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한복판의 대선…감염병 대응 체계 공약을 물었습니다

입력 2022.02.17 (21:34) 수정 2022.02.1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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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권자가 꼽은 의제 중심으로 대선 후보들 공약을 검증하는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 오늘(17일) 주제는 감염병을 비롯한 재난 대응입니다.

코로나19의 끝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도 있긴 하지만 다음 대통령이 임기 시작하자마자 대응해야 할 가장 큰 문제, 이 코로나입니다.

언제 닥칠지 모를 또 다른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숙제입니다.

먼저 대선 후보들 공약, 짚어봅니다.

송명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코로나19 1호 환자를 맞이했던 인천의료원.

지난 2년 동안 여기서만 3천 명 넘는 코로나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민간 병원이 주저하는 사이, 인천 지역 환자의 1/3을 책임진 겁니다.

[김진용/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 : "몇 달을 버티면 괜찮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무 병원도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하거나 우리를 돕거나 아니면 우리가 하는 일을 나눌 생각을 안 했고."]

국내 병원에서 공공병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0%.

그런데 코로나 환자의 80%를 공공병원이 도맡았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대선 후보들 모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의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공공병원을 더 늘릴 것인지, 민간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게 우선인지를 놓고 해법이 갈립니다.

이재명, 심상정, 안철수 후보는 공공병원 확충에 무게를 둡니다.

감염병 전문병원 신설과 70개 진료권에 공공병원 확보를 공약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안정적인 의료체계의 뒷받침 없이는 일상회복도 불가능합니다.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감당 가능한 의료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기존의 의료 인프라를 활용하되, 진료 수가, 즉 재정 지원을 높이자는 입장입니다.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 "공공정책 수가를 별도로 신설하여 더 큰 의료적 재앙이 닥치더라도 중환자실, 응급실이 부족해 국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피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루 하루가 전쟁 같다는 의료진들.

의무감, 책임감으로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2년 동안 이곳에서 100명 넘는 의료진이 그만뒀습니다.

[이순애/인천의료원 간호과장 : "이번 달 하고 지난 달에만 9명 이상 그만뒀습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한 명 한 명 갈 때마다 너무 아쉽고, 허탈하고."]

의료 인력 문제에 대해 후보들은, '재정 지원으로 인력 이탈을 막고 유휴 인력을 활용하자'와 '의대 신설을 포함해 절대적인 의료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립니다.

[심상정/정의당 대선후보 : "의료현장 인력 적절성에 대한 종합조사를 거쳐서 적정 인력 기준을 빨리 정해야 합니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정부 정책을 요구하겠습니다."]

방역 컨트롤타워의 재정비와 백신 주권 확보는 모두가 외치는 과제입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 "백신 주권 국가가 돼야 합니다. 우리가 백신 못 구해서 얼마나 고생했습니까 그리고 백신은 한 달 안에 전 국민이 맞는 게 제일 효과가 좋습니다."]

2004년 사스 이후, 질병관리본부가 생겼습니다.

코로나 이후, 허약한 공공 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업그레이드 할지, 차기 정부가 안게 된 과제입니다.

KBS 뉴스 송명훈입니다.

촬영기자:강희준/영상편집:박주연

공공 주도 VS 민간 주도…‘의료인력 확충’ 갈등 사안은 외면

[앵커]

그렇다면, 후보들이 내놓은 해법이 현실성은 있는 건지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공약들을 검증.취재한 정치부 송명훈 기자 나와있습니다.

송 기자, 먼저 공공병원이요.

지난 2년 코로나 상황 속에서 실태가 어떤지 몇 차례 짚기도 했지만.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진전된 게 없는 것 같아요?

[기자]

지난 2년을 겪으면서, 공공 의료 영역에선 '독박 의료'였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통계 하나로, 바로 이해가 될 겁니다.

OECD 국가 평균 공공 병상 비중이 72%인데, 우리는 10%입니다.

높은 수준의 민간의료 시장에 비해 공공의료, 위축된 게 현실입니다.

[앵커]

후보들이 감염병 위기에 어떻게 대비할지 방향이 조금씩 다른데 공공병원을 새로 짓거나 증축하겠다... 이재명,심상정,안철수 후보 공약입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기자]

결국, 재원과 의지이죠.

다들, 충분한 재정 투입을 약속하고 있습니다만, 우선 순위에 두는지, 뚜렷하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감염병 전문 병원 건립을 공약했었지만, 임기 5년이 다 돼 가는 지금, 한 곳도 완공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대개, 예산 심사 때 수익을 우선하는 기준에서 밀리곤 했는데, 대선 후보들 역시, 의지는 밝혔지만, 재원 대책은 분명치 않습니다.

