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② 관리 없는 영국 재택치료…“가보지 않은 길, 준비 철저해야”

입력 2021.11.10 (18:20) 수정 2021.11.1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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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지난 7월에 '프리덤 데이(Freedom Day)'라며 모든 방역을 해제했습니다.

지금까지 4개월 동안 '프리덤 데이'를 경험한 영국의 상황은 어떤지, KBS가 1주일 동안 런던 현지에서 취재를 했습니다.

앞서 취재후 1편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자유로워진 일상과 현지 전문가들이 본 영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살펴봤는데요,

이번 2편에서는 재택치료 등 코로나19 관리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 수만 명 확진에 재택치료자 폭증…관리 허술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프리덤 데이' 이후 수만 명대로 폭증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일상회복 여파로 확진자가 3천 명, 5천 명을 넘어 1만 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택치료를 받고 있는 확진자는 약 4천 명에 달하는데요. 확진자가 늘면서 재택치료 인원도 자연히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취재진은 영국의 재택치료 사례에 주목했습니다.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런던의 재택치료 경험자 2명을 직접 만났습니다.

런던 재택치료 경험자 2명을 만나 당시 상황을 물었다.런던 재택치료 경험자 2명을 만나 당시 상황을 물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한 건 '재택치료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영국 유학 생활 10년째인 23살 김 모 씨는 지난 9월 코로나19에 감염됐습니다. 자가검사로 확진 사실을 알게 됐는데, 영국 보건기구 NHS에 연락했더니 돌아온 답은 "알아서 하라"는 거였습니다.

지난 9월 재택치료를 경험했던 김 모 씨 인터뷰 영상지난 9월 재택치료를 경험했던 김 모 씨 인터뷰 영상

우리나라에서 재택치료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의료키트 같은 건 영국에 없었습니다. 약을 직접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확진 상태인 걸 알면서도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김씨는 토로했습니다.

인도 출신의 이민자 50살 아윱 씨 또한 집에서 머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중증 환자로 증상이 악화됐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다행히 치료를 끝내고 퇴원했지만 지금도 가슴이 답답한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 9월 재택치료를 경험했던 아윱 씨 인터뷰 영상지난 9월 재택치료를 경험했던 아윱 씨 인터뷰 영상

영국의 재택치료 지침은 "집에서 열흘간 쉬라"는 것뿐, 정기적인 건강 검진이나 거주 확인 등은 없습니다. 매일 자가진단과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재택 여부를 확인 받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형편입니다.

영국의 전문가들은 "재택치료 대상자 중 10% 이상이 실제로는 재택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재택치료나 자가격리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잔 미치 교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행동변화센터 (SAGE 자문위원)수잔 미치 교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행동변화센터 (SAGE 자문위원)

SAGE(Scientific Advisory Group on Emergencies/ 영국 정부 긴급상황과학자문그룹) 자문 위원이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행동변화센터수장인 수잔 미치 교수는 "재정적인 문제가 있거나 일자리를 잃을까봐 두려워 재택치료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집에서 격리해도 버틸 수 있도록 적절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할 것을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잔 미치 교수 /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행동변화센터 인터뷰 영상수잔 미치 교수 /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행동변화센터 인터뷰 영상

재택치료ㆍ자가격리 대상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확진자의 감염 고리가 끊이지 않을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 나라의 코로나19 치명률은 0.78%선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영국의 치명률은 1.5%에 달합니다.

“이제라도 마스크 착용하자”

확진자는 급증하는데 백신 접종 완료율은 한달 넘게 60%대에 머무르자, 영국에선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습니다.

영국의 보건안전국 자문위원인 셰필드대학교 국제공중보건학 앤드류 리 교수는 "결국엔 밀폐된 공간에선 마스크 착용이 감염 확산을 막거나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앤드류 리 교수 / 셰필드대학교 국제공중보건학 (영국 보건안전국 자문위원)앤드류 리 교수 / 셰필드대학교 국제공중보건학 (영국 보건안전국 자문위원)

이런 가운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달 27일, 수개월 만에 의회에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습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회에 참석했다.보리스 존슨 총리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회에 참석했다.

이전까지는 총리도 의원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의회에 출석했는데, 영국 정부도 코로나19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일, 영국 글래스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지난 2일, 영국 글래스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지난 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렸는데요. 전 세계 약 2백 개 나라 대표단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집결한 곳이 영국이었는데, 단 한 사람도 마스크 안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해 앤드류 교수는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는 '뉴노멀 시대'로 갈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독감과 같은 다른 호흡기 질환을 막는 예방 효과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앤드류 리 교수 / 셰필드대학교 국제공중보건학 인터뷰 영상앤드류 리 교수 / 셰필드대학교 국제공중보건학 인터뷰 영상

짧은 1주일의 취재로 영국의 방역 정책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영국의 '프리덤 데이', 우리의 '위드 코로나' 정책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길이 옳았고, 빠른 길이었다고 예단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나 자신이 확진될 수도 있다는 우려, 혹은 가족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안고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길 원하는 이들은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제 막 시작된 '위드 코로나'와의 1주일, 안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연관 기사]
영국 접종 완료율 정체…“백신 거부” vs “마스크라도 쓰자”(11월 1일, 런던 현지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4502
영국, 수만 명 확진자에 재택 치료는 사실상 방치(11월 2일, 런던 현지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5496
[취재후]① 마스크 벗고 되찾은 일상, 수만 명 확진자 감내하는 영국(11월 9일, 취재후 1편)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20774


(그래픽제작 : 강한결, 남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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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② 관리 없는 영국 재택치료…“가보지 않은 길, 준비 철저해야”
    • 입력 2021-11-10 18:20:28
    • 수정2021-11-10 18:21:50
    취재후·사건후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지난 7월에 '프리덤 데이(Freedom Day)'라며 모든 방역을 해제했습니다.

