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태원만큼 초과밀이었던 위험 지역 분석해 보니

입력 2022.11.14 (07:02) 수정 2022.11.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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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코로나 이전 인구 기준, 과밀 위험 협소도로 14곳 이상
핼러윈 당일, 유동인구 초과밀 지역 14곳
서울대 김세훈 교수 연구팀, 서울시 군중 밀도 분석 결과
"핼러윈 날 명동·종로·홍대, 인파 쏠렸으면 사고 발생 수준"
"군중 밀집도, 실시간 관리해서 긴급 대응해야"


"운 좋게 살아남았다."
한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말입니다. 그날, 그곳에 있지 않았어도 이런 감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별한 날, 많은 인파에 휩쓸리는 위태로운 순간을 경험해본 이들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서울의 도로 환경과 유동 인구, 밀집도를 분석해보니, 이태원처럼 좁은 골목에 유동인구가 많은 잠재적 과밀 도로가 14곳 이상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핼러윈이었던 10월 29일 군중 밀도가 초과밀 상태여서 사고 위험이 컸던 지역이 14곳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태원에서 벌어진 유동 인구의 집중도를 적용해 시뮬레이션하면, 10월 29일 명동과 종로, 홍대 입구의 상황도 사고가 발생하는 위험 임계치를 넘어설 조건이었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세훈 교수 연구팀(도시설계연구실)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군중 밀집 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서울시 군중 밀도를 분석했습니다. 그동안 서울 시내 유동 인구와 협소 도로를 각각 분석한 자료는 공개됐지만, 이를 종합해 밀집도를 시뮬레이션한 연구는 처음입니다.

■ 서울 잠재적 과밀 도로, 이태원 포함 14곳 이상

이태원 사고 현장은 도로 폭 3.2m, 길이 40m의 좁고 긴 도로입니다. 보행과 차량 통행을 위해 너비 4m 이상을 확보하도록 한 건축법상 도로 기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식당과 주점 등 접객시설이 집중된 이른바 '메인 거리'를 가기 위해 이 골목을 거쳐 유입되는 인구가 많고, 골목 안이 좁고 구불구불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군중이 양방향으로 엉키는 곳입니다.

연구팀은 서울에서 이와 유사한 조건인 골목들을 GIS로 파악했습니다. 도로 폭 5m 미만, 길이 30m 이상인 협소 도로 중에서 생활인구(코로나 이전인 2019년 토요일 저녁 9시 기준 평균)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 역세권에서 반경 200m 이내인 곳을 추렸습니다.

이런 '잠재적 과밀 도로'는 강남역과 건대 입구, 대림, 동대문·동묘, 명동, 미아사거리, 성신여대, 신림역, 연신내, 이태원, 종로·을지로·탑골공원, 충정로(경기대), 혜화역, 홍대 입구 등 14곳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 중에서 유동 인구의 밀집도가 급상승할 수 있는 행사가 열리는 지역을 '과밀 고위험 협소도로'로 분류했습니다. 대형 행사와 축제가 열리면 수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는 종각, 홍대 입구, 명동, 건대 입구, 강남, 이태원 등 6곳이 해당합니다.

종각역 일대에선 보신각 '제야의 종' 행사가 열리는 보신각과 '종각 젊음의 거리'를 잇는, 종각역 4번 출구 인근 골목이 혼잡 위험이 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코로나 이전, 인파와 도로 위 상인이 얽혀 통행로가 좁아지는 명동8길과 명동 나길도 고위험 지역으로 꼽혔습니다.

주말 인파가 몰리는 '홍대 걷고 싶은 거리'와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연결 골목, 경사지 위의 골목 상권과 이어지는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 골목, '건대 맛의 거리'와 연계된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인근 골목도 과밀 위험이 컸습니다.

■ 참사 당일, 이태원 포함 서울 14곳 '초과밀'

군중 밀집 사고의 위험 요인은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과밀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해외 안전관리 전문가들은 군중 밀도의 '위험 임계치'는 제곱미터당 5명이라고 경고합니다. 제곱미터당 6명을 넘어서면 신체 통제력을 잃게 되어, 작은 움직임으로도 도미노 효과가 생기고 압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당 5명 넘으면 위험…대규모 행사 관리 책임자 정해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91639
[특파원 리포트] 해외 안전 전문가들 “이태원 참사서 한국이 놓친 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94505

핼러윈 당일 서울 도심의 군중 밀도는 어땠을까요. 연구팀은 10월 29일 밤 11시를 기준으로 유동인구 데이터를 도로 위에 중첩시켜, 도로 인구 밀도를 분석했습니다.

