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위한 보조금 1억 넘게 빼돌린 교수들에 ‘유죄’ 선고

입력 2021.11.22 (14:38) 수정 2021.11.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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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에게 써야 할 보조금 1억 원을 수년에 걸쳐 편취한 대학 교수들에게 잇따라 징역형과 벌금형이 선고됐다. KBS가 관련 사건을 보도한 지 2년 만에 내려진 판결이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류지원 판사)은 22일, 사기와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지역 모 대학 교수 고 모(56) 씨에게 징역 1년형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또 지방재정법 위반 방조와 사기 방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학부 강사 강 모(43) 씨 등 6명에게 벌금 250~7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고 씨는 대학에서 산학협력단장으로 재직하던 2016~2018년 제주도로부터 지원받은 '청년 맞춤형 인력양성사업' 보조금 1억 500만 원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청년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은 맞춤형 교육을 통해 청년들에게 취업을 제공하고, 동시에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사업으로, 재학생이나 졸업예정자, 청년실업자 등에게 교육비 전액과 현장실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주도가 도내 대학교로부터 공모를 받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청년 맞춤형 인력양성사업 사업비 지급 청구서청년 맞춤형 인력양성사업 사업비 지급 청구서

공소사실을 보면, 고 씨는 학생들을 상대로 내외부 강사 6명을 꾸려 직업전문 교육(이론 32시간, 실습 129시간)과 직장적응훈련(80시간)을 교육하겠다고 제주도에 사업계획서를 낸 뒤, 실제로는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보조금을 받아 편취했다.

고 씨는 학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하고 현장실습 운영도 어려웠지만, 제주도에는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처럼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하고 정산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벌금형을 받은 나머지 교수들은 이 과정에서 강사로 참여하지 않은 채 강사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교수는 강사료 일부를 챙긴 뒤 나머지는 금액을 고 씨에게 되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고 씨의 사기 행위와 지방재정법 위반을 방조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애초에 정상적으로 보조 사업을 진행할 의사나 능력 없이 보조금을 교부받았다"며 "최초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부인하면서 공동 피고인들에게 강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사실 확인을 요청하거나, 보조사업 참여 학생들에게 연락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종전에도 사기 범행으로 벌금형을 처벌받았는데 재차 범행을 저질렀다"며 "대학교수의 본분을 잊은 채 지위를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고 씨는 재판 과정에서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지만, 재판부는 대학교수직 상실 여부는 법원이 고려해야 할 양형 요소가 아니라고 밝혔다.

나머지 교수들에 대해서는 편취 범행을 방조해 죄가 가볍지 않지만, 피고인들이 취한 경제적 이익과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형을 선고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대학교의 학교법인에 대해서도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한편 제주도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2019년부터 해당 대학에 대한 청년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있다. 교수들의 비위 행위로 학생들에게 써야 할 보조금 지원이 중단된 것이다. 제주도는 관계자는 "고 씨가 올해 초 편취한 1억 500만 원 전액을 환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지방보조금법에 따라 해당 대학에 보조금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연관 기사]
① [탐사K] 취준생 위한 수천만 원 보조금의 민낯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200529
② [탐사K] 모 대학 2017년도 사업도 엉터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20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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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준생 위한 보조금 1억 넘게 빼돌린 교수들에 ‘유죄’ 선고
    • 입력 2021-11-22 14:38:07
    • 수정2021-11-22 16:16:32
    취재K

취업준비생에게 써야 할 보조금 1억 원을 수년에 걸쳐 편취한 대학 교수들에게 잇따라 징역형과 벌금형이 선고됐다. KBS가 관련 사건을 보도한 지 2년 만에 내려진 판결이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류지원 판사)은 22일, 사기와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지역 모 대학 교수 고 모(56) 씨에게 징역 1년형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또 지방재정법 위반 방조와 사기 방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학부 강사 강 모(43) 씨 등 6명에게 벌금 250~7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고 씨는 대학에서 산학협력단장으로 재직하던 2016~2018년 제주도로부터 지원받은 '청년 맞춤형 인력양성사업' 보조금 1억 500만 원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청년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은 맞춤형 교육을 통해 청년들에게 취업을 제공하고, 동시에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사업으로, 재학생이나 졸업예정자, 청년실업자 등에게 교육비 전액과 현장실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주도가 도내 대학교로부터 공모를 받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청년 맞춤형 인력양성사업 사업비 지급 청구서
공소사실을 보면, 고 씨는 학생들을 상대로 내외부 강사 6명을 꾸려 직업전문 교육(이론 32시간, 실습 129시간)과 직장적응훈련(80시간)을 교육하겠다고 제주도에 사업계획서를 낸 뒤, 실제로는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보조금을 받아 편취했다.

고 씨는 학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하고 현장실습 운영도 어려웠지만, 제주도에는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처럼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하고 정산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벌금형을 받은 나머지 교수들은 이 과정에서 강사로 참여하지 않은 채 강사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교수는 강사료 일부를 챙긴 뒤 나머지는 금액을 고 씨에게 되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고 씨의 사기 행위와 지방재정법 위반을 방조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애초에 정상적으로 보조 사업을 진행할 의사나 능력 없이 보조금을 교부받았다"며 "최초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부인하면서 공동 피고인들에게 강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사실 확인을 요청하거나, 보조사업 참여 학생들에게 연락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종전에도 사기 범행으로 벌금형을 처벌받았는데 재차 범행을 저질렀다"며 "대학교수의 본분을 잊은 채 지위를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고 씨는 재판 과정에서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지만, 재판부는 대학교수직 상실 여부는 법원이 고려해야 할 양형 요소가 아니라고 밝혔다.

나머지 교수들에 대해서는 편취 범행을 방조해 죄가 가볍지 않지만, 피고인들이 취한 경제적 이익과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형을 선고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대학교의 학교법인에 대해서도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한편 제주도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2019년부터 해당 대학에 대한 청년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있다. 교수들의 비위 행위로 학생들에게 써야 할 보조금 지원이 중단된 것이다. 제주도는 관계자는 "고 씨가 올해 초 편취한 1억 500만 원 전액을 환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지방보조금법에 따라 해당 대학에 보조금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연관 기사]
① [탐사K] 취준생 위한 수천만 원 보조금의 민낯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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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20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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