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별건수사 의혹’ 검사들 해명은 일리 있나?

입력 2021.09.11 (11:23) 수정 2021.09.1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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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지난 7일과 8일 검찰이 구속된 피의자를 상대로 부당한 별건수사·강압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심층 보도했다. 2018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 이준석 씨를 상대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관련한 비리를 자백할 것을 압박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이 씨와 가족들을 상대로 보복 성격의 과잉수사·별건수사를 했을 개연성과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9/단독] 검찰, 2018년 이재명 거론 강압 수사 의혹(9월 7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74518
[뉴스9] 박범계 "검찰 표적수사 의혹, 가벼이 볼 일 아니야"(9월 8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75537
[뉴스9] 보도 주제는 검찰 별건수사·강압 의혹(9월 8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75538


위와 같이 보도가 나간 뒤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박 모 검사와, 수사를 맡았던 김 모 검사가 입장문을 내놓았다.( 이하 '입장문') A4 석 장짜리다. 각 사건 처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었다는 취지다.

KBS 취재진은 이들 검사의 입장문을 Q&A(질문과 응답) 형식으로 바꿔, 그들의 해명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는지를 아래와 같이 조목조목 따져본다.


■ Q1) 이재명을 언급한 적 없다?

→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는 취재진에게 2017년 12월 구속 이후부터 2018년 3월까지 검찰의 이재명 관련 압박이 집중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강력부 김 모 검사가 '이재명'이라는 3음절을 말하진 않고 'SNS 좋아하고 축구 좋아하시는 그분', '당신과 친한 SNS 좋아하는 그분', 이런 식으로 항상 돌려서 말했다고 전했는데 취재진은 이 지점을 주목했다.

만약 이 전 대표가 이런 에피소드를 처음부터 날조하고 창작할 생각이었다면, 굳이 이렇게 김 검사가 '이재명'이라는 3음절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서사를 구성할 필요가 있을까.

앞선 보도에서 언급된 바 없지만, 취재진이 확보한 자료 등을 보면 수사 과정에 강력부 김 모 수사관이 참여한 기록이 있다. 이 전 대표는 김 수사관 역시 김 검사와 마찬가지로 조사 과정에서 빈정거리는 말을 유독 많이 했다고 주장한다. 가령 "부모가 다 구속되면 자식은 누가 키우지?" 등의 말이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김 수사관의 경우 이재명을 언급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했다. 검사만 이재명 언급을 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런 세세한 '구분'을 하면서 기억을 회고하고 있다. 무턱대고 '검찰이 이재명 비리를 불라고 압박했다'는 식의 주장이 아니라, 구체성을 갖췄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번에 내놓은 '입장문'에서 피의자 조사에 변호인이 모두 입회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이 거론된 압박 수사는 변호사가 오기 전 검사와 자신 사이에서 이뤄졌다는 게 이 전 대표 설명이다. 변호사가 입회하기 전, 피의자가 검사 또는 수사관과 일대일로 마주해 대화하는 것은 통상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 전 대표 변호인 서상호 변호사(연우법률사무소)는 2018년 당시 이미 이 전 대표로부터 이재명 관련 압박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를 언론에 제보해 이슈화하는 걸 검토했지만 검찰의 보복성 조치가 두려워 마음을 접었다고 밝혔다.

'사건 담당 변호인'이라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지만, 변호사가 실명을 내걸고 '대선주자가 등장하는 민감한 내용인 데다가 검찰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서 변호사는 민사뿐 아니라 형사사건도 많이 맡고 있는 법조인이다. 자신의 잠재적 불이익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아래 언급할 사건들, 즉 2017년 12월 구속 이후 이른바 '먼지털기' 식으로 줄줄이 이 전 대표와 가족을 둘러싸고 수사와 기소가 진행된 부분에 대해 KBS 취재진의 자문변호사들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어떤 원인으로 이런 식의 탈탈 터는 수사가 진행되었는가?'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재명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이른바 '괘씸죄'에 걸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는 이야기다.

