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폭 20cm·급경사’ 계단…규정 없다고 ‘황당 시공’

입력 2022.12.13 (19:29) 수정 2022.12.1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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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십 억 원짜리 복층 상가의 계단 폭이 불과 20cm, 어린아이 신발보다도 작아서, 오르려면 그야말로 위태위태, 급경사를 등반하듯 해야 합니다.

옛날에 지어진 곳도 아니고 새로 분양한 곳이 이 모양인데, 법 규정 자체에서부터 문제가 있었습니다.

현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계단 폭이 어른 신발의 절반도 안 되고, 아이 것보다도 작습니다.

모형인가 싶은 이 구조물, 신축 상가의 실제 계단입니다.

[강고운/점포 주인 : "(9월 쯤에 와서) 계단을 올라가려고 보니까 아니 진짜 이게 뭐지 이게 뭐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난 8월 준공된 한 주상복합 상가의 복층 점포 계단이 이렇게 시공됐습니다.

제가 직접 계단 폭을 재보겠습니다.

가장 넓은 곳도 20cm에 불과합니다.

폭이 좁다보니 경사도는 45도, 안전을 위해 권장되는 최대경사각 30도보다 훨씬 가파릅니다.

손잡이를 잡지 않고선 내려가는 것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강고운/점포 주인 : "처음 왔을 때 계단 단 너비가 너무 좁아서. 이런 식으로 돼 있으면 위층을 이용하고 오르내릴 때 안전성의 위험이 굉장히 크겠다는."]

황당한 계단이 설치된 점포는 모두 11곳.

평균 분양가 30~40억 원짜리 고급 상가가 이런 식으로 지어졌습니다.

개업하면 당장 손님들이 이용해야 할 계단입니다.

[강고운/점포 주인 : "저희한테 입점 제안을 뭘 했었냐면. 제주 흑돼지 (음식점들)... 그러면 술 마시고 하는 고객들이 여기를 내려오면서 과연 안전하게 오갈수 있을까?"]

이런데도 해당 상가는 준공 승인을 통과했습니다.

'주택법'은 계단의 최소 기준을 두고 있지만 상가는 그 적용을 받지 않고, '건축법'도 초.중.고등학교에 대해서만 계단 규정을 정해뒀습니다.

상가 점포 계단은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입니다.

[건축사무소/음성변조 : "법적으로 문제는 안 된다라는 거죠. 난간도 있고 해서 일단은 조금 급하기는 한데."]

[시공사/음성변조 : "(저희는) 설계에 맞춰 시공을 한 거기 때문에..."]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는 그저 규정만 따른다는 입장입니다.

[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법에 규정이 없는데 220 이상으로 하라든지 그렇게 보안을 내리면 저희가 문제가 되죠. 이 부분은 어떤 관련 규정이 생겨야지..."]

[건축사 : "설계할 때 이렇게 무리하게 설계는 안해요. 일반적으로 보통 30cm 정도 설계를 하거든요."]

KBS 취재가 시작되고서야 건설사 측은 재시공을 약속했습니다.

계단 폭 '27cm'를 제안했습니다.

KBS 뉴스 현예슬입니다.

촬영기자:송혜성 최석규/영상편집:차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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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천만 ‘폭 20cm·급경사’ 계단…규정 없다고 ‘황당 시공’
    • 입력 2022-12-13 19:29:24
    • 수정2022-12-13 19:42:57
    뉴스 7
[앵커]

수십 억 원짜리 복층 상가의 계단 폭이 불과 20cm, 어린아이 신발보다도 작아서, 오르려면 그야말로 위태위태, 급경사를 등반하듯 해야 합니다.

옛날에 지어진 곳도 아니고 새로 분양한 곳이 이 모양인데, 법 규정 자체에서부터 문제가 있었습니다.

현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계단 폭이 어른 신발의 절반도 안 되고, 아이 것보다도 작습니다.

모형인가 싶은 이 구조물, 신축 상가의 실제 계단입니다.

[강고운/점포 주인 : "(9월 쯤에 와서) 계단을 올라가려고 보니까 아니 진짜 이게 뭐지 이게 뭐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난 8월 준공된 한 주상복합 상가의 복층 점포 계단이 이렇게 시공됐습니다.

제가 직접 계단 폭을 재보겠습니다.

가장 넓은 곳도 20cm에 불과합니다.

폭이 좁다보니 경사도는 45도, 안전을 위해 권장되는 최대경사각 30도보다 훨씬 가파릅니다.

손잡이를 잡지 않고선 내려가는 것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강고운/점포 주인 : "처음 왔을 때 계단 단 너비가 너무 좁아서. 이런 식으로 돼 있으면 위층을 이용하고 오르내릴 때 안전성의 위험이 굉장히 크겠다는."]

황당한 계단이 설치된 점포는 모두 11곳.

평균 분양가 30~40억 원짜리 고급 상가가 이런 식으로 지어졌습니다.

개업하면 당장 손님들이 이용해야 할 계단입니다.

[강고운/점포 주인 : "저희한테 입점 제안을 뭘 했었냐면. 제주 흑돼지 (음식점들)... 그러면 술 마시고 하는 고객들이 여기를 내려오면서 과연 안전하게 오갈수 있을까?"]

이런데도 해당 상가는 준공 승인을 통과했습니다.

'주택법'은 계단의 최소 기준을 두고 있지만 상가는 그 적용을 받지 않고, '건축법'도 초.중.고등학교에 대해서만 계단 규정을 정해뒀습니다.

상가 점포 계단은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입니다.

[건축사무소/음성변조 : "법적으로 문제는 안 된다라는 거죠. 난간도 있고 해서 일단은 조금 급하기는 한데."]

[시공사/음성변조 : "(저희는) 설계에 맞춰 시공을 한 거기 때문에..."]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는 그저 규정만 따른다는 입장입니다.

[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법에 규정이 없는데 220 이상으로 하라든지 그렇게 보안을 내리면 저희가 문제가 되죠. 이 부분은 어떤 관련 규정이 생겨야지..."]

[건축사 : "설계할 때 이렇게 무리하게 설계는 안해요. 일반적으로 보통 30cm 정도 설계를 하거든요."]

KBS 취재가 시작되고서야 건설사 측은 재시공을 약속했습니다.

계단 폭 '27cm'를 제안했습니다.

KBS 뉴스 현예슬입니다.

촬영기자:송혜성 최석규/영상편집:차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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