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사투리 쓰지 마라”…경제난 속 육아 정책 한계는?

입력 2022.01.15 (08:03) 수정 2022.01.1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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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이 어린이 양육 환경을 개선하라고 지시하면서 북한 매체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습니다.

자녀의 키를 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지어 표준말을 가르쳐야 한다는 내용까지 전파를 타고 있습니다.

네. 북한은 국가 차원의 양육 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모의 책임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탁아소나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려면 돈을 내야 하는 실정이라고 하는데요.

경제난 속 북한 육아 정책의 한계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우리의 고아원에 해당하는 평양 육아원.

두세 살 어린아이들의 장난감 놀이가 한창이다.

단순한 놀이 시간 같지만, 육아원은 아이들 특성 하나하나를 파악하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조선중앙TV/1월 7일 : "차곡차곡 아파트를 쌓아가는 그 모습처럼 성격도 침착한 류향이. 장난이 세차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며 다른 아이들의 놀이에 곧잘 끼어든다는 찬국이."]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나면 그에 맞는 지능계발을 시킨다는 게 육아원 원장의 이야기다.

[최정실/평양육아원장 : "우리 육아원에선 어린이들이 어려서부터 지능을 계발시키는 데 큰 힘을 놓고 보육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양육방식에 따른 지능계발이 아이들이 품고 있는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조선중앙TV/1월 7일 : "그림 그리기, 종이접기는 물론 바둑 잘하고 주산으로 척척 계산도 잘하는 재간둥이들로 자라는 평양 육아원의 원아들입니다."]

북한 유치원 어린이들의 재능 경연대회도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TV ‘놀라운 솜씨, 그 비결’ : "지금 이 어린이는 주산 영상화를 이용해서 6자릿수 더하기, 덜기(빼기)를 계산하고 있습니다."]

[조태흥/평양 개선유치원생 : "313,086입니다."]

[조선중앙TV ‘놀라운 솜씨, 그 비결’ : "이 어린이는 서로 다른 음을 통해 전달되는 수들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문총예/평양 새살림유치원생 : "33입니다. "]

[조선중앙TV ‘놀라운 솜씨, 그 비결’ : "이 어린이는 지금 양옆에 생겨나는 두 수 가운데서 왼쪽은 왼쪽대로 오른쪽은 오른쪽대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리세희/평양 11월3일유치원생 : "2와 7입니다. "]

아직 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았지만 탁월한 계산 실력을 선보이는 아이들.

북한 매체는 이런 아이들의 실력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시행된 12년제 의무교육의 성과라고 선전한다.

[량명화/평양 미래소학교 분과장 : "12년제 실시하기 전에 입학한 학생들보다 12년제 실시한 다음에 입학한 학생들이 지능 상태가 높고 창조성이 높습니다."]

북한이 2012년, 기존 11년제 교육제도를 12년제로 개편하면서 미취학 아동 교육 내용과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개발원 부연구위원 : "북한이 유치원 교육을 개편하면서 과거에 9개 과목으로 돼있던 교육을 5개로 통합해서 교육하고, 그 안에서 수리교육을 한다든가 인지교육을 한다든가 이런 게 포함돼 있단 점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고 볼 수 있고. 놀이교육을 강조하고 이런 것들이 외부 세계의 교육과정하고 유사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거 같아요."]

지난해 6월, 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를 통해 어린이 양육 환경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조선중앙TV/2021년 6월 : "총비서 동지께서는 조국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튼튼하게 잘 키우는 것보다 더 중차대한 혁명 사업은 없으며 힘겨울수록 어린이들에게 정성을 더 쏟아붓고."]

가장 먼저 아동 성장발육에 필요한 유제품 공급을 늘리겠다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선포한 북한.

최근 북한 매체는 자녀의 키를 키우는데 부모의 역할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연령별 섭취해야 할 식품들을 안내하면서 어머니의 식습관까지 연결시킨다.

[리광호/평양의학대학 강좌장 : "젖먹이 시기에는 아기들이 어머니의 젖을 먹지 않습니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의 영양이자 아기의 영양입니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운동도 빼놓지 말고 시키라고 당부한다.

[조선중앙TV ‘키 크기와 부모 역할’ : "명심합시다. 부모의 역할에 따라 자식의 키가 결정된다는 것을."]

또, 바르지 못한 생활 태도로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자세를 지적하기도 한다.