유동인구는 (그 지역 상주인구로 추정되는) 새벽 시간 생활인구를 뺀 것으로, 생활인구보다 적은 수치입니다. 그리고 그날 이태원처럼, 밀집이 예상되는 협소도로에 유동 인구의 25%가 집중됐다고 가정해 도로 면적당 군중 밀도를 추정해봤습니다.


이태원을 포함해 14곳에서 군중 밀도가 위험 임계치를 넘긴 것으로 파악됩니다. 협소 도로를 고려한 '잠재적 과밀 도로'였던 강남역과 건대 입구, 명동(충무로), 성신여대, 연신내, 이태원, 홍대 입구 일대는 군중 밀도에서도 고위험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원, 대치동, 사당·이수, 신사역, 압구정, 잠실, 청량리 일대는 군중 밀도 측면에서 위험 지역으로 추가 파악됐습니다. 물리적 환경은 나쁘지 않지만, 평소 유동 인구가 많아 특정 행사로 군중이 좁은 공간에 일시적으로 집중되면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는 지역입니다.

■ "참사 즈음, 유동 인구 25%가 사고 인근에 몰려"

이태원 참사 직후 나온 데이터들은 서울 시내 협소 도로와 유동인구를 각각 분석한 자료였습니다. 그런데 각각의 데이터만 보아서는 왜 이태원에서 사고가 벌어졌는지 파악할 수 없습니다.

서울 시내 '과밀 고위험 협소도로' 6곳 가운데 협소도로의 길이 비율은 강남이 41.4%로 가장 높고, 명동은 14.3%로 낮습니다. 이태원은 31.5%로 종로나 건대 입구와 비슷합니다. 밀집이 예상되는 협소도로의 절대 면적 역시, 이태원은 중간이고 홍대 입구와 건대 입구가 더 좁은 골목입니다.

최대 유동 인구의 규모는 종로와 명동이 1만 9,900명 대로, 이태원 1만 6천 명보다 많습니다. 유동 인구가 가장 많았던 시간대 도로 길이당 인구 밀도는 강남이 미터당 4.9명으로, 이태원 3.7명보다 많았습니다.

사고의 결정 요인은 유동 인구가 특정 장소와 시간에 얼마나 집중되었느냐였습니다. 이태원 사고 장면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당시 사고 도로에 제곱미터당 10명 이상이 밀집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았던 저녁 9시에는 1만 6천 명이 사고 도로 주변 2~300미터 이내에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고 장소의 면적을 고려하면 유동 인구의 25%가 협소 도로에 밀집한 겁니다.


그 골목에 유동 인구의 어느 정도가 집중되지 않도록 했어야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까요. 연구팀은 사고 도로에 밀집한 규모를 그날 유동 인구의 15%~20%로 낮춰 시뮬레이션해봤습니다. 예상 군중 밀도는 6.2~8.2명/㎡로, 여전히 군중 밀집 사고 위험 임계치인 5명/㎡를 넘어섰습니다.

'과밀 고위험 협소도로'에 이태원 수준의 유동 인구 집중도를 적용해 시뮬레이션해보니 아찔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동 인구의 25%가 밀집 예상 협소도로에 집중된 현상이 나타났다면, 군중 밀도는 명동 5.3명/㎡, 종로 5.1명/㎡, 홍대 5명/㎡로 위험 임계치에 이르렀습니다.

이태원보다 협소도로 길이의 비율이 높은 강남과 건대 입구는 유동 인구의 30%가 집중되어도 위험 임계치에 이르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상대적으로 이면도로의 폭이 커서 인구가 분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과밀 고위험 협소도로 6곳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고위험 지역이더라도 물리적 특성에 따라 사고를 초래하는 유동 인구의 집중도가 다르고, 지역별로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군중 밀집도, 실시간 관리해야"

