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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7채 소유한 ‘빌라의 신’…압류 피해자 속출
입력 2022.05.07 (21:17) 수정 2022.05.07 (21:46) 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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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보시는 곳은 인천의 한 주택가인데요.

지난달 초 기준, 이곳의 빌라 전세금이 매매 가격과 같거나 오히려 비싼 역전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른바 '무갭 전세'라고 하는데요.

취재진이 전문 분석업체와 함께 올해 수도권 지역의 주택 거래내역 780만 건을 조사해 봤더니, 이런 무갭 전세를 소유한 투기 세력이 서울과 부천, 김포를 지나 인천까지 확장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혼자서 무려 천2백여 채 넘는 빌라를 소유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지, 김효신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군포시의 한 집합주택입니다.

4월 초 기준으로 빌라와 오피스텔 60세대 가운데 19채가 압류에 걸렸습니다.

19채의 집주인은 권 모 씨 한 사람.

압류 이유는 세금 체납 때문입니다.

[세입자/음성변조 : "저희가 들어올 때는 그런 게 없었는데, 지금 압류라고 등기부 등본에... 안산 세무서장이라고..."]

분양 당시 이 빌라의 전세금은 2억 4천5백만 원, 분양가와 같습니다.

세입자는 건설회사와 전세계약을 했는데, 잔금을 입금하는 날 집주인이 권 씨로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돈을 들이지 않고 집을 사는 이른바 '동시 진행' 수법입니다.

[세입자/음성변조 : "'원래 오피스텔이나 이런 데는 나중에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 그렇게 설명하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계약과 동시에 그날 바로 바뀌더라고요."]

건설사는 분양 대가로 부동산 중개 업체에 분양가의 8%가량을 수수료로 지불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건설사 서류를 확보해 보니 2억 2천만 원 빌라의 분양 과정에서 2천만 원가량이 수수료로 지급됐다고 적혀 있습니다.

[건설사 관계자/음성변조 : "(분양시장) 관행에 따라서 저희는 분양을 진행했던 거예요. 제가 계산해 보니까요. (분양가의) 8% 정도 들어간 거 같아요."]

권 씨 집 주소로 찾아갔습니다.

["(여기에 권○○ 씨라고 혹시 사시는 분 계시나요?) 그러니까 없다고요. (없어요?) 우편물만 많이 쌓이던데..."]

취재진 조사 결과 권 씨가 소유한 빌라는 1,277채.

수수료로만 수십억 원을 챙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부동산중개업체 대표/음성변조 : "((분양) 한 건당 천에서 2천 2백만 원이 (부동산 대행업체에) 들어간 거로 돼 있어요.) 그 준 데서 그건 그렇게 여쭤보셔야죠."]

문제는 권 씨가 각종 세금 72억 원을 체납하면서 100채가량이 압류됐다는 겁니다.

공매 절차에 들어가면 세입자는 전세금 상당액을 돌려받지 못하게 됩니다.

[세입자/음성변조 :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해 가지고 죽을 거 같아요. 진짜 정말 나는 사기 안 당할 거야 하고 엄청 카페도 보고 공인중개사하고도 엄청 그랬는데..."]

비슷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압류 피해자 수십 명이 권 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KBS 뉴스 김효신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김효신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김기자,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낮은 게 일반적이잖아요.

그런데 피해 세입자들은 왜 같은 가격에 계약을 했을까요?

[기자]

일단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서입니다.

취재한 경기도 지역에서는 전세 물건 자체를 찾기 힘들다 보니 세입자들은 전세 금액이 매매가격과 비슷해도 일단 계약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계약 과정에서 부동산 중개사들이 전세자금대출 이자를 지원해 주거나 이사비를 지원해준다는 말에 넘어갔다는 세입자들도 있었습니다.

[앵커]

건설사가 부동산 업체와 집주인에게 분양 수수료를 줬다는데, 이게 왜, 그리고 어떻게 지급되는 겁니까?

[기자]

건설사 분양 담당자는 빌라의 경우 분양이 잘 안 되기 때문에 건설사가 먼저 세입자를 구해서 전세 계약을 한 뒤, 그 빌라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에게 다시 명의를 넘기는 식으로 분양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전세 계약과 분양을 동시에 진행하는 대가로 부동산 중개업소에 수수료를 지급하는데요.

이 가운데 일부가 집주인한테도 지급된다고 합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소개한 권 씨 같은 빌라 주인은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집주인이 되고 리베이트까지 받기 때문에 1,277채까지 늘릴 수 있었습니다.

[앵커]

가장 큰 문제는 세입자들의 피해잖아요.

전세금 돌려받을 수 있는 겁니까?

[기자]

권 씨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72억 원을 내지 않아서 4월 초 기준으로 100채가량이 압류됐는데요.

이후 공매에 넘어가게 됩니다.

국세는 전입신고보다 우선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전세금 일부가 떼이게 되고요.

무엇보다 전세금 자체가 높게 책정됐기 때문에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더 줄어듭니다.

[앵커]

이런 문제는 예방이 중요할 것 같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기자]

국토부 실거래가 정보 등에 접속하셔서 내가 계약하려는 빌라의 시세가 주변 시세와 비슷한지, 매매가와 같거나 비슷하진 않은지 확인해서 들어가시는 게 좋고요.

