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 자격증 있으나 마나

입력 2004.0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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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가고시 가운데 한약사 시험이라는 게 있습니다.
한약사란 양방의 약사처럼 한약을 조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사람인데요.
⊙앵커: 한방의약분업을 전제로 만들어진 이 한약사가 의약분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복창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의사와 약사가 한약조제권 등을 놓고 다투던 지난 93년.
양측은 그 다음해 한방의약분업을 3년 안에 실시한다는 중재안에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약조제를 맡을 한약사를 양성하기로 하고 지난 96년 한약학과를 신설했습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습니다.
한약학과를 졸업한 뒤 국가고시를 봐 지난해 한약사 면허를 받은 37살 김정탁 씨.
한약국은 열었지만 정작 한약을 조제할 수 없습니다.
한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한약을 조제할 수 있지만 한방의약분업이 아직 안 돼 처방전을 줄 한의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김정탁(한약사): 한의사 처방전이 나오지가 않는데 그러면 한의사 처방전 없이 약을 조제를 했을 경우에는 불법조제가 돼 가지고 단속이 될 수가 있고...
⊙기자: 한약의 판매 또한 문제입니다.
한의사의 처방전이 없는 만큼 한약을 팔려면 1kg 단위 포장상태로만 팔아야지 개봉해서 팔지는 못합니다.
이렇다 보니 불법조제와 판매는 어쩔 수 없습니다.
⊙한약사: 처방전을 갖지 않고 조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법적인 것 다 맞춰서 한다고 그러면 (한약국)업권을 유지 할 수 없는 거죠.
⊙기자: 한약사가 현재 할 수 있는 의료행위는 십전대보탕 등 100가지 처방뿐입니다.
하지만 한약방 운영업자인 한약업사들도 2만여 가지의 약재를 조제할 수 있는 만큼 한약사는 경쟁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한약사: 능력은 갖추기는 했는데 그걸 써먹지 못하게 돼 있으니까 제도적으로...
한약사라는 자격증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는 거죠.
탕제원 같은 경우도 아무런 자격증 없어도 저희들보다 더 많이 활용하는데...
⊙기자: 따라서 지난 2000년부터 배출된 한약사는 260여 명 이지만 한약국을 연 한약사는 3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박석재(대한한약사회 상임이사): 한방의약분업이 안 된 상태에서 한약을 조제해서 한의사에게는 무제한적으로 허용을 해 주는 상황에서 막상 한약 담당자인 한약사에게는 조제를 제한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불합리한 처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기자: 현재 한약학과는 이 대학교를 포함해 전국 3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졸업생은 한 해 120명씩 배출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국가고시 면허증인 한약사가 설 자리를 잃으면서 한약학과 학생들의 위기의식도 높아만 갑니다.
⊙이주영(원광대 한약학과 학생회장): 판매에서도 많은 제한이 있고 조제에서도 법적으로 뒷받침이 많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학생들이 졸업하려는 사람이나 지금 신입생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 자체가 많이 불안해 하고 있는 게 지금 현 실정입니다.
⊙홍승헌(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텐데 오직 그런 이해관계에 너무 틈새에서 뭔가 방법을 못 찾고 있는 게 아닌가 안타깝죠...
⊙기자: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당초 약속했던 한방의약분업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윤태기(보건복지부 한약과 담당 공무원): 한약사 제도가 도입된 후 한약사의 배출이 3년 정도밖에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도를 시행해 나가면서 한약사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기자: 정부의 원칙 없는 행정으로 무늬만 면허증인 한약사 제도.
고급 인력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한방의약분업에 대한 청사진이 하루빨리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KBS뉴스 복창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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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약사 자격증 있으나 마나
    • 입력 2004-01-15 20:00:00
    뉴스타임
⊙앵커: 국가고시 가운데 한약사 시험이라는 게 있습니다. 한약사란 양방의 약사처럼 한약을 조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사람인데요. ⊙앵커: 한방의약분업을 전제로 만들어진 이 한약사가 의약분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복창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의사와 약사가 한약조제권 등을 놓고 다투던 지난 93년. 양측은 그 다음해 한방의약분업을 3년 안에 실시한다는 중재안에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약조제를 맡을 한약사를 양성하기로 하고 지난 96년 한약학과를 신설했습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습니다. 한약학과를 졸업한 뒤 국가고시를 봐 지난해 한약사 면허를 받은 37살 김정탁 씨. 한약국은 열었지만 정작 한약을 조제할 수 없습니다. 한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한약을 조제할 수 있지만 한방의약분업이 아직 안 돼 처방전을 줄 한의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김정탁(한약사): 한의사 처방전이 나오지가 않는데 그러면 한의사 처방전 없이 약을 조제를 했을 경우에는 불법조제가 돼 가지고 단속이 될 수가 있고... ⊙기자: 한약의 판매 또한 문제입니다. 한의사의 처방전이 없는 만큼 한약을 팔려면 1kg 단위 포장상태로만 팔아야지 개봉해서 팔지는 못합니다. 이렇다 보니 불법조제와 판매는 어쩔 수 없습니다. ⊙한약사: 처방전을 갖지 않고 조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법적인 것 다 맞춰서 한다고 그러면 (한약국)업권을 유지 할 수 없는 거죠. ⊙기자: 한약사가 현재 할 수 있는 의료행위는 십전대보탕 등 100가지 처방뿐입니다. 하지만 한약방 운영업자인 한약업사들도 2만여 가지의 약재를 조제할 수 있는 만큼 한약사는 경쟁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한약사: 능력은 갖추기는 했는데 그걸 써먹지 못하게 돼 있으니까 제도적으로... 한약사라는 자격증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는 거죠. 탕제원 같은 경우도 아무런 자격증 없어도 저희들보다 더 많이 활용하는데... ⊙기자: 따라서 지난 2000년부터 배출된 한약사는 260여 명 이지만 한약국을 연 한약사는 3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박석재(대한한약사회 상임이사): 한방의약분업이 안 된 상태에서 한약을 조제해서 한의사에게는 무제한적으로 허용을 해 주는 상황에서 막상 한약 담당자인 한약사에게는 조제를 제한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불합리한 처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기자: 현재 한약학과는 이 대학교를 포함해 전국 3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졸업생은 한 해 120명씩 배출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국가고시 면허증인 한약사가 설 자리를 잃으면서 한약학과 학생들의 위기의식도 높아만 갑니다. ⊙이주영(원광대 한약학과 학생회장): 판매에서도 많은 제한이 있고 조제에서도 법적으로 뒷받침이 많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학생들이 졸업하려는 사람이나 지금 신입생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 자체가 많이 불안해 하고 있는 게 지금 현 실정입니다. ⊙홍승헌(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텐데 오직 그런 이해관계에 너무 틈새에서 뭔가 방법을 못 찾고 있는 게 아닌가 안타깝죠... ⊙기자: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당초 약속했던 한방의약분업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윤태기(보건복지부 한약과 담당 공무원): 한약사 제도가 도입된 후 한약사의 배출이 3년 정도밖에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도를 시행해 나가면서 한약사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기자: 정부의 원칙 없는 행정으로 무늬만 면허증인 한약사 제도. 고급 인력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한방의약분업에 대한 청사진이 하루빨리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KBS뉴스 복창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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