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두꺼운 손가락’이 불러온 참사?…시골 축협에 ‘천억 원’대 폭격

입력 2022.12.14 (18:01) 수정 2022.12.14 (18: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어서 ET콕입니다.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초보 주식 브로커.

매수 버튼을 힘차게 누릅니다.

["(네! 감사합니...) 야! 내가 팔랬지 언제 사랬어?!"]

대리급 직원의 실수로 회사가 엄청난 손실을 입는다는 내용, 현실에서도 종종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런 주문 실수를 가리켜 ‘팻 핑거’라고 합니다.

손가락이 두꺼워 키보드를 치는 과정에서 의도와는 다른 숫자가 입력돼 벌어지는 일입니다.

국내에서 자주 회자되는 '팻 핑거' 사고로는 지난 2013년 12월 12일에 발생한 '한맥증권 사태'가 있습니다.

한 직원이 프로그램 매매 과정에서 코스피 선물 옵션 가격의 변수가 되는 이자율을 실수로 잘못 입력했는데요.

그 결과 단 2분 만에 460억 원대의 손실이 발생했고, 30년 역사의 한맥증권이 결국 파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018년에도 대형 '팻 핑거' 사건이 있었습니다.

삼성증권에서 우리사주 283만 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을 배당해야 하는데, 그만 1,000 '주'를 배당해버린 이른바‘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입니다.

최근엔 경남 남해군 축산농협에서 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일 오전 최고 금리 연 10%대 정기 적금 상품이 출시되자, 당초 목표 금액의 100배가 넘는 1000억 원대의 예수금이 몰렸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만 봐도, 만기일이 되면 백억 원대의 이자를 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이 같은 사태는 직원의 클릭 실수에서 비롯됐는데요.

당초 지역의 소수 고객을 상대로만 대면 판매할 계획이었는데 직원이 상품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비대면 미취급’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온라인에서도 상품 가입이 가능하도록 열려 버린 겁니다.

진상을 파악한 축협은 “직원의 실수로 감당할 수 없는 예수금이 몰렸으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지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지금까지 40% 정도가 해지에 응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뱅킹이 일반화되면서 일반인도 종종 '팻 핑거' 상황을 경험합니다.

휴대전화의 자판 간격이 좁아 은행 계좌 번호를 잘못 누르거나 금액을 잘못 입력하는 겁니다.

컴퓨터 자판의 간격은 2㎝가량 되지만 휴대폰에서의 자판 간격은 0.5㎝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축의금 10만 원을 보낸다는 게 0을 하나 더 찍어 100만 원을 보내는가 하면, 계좌번호 끝자리를 잘못 눌러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송금하기도 합니다.

이 같은 아찔한 사례가 늘다 보니 예금보험공사에서는 ‘착오 송금 반환 지원 제도'라는 걸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300여 건, 29억 원의 반환을 해결했습니다.

["악재를 호재로 바꾸는 건 여러분의 손가락에 달려있습니다."]

금융에서 신뢰는 생명과도 같습니다.

특히 비대면, 디지털 뱅킹 시대에 금융거래에서의 안전 시스템은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ET] ‘두꺼운 손가락’이 불러온 참사?…시골 축협에 ‘천억 원’대 폭격
    • 입력 2022-12-14 18:01:38
    • 수정2022-12-14 18:12:35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콕입니다.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초보 주식 브로커.

매수 버튼을 힘차게 누릅니다.

["(네! 감사합니...) 야! 내가 팔랬지 언제 사랬어?!"]

대리급 직원의 실수로 회사가 엄청난 손실을 입는다는 내용, 현실에서도 종종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런 주문 실수를 가리켜 ‘팻 핑거’라고 합니다.

손가락이 두꺼워 키보드를 치는 과정에서 의도와는 다른 숫자가 입력돼 벌어지는 일입니다.

국내에서 자주 회자되는 '팻 핑거' 사고로는 지난 2013년 12월 12일에 발생한 '한맥증권 사태'가 있습니다.

한 직원이 프로그램 매매 과정에서 코스피 선물 옵션 가격의 변수가 되는 이자율을 실수로 잘못 입력했는데요.

그 결과 단 2분 만에 460억 원대의 손실이 발생했고, 30년 역사의 한맥증권이 결국 파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018년에도 대형 '팻 핑거' 사건이 있었습니다.

삼성증권에서 우리사주 283만 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을 배당해야 하는데, 그만 1,000 '주'를 배당해버린 이른바‘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입니다.

최근엔 경남 남해군 축산농협에서 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일 오전 최고 금리 연 10%대 정기 적금 상품이 출시되자, 당초 목표 금액의 100배가 넘는 1000억 원대의 예수금이 몰렸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만 봐도, 만기일이 되면 백억 원대의 이자를 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이 같은 사태는 직원의 클릭 실수에서 비롯됐는데요.

당초 지역의 소수 고객을 상대로만 대면 판매할 계획이었는데 직원이 상품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비대면 미취급’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온라인에서도 상품 가입이 가능하도록 열려 버린 겁니다.

진상을 파악한 축협은 “직원의 실수로 감당할 수 없는 예수금이 몰렸으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지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지금까지 40% 정도가 해지에 응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뱅킹이 일반화되면서 일반인도 종종 '팻 핑거' 상황을 경험합니다.

휴대전화의 자판 간격이 좁아 은행 계좌 번호를 잘못 누르거나 금액을 잘못 입력하는 겁니다.

컴퓨터 자판의 간격은 2㎝가량 되지만 휴대폰에서의 자판 간격은 0.5㎝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축의금 10만 원을 보낸다는 게 0을 하나 더 찍어 100만 원을 보내는가 하면, 계좌번호 끝자리를 잘못 눌러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송금하기도 합니다.

이 같은 아찔한 사례가 늘다 보니 예금보험공사에서는 ‘착오 송금 반환 지원 제도'라는 걸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300여 건, 29억 원의 반환을 해결했습니다.

["악재를 호재로 바꾸는 건 여러분의 손가락에 달려있습니다."]

금융에서 신뢰는 생명과도 같습니다.

특히 비대면, 디지털 뱅킹 시대에 금융거래에서의 안전 시스템은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