입주한 이후에도 중간중간 부동산 등기를 떼서 압류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 1,277채 소유한 ‘빌라의 신’…압류 피해자 속출
    • 입력 2022-05-07 21:17:30
    • 수정2022-05-07 21: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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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보시는 곳은 인천의 한 주택가인데요.

지난달 초 기준, 이곳의 빌라 전세금이 매매 가격과 같거나 오히려 비싼 역전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른바 '무갭 전세'라고 하는데요.

취재진이 전문 분석업체와 함께 올해 수도권 지역의 주택 거래내역 780만 건을 조사해 봤더니, 이런 무갭 전세를 소유한 투기 세력이 서울과 부천, 김포를 지나 인천까지 확장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혼자서 무려 천2백여 채 넘는 빌라를 소유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지, 김효신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군포시의 한 집합주택입니다.

4월 초 기준으로 빌라와 오피스텔 60세대 가운데 19채가 압류에 걸렸습니다.

19채의 집주인은 권 모 씨 한 사람.

압류 이유는 세금 체납 때문입니다.

[세입자/음성변조 : "저희가 들어올 때는 그런 게 없었는데, 지금 압류라고 등기부 등본에... 안산 세무서장이라고..."]

분양 당시 이 빌라의 전세금은 2억 4천5백만 원, 분양가와 같습니다.

세입자는 건설회사와 전세계약을 했는데, 잔금을 입금하는 날 집주인이 권 씨로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돈을 들이지 않고 집을 사는 이른바 '동시 진행' 수법입니다.

[세입자/음성변조 : "'원래 오피스텔이나 이런 데는 나중에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 그렇게 설명하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계약과 동시에 그날 바로 바뀌더라고요."]

건설사는 분양 대가로 부동산 중개 업체에 분양가의 8%가량을 수수료로 지불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건설사 서류를 확보해 보니 2억 2천만 원 빌라의 분양 과정에서 2천만 원가량이 수수료로 지급됐다고 적혀 있습니다.

[건설사 관계자/음성변조 : "(분양시장) 관행에 따라서 저희는 분양을 진행했던 거예요. 제가 계산해 보니까요. (분양가의) 8% 정도 들어간 거 같아요."]

권 씨 집 주소로 찾아갔습니다.

["(여기에 권○○ 씨라고 혹시 사시는 분 계시나요?) 그러니까 없다고요. (없어요?) 우편물만 많이 쌓이던데..."]

취재진 조사 결과 권 씨가 소유한 빌라는 1,277채.

수수료로만 수십억 원을 챙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부동산중개업체 대표/음성변조 : "((분양) 한 건당 천에서 2천 2백만 원이 (부동산 대행업체에) 들어간 거로 돼 있어요.) 그 준 데서 그건 그렇게 여쭤보셔야죠."]

문제는 권 씨가 각종 세금 72억 원을 체납하면서 100채가량이 압류됐다는 겁니다.

공매 절차에 들어가면 세입자는 전세금 상당액을 돌려받지 못하게 됩니다.

[세입자/음성변조 :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해 가지고 죽을 거 같아요. 진짜 정말 나는 사기 안 당할 거야 하고 엄청 카페도 보고 공인중개사하고도 엄청 그랬는데..."]

비슷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압류 피해자 수십 명이 권 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KBS 뉴스 김효신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김효신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김기자,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낮은 게 일반적이잖아요.

그런데 피해 세입자들은 왜 같은 가격에 계약을 했을까요?

[기자]

일단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서입니다.

취재한 경기도 지역에서는 전세 물건 자체를 찾기 힘들다 보니 세입자들은 전세 금액이 매매가격과 비슷해도 일단 계약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계약 과정에서 부동산 중개사들이 전세자금대출 이자를 지원해 주거나 이사비를 지원해준다는 말에 넘어갔다는 세입자들도 있었습니다.

[앵커]

건설사가 부동산 업체와 집주인에게 분양 수수료를 줬다는데, 이게 왜, 그리고 어떻게 지급되는 겁니까?

[기자]

건설사 분양 담당자는 빌라의 경우 분양이 잘 안 되기 때문에 건설사가 먼저 세입자를 구해서 전세 계약을 한 뒤, 그 빌라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에게 다시 명의를 넘기는 식으로 분양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전세 계약과 분양을 동시에 진행하는 대가로 부동산 중개업소에 수수료를 지급하는데요.

이 가운데 일부가 집주인한테도 지급된다고 합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소개한 권 씨 같은 빌라 주인은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집주인이 되고 리베이트까지 받기 때문에 1,277채까지 늘릴 수 있었습니다.

[앵커]

가장 큰 문제는 세입자들의 피해잖아요.

전세금 돌려받을 수 있는 겁니까?

[기자]

권 씨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72억 원을 내지 않아서 4월 초 기준으로 100채가량이 압류됐는데요.

이후 공매에 넘어가게 됩니다.

국세는 전입신고보다 우선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전세금 일부가 떼이게 되고요.

무엇보다 전세금 자체가 높게 책정됐기 때문에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더 줄어듭니다.

[앵커]

이런 문제는 예방이 중요할 것 같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기자]

국토부 실거래가 정보 등에 접속하셔서 내가 계약하려는 빌라의 시세가 주변 시세와 비슷한지, 매매가와 같거나 비슷하진 않은지 확인해서 들어가시는 게 좋고요.

입주한 이후에도 중간중간 부동산 등기를 떼서 압류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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