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7만 원…“소득 보장을 위한 일자리”

입력 2022.10.11 (21:46) 수정 2022.10.1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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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빠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령층 상당 수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노후를 맞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공공형 일자리가 그나마 도움이 됐는데 이마저도 내년엔 크게 줄어들 상황입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박혜진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혼자 살고 있는 81살 유춘자 어르신, 배달할 도시락을 챙긴 뒤 15분을 걸어 다른 노인 가정을 방문합니다.

["그래도 먹기 싫어도 자꾸 잡수셔야 해."]

같은 고령층을 돌보는 공공형 일자리인데, 한 달에 30시간을 일하고 27만 원을 받습니다.

여기에 기초연금까지 더해야 6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한 달 생활비가 마련됩니다.

[유춘자/공공형 일자리 참여자 : "27만 원 가지고 돈을 쓰는 것도 이리 쓰고 저리 쓰고 진짜 보람되게 살아요. 쌀도 사야 하고 또 반찬거리 사야 되고."]

돈도 돈이지만,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도 고령층에겐 큰 위안입니다.

[차고명/공공형 일자리 참여자 : "노인들이니까 덜 움직이는데 이걸 하면서 많이 움직이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이런 공공형 일자리는 기초연금을 받는 65살 이상 고령층이 대상으로, 소득이 적을수록 먼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일을 하는 고령층의 평균 연령은 76살이 넘고, 10명 중 9명은 연 소득이 하위 50%에 속하는 빈곤층입니다.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라 생계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뜻입니다.

[최현수/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소득 보장을 위해서 필요한 일자리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는 기초연금만큼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이렇다 보니 대기자가 1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주영차/공공형 일자리 대기자 : "행정복지센터 같은 데 신청을 했는데도 3개월, 4개월 후에 연락을 해 준다고만 하지 아무 소식이 없어요."]

올해 기준 공공형 일자리는 61만 개, 정부는 이 가운데 10%인 6만 천 개를 줄일 계획입니다.

KBS 뉴스 박혜진입니다.

[앵커]

정부는 노인 일자리가 양보다 질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이 문제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박혜진 기자! 정부가 공공형 일자리를 줄이려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지금 공공형 일자리가 지속 가능성이 없는 저임금, 단기 일자리라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지난 2018년부터 5년 간에 걸쳐 25만 개, 70% 가까이 늘었는데 나랏돈 들여서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했단 겁니다.

이걸 줄이는 대신 민간형,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3만 8,000개 더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고령층들이 이런 민간형,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가면 되는 거 아닙니까?

[기자]

맞는 말씀인데, 문제는 두 일자리에서 원하는 인력이 다르다는 겁니다.

민간형은 정부가 기업에 임금의 일부를 보조해주고, 채용은 민간에서 하는 방식으로 '고령층 인턴'이라고 보면 됩니다.

참여자 연령 보면 60대 중 후반이 대부분이고, 학력으론 고졸이 가장 많습니다.

그런데 공공형 일자리의 경우 평균 연령은 76세를 넘고, 학력으론 초등학교 졸업이 가장 많습니다.

체력과 숙련도를 따지는 민간 일자리와, 소득을 먼저 고려하는 공공형 일자리와 출발점이 다른 겁니다.

[앵커]

공공형과 민간형이 선호하는 채용 대상이 다르다는 거군요.

[기자]

네, 그러니까 생계 때문에 당장 일자리가 급한 상대적인 고령층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면 노인 빈곤율을 낮추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OECD 한국 보고서에서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는데, 우리나라가 OECD 국가 가운데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런데 공공형 일자리에 참여하면 고령층 빈곤율을 10%p정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공공기관의 연구 결과도 있거든요.

이런 형태의 일자리가 저소득층 고령층에겐 복지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일 겁니다.

[앵커]

그래도 민간형 일자리가 활성화된다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급속한 인구 고령화 속에서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죠.

그런데 지난해 노인 일자리 예산 집행실적을 보면 공공형 일자리의 경우 실집행률이 97%가 넘었는데, 민간형의 경우는 85% 정도입니다.

미처 다 쓰지 못한 예산이 있다는 겁니다.

이번 정부가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민간형 일자리와 관련해 어떤 항목에서 무슨 이유로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건지도 짚어봐야 하겠습니다.