9월 7일자 KBS1TV ‘뉴스9’9월 7일자 KBS1TV ‘뉴스9’

취재진은 2017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의 이 전 대표 구치소 출정기록을 확보해 자문변호사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이 시기 이 전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한 횟수는 30번이다. 그중 피의자 조서는 모두 16건 작성됐다. 실제 조사가 이뤄진 게 16번이고, 나머지 14번은 말 그대로 불렀다가 다시 보낸 것이다.

이 전 대표와 서 변호사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날, 이 전 대표가 구치감 독방에서 4~5시간 대기했다고 한다. 구치감은 미결수 된 사람들이 검찰청에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 대기하는 장소다. 눕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독방으로, 오래 머물기 힘들다고 재소자들이 토로하는 곳이다.

취재진의 자문 변호사는 검찰이 별다른 이유없이 구속 피의자를 불렀다가, 다시 돌려보내는 건 전형적인 '괴롭히기 수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무부는 ▲수용자에 대한 상당한 범위를 벗어나는 반복적인 출석조사 요구와 ▲단시간 출석이나 검사실에 출석만 시키고 조사는 하지 않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바 있다.


Q2) 수감 동료가 검찰에 먼저 찾아왔다?

→ KBS는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와 구치소에서 함께 수감 생활을 했던 수감 동료 A 씨를 접촉해 그가 겪은 일화를 뉴스에서 전했다.

A 씨가 출소 직후인 2018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불러 2~3차례 거절하다가 갔었는데, 김 검사가 '당신이 수감 생활 할 당시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 이재명 관련 이야기를 들은 바 없냐?'는 취지의 질문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들은 바 없다'고 말하니 조사는 30분 정도만에 짧게 끝났고, 수고비 차원으로 10만 원을 건네받았다는 게 A 씨의 기억이다.

검찰은 이번 '입장문'에서 A 씨가 검사실에 먼저 찾아왔고, 이준석 전 대표와 관련한 혐의를 스스로 제보했으며 이재명과 관련한 질문은 한 적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일단 검찰 '입장문'에 A 씨가 받았다는 '수고비 10만 원'에 대한 해명은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핵심 쟁점을 둘러싼 A 씨 주장과 검찰의 주장 중 누구 말이 맞는지 당장 판명되긴 힘들다. 다만 취재진이 A 씨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정황을 설명하고자 한다.

A 씨는 2018년 출소 이후 이준석 전 대표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온 사람이 아니다. 완전히 연락이 끊겼고, 취재진도 매우 어렵게 그를 '페이스북'에서 찾아내 '메신저'로 소통을 시작했다. 말하자면 '이준석 측과 꾸준히 교류해온 사람'이 아닌 것이다.

취재진은 페이스북 메신저로 A 씨와 접촉한 이후, 여러차례 통화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구체적인 일화를 들었다. A 씨는 현재 검찰에 매우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택배 관련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렵다고도 토로하고 있다.

A 씨 입장에서 출소 뒤 검찰에 불려간 일은 그 희소성 측면에서 '또렷한 기억'이지만, 반대로 검찰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수많은 조사 대상자 중 한 명인 것이다. 실제 김 검사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A 씨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고, 관련 기억을 먼저 잘 설명하지도 못했다.

9월 7일자 KBS1TV ‘뉴스9’9월 7일자 KBS1TV ‘뉴스9’

■ Q3) 실체적 진실에 부합해 다시 기소했다?

→ 십여년 전인 2010년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에게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2명의 남성이 있었다. 검찰은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증거도 없고, 진단서도 없고, 피해 진술도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처벌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2018년 이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기소한다.

이번에 내놓은 검사들 '입장문'을 보면 이른바 피해자들이 "(폭행 당했다는) 최초 진술이 맞다고 진술"해서 기소했다는 취지의 논리다.

우선 검찰이 과거 불기소 처리된 사건을 다시 기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검찰 스스로가 과거 자신의 오류를 드러내는 꼴이기 때문이다. 결정적 증거가 포착되어야만 그렇게 하는데, 그조차도 소극적이라는 시민사회 비판이 있어오기도 했다.

발생 시점으로는 10년도 더 지난 이 오래된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외상도 확인되지 않았고 진단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진술은 오락가락하다 결국 강력부에 와서야 또 다시 뒤집은 셈이다. 오락가락 진술이 한번 더 바뀌었다는 게 두 차례 무혐의를 기소로 바꿀 만큼의 유의미한 상황 변경일까.

