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학폭위]① “학폭위 못 믿겠다”…대부분 솜방망이 처분에 ‘반발’

입력 2022.09.13 (19:34) 수정 2022.09.13 (22: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KBS가 심층 취재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학폭위의 문제점을 오늘부터 낱낱이 분석합니다.

일선 학교와 교육청이 학교폭력을 줄이겠다며 학부모와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학폭위를 본격적으로 운영한 지 10년이 흘렀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KBS가 교육부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신청한 결과에도 학폭위의 징계가 상당수 미온적인 처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먼저, 피해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받은 학교 폭력 사례를 공개합니다.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고통과 폭력을 가한 학생들은 어떤 처분을 받았을까요.

심층기획팀, 이대완 기자입니다.

[리포트]

창원의 한 초등학교,

이 학교 A 군은 지난해 동급생 3명으로부터 특정 부위를 짓누르는 괴롭힘을 수차례 당했습니다.

괴롭힘은 학년이 바뀐 올해도 이어졌습니다.

지난해부터 A 군이 괴롭힘을 당한 것을 본 다른 학생 5명이 A 군의 집까지 찾아와 똑같이 괴롭힌 겁니다.

A 군은 과거 해당 부위에 큰 수술을 받아, 하지 말아 달라며 빌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이후 옷을 벗겨 특정 부위에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묻히고, 단체 대화방에서 A 군을 조롱하는 등 괴롭힘 정도는 더 심해졌습니다.

A 군은 불안과 우울 증세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만 했습니다.

[A 군/음성변조 : "(꿈에) 갑자기 그 애 중의 한 명이 나타난다던가 그렇게 잠에서 깨고. (아직도 악몽을 꿔?) 최근에도 3번에서 4번 정도..."]

결국, 학폭위가 열렸지만, A 군의 우울증은 더 심해졌습니다.

가해 학생들에게 고작 '출석 정지 3일' 등의 처분만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A 군 어머니/음성변조 : "학폭위 결정이 (우리 애가) 생각할 때도 부당하다고 생각을 했나 봐요. 이후로 수면장애 복통과 두통이 심해졌어요. (가해 학생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거든요."]

왜 이런 처분이 내려졌을까.

KBS가 입수 한 당시 학폭위 회의록입니다.

심의위원들은 가해 학생들이 반성하고 있고, 화해하려 했다며, '반성'과 '화해' 항목에서 가해 학생들의 조치 점수를 최고 4점에서 0점~1점을 준 것으로 확인됩니다.

하지만, 피해 측 학부모는 가해 측으로부터 사과받지 못해 학폭위 심의 결과를 납득하기 힘들다며, 경상남도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A 군 어머니/음성변조 : "가해자가 (사과를) 피해자한테 한 게 아니거든요. (사과를) 하겠다고 (심의위원에게) 약속만 해요. 그런데 정작 지금 기간이 지났지만, 접촉이 없었거든요."]

KBS가 최근 5년 동안 학교 폭력 현황을 교육부에 정보공개를 신청한 결과, 학교 폭력으로 조사 또는 심의한 경우가 2017년 3만 천여 건에서 지난해 4만 4천여 건으로 늘었습니다.

이 기간 피해 학생은 15만여 명으로, 한 해 평균 3만여 명에 이릅니다.

가해 학생 처분은 어땠을까.

처음일 경우 생활기록부에 남지 않는 1호에서 3호 처분은 전체 26만 8천여 건 가운데 68%로 집계됐습니다.

실질적인 조치로 여겨지는 강제 전학과 퇴학은 각각 2%, 0.1%에 불과했습니다.

KBS 뉴스 이대완입니다.

[앵커]

취재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어떤 절차가 진행되는 건가요?

[기자]

먼저, 학폭 신고가 들어오면 일선 학교 학폭 담당 교사가 사안 조사를 진행합니다.

조사 내용이 지역 교육지원청 학폭위로 넘어가고, 폭력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학폭위가 징계 수위를 정하는데요.

심각성, 고의성, 지속성, 반성과 화해 정도, 이 5가지 항목을 0점에서 4점까지 각각 매겨 제일 가벼운 1호 서면 사과부터 가장 무거운, 9호 퇴학 처분을 내립니다.