[조선중앙TV ‘좋은 식생활 습관을 붙여주자요’ :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대로 따라 하려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자녀의 나쁜 행동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조선중앙TV ‘책읽기 습관을 붙여주자면’ : "오락을 시작해서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아이들의 손에 책을 쥐여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자녀의 심리상태까지 고려한 훈육방식도 전달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자립성과 자신심을 키워주려면’ : "욕하면서 바로잡아주면 아이가 자신심을 잃게 되며 나중에는 무능력한 존재로 되고 맙니다."]

사소한 생활습관부터 자녀 교육에 이르기까지...북한 방송 매체가 이런 부분까지 언급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은 태어나서부터 탁아소 생활을 하는 사회주의적 보육을 양육정책의 기본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경제난에 대한 북한의 고민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개발원 부연구위원 : "국가가 양육을 책임졌던 것들에 부담이 커지니까 결국 가정에 그 책임을 전가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교육의 내용까지도 가정이 책임져야 한다고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정보를 주는 거 같아요. 그것은 어찌 보면 양육 기관이 과거만큼의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책임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실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자녀를 키운 경험이 있는 한 탈북민은 탁아소뿐만 아니라 유치원까지 모두 학부모가 돈을 내야 한다고 증언한다.

[박현정/2019년 탈북 : "유치원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지금은 다 학부모들이 돈을 내요 유치원에다. 유치원이 돌아가게끔 하게 학부형들이 돈을 다 내거든요. 그로 인해서 유치원이 운영되거든요. 대신 유치원에 급식은 안해요. 급식은 다 자기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거든요."]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겉으로는 국가차원의 양육을 부각하고 있다.

조선중앙TV가 새해맞이 특집방송으로 방영한 프로그램.

각자의 꿈을 키워 나가는 북한 어린이들에 대한 내용이다.

어려운 학교 공부도 척척해내며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이, 세계적인 탁구선수가 되려는 어린이와 꿈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는 어린이까지..

[조선중앙TV ‘내일의 미래를 그려요’ : "책을 읽을 때마다 역사학자가 되고 싶고 의사도 되고 싶고. 내 꿈은 왜 점점 늘어만 갈까요?"]

이 방송은 국가가 아이들의 꿈을 잘 키워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조선중앙TV ‘내일의 미래를 그려요’ : "희망찬 새해에 자기의 꿈을 담은 새로운 그림을 그립시다. 꿈을 꽃피워서 우리의 미래를 더 밝게 합시다."]

그럼에도 부모와 가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북한 내 경향은 뚜렷해지고 있다.

엄마와 손가락으로 숫자세기를 하고 있는 여자 어린이.

[조선중앙TV ‘언어능력을 계발시키자면’ : "서이. (서이가 아니라 셋이에요.)"]

엄마는 자녀에게 바른 숫자표현법을 가르친다.

그런데 방송에선 갑자기 부모에게 사투리를 쓰지 말라고 강조한다.

[조선중앙TV ‘언어능력을 계발시키자면’ : "아이들과 말할 때 사투리를 쓰지 말고 표준어를 써야 합니다."]

과거 제도권 교육에서 실시되던 표준어 교육도 가정에서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박현정/2019년 탈북 : "저희 때는 이제 말씀하셨듯이 교사분들이 다 표준어 쓰거든요. 교사분들은. 그니까 그런분들한테서 배웠기 때문에 저흰 표준어를 그래도 많이 쓰는편이에요. 그런데 고난의행군 이후의 대학을 가고 이렇게 하면서 돈으로 대학 졸업증 사고 하면서 이게 수준이 형편없이 떨어졌어요. "]

북한 매체가 표준어 교육을 강조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사회주의 인재를 양성하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다수의 주민들은 양육환경 개선보다는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게 북한의 현실이다.

평양과 지방간 경제적 격차가 큰 만큼 결국 북한 어린이들의 양육 환경도 차이가 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개발원 부연구위원 : "결국은 국가 경제가 정상화되고 어느 정도의 어려운 문제들이 해결돼야 국가가 전폭적인 투자를 할 수 있고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맞게끔 지역의 상황에 맞게끔 차등적인 지원을 해서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한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거 같고 게다가 계속 양육이나 교육의 책임이 개별 가정에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북한 상황에선 그것이 쉽지 않을 거로 보이는 거죠."]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자녀의 키 크기부터 언어 교육까지 부모의 역할을 강조하는 북한.