연구를 수행한 김세훈 교수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군중 밀집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해당 지역 생활인구에 스마트폰 등으로 알리고 해당 지자체와 경찰서가 긴급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군중 과밀에 따른 재난 취약 지역이 어디인지, 도로와 교통상황, 인구 유발 시설을 파악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대응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체계를 포함한 거버넌스를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유동 인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통행로과 탈출 동선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도시정비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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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이태원만큼 초과밀이었던 위험 지역 분석해 보니
    • 입력 2022-11-14 07:02:41
    • 수정2022-11-14 09:54:30
    취재K
코로나 이전 인구 기준, 과밀 위험 협소도로 14곳 이상<br />핼러윈 당일, 유동인구 초과밀 지역 14곳<br />서울대 김세훈 교수 연구팀, 서울시 군중 밀도 분석 결과<br />"핼러윈 날 명동·종로·홍대, 인파 쏠렸으면 사고 발생 수준"<br />"군중 밀집도, 실시간 관리해서 긴급 대응해야"

"운 좋게 살아남았다."
한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말입니다. 그날, 그곳에 있지 않았어도 이런 감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별한 날, 많은 인파에 휩쓸리는 위태로운 순간을 경험해본 이들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서울의 도로 환경과 유동 인구, 밀집도를 분석해보니, 이태원처럼 좁은 골목에 유동인구가 많은 잠재적 과밀 도로가 14곳 이상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핼러윈이었던 10월 29일 군중 밀도가 초과밀 상태여서 사고 위험이 컸던 지역이 14곳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태원에서 벌어진 유동 인구의 집중도를 적용해 시뮬레이션하면, 10월 29일 명동과 종로, 홍대 입구의 상황도 사고가 발생하는 위험 임계치를 넘어설 조건이었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세훈 교수 연구팀(도시설계연구실)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군중 밀집 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서울시 군중 밀도를 분석했습니다. 그동안 서울 시내 유동 인구와 협소 도로를 각각 분석한 자료는 공개됐지만, 이를 종합해 밀집도를 시뮬레이션한 연구는 처음입니다.

■ 서울 잠재적 과밀 도로, 이태원 포함 14곳 이상

이태원 사고 현장은 도로 폭 3.2m, 길이 40m의 좁고 긴 도로입니다. 보행과 차량 통행을 위해 너비 4m 이상을 확보하도록 한 건축법상 도로 기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식당과 주점 등 접객시설이 집중된 이른바 '메인 거리'를 가기 위해 이 골목을 거쳐 유입되는 인구가 많고, 골목 안이 좁고 구불구불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군중이 양방향으로 엉키는 곳입니다.

연구팀은 서울에서 이와 유사한 조건인 골목들을 GIS로 파악했습니다. 도로 폭 5m 미만, 길이 30m 이상인 협소 도로 중에서 생활인구(코로나 이전인 2019년 토요일 저녁 9시 기준 평균)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 역세권에서 반경 200m 이내인 곳을 추렸습니다.

이런 '잠재적 과밀 도로'는 강남역과 건대 입구, 대림, 동대문·동묘, 명동, 미아사거리, 성신여대, 신림역, 연신내, 이태원, 종로·을지로·탑골공원, 충정로(경기대), 혜화역, 홍대 입구 등 14곳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 중에서 유동 인구의 밀집도가 급상승할 수 있는 행사가 열리는 지역을 '과밀 고위험 협소도로'로 분류했습니다. 대형 행사와 축제가 열리면 수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는 종각, 홍대 입구, 명동, 건대 입구, 강남, 이태원 등 6곳이 해당합니다.

종각역 일대에선 보신각 '제야의 종' 행사가 열리는 보신각과 '종각 젊음의 거리'를 잇는, 종각역 4번 출구 인근 골목이 혼잡 위험이 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코로나 이전, 인파와 도로 위 상인이 얽혀 통행로가 좁아지는 명동8길과 명동 나길도 고위험 지역으로 꼽혔습니다.

주말 인파가 몰리는 '홍대 걷고 싶은 거리'와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연결 골목, 경사지 위의 골목 상권과 이어지는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 골목, '건대 맛의 거리'와 연계된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인근 골목도 과밀 위험이 컸습니다.

■ 참사 당일, 이태원 포함 서울 14곳 '초과밀'

군중 밀집 사고의 위험 요인은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과밀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해외 안전관리 전문가들은 군중 밀도의 '위험 임계치'는 제곱미터당 5명이라고 경고합니다. 제곱미터당 6명을 넘어서면 신체 통제력을 잃게 되어, 작은 움직임으로도 도미노 효과가 생기고 압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당 5명 넘으면 위험…대규모 행사 관리 책임자 정해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91639
[특파원 리포트] 해외 안전 전문가들 “이태원 참사서 한국이 놓친 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94505

핼러윈 당일 서울 도심의 군중 밀도는 어땠을까요. 연구팀은 10월 29일 밤 11시를 기준으로 유동인구 데이터를 도로 위에 중첩시켜, 도로 인구 밀도를 분석했습니다.