[앵커]

박혜진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송상엽/영상편집:위강해/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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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 27만 원…“소득 보장을 위한 일자리”
    • 입력 2022-10-11 21:46:18
    • 수정2022-10-12 07:59:10
    뉴스 9
[앵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빠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령층 상당 수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노후를 맞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공공형 일자리가 그나마 도움이 됐는데 이마저도 내년엔 크게 줄어들 상황입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박혜진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혼자 살고 있는 81살 유춘자 어르신, 배달할 도시락을 챙긴 뒤 15분을 걸어 다른 노인 가정을 방문합니다.

["그래도 먹기 싫어도 자꾸 잡수셔야 해."]

같은 고령층을 돌보는 공공형 일자리인데, 한 달에 30시간을 일하고 27만 원을 받습니다.

여기에 기초연금까지 더해야 6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한 달 생활비가 마련됩니다.

[유춘자/공공형 일자리 참여자 : "27만 원 가지고 돈을 쓰는 것도 이리 쓰고 저리 쓰고 진짜 보람되게 살아요. 쌀도 사야 하고 또 반찬거리 사야 되고."]

돈도 돈이지만,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도 고령층에겐 큰 위안입니다.

[차고명/공공형 일자리 참여자 : "노인들이니까 덜 움직이는데 이걸 하면서 많이 움직이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이런 공공형 일자리는 기초연금을 받는 65살 이상 고령층이 대상으로, 소득이 적을수록 먼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일을 하는 고령층의 평균 연령은 76살이 넘고, 10명 중 9명은 연 소득이 하위 50%에 속하는 빈곤층입니다.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라 생계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뜻입니다.

[최현수/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소득 보장을 위해서 필요한 일자리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는 기초연금만큼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이렇다 보니 대기자가 1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주영차/공공형 일자리 대기자 : "행정복지센터 같은 데 신청을 했는데도 3개월, 4개월 후에 연락을 해 준다고만 하지 아무 소식이 없어요."]

올해 기준 공공형 일자리는 61만 개, 정부는 이 가운데 10%인 6만 천 개를 줄일 계획입니다.

KBS 뉴스 박혜진입니다.

[앵커]

정부는 노인 일자리가 양보다 질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이 문제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박혜진 기자! 정부가 공공형 일자리를 줄이려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지금 공공형 일자리가 지속 가능성이 없는 저임금, 단기 일자리라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지난 2018년부터 5년 간에 걸쳐 25만 개, 70% 가까이 늘었는데 나랏돈 들여서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했단 겁니다.

이걸 줄이는 대신 민간형,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3만 8,000개 더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고령층들이 이런 민간형,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가면 되는 거 아닙니까?

[기자]

맞는 말씀인데, 문제는 두 일자리에서 원하는 인력이 다르다는 겁니다.

민간형은 정부가 기업에 임금의 일부를 보조해주고, 채용은 민간에서 하는 방식으로 '고령층 인턴'이라고 보면 됩니다.

참여자 연령 보면 60대 중 후반이 대부분이고, 학력으론 고졸이 가장 많습니다.

그런데 공공형 일자리의 경우 평균 연령은 76세를 넘고, 학력으론 초등학교 졸업이 가장 많습니다.

체력과 숙련도를 따지는 민간 일자리와, 소득을 먼저 고려하는 공공형 일자리와 출발점이 다른 겁니다.

[앵커]

공공형과 민간형이 선호하는 채용 대상이 다르다는 거군요.

[기자]

네, 그러니까 생계 때문에 당장 일자리가 급한 상대적인 고령층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면 노인 빈곤율을 낮추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OECD 한국 보고서에서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는데, 우리나라가 OECD 국가 가운데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런데 공공형 일자리에 참여하면 고령층 빈곤율을 10%p정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공공기관의 연구 결과도 있거든요.

이런 형태의 일자리가 저소득층 고령층에겐 복지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일 겁니다.

[앵커]

그래도 민간형 일자리가 활성화된다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급속한 인구 고령화 속에서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죠.

그런데 지난해 노인 일자리 예산 집행실적을 보면 공공형 일자리의 경우 실집행률이 97%가 넘었는데, 민간형의 경우는 85% 정도입니다.

미처 다 쓰지 못한 예산이 있다는 겁니다.

이번 정부가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민간형 일자리와 관련해 어떤 항목에서 무슨 이유로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건지도 짚어봐야 하겠습니다.

[앵커]

박혜진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송상엽/영상편집:위강해/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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