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① 백만 원 전기자전거 변형해 3천만 원 지원받아…구멍난 산학협력

입력 2021.10.23 (11:34) 수정 2021.10.2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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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업체가 3천만 원의 교육부 지원금을 받아 개발한 ‘친환경 전기자전거’대구의 한 업체가 3천만 원의 교육부 지원금을 받아 개발한 ‘친환경 전기자전거’

■50만~100만 원 시중제품 변형해 3천만 원 지원금 타낸 업체들

대구에 있는 업체가 교육부 예산을 지원받아 자체 개발한 '친환경 전기자전거'입니다. 업체의 기술력으로 시제품을 만든 뒤, 시장에 내놓기 위해 개발했습니다. 자전거 프레임과 손잡이를 세계 최초로 나무로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 전기자전거 1대를 만드는 데 3천만 원의 예산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자전거 아래를 들여다봤더니, 생각지 못한 반전이 있었습니다. 프레임 전체를 나무로 만들었다는 업체 측의 설명과는 달리, 알루미늄 프레임이 감쪽같이 숨겨져 있습니다. 또 알루미늄 프레임에는 이미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다른 업체의 전기자전거 상호가 붙어있습니다. 이미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 나무만 씌워서 국비를 타낸 겁니다.

나무로 만들었다는 전기자전거 프레임 안쪽에 알루미늄 프레임이 숨겨져 있고,  다른 전기자전거 업체 상호도 붙어있다.나무로 만들었다는 전기자전거 프레임 안쪽에 알루미늄 프레임이 숨겨져 있고, 다른 전기자전거 업체 상호도 붙어있다.

스마트폰으로 상호를 검색해봤습니다. 놀랍게도 모양과 기능이 똑같은 전기자전거가 100만 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전기자전거 판매업체에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동일 제품이라는 답변입니다. 전기자전거 판매업자는 "시중에 판매는 자전거와 똑같지만, 특정 지을 수 있는 부분을 모두 가려놓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유명 유모차 브랜드를 업체가 스티커로 가려놓은 모습.유명 유모차 브랜드를 업체가 스티커로 가려놓은 모습.

대구의 또 다른 업체가 3천만 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만든 '친환경 전동유모차'도 다를 바 없습니다. 세계 최초로 유모차 몸통을 나무로 만들고, 전기모터를 달았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업체가 따로 붙여놓은 스티커를 떼어내 보니, 시중에 이미 판매되고 있는 유명 유모차의 상표가 붙어있었습니다. 이 유모차 역시 인터넷에 50만 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파는 제품을 사들인 뒤 형태만 조금 바꿔 60배 가까운 지원금을 타낸 겁니다.

■ 경상국립대학교 "사업화 가능성 높다" 승인

두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인 3천만 원은 교육부 예산이었습니다. 교육부는 특허나 기술을 가진 업체가 시장에 내놓을 시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자산 실용화 개발 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업체 선정부터 사업비 지출, 결과물 확인은 경남 진주에 있는 경상국립대학교가 맡았습니다.


두 업체는 2018년 9월 경상국립대의 공모를 통해 선정됐습니다. 경상국립대는 업체가 제출한 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사업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업선정위원회를 엽니다. 당시 경상국립대 기술비즈니스센터장과 경남테크노파크 실장 등 5명의 선정위원은 두 업체가 제출한 계획이 사업화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제작을 승인했습니다.

석 달 뒤, 두 업체는 자전거와 유모차를 만들었다며 경상국립대에 결과를 보고합니다. 하지만 경상국립대는 수천만 원이 들어간 시제품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사업 담당자들이 사진과 동영상만으로 완성된 시제품을 확인한 뒤 예산을 내준 겁니다. 만들어진 결과물의 소유권은 경상국립대에 있었는데도, 자전거와 유모차는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2년 넘게 해당 업체에 보관돼 있었습니다. 만약 실물을 직접 보고 성능과 만듦새를 확인했다면, 계획과 맞지 않는 허술한 제품인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겁니다.


관리, 감독의 허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경상국립대는 사업비 6천만 원 가운데 3천600여만 원은 경남의 한 기자재업체로부터 재료를 사서 두 업체에 지원합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재료를 사들인 업체를 직접 찾아가 봤더니, 서류상으로만 있는 '유령회사'였습니다.


두 업체가 해당 기자재업체와 거래하겠다고 통보했고, 경상국립대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회사가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돈을 보낸 겁니다.

