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기름 냄새여, 안녕~”…조상님, 올 추석 차례상은 ‘간편식’으로 올릴게요

입력 2022.09.08 (18:00) 수정 2022.09.0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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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콕입니다.

해마다 추석이면 차례상 준비에 주부들 손이 마를 새가 없습니다.

상다리가 휘는 게 아니라 내 허리가 휠 지경입니다.

[영화 '큰엄마의 미친 봉고' : "2층까지 기름 안 올라오게 창문 싹 열고 하라고!"]

윤기가 좌르르한 송편과 각종 전, 잡채, 짭조름한 갈비찜까지.

이 모든 명절 음식 준비를 위해 주부들은 부엌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어깨와 손목은 쑤시듯 아프고 기름 냄새는 역겹기까지 한데요.

하지만 잘 차린 차례상이 조상에 대한 도리인 양 여겨지다 보니 60~70년대 어렵던 시절에도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진설'하는게 미덕처럼 자리잡았습니다.

이런 '명절증후군', 올해는 사라질까요?

다른 곳도 아니고, 성균관이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내놨습니다.

기본 음식은 6가지면 충분하다!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실(과일), 술입니다.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여기에 육류, 생선, 떡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전과 같이 기름에 튀긴 음식은 차례상에 올릴 필요가 없다!

또, '홍동백서', '조율이시'같은 규칙은 문헌에 없는 예법이니 편하게 올리면 된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성균관의 발표에 며느리들은 반가움보다 성토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왜 이제야 발표하냐?", "그동안 전 부친 게 억울하다.”, "어머님 들으셨죠? 제발 전 좀 그만 부쳐요!"

[시트콤 '닥치고 패밀리' : "아니, 명절이 여행도 가고 쉬라고 있는거지. 구닥다리같이 무슨 상을 차리고 그래?"]

10여 년 전만 해도 명절 때 가족 여행 간다고 하면 '불효자' 소리 듣기 십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는 명절상 대행업체까지 등장했습니다.

차례상 차림을 맡기고 가족들은 몸만 가는 겁니다.

음식 만드는데 따르는 수고로움은 덜고, 가족끼리 가지는 시간에 집중하자는 취지입니다.

요즘은 차례상 차림도 시대상을 반영해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콩으로 만든 햄을 납작하게 썰어서..."]

콩고기 지단과 곤약, 다시마 고명을 얹은 떡국처럼, 채식주의가 확산되면서 차례상을 채소 요리로만 채우는 '비건 차례상'도 등장할 정도입니다.

올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평균 32만여 원, 지난해보다 8%가 올랐습니다.

마음이 무겁기는 시장을 찾는 서민들도 상인들도 마찬가집니다.

서울의 한 시장 가게에 붙은 안내문.

"제발 많이 달라고 하지 마세요. 너무 너무 힘듭니다."

저걸 써붙이기까지 가게 주인도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폭염과 폭우, 태풍이 지나가고 맞는 추석입니다.

중추가절.

하늘이 맑게 걷힌 것처럼 우리들 마음도 맑게 걷히기를,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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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기름 냄새여, 안녕~”…조상님, 올 추석 차례상은 ‘간편식’으로 올릴게요
    • 입력 2022-09-08 18:00:16
    • 수정2022-09-08 18:28:20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콕입니다.

해마다 추석이면 차례상 준비에 주부들 손이 마를 새가 없습니다.

상다리가 휘는 게 아니라 내 허리가 휠 지경입니다.

[영화 '큰엄마의 미친 봉고' : "2층까지 기름 안 올라오게 창문 싹 열고 하라고!"]

윤기가 좌르르한 송편과 각종 전, 잡채, 짭조름한 갈비찜까지.

이 모든 명절 음식 준비를 위해 주부들은 부엌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어깨와 손목은 쑤시듯 아프고 기름 냄새는 역겹기까지 한데요.

하지만 잘 차린 차례상이 조상에 대한 도리인 양 여겨지다 보니 60~70년대 어렵던 시절에도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진설'하는게 미덕처럼 자리잡았습니다.

이런 '명절증후군', 올해는 사라질까요?

다른 곳도 아니고, 성균관이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내놨습니다.

기본 음식은 6가지면 충분하다!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실(과일), 술입니다.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여기에 육류, 생선, 떡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전과 같이 기름에 튀긴 음식은 차례상에 올릴 필요가 없다!

또, '홍동백서', '조율이시'같은 규칙은 문헌에 없는 예법이니 편하게 올리면 된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성균관의 발표에 며느리들은 반가움보다 성토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왜 이제야 발표하냐?", "그동안 전 부친 게 억울하다.”, "어머님 들으셨죠? 제발 전 좀 그만 부쳐요!"

[시트콤 '닥치고 패밀리' : "아니, 명절이 여행도 가고 쉬라고 있는거지. 구닥다리같이 무슨 상을 차리고 그래?"]

10여 년 전만 해도 명절 때 가족 여행 간다고 하면 '불효자' 소리 듣기 십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는 명절상 대행업체까지 등장했습니다.

차례상 차림을 맡기고 가족들은 몸만 가는 겁니다.

음식 만드는데 따르는 수고로움은 덜고, 가족끼리 가지는 시간에 집중하자는 취지입니다.

요즘은 차례상 차림도 시대상을 반영해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콩으로 만든 햄을 납작하게 썰어서..."]

콩고기 지단과 곤약, 다시마 고명을 얹은 떡국처럼, 채식주의가 확산되면서 차례상을 채소 요리로만 채우는 '비건 차례상'도 등장할 정도입니다.

올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평균 32만여 원, 지난해보다 8%가 올랐습니다.

마음이 무겁기는 시장을 찾는 서민들도 상인들도 마찬가집니다.

서울의 한 시장 가게에 붙은 안내문.

"제발 많이 달라고 하지 마세요. 너무 너무 힘듭니다."

저걸 써붙이기까지 가게 주인도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폭염과 폭우, 태풍이 지나가고 맞는 추석입니다.

중추가절.

하늘이 맑게 걷힌 것처럼 우리들 마음도 맑게 걷히기를,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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