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돼 일 못해도 돈 내놔라?…마트 배송기사 옥죄는 ‘용차비’

입력 2022.03.27 (21:21) 수정 2022.03.2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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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형마트에는 상품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배송기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배송기사들은 마트 직원이 아니라 운송회사 소속입니다.

코로나에 감염됐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쉬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자신을 대신하는 사람을 쓰는 비용을 회사에 떼줘야 합니다.

이걸 왜 부담해야 하느냐를 놓고 회사와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윤우 기자가 이 문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박성우 씨는 지난해 운송사와 위탁 계약을 맺고 대형마트 물건을 배달했습니다.

지난해 9월 가족이 확진돼 2주 동안 일을 못 했는데, 운송사는 다음 달 182만 원을 떼어갔습니다.

운송사가 박 씨를 대체할 기사를 쓴 비용, 이른바 '용차비'를 부담시킨 겁니다.

[박성우/배송기사 : "관리자한테 내가 얘기를 했죠.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 그랬더니, 주는 대로 받아라 뭐 이런 식이야."]

이기조 씨도 일하다 허리를 다쳐 사흘간 쉬었는데, 용차비 93만 원을 내야 했습니다.

[이기조/배송기사 : "이틀 반이에요. 이게. 이틀 반에 93만 원. 저도 13년하면서 병가 처음입니다."]

계약서를 보면, 배송 기사의 개인 사유로 운송을 못 할 때는 대체 기사 비용을 모두 배송 기사가 부담한다고 돼 있습니다.

아프거나, 일하다 다쳐도 예외가 없습니다.

[손익찬/변호사/법무법인 일과사람 : "실제 용차 비용이 얼마 드는지랑 상관이 없이 과도한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이제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수가 있고..."]

용차비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기준도 없습니다.

배송기사들이 하루에 받는 평균 임금은 14만 원 정도인데, 용차비는 하루 최대 40만 원이라는 게 민주노총 측 설명입니다.

대형마트 배송기사들은 아프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때 용차비를 물지 않고 쉴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표준계약서 제정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 운송사 측은 대체기사를 쓰는 데 드는 순수한 비용만 청구한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형마트 측은 운송사와 배달 기사의 문제여서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운송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대형마트 물건을 배송하는 기사는 6천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촬영기자:김준우 박상욱 류재현/영상편집:이상철/그래픽:김현석 김지혜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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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진돼 일 못해도 돈 내놔라?…마트 배송기사 옥죄는 ‘용차비’
    • 입력 2022-03-27 21:21:11
    • 수정2022-03-27 21:58:04
    뉴스 9
[앵커]

대형마트에는 상품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배송기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배송기사들은 마트 직원이 아니라 운송회사 소속입니다.

코로나에 감염됐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쉬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자신을 대신하는 사람을 쓰는 비용을 회사에 떼줘야 합니다.

이걸 왜 부담해야 하느냐를 놓고 회사와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윤우 기자가 이 문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박성우 씨는 지난해 운송사와 위탁 계약을 맺고 대형마트 물건을 배달했습니다.

지난해 9월 가족이 확진돼 2주 동안 일을 못 했는데, 운송사는 다음 달 182만 원을 떼어갔습니다.

운송사가 박 씨를 대체할 기사를 쓴 비용, 이른바 '용차비'를 부담시킨 겁니다.

[박성우/배송기사 : "관리자한테 내가 얘기를 했죠.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 그랬더니, 주는 대로 받아라 뭐 이런 식이야."]

이기조 씨도 일하다 허리를 다쳐 사흘간 쉬었는데, 용차비 93만 원을 내야 했습니다.

[이기조/배송기사 : "이틀 반이에요. 이게. 이틀 반에 93만 원. 저도 13년하면서 병가 처음입니다."]

계약서를 보면, 배송 기사의 개인 사유로 운송을 못 할 때는 대체 기사 비용을 모두 배송 기사가 부담한다고 돼 있습니다.

아프거나, 일하다 다쳐도 예외가 없습니다.

[손익찬/변호사/법무법인 일과사람 : "실제 용차 비용이 얼마 드는지랑 상관이 없이 과도한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이제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수가 있고..."]

용차비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기준도 없습니다.

배송기사들이 하루에 받는 평균 임금은 14만 원 정도인데, 용차비는 하루 최대 40만 원이라는 게 민주노총 측 설명입니다.

대형마트 배송기사들은 아프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때 용차비를 물지 않고 쉴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표준계약서 제정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 운송사 측은 대체기사를 쓰는 데 드는 순수한 비용만 청구한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형마트 측은 운송사와 배달 기사의 문제여서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운송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대형마트 물건을 배송하는 기사는 6천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촬영기자:김준우 박상욱 류재현/영상편집:이상철/그래픽:김현석 김지혜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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