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③ 얼마나 위험?…“붕어도 4시간이면 몰살”

입력 2022.06.24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도심 하천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습니다.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폐사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달 초, 강원도 춘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KBS 취재팀은 해당 유해물질이 어디서, 어떻게, 왜 하천으로 흘러오게 된 건지 추적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사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③얼마나 위험?…"붕어도 4시간이면 몰살"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④폐사 하천 오염원은 '농공단지'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⑤공단 정화시설 관리 '사각'…오염수 관리 시급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⑥엇갈린 검사 결과…원인 규명도 난망


하천수 독성 얼마나 강했나?…연구진 실험해 보니

KBS 취재팀은 대학 연구진과 함께 도심 하천에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천수에서 검출된 화학물질 가운데 폐사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 '2,4-다이 터셔리 뷰틸페놀'과 '2-아지리디닐에틸아민' 이었습니다. 특히 '2-아지리디닐에틸아민'의 경우, 어느 정도의 독성을 갖고 있는지 연구된 바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실험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1ℓ짜리 비커 2개에 깨끗한 물과 오염된 물을 각각 700㎖를 넣었습니다. 깨끗한 물은 물고기 폐사 추정 지점 상류에서 떠온 물이었습니다. 오염된 물은 물고기 폐사 지점 하류에서 채취한 물입니다. 비커에는각각 새끼손가락 크기의 붕어를 3마리씩 넣었습니다.


■ 4~5급수 사는 붕어, 4시간 만에 폐사

실험이 시작되고 10분 뒤, 오염된 물의 붕어는 바닥에서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깨끗한 물에 들어간 붕어들이 끊임없이 헤엄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습니다.

30분 정도 지나서 비커를 건드려 봤습니다. 깨끗한 물의 붕어는 여전히 잽싸게 헤엄쳤지만, 오염된 물의 붕어들은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1시간이 지나자, 오염된 비커의 붕어들이 번갈아 물 위로 올라와 입을 뻐끔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물속에 산소가 부족하자 공기 호흡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오염된 물에 붕어를 투입한 지 4시간 5분쯤. 붕어 한 마리가 아가미 호흡을 멈추고 몸이 옆으로 기울었습니다. 그 후 30분 사이 나머지 두 마리도 배를 드러내고 같은 증상을 보이면서 폐사했습니다. 4시간여 만에 오염된 물에 들어간 붕어들이 전부 죽은 겁니다. 붕어는 4~5급수에서도 살 정도로 오염에 강한 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험 후 죽은 물고기를 해부했더니 현장에서 발견된 폐사체에서 나타난 것과 비슷한 증상들이 발견됐다.실험 후 죽은 물고기를 해부했더니 현장에서 발견된 폐사체에서 나타난 것과 비슷한 증상들이 발견됐다.

■ 버들치, 1시간도 안 돼 폐사…"하천 폐사체와 유사"

붕어 이외에 다른 종에 대해서도 같은 실험을 해 봤습니다. 1~2급수에 사는 버들치 1마리를 오염된 물에 넣어봤습니다. 집단 폐사한 물고기 중 한 종류입니다.

오염된 물에 들어간 지 13분이 지나자 헤엄치던 버들치가 균형을 잃었습니다. 20분쯤 되자 비틀거리며 세로로 서 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부풀어 올랐습니다. 오염된 물에 있던 붕어와 마찬가지로 수면에 올라와 입을 뻐끔거리기도 했습니다. 버들치는 45분이 됐을 때 죽었습니다.

연구진은 오염수에서 검출된 물질이 인체에도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연구진은 오염수에서 검출된 물질이 인체에도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석 강원대 어류연구센터장은 "실험에서 죽은 물고기의 상태가 이달 초 물고기 집단 폐사 당시 발견된 물고기와 상태가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배가 부풀어 올랐기 때문입니다. 또 "새끼 붕어와 버들치 모두 아가미 쪽 끝부분에 손상이 확인됐다"며, "유해 화학물질에 의한 폐사일 가능성이 다시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검출된 독성 물질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페놀 계열과 아민 계열 물질은 수중 생태계에 심각하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유해물질"이라면서 "이런 물질들이 인체 내에 축적되면, 생리작용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하천에서 나온 독성 물질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됐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연관 기사]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 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1712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 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2687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③ 얼마나 위험?…“붕어도 4시간이면 몰살”
    • 입력 2022-06-24 07:00:16
    취재K
도심 하천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습니다.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폐사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달 초, 강원도 춘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KBS 취재팀은 해당 유해물질이 어디서, 어떻게, 왜 하천으로 흘러오게 된 건지 추적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사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br /><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br /><strong>[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③얼마나 위험?…"붕어도 4시간이면 몰살"</strong><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④폐사 하천 오염원은 '농공단지'<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⑤공단 정화시설 관리 '사각'…오염수 관리 시급<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⑥엇갈린 검사 결과…원인 규명도 난망<br />

