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자연을 새기다’ 서각 거장 송문영

입력 2022.03.03 (19:59) 수정 2022.03.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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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자는 세상의 희노애락과 감정을 표현하는 요긴한 의사소통 수단인데요.

서각을 통해 글자 고유의 멋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려온 거장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수십 자루의 조각도와 장인의 정교한 솜씨가 만나, 생명이 다한 나무는 서각작품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 작품은 즐거울 '락' 자, 양각입니다. 이건 기쁨. 재질은 귀목나무, 무늬가 엄청나게 좋잖아요. 고사목으로 아주 오래된 겁니다."]

송문영 작가에게 서각은 세상을 담는 그릇입니다.

["글자는 모든 인생사의 기본이잖아요. 기본구성이 글자죠. 글자에서는 모든 게 표현이 되니까. 그러니까 글씨 자체가 아름답다는 것은 더 아름답게 이 세상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잖아요."]

지리산 자락, 나고 자란 고향을 지켜온 송문영 작가의 작업실입니다.

함양의 자연을 벗 삼아 글자를 새겨온 작가는 내로라하는 서각계의 거장인데요.

그가 가장 중시하는 건 자연입니다.

[송문영/서각가 : "자연에 가깝게 표현하려고 노력을 하죠. 홍송 같은 건 무늬가 아주 한국적으로 멋있잖아요."]

단단하면서 무늬가 아름다운 느티나무, 강하면서 부드러운 은행나무는 최고의 재료가 됩니다.

["(느티나무는) 무늬가 밑에서 올라오니까 전체의 나무하고 아주 질이 좋습니다. 이거는 나무가 질기면서 연하거든요. 이런 은행나무는 지금 몇 그루 없을 거예요."]

목공예를 하다가 서각과 동고동락한 지 55년.

작가의 손끝에서 나무의 시간과 무늬는 글자로 되살아납니다.

["농월입니다. 저 밑에 농월정 안 있습니까? 자연풍광, 거기에 아름다운 것들, 그 세계를 여기 주입시킨 거죠."]

'지리산제일문(智異山第一門)'을 비롯해, 진주성 촉석문과 구인사 등 전국 유명사찰과 누각 현판이 그의 칼끝에서 탄생했습니다.

300회가 넘는 전시회와 수천 점의 작품으로도 서각의 예술성을 알려왔습니다.

서예를 하던 부친의 영향으로 서각 외길을 걸어온 데 이어 아들도 19년째 서각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송인찬/서각가/송문영 서각가 아들 : "이게 아버지 칼인데 오랜 기간 칼을 잡았다는 증거예요. 손때 손 기름.모든 정성이 닿아있는 칼이라고 보시면 돼요."]

인찬 씨는 전통서각을 이으며 현대와의 접목을 시도 중입니다.

[송인찬/서각가/송문영 서각가 아들 : "타이포그래피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차용해서 젊은 사람들이 보고 아 재밌다, 이런 것도 있구나…."]

서예는 서각의 밑바탕이 되는 작업.

서예 대가들을 찾아다니며 여러 서체를 섭렵한 후 서각에 적합한 '송문영체'도 고안했습니다.

[송문영/서각가 : "자기 글을 쓰면 자기 자신의 내면세계를 토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송문영 작가에게 서각은 글자를 새기는 것 이상의 의미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과 세상의 이치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송문영/서각가 : "우주원리가 그리고 인생, 삶 자체가 바로 표현이 되잖아요. 그 안에 온갖 풍광이 다 있고, 경치가 있고, 아름다운 것, 슬픈 것들이 그 안에 다 함축돼 있거든요."]

지리산의 물과 바람이 나무를 키웠다면, 나무는 장인을 키웠습니다.

[송문영/서각가 : "지금 이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이 순간 이 물소리, 바람 소리, 소나무를 보십시오. 이 자연풍광과 함께 더욱더 정진될 수 있는 작가가 되도록 해 보겠습니다."]

서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그에게 가장 큰 스승은 자연.