[앵커]

예산이 어느 정도 투입돼야 하는 겁니까?

[기자]

병상 300개 규모의 공공병원 하나 짓는데, 천500억 원 정도 듭니다.

[앵커]

다른 후보들과 달리, 윤석열 후보는 민간 병원이 비상 상황에서 역할을 하게 하고, 손실은 국가가 보전해주자고 합니다.

어떤 평가가 나옵니까?

[기자]

네. 윤 후보는 민간 병원이 여유가 있는데, 공공병원을 더 늘리면, 의료의 질이나 재정을 보장할 수 있겠냐는 논리입니다.

우리나라 총 병상 수를 보면, 공급이 24만 병상 더 많긴 합니다.

그런데, 종합병원은 부족하고, 대신 중소규모의 병원·의원이나 요양병원이 많은 구조입니다.

이번 코로나19 대응에서 확인된 공공 의료의 역할을 민간만으로 감당 가능하겠냐는 반론, 나옵니다.

지역의 경우,의료 격차도 큽니다.

[앵커]

조금 전 편하게 말해서 '독박 의료' 얘기도 했는데, 당장 급한 건 인력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공공병원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사람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인력 문제는 의료계 내에서 첨예한 갈등 사안입니다 .

재작년에 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에 반대하면서 집단휴진을 했었죠.

의료계 내부의 조정,동의가 있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앵커]

이렇게 하나씩 짚어보니...

재난지원금이나 손실보상 문제는 후보들이 꽤 치열하게 의견을 냈는데 감염병 대응 체계는 논의가 좀 밀린 것 같네요?

[기자]

지금이야말로 공공의료 체계를 바로 세울 절호의 기회라고들 하는데, 선거 과정에선 이 논의, 두드러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 공약 분석한 자문단 평가 들어보시죠.

[박지영/KBS 공약검증 자문단/성신여대 교수 : "어려운 정책 과제를 조율하고 해결하는 게 바로 정치의 역할인데, 공공의료 확충의 경우 장기적 비전이 필요하고 이해 관계자의 첨예한 갈등이 있기 때문에 치열한 정책적 경쟁을 하기보다는 투표자들의 표심을 사기 위한 손실보상과 같은 현금 지원성 공약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코로나 한복판에서 치러지는 대선이고, 당선자는 당장 직면하게 될 문제인데, 좀 아쉽습니다.

송명훈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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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한복판의 대선…감염병 대응 체계 공약을 물었습니다
    • 입력 2022-02-17 21:34:46
    • 수정2022-02-17 2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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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권자가 꼽은 의제 중심으로 대선 후보들 공약을 검증하는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 오늘(17일) 주제는 감염병을 비롯한 재난 대응입니다.

코로나19의 끝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도 있긴 하지만 다음 대통령이 임기 시작하자마자 대응해야 할 가장 큰 문제, 이 코로나입니다.

언제 닥칠지 모를 또 다른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숙제입니다.

먼저 대선 후보들 공약, 짚어봅니다.

송명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코로나19 1호 환자를 맞이했던 인천의료원.

지난 2년 동안 여기서만 3천 명 넘는 코로나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민간 병원이 주저하는 사이, 인천 지역 환자의 1/3을 책임진 겁니다.

[김진용/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 : "몇 달을 버티면 괜찮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무 병원도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하거나 우리를 돕거나 아니면 우리가 하는 일을 나눌 생각을 안 했고."]

국내 병원에서 공공병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0%.

그런데 코로나 환자의 80%를 공공병원이 도맡았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대선 후보들 모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의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공공병원을 더 늘릴 것인지, 민간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게 우선인지를 놓고 해법이 갈립니다.

이재명, 심상정, 안철수 후보는 공공병원 확충에 무게를 둡니다.

감염병 전문병원 신설과 70개 진료권에 공공병원 확보를 공약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안정적인 의료체계의 뒷받침 없이는 일상회복도 불가능합니다.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감당 가능한 의료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기존의 의료 인프라를 활용하되, 진료 수가, 즉 재정 지원을 높이자는 입장입니다.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 "공공정책 수가를 별도로 신설하여 더 큰 의료적 재앙이 닥치더라도 중환자실, 응급실이 부족해 국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피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루 하루가 전쟁 같다는 의료진들.

의무감, 책임감으로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2년 동안 이곳에서 100명 넘는 의료진이 그만뒀습니다.

[이순애/인천의료원 간호과장 : "이번 달 하고 지난 달에만 9명 이상 그만뒀습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한 명 한 명 갈 때마다 너무 아쉽고, 허탈하고."]

의료 인력 문제에 대해 후보들은, '재정 지원으로 인력 이탈을 막고 유휴 인력을 활용하자'와 '의대 신설을 포함해 절대적인 의료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립니다.