하천수 독성 얼마나 강했나?…연구진 실험해 보니

KBS 취재팀은 대학 연구진과 함께 도심 하천에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천수에서 검출된 화학물질 가운데 폐사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 '2,4-다이 터셔리 뷰틸페놀'과 '2-아지리디닐에틸아민' 이었습니다. 특히 '2-아지리디닐에틸아민'의 경우, 어느 정도의 독성을 갖고 있는지 연구된 바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실험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1ℓ짜리 비커 2개에 깨끗한 물과 오염된 물을 각각 700㎖를 넣었습니다. 깨끗한 물은 물고기 폐사 추정 지점 상류에서 떠온 물이었습니다. 오염된 물은 물고기 폐사 지점 하류에서 채취한 물입니다. 비커에는각각 새끼손가락 크기의 붕어를 3마리씩 넣었습니다.


■ 4~5급수 사는 붕어, 4시간 만에 폐사

실험이 시작되고 10분 뒤, 오염된 물의 붕어는 바닥에서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깨끗한 물에 들어간 붕어들이 끊임없이 헤엄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습니다.

30분 정도 지나서 비커를 건드려 봤습니다. 깨끗한 물의 붕어는 여전히 잽싸게 헤엄쳤지만, 오염된 물의 붕어들은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1시간이 지나자, 오염된 비커의 붕어들이 번갈아 물 위로 올라와 입을 뻐끔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물속에 산소가 부족하자 공기 호흡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오염된 물에 붕어를 투입한 지 4시간 5분쯤. 붕어 한 마리가 아가미 호흡을 멈추고 몸이 옆으로 기울었습니다. 그 후 30분 사이 나머지 두 마리도 배를 드러내고 같은 증상을 보이면서 폐사했습니다. 4시간여 만에 오염된 물에 들어간 붕어들이 전부 죽은 겁니다. 붕어는 4~5급수에서도 살 정도로 오염에 강한 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험 후 죽은 물고기를 해부했더니 현장에서 발견된 폐사체에서 나타난 것과 비슷한 증상들이 발견됐다.
■ 버들치, 1시간도 안 돼 폐사…"하천 폐사체와 유사"

붕어 이외에 다른 종에 대해서도 같은 실험을 해 봤습니다. 1~2급수에 사는 버들치 1마리를 오염된 물에 넣어봤습니다. 집단 폐사한 물고기 중 한 종류입니다.

오염된 물에 들어간 지 13분이 지나자 헤엄치던 버들치가 균형을 잃었습니다. 20분쯤 되자 비틀거리며 세로로 서 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부풀어 올랐습니다. 오염된 물에 있던 붕어와 마찬가지로 수면에 올라와 입을 뻐끔거리기도 했습니다. 버들치는 45분이 됐을 때 죽었습니다.

연구진은 오염수에서 검출된 물질이 인체에도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석 강원대 어류연구센터장은 "실험에서 죽은 물고기의 상태가 이달 초 물고기 집단 폐사 당시 발견된 물고기와 상태가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배가 부풀어 올랐기 때문입니다. 또 "새끼 붕어와 버들치 모두 아가미 쪽 끝부분에 손상이 확인됐다"며, "유해 화학물질에 의한 폐사일 가능성이 다시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검출된 독성 물질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페놀 계열과 아민 계열 물질은 수중 생태계에 심각하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유해물질"이라면서 "이런 물질들이 인체 내에 축적되면, 생리작용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하천에서 나온 독성 물질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됐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연관 기사]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 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1712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 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2687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