그러나 국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양육환경 개선은 결국 부모의 어깨만 무겁게 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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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사투리 쓰지 마라”…경제난 속 육아 정책 한계는?
    • 입력 2022-01-15 08:03:32
    • 수정2022-01-15 08:28:37
    남북의 창
[앵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이 어린이 양육 환경을 개선하라고 지시하면서 북한 매체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습니다.

자녀의 키를 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지어 표준말을 가르쳐야 한다는 내용까지 전파를 타고 있습니다.

네. 북한은 국가 차원의 양육 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모의 책임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탁아소나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려면 돈을 내야 하는 실정이라고 하는데요.

경제난 속 북한 육아 정책의 한계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우리의 고아원에 해당하는 평양 육아원.

두세 살 어린아이들의 장난감 놀이가 한창이다.

단순한 놀이 시간 같지만, 육아원은 아이들 특성 하나하나를 파악하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조선중앙TV/1월 7일 : "차곡차곡 아파트를 쌓아가는 그 모습처럼 성격도 침착한 류향이. 장난이 세차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며 다른 아이들의 놀이에 곧잘 끼어든다는 찬국이."]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나면 그에 맞는 지능계발을 시킨다는 게 육아원 원장의 이야기다.

[최정실/평양육아원장 : "우리 육아원에선 어린이들이 어려서부터 지능을 계발시키는 데 큰 힘을 놓고 보육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양육방식에 따른 지능계발이 아이들이 품고 있는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조선중앙TV/1월 7일 : "그림 그리기, 종이접기는 물론 바둑 잘하고 주산으로 척척 계산도 잘하는 재간둥이들로 자라는 평양 육아원의 원아들입니다."]

북한 유치원 어린이들의 재능 경연대회도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TV ‘놀라운 솜씨, 그 비결’ : "지금 이 어린이는 주산 영상화를 이용해서 6자릿수 더하기, 덜기(빼기)를 계산하고 있습니다."]

[조태흥/평양 개선유치원생 : "313,086입니다."]

[조선중앙TV ‘놀라운 솜씨, 그 비결’ : "이 어린이는 서로 다른 음을 통해 전달되는 수들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문총예/평양 새살림유치원생 : "33입니다. "]

[조선중앙TV ‘놀라운 솜씨, 그 비결’ : "이 어린이는 지금 양옆에 생겨나는 두 수 가운데서 왼쪽은 왼쪽대로 오른쪽은 오른쪽대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리세희/평양 11월3일유치원생 : "2와 7입니다. "]

아직 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았지만 탁월한 계산 실력을 선보이는 아이들.

북한 매체는 이런 아이들의 실력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시행된 12년제 의무교육의 성과라고 선전한다.

[량명화/평양 미래소학교 분과장 : "12년제 실시하기 전에 입학한 학생들보다 12년제 실시한 다음에 입학한 학생들이 지능 상태가 높고 창조성이 높습니다."]

북한이 2012년, 기존 11년제 교육제도를 12년제로 개편하면서 미취학 아동 교육 내용과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개발원 부연구위원 : "북한이 유치원 교육을 개편하면서 과거에 9개 과목으로 돼있던 교육을 5개로 통합해서 교육하고, 그 안에서 수리교육을 한다든가 인지교육을 한다든가 이런 게 포함돼 있단 점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고 볼 수 있고. 놀이교육을 강조하고 이런 것들이 외부 세계의 교육과정하고 유사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거 같아요."]

지난해 6월, 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를 통해 어린이 양육 환경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조선중앙TV/2021년 6월 : "총비서 동지께서는 조국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튼튼하게 잘 키우는 것보다 더 중차대한 혁명 사업은 없으며 힘겨울수록 어린이들에게 정성을 더 쏟아붓고."]

가장 먼저 아동 성장발육에 필요한 유제품 공급을 늘리겠다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선포한 북한.

최근 북한 매체는 자녀의 키를 키우는데 부모의 역할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연령별 섭취해야 할 식품들을 안내하면서 어머니의 식습관까지 연결시킨다.

[리광호/평양의학대학 강좌장 : "젖먹이 시기에는 아기들이 어머니의 젖을 먹지 않습니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의 영양이자 아기의 영양입니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운동도 빼놓지 말고 시키라고 당부한다.

[조선중앙TV ‘키 크기와 부모 역할’ : "명심합시다. 부모의 역할에 따라 자식의 키가 결정된다는 것을."]

또, 바르지 못한 생활 태도로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자세를 지적하기도 한다.