[심상정/정의당 대선후보 : "의료현장 인력 적절성에 대한 종합조사를 거쳐서 적정 인력 기준을 빨리 정해야 합니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정부 정책을 요구하겠습니다."]

방역 컨트롤타워의 재정비와 백신 주권 확보는 모두가 외치는 과제입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 "백신 주권 국가가 돼야 합니다. 우리가 백신 못 구해서 얼마나 고생했습니까 그리고 백신은 한 달 안에 전 국민이 맞는 게 제일 효과가 좋습니다."]

2004년 사스 이후, 질병관리본부가 생겼습니다.

코로나 이후, 허약한 공공 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업그레이드 할지, 차기 정부가 안게 된 과제입니다.

KBS 뉴스 송명훈입니다.

촬영기자:강희준/영상편집:박주연

공공 주도 VS 민간 주도…‘의료인력 확충’ 갈등 사안은 외면

[앵커]

그렇다면, 후보들이 내놓은 해법이 현실성은 있는 건지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공약들을 검증.취재한 정치부 송명훈 기자 나와있습니다.

송 기자, 먼저 공공병원이요.

지난 2년 코로나 상황 속에서 실태가 어떤지 몇 차례 짚기도 했지만.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진전된 게 없는 것 같아요?

[기자]

지난 2년을 겪으면서, 공공 의료 영역에선 '독박 의료'였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통계 하나로, 바로 이해가 될 겁니다.

OECD 국가 평균 공공 병상 비중이 72%인데, 우리는 10%입니다.

높은 수준의 민간의료 시장에 비해 공공의료, 위축된 게 현실입니다.

[앵커]

후보들이 감염병 위기에 어떻게 대비할지 방향이 조금씩 다른데 공공병원을 새로 짓거나 증축하겠다... 이재명,심상정,안철수 후보 공약입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기자]

결국, 재원과 의지이죠.

다들, 충분한 재정 투입을 약속하고 있습니다만, 우선 순위에 두는지, 뚜렷하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감염병 전문 병원 건립을 공약했었지만, 임기 5년이 다 돼 가는 지금, 한 곳도 완공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대개, 예산 심사 때 수익을 우선하는 기준에서 밀리곤 했는데, 대선 후보들 역시, 의지는 밝혔지만, 재원 대책은 분명치 않습니다.

[앵커]

예산이 어느 정도 투입돼야 하는 겁니까?

[기자]

병상 300개 규모의 공공병원 하나 짓는데, 천500억 원 정도 듭니다.

[앵커]

다른 후보들과 달리, 윤석열 후보는 민간 병원이 비상 상황에서 역할을 하게 하고, 손실은 국가가 보전해주자고 합니다.

어떤 평가가 나옵니까?

[기자]

네. 윤 후보는 민간 병원이 여유가 있는데, 공공병원을 더 늘리면, 의료의 질이나 재정을 보장할 수 있겠냐는 논리입니다.

우리나라 총 병상 수를 보면, 공급이 24만 병상 더 많긴 합니다.

그런데, 종합병원은 부족하고, 대신 중소규모의 병원·의원이나 요양병원이 많은 구조입니다.

이번 코로나19 대응에서 확인된 공공 의료의 역할을 민간만으로 감당 가능하겠냐는 반론, 나옵니다.

지역의 경우,의료 격차도 큽니다.

[앵커]

조금 전 편하게 말해서 '독박 의료' 얘기도 했는데, 당장 급한 건 인력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공공병원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사람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인력 문제는 의료계 내에서 첨예한 갈등 사안입니다 .

재작년에 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에 반대하면서 집단휴진을 했었죠.

의료계 내부의 조정,동의가 있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앵커]

이렇게 하나씩 짚어보니...

재난지원금이나 손실보상 문제는 후보들이 꽤 치열하게 의견을 냈는데 감염병 대응 체계는 논의가 좀 밀린 것 같네요?

[기자]

지금이야말로 공공의료 체계를 바로 세울 절호의 기회라고들 하는데, 선거 과정에선 이 논의, 두드러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 공약 분석한 자문단 평가 들어보시죠.

[박지영/KBS 공약검증 자문단/성신여대 교수 : "어려운 정책 과제를 조율하고 해결하는 게 바로 정치의 역할인데, 공공의료 확충의 경우 장기적 비전이 필요하고 이해 관계자의 첨예한 갈등이 있기 때문에 치열한 정책적 경쟁을 하기보다는 투표자들의 표심을 사기 위한 손실보상과 같은 현금 지원성 공약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코로나 한복판에서 치러지는 대선이고, 당선자는 당장 직면하게 될 문제인데, 좀 아쉽습니다.

송명훈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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