자연의 결대로 나무에 쓴 거장의 글씨가 더 큰 울림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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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자연을 새기다’ 서각 거장 송문영
    • 입력 2022-03-03 19:59:06
    • 수정2022-03-03 20:22:51
    뉴스7(창원)
[앵커]

문자는 세상의 희노애락과 감정을 표현하는 요긴한 의사소통 수단인데요.

서각을 통해 글자 고유의 멋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려온 거장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수십 자루의 조각도와 장인의 정교한 솜씨가 만나, 생명이 다한 나무는 서각작품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 작품은 즐거울 '락' 자, 양각입니다. 이건 기쁨. 재질은 귀목나무, 무늬가 엄청나게 좋잖아요. 고사목으로 아주 오래된 겁니다."]

송문영 작가에게 서각은 세상을 담는 그릇입니다.

["글자는 모든 인생사의 기본이잖아요. 기본구성이 글자죠. 글자에서는 모든 게 표현이 되니까. 그러니까 글씨 자체가 아름답다는 것은 더 아름답게 이 세상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잖아요."]

지리산 자락, 나고 자란 고향을 지켜온 송문영 작가의 작업실입니다.

함양의 자연을 벗 삼아 글자를 새겨온 작가는 내로라하는 서각계의 거장인데요.

그가 가장 중시하는 건 자연입니다.

[송문영/서각가 : "자연에 가깝게 표현하려고 노력을 하죠. 홍송 같은 건 무늬가 아주 한국적으로 멋있잖아요."]

단단하면서 무늬가 아름다운 느티나무, 강하면서 부드러운 은행나무는 최고의 재료가 됩니다.

["(느티나무는) 무늬가 밑에서 올라오니까 전체의 나무하고 아주 질이 좋습니다. 이거는 나무가 질기면서 연하거든요. 이런 은행나무는 지금 몇 그루 없을 거예요."]

목공예를 하다가 서각과 동고동락한 지 55년.

작가의 손끝에서 나무의 시간과 무늬는 글자로 되살아납니다.

["농월입니다. 저 밑에 농월정 안 있습니까? 자연풍광, 거기에 아름다운 것들, 그 세계를 여기 주입시킨 거죠."]

'지리산제일문(智異山第一門)'을 비롯해, 진주성 촉석문과 구인사 등 전국 유명사찰과 누각 현판이 그의 칼끝에서 탄생했습니다.

300회가 넘는 전시회와 수천 점의 작품으로도 서각의 예술성을 알려왔습니다.

서예를 하던 부친의 영향으로 서각 외길을 걸어온 데 이어 아들도 19년째 서각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송인찬/서각가/송문영 서각가 아들 : "이게 아버지 칼인데 오랜 기간 칼을 잡았다는 증거예요. 손때 손 기름.모든 정성이 닿아있는 칼이라고 보시면 돼요."]

인찬 씨는 전통서각을 이으며 현대와의 접목을 시도 중입니다.

[송인찬/서각가/송문영 서각가 아들 : "타이포그래피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차용해서 젊은 사람들이 보고 아 재밌다, 이런 것도 있구나…."]

서예는 서각의 밑바탕이 되는 작업.

서예 대가들을 찾아다니며 여러 서체를 섭렵한 후 서각에 적합한 '송문영체'도 고안했습니다.

[송문영/서각가 : "자기 글을 쓰면 자기 자신의 내면세계를 토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송문영 작가에게 서각은 글자를 새기는 것 이상의 의미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과 세상의 이치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송문영/서각가 : "우주원리가 그리고 인생, 삶 자체가 바로 표현이 되잖아요. 그 안에 온갖 풍광이 다 있고, 경치가 있고, 아름다운 것, 슬픈 것들이 그 안에 다 함축돼 있거든요."]

지리산의 물과 바람이 나무를 키웠다면, 나무는 장인을 키웠습니다.

[송문영/서각가 : "지금 이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이 순간 이 물소리, 바람 소리, 소나무를 보십시오. 이 자연풍광과 함께 더욱더 정진될 수 있는 작가가 되도록 해 보겠습니다."]

서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그에게 가장 큰 스승은 자연.

자연의 결대로 나무에 쓴 거장의 글씨가 더 큰 울림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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