경상국립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재료를 구매하는 업체를 찾아가서 이 업체가 있다, 없다를 판단할 수는 있는 상황은 아니다. 서류상으로 어찌됐든 이 업체의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서 업체를 선정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상국립대는 두 업체가 부정한 방법으로 교육비 지원금을 타냈다는 제보가 접수돼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두 업체가 받은 교육부 예산은 각각 3천만 원입니다. 시중에서 값싸게 사들인 기성품을 조금만 변형해 예산을 받아냈다면, 나머지 차액에 대한 부분이 어디에 쓰였는지 예산을 지원한 교육부와 경상국립대가 밝혀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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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학협력]① 백만 원 전기자전거 변형해 3천만 원 지원받아…구멍난 산학협력
    • 입력 2021-10-23 11:34:26
    • 수정2021-10-23 12:22:27
    취재K
대구의 한 업체가 3천만 원의 교육부 지원금을 받아 개발한 ‘친환경 전기자전거’
■50만~100만 원 시중제품 변형해 3천만 원 지원금 타낸 업체들

대구에 있는 업체가 교육부 예산을 지원받아 자체 개발한 '친환경 전기자전거'입니다. 업체의 기술력으로 시제품을 만든 뒤, 시장에 내놓기 위해 개발했습니다. 자전거 프레임과 손잡이를 세계 최초로 나무로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 전기자전거 1대를 만드는 데 3천만 원의 예산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자전거 아래를 들여다봤더니, 생각지 못한 반전이 있었습니다. 프레임 전체를 나무로 만들었다는 업체 측의 설명과는 달리, 알루미늄 프레임이 감쪽같이 숨겨져 있습니다. 또 알루미늄 프레임에는 이미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다른 업체의 전기자전거 상호가 붙어있습니다. 이미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 나무만 씌워서 국비를 타낸 겁니다.

나무로 만들었다는 전기자전거 프레임 안쪽에 알루미늄 프레임이 숨겨져 있고,  다른 전기자전거 업체 상호도 붙어있다.
스마트폰으로 상호를 검색해봤습니다. 놀랍게도 모양과 기능이 똑같은 전기자전거가 100만 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전기자전거 판매업체에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동일 제품이라는 답변입니다. 전기자전거 판매업자는 "시중에 판매는 자전거와 똑같지만, 특정 지을 수 있는 부분을 모두 가려놓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유명 유모차 브랜드를 업체가 스티커로 가려놓은 모습.
대구의 또 다른 업체가 3천만 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만든 '친환경 전동유모차'도 다를 바 없습니다. 세계 최초로 유모차 몸통을 나무로 만들고, 전기모터를 달았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업체가 따로 붙여놓은 스티커를 떼어내 보니, 시중에 이미 판매되고 있는 유명 유모차의 상표가 붙어있었습니다. 이 유모차 역시 인터넷에 50만 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파는 제품을 사들인 뒤 형태만 조금 바꿔 60배 가까운 지원금을 타낸 겁니다.

■ 경상국립대학교 "사업화 가능성 높다" 승인

두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인 3천만 원은 교육부 예산이었습니다. 교육부는 특허나 기술을 가진 업체가 시장에 내놓을 시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자산 실용화 개발 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업체 선정부터 사업비 지출, 결과물 확인은 경남 진주에 있는 경상국립대학교가 맡았습니다.


두 업체는 2018년 9월 경상국립대의 공모를 통해 선정됐습니다. 경상국립대는 업체가 제출한 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사업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업선정위원회를 엽니다. 당시 경상국립대 기술비즈니스센터장과 경남테크노파크 실장 등 5명의 선정위원은 두 업체가 제출한 계획이 사업화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제작을 승인했습니다.

석 달 뒤, 두 업체는 자전거와 유모차를 만들었다며 경상국립대에 결과를 보고합니다. 하지만 경상국립대는 수천만 원이 들어간 시제품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사업 담당자들이 사진과 동영상만으로 완성된 시제품을 확인한 뒤 예산을 내준 겁니다. 만들어진 결과물의 소유권은 경상국립대에 있었는데도, 자전거와 유모차는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2년 넘게 해당 업체에 보관돼 있었습니다. 만약 실물을 직접 보고 성능과 만듦새를 확인했다면, 계획과 맞지 않는 허술한 제품인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겁니다.


관리, 감독의 허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경상국립대는 사업비 6천만 원 가운데 3천600여만 원은 경남의 한 기자재업체로부터 재료를 사서 두 업체에 지원합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재료를 사들인 업체를 직접 찾아가 봤더니, 서류상으로만 있는 '유령회사'였습니다.


두 업체가 해당 기자재업체와 거래하겠다고 통보했고, 경상국립대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회사가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돈을 보낸 겁니다.

경상국립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재료를 구매하는 업체를 찾아가서 이 업체가 있다, 없다를 판단할 수는 있는 상황은 아니다. 서류상으로 어찌됐든 이 업체의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서 업체를 선정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상국립대는 두 업체가 부정한 방법으로 교육비 지원금을 타냈다는 제보가 접수돼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두 업체가 받은 교육부 예산은 각각 3천만 원입니다. 시중에서 값싸게 사들인 기성품을 조금만 변형해 예산을 받아냈다면, 나머지 차액에 대한 부분이 어디에 쓰였는지 예산을 지원한 교육부와 경상국립대가 밝혀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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