[앵커]

합산 점수가 높아지면 처분 강도가 세지는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 중에서 4호 '사회봉사' 이상 처분부터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데요.

4호에서 9호까지는 고교나 대학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활기록부에 기록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앵커]

앞서 보도에서 최근 5년 동안 1호부터 3호 처분이 전체 68%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쉽게 말해 10건 중 7건은 생활기록부조차 기록되지 않는 겁니다.

이 때문에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앞서 보도에서 보신 A 군의 사례처럼 가해자에 대한 처분이 피해 학생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큽니다.

[앵커]

학폭위의 피해 학생 보호 조치도 잘되지 않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 5년 동안 학폭위의 피해자 보호 조치 11만 7천 건 가운데 '심리 상담'이나 '조언'이 71%을 차지합니다.

피해와 가해 학생이 서로 마주치지 않게 하는 '일시 보호'나 '학급 교체' 조치는 각 7%, 1%에 그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피해 학생이 오히려 가해 학생을 피해서 전학을 가는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관련 단체 입장 들어보시죠.

[조정실/학교폭력피해자협의회 회장 : "(가해 학생이) 욕을 하거나 가서 윽박 지르면 어떻게 조치를 하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지나가면서 째려보고 간다든지, 위압감 때문에도 되게 힘들어하더라고요, 그 아이들 부딪히는 것만 해도 애들한테는 고통이거든요."]

[앵커]

가해 학생을 엄하게 처분하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합당한 처분을 내리어야 할 텐데요.

[기자]

학폭위의 1차 목표가 선도와 교육에 있는 만큼 가해 학생들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가벼운 처벌이 반복되면 자신의 실수에 대해 관대해지고, 또 다른 문제의 불씨가 될 수 있는데요.

KBS는 최근 경남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 가운데 학폭위의 한계를 드러내는 여러 문제점을 취재했습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사실상 사건을 축소하는 경우인데요.

관련 보도는 내일과 모레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수고하셨습니다.

촬영기자:지승환/영상편집:안진영/그래픽:박재희·김신아·박부민·백진영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불신의 학폭위]① “학폭위 못 믿겠다”…대부분 솜방망이 처분에 ‘반발’
    • 입력 2022-09-13 19:34:37
    • 수정2022-09-13 22:25:34
    뉴스7(창원)
[앵커]

KBS가 심층 취재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학폭위의 문제점을 오늘부터 낱낱이 분석합니다.

일선 학교와 교육청이 학교폭력을 줄이겠다며 학부모와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학폭위를 본격적으로 운영한 지 10년이 흘렀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KBS가 교육부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신청한 결과에도 학폭위의 징계가 상당수 미온적인 처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먼저, 피해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받은 학교 폭력 사례를 공개합니다.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고통과 폭력을 가한 학생들은 어떤 처분을 받았을까요.

심층기획팀, 이대완 기자입니다.

[리포트]

창원의 한 초등학교,

이 학교 A 군은 지난해 동급생 3명으로부터 특정 부위를 짓누르는 괴롭힘을 수차례 당했습니다.

괴롭힘은 학년이 바뀐 올해도 이어졌습니다.

지난해부터 A 군이 괴롭힘을 당한 것을 본 다른 학생 5명이 A 군의 집까지 찾아와 똑같이 괴롭힌 겁니다.

A 군은 과거 해당 부위에 큰 수술을 받아, 하지 말아 달라며 빌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이후 옷을 벗겨 특정 부위에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묻히고, 단체 대화방에서 A 군을 조롱하는 등 괴롭힘 정도는 더 심해졌습니다.

A 군은 불안과 우울 증세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만 했습니다.

[A 군/음성변조 : "(꿈에) 갑자기 그 애 중의 한 명이 나타난다던가 그렇게 잠에서 깨고. (아직도 악몽을 꿔?) 최근에도 3번에서 4번 정도..."]

결국, 학폭위가 열렸지만, A 군의 우울증은 더 심해졌습니다.

가해 학생들에게 고작 '출석 정지 3일' 등의 처분만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A 군 어머니/음성변조 : "학폭위 결정이 (우리 애가) 생각할 때도 부당하다고 생각을 했나 봐요. 이후로 수면장애 복통과 두통이 심해졌어요. (가해 학생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거든요."]

