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가 학생에게 시험지 유출…교수들은 ‘묵인’

입력 2021.11.09 (09:52) 수정 2021.11.0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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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광주의 한 대학교에서 학과 조교가 학생에게 전공 과목 시험지를 통째로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학과 교수들은 이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최근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학교의 명예를 위해 넘어가자'고도 했는데요.

대학 학사 관리,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요? 손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둔 광주의 한 대학교.

학생 A씨는 시험에 도움을 줄 자료가 있다는 말에 평소 알고 지내던 조교 B씨의 이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았습니다.

B씨의 아이디로 로그인한 A씨가 이메일 계정에서 발견한 건 전공 과목 시험지.

A씨는 시험지를 출력하기까지 했지만 부정행위자로 몰릴 게 두려워 교수들을 찾아가 사정을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교수들은 시험 문제를 바꾸거나 시험지 유출 사실을 학교에 알리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A 학생/음성변조 : "계속 시험 때까지 아무 말이 없으셨어요. 교수님이. 저는 '시험 따로 안 보나요' 이렇게 얘기했는데도 '그냥 가만히 있어봐라.' 이렇게 얘기하고…."]

이런 사실은 1년여 만에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학생들은 시험이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며 거세게 비판하며 징계 등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학과 교수들은 학생들을 만나 당시 판단을 잘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국가고시가 얼마 안 남았다"며 "학교의 명예를 위해 여기서 마무리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교수님이) 그때도 약간 쉬쉬하려는 '그럴 수도 있다', '같은 학생, 같은 학과 출신이니까 봐주자', '인간은 실수를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셔 가지고 그때 학생들의 반발이 더 컸죠."]

이와 관련해 일부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시험지를 미리 받은 A 학생에 대해 직전 학기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하는 등, 성적의 이득을 얻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민원을 접수한 교육부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고할 것을 대학에 요구했습니다.

대학 측은 시험지 유출 사실을 인정하며 교수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손준수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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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교가 학생에게 시험지 유출…교수들은 ‘묵인’
    • 입력 2021-11-09 09:52:22
    • 수정2021-11-09 10:43:24
    930뉴스(광주)
[앵커]

지난해 광주의 한 대학교에서 학과 조교가 학생에게 전공 과목 시험지를 통째로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학과 교수들은 이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최근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학교의 명예를 위해 넘어가자'고도 했는데요.

대학 학사 관리,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요? 손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둔 광주의 한 대학교.

학생 A씨는 시험에 도움을 줄 자료가 있다는 말에 평소 알고 지내던 조교 B씨의 이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았습니다.

B씨의 아이디로 로그인한 A씨가 이메일 계정에서 발견한 건 전공 과목 시험지.

A씨는 시험지를 출력하기까지 했지만 부정행위자로 몰릴 게 두려워 교수들을 찾아가 사정을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교수들은 시험 문제를 바꾸거나 시험지 유출 사실을 학교에 알리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A 학생/음성변조 : "계속 시험 때까지 아무 말이 없으셨어요. 교수님이. 저는 '시험 따로 안 보나요' 이렇게 얘기했는데도 '그냥 가만히 있어봐라.' 이렇게 얘기하고…."]

이런 사실은 1년여 만에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학생들은 시험이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며 거세게 비판하며 징계 등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학과 교수들은 학생들을 만나 당시 판단을 잘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국가고시가 얼마 안 남았다"며 "학교의 명예를 위해 여기서 마무리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교수님이) 그때도 약간 쉬쉬하려는 '그럴 수도 있다', '같은 학생, 같은 학과 출신이니까 봐주자', '인간은 실수를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셔 가지고 그때 학생들의 반발이 더 컸죠."]

이와 관련해 일부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시험지를 미리 받은 A 학생에 대해 직전 학기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하는 등, 성적의 이득을 얻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민원을 접수한 교육부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고할 것을 대학에 요구했습니다.

대학 측은 시험지 유출 사실을 인정하며 교수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손준수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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