피해자들이 강력부에 먼저 고소장을 제출한 것도 아니었다. 검찰이 끄집어낸 사건이다. 전형적인 '캐비닛 사건'(특정인의 과거 자료를 끄집어내 기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취재진이 만난 법조인들의 중론이다.

취재진은 검찰이 이 사건을 끄집어내 기소할 때 사건이 너무 오래돼 공소시효가 문제였고, 그래서 공소시효가 더 긴 '보복폭행'(공소시효 10년)으로 죄목을 바꿔 적용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억지 기소 가능성이다.

검사들 '입장문'은 일부러 그렇게 공소시효를 신경 쓴 것은 아니고, 당초 무혐의 처분될 때도 공소시효 10년짜리 혐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맞는 말이다. 당초 무혐의 처분될 때도 특수협박(공소시효 7년)·특수상해(공소시효 10년) 두 개의 혐의가 검토됐었다.

그렇다면 그냥 공소시효 10년짜리 특수상해로 기소하면 될 일 아닐까? 왜 굳이 보복폭행으로 혐의를 바꿨을까?

특수상해로 기소해봤자 '무죄'가 될 게 너무나 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스스로가 과거 해당 죄목을 무혐의로 봤었고, 상해로 보기엔 피해자들 외상도 증거도 진단서도 없었다. 무엇보다 무혐의를 기소로 뒤바꿀 만한 추가 물증이 없었다.

어떻게든 유죄를 이끌어내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보복폭행'으로라도 성격을 바꿔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취재진이 자문한 변호사들의 의견이다. 이마저도 법원에서 무죄가 나왔다. 재판부는 "진술이 사건 발생 후 8년이 지나서 바뀐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그 진술을 번복한 경위도 명확하지 않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 Q4) 재기수사 명령이 있어서 수사한 것일 뿐이다?

→ 무리한 기소는 또 있었다. 이준석 전 대표는 2016년 회사 주식 80만 주를 딴 회사에 담보로 맡기고 20억 원을 빌렸다. 담보로 맡긴 80만 주 가운데 30만 주를 팔아서 문제가 됐다. 돈을 빌려준 업체가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남은 50만 주의 가치가 빌린 돈의 4배, 즉 80억 원을 넘었다. 넉넉했던 것이다. 검찰도 그래서 무혐의로 결론 내린 사건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이것도 3년만에 다시 기소했다. 검사들은 이번 '입장문'에서 고소인이 무혐의에 동의하지 않아 항고·재항고 절차를 밟았고, 이에 따라 재기수사 명령이 떨어져서 수사했다고 밝혔다. 즉 보복성 수사가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재기수사를 한다고 무조건 기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수사해봐서 유의미한 사실이 나오면 기소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기소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력부가 재기수사를 통해 밝혀낸 유의미한 '추가 팩트'가 있었을까? 사실상 전무했다.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손해가 발생했거나 발생 위험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런 취지의 문장이 세 차례 이상 등장한다. 게다가 2016년 검찰이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을 때 작성한 '불기소결정서'와, 3년 뒤 문제의 강력부가 기소하면서 작성한 공소장을 비교해보면 문장 구성 외에 달라진 것이 없다. 수사로 진전된 부분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취재진의 자문변호사들이 '기소를 위한 기소', '보복성 기소'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입장문'이 취재진의 보도 내용 중 해명하지 않고 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취재진은 이 배임 사건을 '기소하기 힘들다'는 강 모 수사관의 말에, 김 검사가 원색적인 말로 대응을 했다는 일화를 뉴스에서 전한 바 있다. 강 수사관은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말을 아꼈다. 검찰의 '입장문'은 왜 이 대목과 관련해 해명을 하지 않고 있을까.


■ Q5) 가족 상대 보복성 수사는 없었다?

→ 이 전 대표의 어머니는 코마트레이드 근처에서 고깃집을 운영했다. 이 전 대표 회사 직원 80명에게 날마다 점심을 공급하고 돈을 받았다. 1인분에 8천 원이었다.