유동인구는 (그 지역 상주인구로 추정되는) 새벽 시간 생활인구를 뺀 것으로, 생활인구보다 적은 수치입니다. 그리고 그날 이태원처럼, 밀집이 예상되는 협소도로에 유동 인구의 25%가 집중됐다고 가정해 도로 면적당 군중 밀도를 추정해봤습니다.


이태원을 포함해 14곳에서 군중 밀도가 위험 임계치를 넘긴 것으로 파악됩니다. 협소 도로를 고려한 '잠재적 과밀 도로'였던 강남역과 건대 입구, 명동(충무로), 성신여대, 연신내, 이태원, 홍대 입구 일대는 군중 밀도에서도 고위험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원, 대치동, 사당·이수, 신사역, 압구정, 잠실, 청량리 일대는 군중 밀도 측면에서 위험 지역으로 추가 파악됐습니다. 물리적 환경은 나쁘지 않지만, 평소 유동 인구가 많아 특정 행사로 군중이 좁은 공간에 일시적으로 집중되면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는 지역입니다.

■ "참사 즈음, 유동 인구 25%가 사고 인근에 몰려"

이태원 참사 직후 나온 데이터들은 서울 시내 협소 도로와 유동인구를 각각 분석한 자료였습니다. 그런데 각각의 데이터만 보아서는 왜 이태원에서 사고가 벌어졌는지 파악할 수 없습니다.

서울 시내 '과밀 고위험 협소도로' 6곳 가운데 협소도로의 길이 비율은 강남이 41.4%로 가장 높고, 명동은 14.3%로 낮습니다. 이태원은 31.5%로 종로나 건대 입구와 비슷합니다. 밀집이 예상되는 협소도로의 절대 면적 역시, 이태원은 중간이고 홍대 입구와 건대 입구가 더 좁은 골목입니다.

최대 유동 인구의 규모는 종로와 명동이 1만 9,900명 대로, 이태원 1만 6천 명보다 많습니다. 유동 인구가 가장 많았던 시간대 도로 길이당 인구 밀도는 강남이 미터당 4.9명으로, 이태원 3.7명보다 많았습니다.

사고의 결정 요인은 유동 인구가 특정 장소와 시간에 얼마나 집중되었느냐였습니다. 이태원 사고 장면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당시 사고 도로에 제곱미터당 10명 이상이 밀집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았던 저녁 9시에는 1만 6천 명이 사고 도로 주변 2~300미터 이내에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고 장소의 면적을 고려하면 유동 인구의 25%가 협소 도로에 밀집한 겁니다.


그 골목에 유동 인구의 어느 정도가 집중되지 않도록 했어야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까요. 연구팀은 사고 도로에 밀집한 규모를 그날 유동 인구의 15%~20%로 낮춰 시뮬레이션해봤습니다. 예상 군중 밀도는 6.2~8.2명/㎡로, 여전히 군중 밀집 사고 위험 임계치인 5명/㎡를 넘어섰습니다.

'과밀 고위험 협소도로'에 이태원 수준의 유동 인구 집중도를 적용해 시뮬레이션해보니 아찔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동 인구의 25%가 밀집 예상 협소도로에 집중된 현상이 나타났다면, 군중 밀도는 명동 5.3명/㎡, 종로 5.1명/㎡, 홍대 5명/㎡로 위험 임계치에 이르렀습니다.

이태원보다 협소도로 길이의 비율이 높은 강남과 건대 입구는 유동 인구의 30%가 집중되어도 위험 임계치에 이르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상대적으로 이면도로의 폭이 커서 인구가 분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과밀 고위험 협소도로 6곳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고위험 지역이더라도 물리적 특성에 따라 사고를 초래하는 유동 인구의 집중도가 다르고, 지역별로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군중 밀집도, 실시간 관리해야"

연구를 수행한 김세훈 교수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군중 밀집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해당 지역 생활인구에 스마트폰 등으로 알리고 해당 지자체와 경찰서가 긴급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군중 과밀에 따른 재난 취약 지역이 어디인지, 도로와 교통상황, 인구 유발 시설을 파악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대응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체계를 포함한 거버넌스를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유동 인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통행로과 탈출 동선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도시정비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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