왜 이런 처분이 내려졌을까.

KBS가 입수 한 당시 학폭위 회의록입니다.

심의위원들은 가해 학생들이 반성하고 있고, 화해하려 했다며, '반성'과 '화해' 항목에서 가해 학생들의 조치 점수를 최고 4점에서 0점~1점을 준 것으로 확인됩니다.

하지만, 피해 측 학부모는 가해 측으로부터 사과받지 못해 학폭위 심의 결과를 납득하기 힘들다며, 경상남도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A 군 어머니/음성변조 : "가해자가 (사과를) 피해자한테 한 게 아니거든요. (사과를) 하겠다고 (심의위원에게) 약속만 해요. 그런데 정작 지금 기간이 지났지만, 접촉이 없었거든요."]

KBS가 최근 5년 동안 학교 폭력 현황을 교육부에 정보공개를 신청한 결과, 학교 폭력으로 조사 또는 심의한 경우가 2017년 3만 천여 건에서 지난해 4만 4천여 건으로 늘었습니다.

이 기간 피해 학생은 15만여 명으로, 한 해 평균 3만여 명에 이릅니다.

가해 학생 처분은 어땠을까.

처음일 경우 생활기록부에 남지 않는 1호에서 3호 처분은 전체 26만 8천여 건 가운데 68%로 집계됐습니다.

실질적인 조치로 여겨지는 강제 전학과 퇴학은 각각 2%, 0.1%에 불과했습니다.

KBS 뉴스 이대완입니다.

[앵커]

취재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어떤 절차가 진행되는 건가요?

[기자]

먼저, 학폭 신고가 들어오면 일선 학교 학폭 담당 교사가 사안 조사를 진행합니다.

조사 내용이 지역 교육지원청 학폭위로 넘어가고, 폭력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학폭위가 징계 수위를 정하는데요.

심각성, 고의성, 지속성, 반성과 화해 정도, 이 5가지 항목을 0점에서 4점까지 각각 매겨 제일 가벼운 1호 서면 사과부터 가장 무거운, 9호 퇴학 처분을 내립니다.

[앵커]

합산 점수가 높아지면 처분 강도가 세지는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 중에서 4호 '사회봉사' 이상 처분부터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데요.

4호에서 9호까지는 고교나 대학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활기록부에 기록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앵커]

앞서 보도에서 최근 5년 동안 1호부터 3호 처분이 전체 68%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쉽게 말해 10건 중 7건은 생활기록부조차 기록되지 않는 겁니다.

이 때문에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앞서 보도에서 보신 A 군의 사례처럼 가해자에 대한 처분이 피해 학생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큽니다.

[앵커]

학폭위의 피해 학생 보호 조치도 잘되지 않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 5년 동안 학폭위의 피해자 보호 조치 11만 7천 건 가운데 '심리 상담'이나 '조언'이 71%을 차지합니다.

피해와 가해 학생이 서로 마주치지 않게 하는 '일시 보호'나 '학급 교체' 조치는 각 7%, 1%에 그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피해 학생이 오히려 가해 학생을 피해서 전학을 가는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관련 단체 입장 들어보시죠.

[조정실/학교폭력피해자협의회 회장 : "(가해 학생이) 욕을 하거나 가서 윽박 지르면 어떻게 조치를 하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지나가면서 째려보고 간다든지, 위압감 때문에도 되게 힘들어하더라고요, 그 아이들 부딪히는 것만 해도 애들한테는 고통이거든요."]

[앵커]

가해 학생을 엄하게 처분하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합당한 처분을 내리어야 할 텐데요.

[기자]

학폭위의 1차 목표가 선도와 교육에 있는 만큼 가해 학생들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가벼운 처벌이 반복되면 자신의 실수에 대해 관대해지고, 또 다른 문제의 불씨가 될 수 있는데요.

KBS는 최근 경남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 가운데 학폭위의 한계를 드러내는 여러 문제점을 취재했습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사실상 사건을 축소하는 경우인데요.

관련 보도는 내일과 모레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수고하셨습니다.

촬영기자:지승환/영상편집:안진영/그래픽:박재희·김신아·박부민·백진영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창원-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