지금까지 4개월 동안 '프리덤 데이'를 경험한 영국의 상황은 어떤지, KBS가 1주일 동안 런던 현지에서 취재를 했습니다.

앞서 취재후 1편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자유로워진 일상과 현지 전문가들이 본 영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살펴봤는데요,

이번 2편에서는 재택치료 등 코로나19 관리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 수만 명 확진에 재택치료자 폭증…관리 허술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프리덤 데이' 이후 수만 명대로 폭증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일상회복 여파로 확진자가 3천 명, 5천 명을 넘어 1만 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택치료를 받고 있는 확진자는 약 4천 명에 달하는데요. 확진자가 늘면서 재택치료 인원도 자연히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취재진은 영국의 재택치료 사례에 주목했습니다.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런던의 재택치료 경험자 2명을 직접 만났습니다.

런던 재택치료 경험자 2명을 만나 당시 상황을 물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한 건 '재택치료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영국 유학 생활 10년째인 23살 김 모 씨는 지난 9월 코로나19에 감염됐습니다. 자가검사로 확진 사실을 알게 됐는데, 영국 보건기구 NHS에 연락했더니 돌아온 답은 "알아서 하라"는 거였습니다.

지난 9월 재택치료를 경험했던 김 모 씨 인터뷰 영상
우리나라에서 재택치료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의료키트 같은 건 영국에 없었습니다. 약을 직접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확진 상태인 걸 알면서도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김씨는 토로했습니다.

인도 출신의 이민자 50살 아윱 씨 또한 집에서 머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중증 환자로 증상이 악화됐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다행히 치료를 끝내고 퇴원했지만 지금도 가슴이 답답한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 9월 재택치료를 경험했던 아윱 씨 인터뷰 영상
영국의 재택치료 지침은 "집에서 열흘간 쉬라"는 것뿐, 정기적인 건강 검진이나 거주 확인 등은 없습니다. 매일 자가진단과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재택 여부를 확인 받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형편입니다.

영국의 전문가들은 "재택치료 대상자 중 10% 이상이 실제로는 재택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재택치료나 자가격리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잔 미치 교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행동변화센터 (SAGE 자문위원)
SAGE(Scientific Advisory Group on Emergencies/ 영국 정부 긴급상황과학자문그룹) 자문 위원이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행동변화센터수장인 수잔 미치 교수는 "재정적인 문제가 있거나 일자리를 잃을까봐 두려워 재택치료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집에서 격리해도 버틸 수 있도록 적절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할 것을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잔 미치 교수 /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행동변화센터 인터뷰 영상
재택치료ㆍ자가격리 대상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확진자의 감염 고리가 끊이지 않을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 나라의 코로나19 치명률은 0.78%선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영국의 치명률은 1.5%에 달합니다.

“이제라도 마스크 착용하자”

확진자는 급증하는데 백신 접종 완료율은 한달 넘게 60%대에 머무르자, 영국에선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습니다.

영국의 보건안전국 자문위원인 셰필드대학교 국제공중보건학 앤드류 리 교수는 "결국엔 밀폐된 공간에선 마스크 착용이 감염 확산을 막거나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앤드류 리 교수 / 셰필드대학교 국제공중보건학 (영국 보건안전국 자문위원)
이런 가운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달 27일, 수개월 만에 의회에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습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회에 참석했다.
이전까지는 총리도 의원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의회에 출석했는데, 영국 정부도 코로나19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일, 영국 글래스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지난 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렸는데요. 전 세계 약 2백 개 나라 대표단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집결한 곳이 영국이었는데, 단 한 사람도 마스크 안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해 앤드류 교수는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는 '뉴노멀 시대'로 갈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독감과 같은 다른 호흡기 질환을 막는 예방 효과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앤드류 리 교수 / 셰필드대학교 국제공중보건학 인터뷰 영상
짧은 1주일의 취재로 영국의 방역 정책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영국의 '프리덤 데이', 우리의 '위드 코로나' 정책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길이 옳았고, 빠른 길이었다고 예단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나 자신이 확진될 수도 있다는 우려, 혹은 가족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안고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길 원하는 이들은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제 막 시작된 '위드 코로나'와의 1주일, 안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연관 기사]
영국 접종 완료율 정체…“백신 거부” vs “마스크라도 쓰자”(11월 1일, 런던 현지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4502
영국, 수만 명 확진자에 재택 치료는 사실상 방치(11월 2일, 런던 현지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5496
[취재후]① 마스크 벗고 되찾은 일상, 수만 명 확진자 감내하는 영국(11월 9일, 취재후 1편)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20774


(그래픽제작 : 강한결, 남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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