7m가량 차이 난다고 봤습니다.

그러니까 속도를 지켜 달렸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로부터 3.7m 떨어진 곳에서부터 브레이크를 밟는 게 가능했다는 거고요.

시속 30km의 제동거리가 5.9m인 것을 고려하면 제한속도를 지켰더라도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이것 말고도 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이유가 또 있나요?

[기자]

네, 피해자가 인적이 어두운 도로에서 그것도 검은색 옷을 입은 채로 도로 중앙선 부근에 누워있었다는 점인데요.

운전자로서는 이런 피해자의 존재를 예측하기가 아주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참작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고가 났을 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당시 제동거리나 피해자 상태 같은 여러 요건들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게 전제가 돼야지 무죄가 나오는 것이거든요.

기본적으로 운전자에게 주의 의무가 있는 만큼 교통법규를 지키면서 안전 운전해야 한다는 점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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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팀장] 수액 맞고 숨진 공무원·속도위반 사망사고 ‘무죄’
    • 입력 2021-05-26 19:29:48
    • 수정2021-05-26 20:07:49
    뉴스7(대전)
[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 들고 나오셨나요?

[기자]

네, 대전의 한 내과 의원 앞 모습입니다.

"비타민 주사 맞다가 죽은 38살 딸을 살려내라."

이런 현수막이 펼쳐져 있습니다.

한 달 전부터 이런 시위가 매일 같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의원에서 수액을 맞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숨진 38살 여성에 대한 사건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38살이면 아직 젊은 나이고, 더군다나 수액을 맞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잖아요?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가요?

[기자]

네,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 3월 20일이었습니다.

대전에 거주하는 공무원 38살 김 모 씨는 몸살과 빈혈 기운이 있어서 오전에 유성구의 한 내과를 찾았습니다.

김 씨는 총 세 가지 종류의 수액을 맞았는데요.

먼저 해열과 진통, 소염 효과가 있는 수액을 10분 정도 맞았고요.

이어서 전해질을 보충해 면역력을 높여주는 마그네슘 수액을 20여 분 맞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멀티비타민 수액을 맞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김 씨가 가슴이 답답하다는 이상 증세를 호소한 건데요.

의원 측은 수액 투여를 멈추고 환자가 호흡곤란을 겪고 있다며 119에 신고를 했고요.

10분쯤 뒤 119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김 씨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심정지 상태에 빠져 심폐소생술이 실시됐고, 결국,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있다가 당일 저녁 사망판정을 받았습니다.

[앵커]

사건 경위를 자세히 들어봤지만, 사망 원인을 짐작하기가 어려운데, 유가족들이 시위까지 하는 건 의원 측의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가요?

[기자]

네, 유가족들은 김 씨가 젊은 나이였고 평소 지병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걸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수액을 맞는 동안 환자 상태를 잘 살피고 이상 반응이 나타났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를 했다면 사망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의원 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요.

유가족들은 김 씨 사망에 의원 측 과실이 있다며 지난달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요,

당시 김 씨에게 수액을 놓았던 직원들을 상대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앵커]

사인이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에 해당 의원 측도 난감한 상황일 것 같은데,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 의원 측은 당시 김 씨에게 한 처방에는 문제가 없었고 김 씨가 맞은 수액도 보편적으로 쓰는 제품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김 씨가 수액을 맞을 때 다른 환자들도 같은 제품의 수액을 맞고 있었다고 합니다.

또 수액 투여량과 속도도 정상이었다고 밝혔는데요.

다른 환자들에게 수액을 놓으면서 김 씨 상태를 수시로 살폈고, 이상증세가 나타났을 때 곧바로 119에 신고하는 등 대처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에도 유가족 측에 CCTV와 처방전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김 씨에 대한 부검이 사건 발생 이틀 뒤에 이뤄졌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거든요.

수액 투여와 사망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데 정밀한 의학적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최종 부검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다음 사건은 뭔가요?

[기자]

속도위반으로 사망사고를 냈지만 무죄 판결이 내려진 사건입니다.

지난해 11월 대전시 대덕구의 한 도로에서 속도를 위반해 차를 몰다가 술에 취해 누워 있던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50대 남성에게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앵커]

이런 사망사고에 무죄가 선고됐다니 이례적인 일인 거 같은데, 사고가 어떻게 난 건지 경위부터 들어볼까요?

[기자]

네, 55살 김 모 씨는 지난해 11월 1일 밤 9시쯤, 대전시 대덕구의 편도 1차선 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한속도가 시속 30km인 도로였지만 김 씨는 당시 시속 46km로 차를 몰았습니다.

그러다가 술에 취해 도로 중앙선 쪽에 누워 있던 60대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치고 지나갔습니다.

피해자는 곧바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중증 흉부 손상 등으로 숨졌습니다.

[앵커]

이렇게 봐서는 운전자에게 아예 잘못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은데,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운전자인 김 씨가 제한속도를 위반한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한속도를 준수했다고 하더라도 충돌을 피하거나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공단에 사실조회를 요청해 제한속도 위반과 사고 사이의 연관성을 따졌는데요.

사고 당시 김 씨가 브레이크를 밟은 시점이 피해자에게서 3m 떨어진 지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거든요?

그런데 제한속도인 시속 30km일 때와 김 씨가 실제로 달린 시속 46km일 때 운전자가 위험상황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까지의 거리, 즉 공주거리가 0.7m가량 차이 난다고 봤습니다.

그러니까 속도를 지켜 달렸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로부터 3.7m 떨어진 곳에서부터 브레이크를 밟는 게 가능했다는 거고요.

시속 30km의 제동거리가 5.9m인 것을 고려하면 제한속도를 지켰더라도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이것 말고도 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이유가 또 있나요?

[기자]

네, 피해자가 인적이 어두운 도로에서 그것도 검은색 옷을 입은 채로 도로 중앙선 부근에 누워있었다는 점인데요.

운전자로서는 이런 피해자의 존재를 예측하기가 아주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참작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고가 났을 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당시 제동거리나 피해자 상태 같은 여러 요건들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게 전제가 돼야지 무죄가 나오는 것이거든요.

기본적으로 운전자에게 주의 의무가 있는 만큼 교통법규를 지키면서 안전 운전해야 한다는 점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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