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급하다더니…화석연료 투자 신재생의 33배

입력 2022.11.16 (14:01) 수정 2022.11.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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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은 못 참겠다!" 58개 나라가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입니다.

이들의 요구, 선진국이 탄소를 배출해 경제 성장을 해놓고, 정작 피해는 우리가 보고 있으니 '빚을 갚으라'는 게 핵심입니다.

실제로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사라지고, 최악의 홍수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피해액만 7백조 원 규모입니다.

그리고 세계는 이들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답했습니다.

이른바 '기후 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 지난 6일, 이집트에서 막을 올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결의문 초안에 이런 내용이 담겼습니다.

우리나라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상 아직 '개발도상국'입니다. 그렇다고 눈치만 보며 손 놓고 있을 처지가 아닙니다.

2020년 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 산업화 이후 누적 배출량 세계 17위. 세계가 보기에 한국은 '기후악당국'인 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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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녹색기후기금' 약속은 지켰나?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국제 사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할 도리를 다했을까요?

녹색연합이 우리나라의 '기후 관련 재정 지원' 실태를 분석했습니다. 쉽게 말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 낸 돈은 얼마인지, 그게 적절한 수준인지를 따져본 겁니다.

우리나라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기후 관련 재정지원, 화석연료 금융지원 등에 쓴 액수  (출처: 녹색연합)우리나라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기후 관련 재정지원, 화석연료 금융지원 등에 쓴 액수 (출처: 녹색연합)

위 표에서 볼 수 있듯,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국제 사회에 '기후 관련 재정 지원' 명목으로 모두 15억 2,707만 달러(우리 돈 1조 7,286억 원)를 냈습니다. 5년 동안 매해 2,880억 원 정도를 국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쓴 셈입니다.

얼핏 큰 돈을 낸 것 같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면이 안 서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으로 1억 달러를 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우리나라는 유엔 총회 연설에서 "2020년부터 2023년 사이에 2억 달러를 추가로 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추가로 내겠다던 2억 달러 중 2022년 올해 10월까지 낸 돈은 단 3,450만 달러입니다. 전체 약정액의 17% 정도를 낸 겁니다.

녹색연합 분석을 보면, 이 납부율은 기금 납부를 약속한 32개 나라와 2개 도시 가운데 33위입니다. 거의 꼴지입니다. 10%대 납부율, 우리나라와 이탈리아 단 두 곳뿐입니다. 13개 나라와 2개 도시가 이미 100%를 납부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녹색연합은 "기획재정부가 약정계획에 맞춰 차례대로 납부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납부율이 아직 10% 수준인 것은 계획을 애초부터 잘못 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탄소배출 10위권에 속하고, 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을 한국에 유치한 점을 고려했을 때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지난 2013년 우리 정부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녹색기후기금을 유치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녹색기후기금은 개발도상국의 탄소 절감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금을 투자하고 운영하려고 만든 국제금융기구입니다. 납부율 10%. 사무국이 있는 나라의 현실입니다.

■ '767억 달러 vs 23억 달러'…우리나라 '기후위기 대응'의 민낯

녹색연합 분석자료에서 주목할 부분이 또 있습니다 . 바로 해외 화석연료 투자입니다.

우리나라 공적 금융기관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석유와 가스 등 해외 화석연료에 보조금이나 대출 등으로 지원한 액수는 모두 767억 달러입니다. 매년 127억 달러를 투자한 건데, G20 국가 가운데 중국과 일본에 이어 3위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 공적 금융기관의 태양광과 풍력 같은 해외 청정에너지에는 23억 달러가량 투자했습니다. 매년 3억 8천만 달러 정도 쓴 겁니다.

녹색연합은 "우리나라가 기후위기를 가속화 하는 해외 화석연료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도, 국제적인 기후대응을 위해서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지원만을 하는 현실이 드러났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배출에 큰 책임이 있는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후대응 재원 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추가 계획을 내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기후위기'는 이제 현실입니다. 빈말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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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6 14:01:10
    • 수정2022-11-16 14:05:46
    취재K

"더이상은 못 참겠다!" 58개 나라가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입니다.

이들의 요구, 선진국이 탄소를 배출해 경제 성장을 해놓고, 정작 피해는 우리가 보고 있으니 '빚을 갚으라'는 게 핵심입니다.

실제로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사라지고, 최악의 홍수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피해액만 7백조 원 규모입니다.

그리고 세계는 이들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답했습니다.

이른바 '기후 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 지난 6일, 이집트에서 막을 올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결의문 초안에 이런 내용이 담겼습니다.

우리나라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상 아직 '개발도상국'입니다. 그렇다고 눈치만 보며 손 놓고 있을 처지가 아닙니다.

2020년 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 산업화 이후 누적 배출량 세계 17위. 세계가 보기에 한국은 '기후악당국'인 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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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9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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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이 우리나라의 '기후 관련 재정 지원' 실태를 분석했습니다. 쉽게 말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 낸 돈은 얼마인지, 그게 적절한 수준인지를 따져본 겁니다.

우리나라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기후 관련 재정지원, 화석연료 금융지원 등에 쓴 액수  (출처: 녹색연합)
위 표에서 볼 수 있듯,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국제 사회에 '기후 관련 재정 지원' 명목으로 모두 15억 2,707만 달러(우리 돈 1조 7,286억 원)를 냈습니다. 5년 동안 매해 2,880억 원 정도를 국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쓴 셈입니다.

얼핏 큰 돈을 낸 것 같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면이 안 서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으로 1억 달러를 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우리나라는 유엔 총회 연설에서 "2020년부터 2023년 사이에 2억 달러를 추가로 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추가로 내겠다던 2억 달러 중 2022년 올해 10월까지 낸 돈은 단 3,450만 달러입니다. 전체 약정액의 17% 정도를 낸 겁니다.

녹색연합 분석을 보면, 이 납부율은 기금 납부를 약속한 32개 나라와 2개 도시 가운데 33위입니다. 거의 꼴지입니다. 10%대 납부율, 우리나라와 이탈리아 단 두 곳뿐입니다. 13개 나라와 2개 도시가 이미 100%를 납부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녹색연합은 "기획재정부가 약정계획에 맞춰 차례대로 납부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납부율이 아직 10% 수준인 것은 계획을 애초부터 잘못 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탄소배출 10위권에 속하고, 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을 한국에 유치한 점을 고려했을 때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지난 2013년 우리 정부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녹색기후기금을 유치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녹색기후기금은 개발도상국의 탄소 절감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금을 투자하고 운영하려고 만든 국제금융기구입니다. 납부율 10%. 사무국이 있는 나라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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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 공적 금융기관의 태양광과 풍력 같은 해외 청정에너지에는 23억 달러가량 투자했습니다. 매년 3억 8천만 달러 정도 쓴 겁니다.

녹색연합은 "우리나라가 기후위기를 가속화 하는 해외 화석연료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도, 국제적인 기후대응을 위해서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지원만을 하는 현실이 드러났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배출에 큰 책임이 있는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후대응 재원 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추가 계획을 내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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