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600억 짜리 '유령역'

입력 2004.09.15 (22:05)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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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남과 분당을 연결하는 지하철이 개통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하철역 한 곳은 시민들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그냥 통과하고 있습니다.
600억원을 들여 완공한 지하철역을 이렇게 놀리는 이유는 시민을 무시한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 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현장추적 김원장 기자입니다.
⊙기자: 강남에서 분당으로 가는 분당선을 타 봤습니다.
도곡역에서 개포역으로 가는 도중 순식간에 한 역을 마치 유령역처럼 그냥 지나칩니다.
해당 구룡역을 찾아가 봤습니다.
막힌 문을 열고 지나자 모든 것을 갖춘 최신식 역사가 드러납니다.
최신 개찰구에서 자동매표기나 매표소는 물론 각종 전자기기도 설비를 끝냈습니다.
역 안의 모든 시스템이 작동중이지만 열차는 몇 달째 그냥 지나칩니다.
시공사는 물론 감리회사 직원들도 그저 개통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룡역 감리 책임자: 통보가 아직 안 왔죠.
저희들도 아직 모르고 있어요.
⊙기자: 그럼 마냥 기다리시는 거예요?
⊙구룡역 감리 책임자: 그렇다고 봐야죠.
⊙기자: 국민세금을 600억 넘게 써서 이렇게 잘 지어놓은 지하철역사를 왜 놀리고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당초 예정에 없던 지하철역이 강남지역 주민민원으로 들어서면서 공사비 분담을 놓고 철도시설공단과 서울시와의 줄다리기가 시작됐습니다.
결국 지난해 6월 절반씩 분담하기로 했지만 서울시는 아직도 84억원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공사주최인 철도시설공단측은 서울시가 남은 공사비를 내지 않으면 개통하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다른 자치단체들도 공사비를 떼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승룡(한국철도시설공단 건설계획처장): 분명히 국고지원금이 가고 그 충분한 자금이 확보되면 그것이라도 저희한테 납부하겠다 했다면 조금 시간을 당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기자: 이에 대해 서울시는 국고지원금이 나오면 그때 가서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나마 84억원 중 61억원은 강남구가 낼 거라고 말합니다.
⊙서울시 교통계획과 담당자: 강남구에서 61억원을 추경 예산에다 편성했으면 깨끗하게 끝나는데 강남구에서는 재정 여건이 어렵다고 나머지 절반은 내년 1월 달에 주겠다고...
⊙기자: 강남구는 한 술 더 떠 뒤늦게 돈을 내게 됐으니 내년도 예산 편성이 된 뒤에야 돈을 다 낼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렇게 관련 기관들이 책임을 미루는 사이 600억짜리 역은 먼지만 쌓여갑니다.
⊙김선빈(지역 주민): 예산 문제는 일단 나중 문제로 치더라도 지하철역이 완공이 됐다면 시민들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개통을 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취재가 시작되고 공단측은 부랴부랴 개통일을 잡겠다고 나섰지만 그동안 시민들이 이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현장추적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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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600억 짜리 '유령역'
    • 입력 2004-09-15 21:19:34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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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남과 분당을 연결하는 지하철이 개통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하철역 한 곳은 시민들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그냥 통과하고 있습니다. 600억원을 들여 완공한 지하철역을 이렇게 놀리는 이유는 시민을 무시한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 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현장추적 김원장 기자입니다. ⊙기자: 강남에서 분당으로 가는 분당선을 타 봤습니다. 도곡역에서 개포역으로 가는 도중 순식간에 한 역을 마치 유령역처럼 그냥 지나칩니다. 해당 구룡역을 찾아가 봤습니다. 막힌 문을 열고 지나자 모든 것을 갖춘 최신식 역사가 드러납니다. 최신 개찰구에서 자동매표기나 매표소는 물론 각종 전자기기도 설비를 끝냈습니다. 역 안의 모든 시스템이 작동중이지만 열차는 몇 달째 그냥 지나칩니다. 시공사는 물론 감리회사 직원들도 그저 개통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룡역 감리 책임자: 통보가 아직 안 왔죠. 저희들도 아직 모르고 있어요. ⊙기자: 그럼 마냥 기다리시는 거예요? ⊙구룡역 감리 책임자: 그렇다고 봐야죠. ⊙기자: 국민세금을 600억 넘게 써서 이렇게 잘 지어놓은 지하철역사를 왜 놀리고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당초 예정에 없던 지하철역이 강남지역 주민민원으로 들어서면서 공사비 분담을 놓고 철도시설공단과 서울시와의 줄다리기가 시작됐습니다. 결국 지난해 6월 절반씩 분담하기로 했지만 서울시는 아직도 84억원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공사주최인 철도시설공단측은 서울시가 남은 공사비를 내지 않으면 개통하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다른 자치단체들도 공사비를 떼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승룡(한국철도시설공단 건설계획처장): 분명히 국고지원금이 가고 그 충분한 자금이 확보되면 그것이라도 저희한테 납부하겠다 했다면 조금 시간을 당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기자: 이에 대해 서울시는 국고지원금이 나오면 그때 가서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나마 84억원 중 61억원은 강남구가 낼 거라고 말합니다. ⊙서울시 교통계획과 담당자: 강남구에서 61억원을 추경 예산에다 편성했으면 깨끗하게 끝나는데 강남구에서는 재정 여건이 어렵다고 나머지 절반은 내년 1월 달에 주겠다고... ⊙기자: 강남구는 한 술 더 떠 뒤늦게 돈을 내게 됐으니 내년도 예산 편성이 된 뒤에야 돈을 다 낼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렇게 관련 기관들이 책임을 미루는 사이 600억짜리 역은 먼지만 쌓여갑니다. ⊙김선빈(지역 주민): 예산 문제는 일단 나중 문제로 치더라도 지하철역이 완공이 됐다면 시민들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개통을 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취재가 시작되고 공단측은 부랴부랴 개통일을 잡겠다고 나섰지만 그동안 시민들이 이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현장추적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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