이 전 대표 기억에 따르면, 검찰이 이 부분을 문제삼고 이 씨와 어머니를 횡령으로 기소하겠다는 압박이 있었다고 한다. 주변 식당 밥값보다 1인분에 1~2천 원 비싸다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기소까지 되진 않았지만 어머니까지 거론한 압박성 조사에 상당한 심리적 위축감을 느꼈다는 게 이 전 대표 말이다.

검찰의 '입장문'을 보면, 이 부분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아예 그런 적 없다는 것이다. 진실 공방이다. 만약 이 전 대표가 거짓을 말하는 것이라면 이 모든 구체적 일화를 날조해서 취재진에게 말한 셈이 된다.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이 전 대표 부인을 수사한 것을 '입장문'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부인이 회사에서 일을 하며 급여를 받은 부분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정당한 대가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취재진이 내용을 소상히 파악했지만 이 전 대표의 내밀한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라 보도에서는 상세한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사생활 사건'에 대해 검찰의 '입장문'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당연하다. 기소됐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법무부나 대검의 감찰이 진행되면 이 사건 관련 내용을 상세히 밝히겠단 입장이다. 취재진의 자문변호사들은 "너무도 전형적인 먼지털이 기소"라고 입을 모았다. "피해를 만드는 범죄로 악용되지 않았는데 이런 건으로 기소되는 것을 본 적은 처음"이라고 말하는 법조인도 있다.

9월 8일자 KBS1TV ‘뉴스 광장’9월 8일자 KBS1TV ‘뉴스 광장’

■ Q6) 이준석과 주고받은 편지가 유일한 근거?

→ 검찰은 취재진이 이 전 대표와 주고받은 편지를 유일한 근거로 삼고 보도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취재진은 이 전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해 사건 조사에 입회한 변호인과 구치소 수감 동료, 당시 수사에 참여한 수사관과 접촉했고, 사건 관련 자료 3천 쪽을 확보해 외부 법률자문단의 의견을 구했다.

이 전 대표와 검찰의 주장 중 배치되는 부분은 향후 감찰이나 수사를 통해 밝혀질 여지가 있다. 이 전 대표는 법무부나 대검의 감찰이 진행된다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KBS 보도 다음날인 지난 8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번 '강압 수사' 의혹이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라며 감찰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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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압·별건수사 의혹’ 검사들 해명은 일리 있나?
    • 입력 2021-09-11 11:23:44
    • 수정2021-09-11 13:35:35
    취재K

KBS는 지난 7일과 8일 검찰이 구속된 피의자를 상대로 부당한 별건수사·강압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심층 보도했다. 2018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 이준석 씨를 상대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관련한 비리를 자백할 것을 압박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이 씨와 가족들을 상대로 보복 성격의 과잉수사·별건수사를 했을 개연성과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9/단독] 검찰, 2018년 이재명 거론 강압 수사 의혹(9월 7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74518
[뉴스9] 박범계 "검찰 표적수사 의혹, 가벼이 볼 일 아니야"(9월 8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75537
[뉴스9] 보도 주제는 검찰 별건수사·강압 의혹(9월 8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75538


위와 같이 보도가 나간 뒤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박 모 검사와, 수사를 맡았던 김 모 검사가 입장문을 내놓았다.( 이하 '입장문') A4 석 장짜리다. 각 사건 처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었다는 취지다.

KBS 취재진은 이들 검사의 입장문을 Q&A(질문과 응답) 형식으로 바꿔, 그들의 해명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는지를 아래와 같이 조목조목 따져본다.


■ Q1) 이재명을 언급한 적 없다?

→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는 취재진에게 2017년 12월 구속 이후부터 2018년 3월까지 검찰의 이재명 관련 압박이 집중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강력부 김 모 검사가 '이재명'이라는 3음절을 말하진 않고 'SNS 좋아하고 축구 좋아하시는 그분', '당신과 친한 SNS 좋아하는 그분', 이런 식으로 항상 돌려서 말했다고 전했는데 취재진은 이 지점을 주목했다.

만약 이 전 대표가 이런 에피소드를 처음부터 날조하고 창작할 생각이었다면, 굳이 이렇게 김 검사가 '이재명'이라는 3음절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서사를 구성할 필요가 있을까.

