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키운 불평등…“똑같이 열심히 일했는데”

입력 2022.01.01 (21:49) 수정 2022.01.0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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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해 첫날, 지난해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코로나 19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여러 기록들을 써 내려가며 4%대 성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와 도약에서 혜택을 못 본 사람들의 상실감은 더 커졌습니다.

열심히 일했지만 일자리를 잃고, 열심히 모았지만 또래보다 뒤처진 사람들.

특히 부동산 가격 급등 속에 좋은 일자리에서 소외된 청년들의 어려움은 깊어지고, 또 더 굳어졌습니다.

이런 우리 이웃들의 얘기를 통해 올해 우리 사회가 풀어내야 할 불평등 문제, 돌아봅니다.

먼저 박예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오후 2시.

사무실에 나온 직원은 단 두 명뿐입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일주일에 이틀만 출근하고 사흘은 집에서 일합니다.

나오는 날도, 일하는 시간도 스스로 정하면 됩니다.

[최승룡/재택 근무 시행 : "아침 6시에 출근해서 오후 3시에 퇴근하고 있습니다. 6살 된 딸 아이가 있는데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4시예요."]

특별한 상황에 한해 허용되던 재택 근무가 이제 일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행정 사무직을 비롯해 금융, 보험, 연구직 등 비대면으로 일할 수 있고, 재택 근무도 가능한 업종은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약 29%를 차지합니다.

이들 업종은 빠르게 변화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일하기 위한 준비를 다 마쳤지만, 갑자기 현실이 달라졌습니다.

다니던 호텔에서 지난달 해고 통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고진수/호텔 노동자 : "8개월 정도의 위로금으로, 나가서 바로 비정규직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 일자리조차도 없는데 이거 받고 나가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어려운 게 우리들의 잘못이 아니다..."]

집에서 근무할 수 없고 손님을 직접 봐야 하는 직종일수록 코로나 19의 상흔은 이렇게 더 깊이 남았습니다.

바뀐 환경 속에 화장품 매장 판매직원들도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온라인 판매가 늘면서 할 일은 더 생겼지만, 임금은 오히려 줄었다는 것입니다.

[하인주/화장품 판매 노동자 : "(매출이) 목표 달성을 못 하다 보니까 인센티브 자체를 타는 비율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게 되죠."]

[김소연/화장품 판매 노동자 : "코로나 때문에 인원도 채용이 동결된 상태에서 자연감소된 인원도 있는데, 하는 일만 굉장히 많고 임금은 주는 그런 상황이 됐었고..."]

대면 업무 강도도 높고 재택도 불가능해 코로나 19에 취약한 업종은 전체의 약 30% 정도.

정 반대 상황에 놓인 각각의 다른 집단은 고용 규모와 근무 환경, 임금 등에서 차이를 점점 벌려가고 있습니다.

[고진수/호텔 노동자 : "지금까지 현장에서 열심히 일해 온 것밖에 없는데 이렇게 그냥 쫓기게 된 게 정말 좀 억울하고..."]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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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가 키운 불평등…“똑같이 열심히 일했는데”
    • 입력 2022-01-01 21:49:08
    • 수정2022-01-01 22:08:50
    뉴스 9
[앵커]

새해 첫날, 지난해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코로나 19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여러 기록들을 써 내려가며 4%대 성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와 도약에서 혜택을 못 본 사람들의 상실감은 더 커졌습니다.

열심히 일했지만 일자리를 잃고, 열심히 모았지만 또래보다 뒤처진 사람들.

특히 부동산 가격 급등 속에 좋은 일자리에서 소외된 청년들의 어려움은 깊어지고, 또 더 굳어졌습니다.

이런 우리 이웃들의 얘기를 통해 올해 우리 사회가 풀어내야 할 불평등 문제, 돌아봅니다.

먼저 박예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오후 2시.

사무실에 나온 직원은 단 두 명뿐입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일주일에 이틀만 출근하고 사흘은 집에서 일합니다.

나오는 날도, 일하는 시간도 스스로 정하면 됩니다.

[최승룡/재택 근무 시행 : "아침 6시에 출근해서 오후 3시에 퇴근하고 있습니다. 6살 된 딸 아이가 있는데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4시예요."]

특별한 상황에 한해 허용되던 재택 근무가 이제 일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행정 사무직을 비롯해 금융, 보험, 연구직 등 비대면으로 일할 수 있고, 재택 근무도 가능한 업종은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약 29%를 차지합니다.

이들 업종은 빠르게 변화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일하기 위한 준비를 다 마쳤지만, 갑자기 현실이 달라졌습니다.

다니던 호텔에서 지난달 해고 통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고진수/호텔 노동자 : "8개월 정도의 위로금으로, 나가서 바로 비정규직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 일자리조차도 없는데 이거 받고 나가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어려운 게 우리들의 잘못이 아니다..."]

집에서 근무할 수 없고 손님을 직접 봐야 하는 직종일수록 코로나 19의 상흔은 이렇게 더 깊이 남았습니다.

바뀐 환경 속에 화장품 매장 판매직원들도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온라인 판매가 늘면서 할 일은 더 생겼지만, 임금은 오히려 줄었다는 것입니다.

[하인주/화장품 판매 노동자 : "(매출이) 목표 달성을 못 하다 보니까 인센티브 자체를 타는 비율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게 되죠."]

[김소연/화장품 판매 노동자 : "코로나 때문에 인원도 채용이 동결된 상태에서 자연감소된 인원도 있는데, 하는 일만 굉장히 많고 임금은 주는 그런 상황이 됐었고..."]

대면 업무 강도도 높고 재택도 불가능해 코로나 19에 취약한 업종은 전체의 약 30% 정도.

정 반대 상황에 놓인 각각의 다른 집단은 고용 규모와 근무 환경, 임금 등에서 차이를 점점 벌려가고 있습니다.

[고진수/호텔 노동자 : "지금까지 현장에서 열심히 일해 온 것밖에 없는데 이렇게 그냥 쫓기게 된 게 정말 좀 억울하고..."]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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