[조선중앙TV ‘좋은 식생활 습관을 붙여주자요’ :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대로 따라 하려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자녀의 나쁜 행동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조선중앙TV ‘책읽기 습관을 붙여주자면’ : "오락을 시작해서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아이들의 손에 책을 쥐여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자녀의 심리상태까지 고려한 훈육방식도 전달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자립성과 자신심을 키워주려면’ : "욕하면서 바로잡아주면 아이가 자신심을 잃게 되며 나중에는 무능력한 존재로 되고 맙니다."]

사소한 생활습관부터 자녀 교육에 이르기까지...북한 방송 매체가 이런 부분까지 언급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은 태어나서부터 탁아소 생활을 하는 사회주의적 보육을 양육정책의 기본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경제난에 대한 북한의 고민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개발원 부연구위원 : "국가가 양육을 책임졌던 것들에 부담이 커지니까 결국 가정에 그 책임을 전가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교육의 내용까지도 가정이 책임져야 한다고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정보를 주는 거 같아요. 그것은 어찌 보면 양육 기관이 과거만큼의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책임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실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자녀를 키운 경험이 있는 한 탈북민은 탁아소뿐만 아니라 유치원까지 모두 학부모가 돈을 내야 한다고 증언한다.

[박현정/2019년 탈북 : "유치원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지금은 다 학부모들이 돈을 내요 유치원에다. 유치원이 돌아가게끔 하게 학부형들이 돈을 다 내거든요. 그로 인해서 유치원이 운영되거든요. 대신 유치원에 급식은 안해요. 급식은 다 자기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거든요."]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겉으로는 국가차원의 양육을 부각하고 있다.

조선중앙TV가 새해맞이 특집방송으로 방영한 프로그램.

각자의 꿈을 키워 나가는 북한 어린이들에 대한 내용이다.

어려운 학교 공부도 척척해내며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이, 세계적인 탁구선수가 되려는 어린이와 꿈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는 어린이까지..

[조선중앙TV ‘내일의 미래를 그려요’ : "책을 읽을 때마다 역사학자가 되고 싶고 의사도 되고 싶고. 내 꿈은 왜 점점 늘어만 갈까요?"]

이 방송은 국가가 아이들의 꿈을 잘 키워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조선중앙TV ‘내일의 미래를 그려요’ : "희망찬 새해에 자기의 꿈을 담은 새로운 그림을 그립시다. 꿈을 꽃피워서 우리의 미래를 더 밝게 합시다."]

그럼에도 부모와 가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북한 내 경향은 뚜렷해지고 있다.

엄마와 손가락으로 숫자세기를 하고 있는 여자 어린이.

[조선중앙TV ‘언어능력을 계발시키자면’ : "서이. (서이가 아니라 셋이에요.)"]

엄마는 자녀에게 바른 숫자표현법을 가르친다.

그런데 방송에선 갑자기 부모에게 사투리를 쓰지 말라고 강조한다.

[조선중앙TV ‘언어능력을 계발시키자면’ : "아이들과 말할 때 사투리를 쓰지 말고 표준어를 써야 합니다."]

과거 제도권 교육에서 실시되던 표준어 교육도 가정에서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박현정/2019년 탈북 : "저희 때는 이제 말씀하셨듯이 교사분들이 다 표준어 쓰거든요. 교사분들은. 그니까 그런분들한테서 배웠기 때문에 저흰 표준어를 그래도 많이 쓰는편이에요. 그런데 고난의행군 이후의 대학을 가고 이렇게 하면서 돈으로 대학 졸업증 사고 하면서 이게 수준이 형편없이 떨어졌어요. "]

북한 매체가 표준어 교육을 강조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사회주의 인재를 양성하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다수의 주민들은 양육환경 개선보다는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게 북한의 현실이다.

평양과 지방간 경제적 격차가 큰 만큼 결국 북한 어린이들의 양육 환경도 차이가 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개발원 부연구위원 : "결국은 국가 경제가 정상화되고 어느 정도의 어려운 문제들이 해결돼야 국가가 전폭적인 투자를 할 수 있고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맞게끔 지역의 상황에 맞게끔 차등적인 지원을 해서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한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거 같고 게다가 계속 양육이나 교육의 책임이 개별 가정에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북한 상황에선 그것이 쉽지 않을 거로 보이는 거죠."]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자녀의 키 크기부터 언어 교육까지 부모의 역할을 강조하는 북한.

그러나 국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양육환경 개선은 결국 부모의 어깨만 무겁게 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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