앞선 보도에서 언급된 바 없지만, 취재진이 확보한 자료 등을 보면 수사 과정에 강력부 김 모 수사관이 참여한 기록이 있다. 이 전 대표는 김 수사관 역시 김 검사와 마찬가지로 조사 과정에서 빈정거리는 말을 유독 많이 했다고 주장한다. 가령 "부모가 다 구속되면 자식은 누가 키우지?" 등의 말이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김 수사관의 경우 이재명을 언급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했다. 검사만 이재명 언급을 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런 세세한 '구분'을 하면서 기억을 회고하고 있다. 무턱대고 '검찰이 이재명 비리를 불라고 압박했다'는 식의 주장이 아니라, 구체성을 갖췄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번에 내놓은 '입장문'에서 피의자 조사에 변호인이 모두 입회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이 거론된 압박 수사는 변호사가 오기 전 검사와 자신 사이에서 이뤄졌다는 게 이 전 대표 설명이다. 변호사가 입회하기 전, 피의자가 검사 또는 수사관과 일대일로 마주해 대화하는 것은 통상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 전 대표 변호인 서상호 변호사(연우법률사무소)는 2018년 당시 이미 이 전 대표로부터 이재명 관련 압박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를 언론에 제보해 이슈화하는 걸 검토했지만 검찰의 보복성 조치가 두려워 마음을 접었다고 밝혔다.

'사건 담당 변호인'이라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지만, 변호사가 실명을 내걸고 '대선주자가 등장하는 민감한 내용인 데다가 검찰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서 변호사는 민사뿐 아니라 형사사건도 많이 맡고 있는 법조인이다. 자신의 잠재적 불이익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아래 언급할 사건들, 즉 2017년 12월 구속 이후 이른바 '먼지털기' 식으로 줄줄이 이 전 대표와 가족을 둘러싸고 수사와 기소가 진행된 부분에 대해 KBS 취재진의 자문변호사들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어떤 원인으로 이런 식의 탈탈 터는 수사가 진행되었는가?'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재명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이른바 '괘씸죄'에 걸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는 이야기다.

9월 7일자 KBS1TV ‘뉴스9’
취재진은 2017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의 이 전 대표 구치소 출정기록을 확보해 자문변호사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이 시기 이 전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한 횟수는 30번이다. 그중 피의자 조서는 모두 16건 작성됐다. 실제 조사가 이뤄진 게 16번이고, 나머지 14번은 말 그대로 불렀다가 다시 보낸 것이다.

이 전 대표와 서 변호사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날, 이 전 대표가 구치감 독방에서 4~5시간 대기했다고 한다. 구치감은 미결수 된 사람들이 검찰청에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 대기하는 장소다. 눕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독방으로, 오래 머물기 힘들다고 재소자들이 토로하는 곳이다.

취재진의 자문 변호사는 검찰이 별다른 이유없이 구속 피의자를 불렀다가, 다시 돌려보내는 건 전형적인 '괴롭히기 수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무부는 ▲수용자에 대한 상당한 범위를 벗어나는 반복적인 출석조사 요구와 ▲단시간 출석이나 검사실에 출석만 시키고 조사는 하지 않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바 있다.


Q2) 수감 동료가 검찰에 먼저 찾아왔다?

→ KBS는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와 구치소에서 함께 수감 생활을 했던 수감 동료 A 씨를 접촉해 그가 겪은 일화를 뉴스에서 전했다.

A 씨가 출소 직후인 2018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불러 2~3차례 거절하다가 갔었는데, 김 검사가 '당신이 수감 생활 할 당시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 이재명 관련 이야기를 들은 바 없냐?'는 취지의 질문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들은 바 없다'고 말하니 조사는 30분 정도만에 짧게 끝났고, 수고비 차원으로 10만 원을 건네받았다는 게 A 씨의 기억이다.

검찰은 이번 '입장문'에서 A 씨가 검사실에 먼저 찾아왔고, 이준석 전 대표와 관련한 혐의를 스스로 제보했으며 이재명과 관련한 질문은 한 적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일단 검찰 '입장문'에 A 씨가 받았다는 '수고비 10만 원'에 대한 해명은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핵심 쟁점을 둘러싼 A 씨 주장과 검찰의 주장 중 누구 말이 맞는지 당장 판명되긴 힘들다. 다만 취재진이 A 씨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정황을 설명하고자 한다.

A 씨는 2018년 출소 이후 이준석 전 대표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온 사람이 아니다. 완전히 연락이 끊겼고, 취재진도 매우 어렵게 그를 '페이스북'에서 찾아내 '메신저'로 소통을 시작했다. 말하자면 '이준석 측과 꾸준히 교류해온 사람'이 아닌 것이다.

취재진은 페이스북 메신저로 A 씨와 접촉한 이후, 여러차례 통화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구체적인 일화를 들었다. A 씨는 현재 검찰에 매우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택배 관련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렵다고도 토로하고 있다.

A 씨 입장에서 출소 뒤 검찰에 불려간 일은 그 희소성 측면에서 '또렷한 기억'이지만, 반대로 검찰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수많은 조사 대상자 중 한 명인 것이다. 실제 김 검사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A 씨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고, 관련 기억을 먼저 잘 설명하지도 못했다.

9월 7일자 KBS1TV ‘뉴스9’
■ Q3) 실체적 진실에 부합해 다시 기소했다?

→ 십여년 전인 2010년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에게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2명의 남성이 있었다. 검찰은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증거도 없고, 진단서도 없고, 피해 진술도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처벌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2018년 이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기소한다.

이번에 내놓은 검사들 '입장문'을 보면 이른바 피해자들이 "(폭행 당했다는) 최초 진술이 맞다고 진술"해서 기소했다는 취지의 논리다.

우선 검찰이 과거 불기소 처리된 사건을 다시 기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검찰 스스로가 과거 자신의 오류를 드러내는 꼴이기 때문이다. 결정적 증거가 포착되어야만 그렇게 하는데, 그조차도 소극적이라는 시민사회 비판이 있어오기도 했다.

발생 시점으로는 10년도 더 지난 이 오래된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외상도 확인되지 않았고 진단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진술은 오락가락하다 결국 강력부에 와서야 또 다시 뒤집은 셈이다. 오락가락 진술이 한번 더 바뀌었다는 게 두 차례 무혐의를 기소로 바꿀 만큼의 유의미한 상황 변경일까.

피해자들이 강력부에 먼저 고소장을 제출한 것도 아니었다. 검찰이 끄집어낸 사건이다. 전형적인 '캐비닛 사건'(특정인의 과거 자료를 끄집어내 기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취재진이 만난 법조인들의 중론이다.

취재진은 검찰이 이 사건을 끄집어내 기소할 때 사건이 너무 오래돼 공소시효가 문제였고, 그래서 공소시효가 더 긴 '보복폭행'(공소시효 10년)으로 죄목을 바꿔 적용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억지 기소 가능성이다.

검사들 '입장문'은 일부러 그렇게 공소시효를 신경 쓴 것은 아니고, 당초 무혐의 처분될 때도 공소시효 10년짜리 혐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맞는 말이다. 당초 무혐의 처분될 때도 특수협박(공소시효 7년)·특수상해(공소시효 10년) 두 개의 혐의가 검토됐었다.

그렇다면 그냥 공소시효 10년짜리 특수상해로 기소하면 될 일 아닐까? 왜 굳이 보복폭행으로 혐의를 바꿨을까?

특수상해로 기소해봤자 '무죄'가 될 게 너무나 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스스로가 과거 해당 죄목을 무혐의로 봤었고, 상해로 보기엔 피해자들 외상도 증거도 진단서도 없었다. 무엇보다 무혐의를 기소로 뒤바꿀 만한 추가 물증이 없었다.

어떻게든 유죄를 이끌어내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보복폭행'으로라도 성격을 바꿔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취재진이 자문한 변호사들의 의견이다. 이마저도 법원에서 무죄가 나왔다. 재판부는 "진술이 사건 발생 후 8년이 지나서 바뀐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그 진술을 번복한 경위도 명확하지 않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 Q4) 재기수사 명령이 있어서 수사한 것일 뿐이다?

→ 무리한 기소는 또 있었다. 이준석 전 대표는 2016년 회사 주식 80만 주를 딴 회사에 담보로 맡기고 20억 원을 빌렸다. 담보로 맡긴 80만 주 가운데 30만 주를 팔아서 문제가 됐다. 돈을 빌려준 업체가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남은 50만 주의 가치가 빌린 돈의 4배, 즉 80억 원을 넘었다. 넉넉했던 것이다. 검찰도 그래서 무혐의로 결론 내린 사건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이것도 3년만에 다시 기소했다. 검사들은 이번 '입장문'에서 고소인이 무혐의에 동의하지 않아 항고·재항고 절차를 밟았고, 이에 따라 재기수사 명령이 떨어져서 수사했다고 밝혔다. 즉 보복성 수사가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재기수사를 한다고 무조건 기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수사해봐서 유의미한 사실이 나오면 기소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기소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력부가 재기수사를 통해 밝혀낸 유의미한 '추가 팩트'가 있었을까? 사실상 전무했다.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손해가 발생했거나 발생 위험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런 취지의 문장이 세 차례 이상 등장한다. 게다가 2016년 검찰이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을 때 작성한 '불기소결정서'와, 3년 뒤 문제의 강력부가 기소하면서 작성한 공소장을 비교해보면 문장 구성 외에 달라진 것이 없다. 수사로 진전된 부분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취재진의 자문변호사들이 '기소를 위한 기소', '보복성 기소'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입장문'이 취재진의 보도 내용 중 해명하지 않고 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취재진은 이 배임 사건을 '기소하기 힘들다'는 강 모 수사관의 말에, 김 검사가 원색적인 말로 대응을 했다는 일화를 뉴스에서 전한 바 있다. 강 수사관은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말을 아꼈다. 검찰의 '입장문'은 왜 이 대목과 관련해 해명을 하지 않고 있을까.


■ Q5) 가족 상대 보복성 수사는 없었다?

→ 이 전 대표의 어머니는 코마트레이드 근처에서 고깃집을 운영했다. 이 전 대표 회사 직원 80명에게 날마다 점심을 공급하고 돈을 받았다. 1인분에 8천 원이었다.

이 전 대표 기억에 따르면, 검찰이 이 부분을 문제삼고 이 씨와 어머니를 횡령으로 기소하겠다는 압박이 있었다고 한다. 주변 식당 밥값보다 1인분에 1~2천 원 비싸다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기소까지 되진 않았지만 어머니까지 거론한 압박성 조사에 상당한 심리적 위축감을 느꼈다는 게 이 전 대표 말이다.

검찰의 '입장문'을 보면, 이 부분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아예 그런 적 없다는 것이다. 진실 공방이다. 만약 이 전 대표가 거짓을 말하는 것이라면 이 모든 구체적 일화를 날조해서 취재진에게 말한 셈이 된다.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이 전 대표 부인을 수사한 것을 '입장문'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부인이 회사에서 일을 하며 급여를 받은 부분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정당한 대가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취재진이 내용을 소상히 파악했지만 이 전 대표의 내밀한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라 보도에서는 상세한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사생활 사건'에 대해 검찰의 '입장문'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당연하다. 기소됐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법무부나 대검의 감찰이 진행되면 이 사건 관련 내용을 상세히 밝히겠단 입장이다. 취재진의 자문변호사들은 "너무도 전형적인 먼지털이 기소"라고 입을 모았다. "피해를 만드는 범죄로 악용되지 않았는데 이런 건으로 기소되는 것을 본 적은 처음"이라고 말하는 법조인도 있다.

9월 8일자 KBS1TV ‘뉴스 광장’
■ Q6) 이준석과 주고받은 편지가 유일한 근거?

→ 검찰은 취재진이 이 전 대표와 주고받은 편지를 유일한 근거로 삼고 보도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취재진은 이 전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해 사건 조사에 입회한 변호인과 구치소 수감 동료, 당시 수사에 참여한 수사관과 접촉했고, 사건 관련 자료 3천 쪽을 확보해 외부 법률자문단의 의견을 구했다.

이 전 대표와 검찰의 주장 중 배치되는 부분은 향후 감찰이나 수사를 통해 밝혀질 여지가 있다. 이 전 대표는 법무부나 대검의 감찰이 진행된다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KBS 보도 다음날인 지난 8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번 '강압 수사' 의혹이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라며 감찰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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