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선생에 돌을…”

입력 2004.11.23 (22:03)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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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수능시험 부정사건에 대해서 한 교사가 학생을 잘못 가르친 교사의 책임이라는 참회의 글을 써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해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수능 부정시험과 관련해 여론이 뜨거운 교육부 게시판.
한 고등학교 교사가 자신에게 돌을 던지라며 참회의 글을 띄웠습니다.
입만 열면 경쟁을 외치고 손만 들면 점수 잘 받는 법을 칠판에 써왔다며 국민에게 먼저 용서를 구했습니다.
또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도 대학에만 가면 된다며 학생들을 몰아세우고 열심히 점수따기교육을 해 왔다고 이 교사는 털어놨습니다.
학생보다는 교사의 권리와 이익만을 좇아 단체행동을 했던 것도 반성했습니다.
결국 이 같은 교사의 잘못된 교육이 학생들의 수능 부정행위까지 불러왔고 그 책임은 교사에게 있다며 못난 선생에게 돌을 던지라고 거듭 사죄했습니다.
잘못 가르친 죄를 벌해 달라는 이 교사는 이제 교사들이 우선 대오각성하고 국민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교육의 새 틀을 짜야 할 때라는 호소로 참회의 글을 매듭지었습니다.
KBS뉴스 이해연입니다.

‘고교교사’란 필명으로 교육부 홈피에 올린 글 전문
국민여러분 잘못했습니다. 저에게 돌을 던지십시오.

국민 여러분
결국 오고야 말았습니다. 혹시나 하면서도 설마 했던 일이 결국 대명천지에 드러났습니다.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정신으로 순수한 이상과 원대한 꿈을 꾸면서, 진실을 추구하고 진리를 탐구하면서 미래의 이 나라를 이끌고 갈 동량지재들이 범죄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제자들이, 우리의 자녀들이, 우리 민족의 미래들이 오늘 뉴스화면을 시커멓게 장식하면서, 얼굴을 가리운 채 호송차에 타고 있었습니다. 이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차마 얼굴을 들고 뉴스 화면을 볼 수 없었습니다. 감히 제가 교탁 위에서 아이들을 향하여 무엇을 가르친단 말씀입니까? 저는 입만 열면 경쟁을 외치고, 손만 들면 점수를 잘 받는 법을 칠판에 썼습니다.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도 ''괜찮아''를 반복하며,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주절거림으로 아이들을 몰아왔습니다. 한편으로는 현실론을 내세우며, 또 한편으로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핑계로, 참으로 열심히 점수 따기 교육을 해왔습니다.

국민 여러분
감히 누구에게 이 죄값을 돌리겠습니까?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양심을 가르치지 못하고, 진실을 가르치지 못하고, 잘못을 잘못이라 가르치지 못했던 이 형편없는 선생놈의 잘못입니다. 제도를 탓하지 않습니다. 시대를 탓하지 않습니다. 모두 사람의 잘못입니다. 사람이 들어서야 할 자리에 간판이 들어서 있고, 인격이 바로 서야 할 자리에 외모가 들어서 있고, 용기와 양심이 들어서야 할 자리에 특권과 물질이 들어서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가를 따지지 못하고, 그 사람이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를 따졌습니다.

국민 여러분, 정말 잘못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돌을 던지지 마십시오.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에게도 돌을 던지지 마십시오. 그 아이들의 학교에도 돌을 던지지 마십시오. 모두 이 못난 선생에게 던지십시오. 피 토하는 심정으로 무릎 꿇어 사죄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정말 우리 나라 교육부가 이래서 정말 미안합니다.
누구 하나 통탄하며 국민에게 사죄하는 마음 없이 제도 개선이니 방지 대책이니 떠들고 있습니다. 3년 응시제한이라니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우리가 못난 관계로 인하여 정말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정부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나라 전교조니 교총이니 하는 교육단체들이 아래서 정말 미안합니다. 이권을 위해서, 자기들의 특권 사수를 위해서, 철밥통을 위해서, 휴가 하루 더 얻기 위해서, 정년단축 철회를 위해서, 교육재정 확보를 위해서, 월급 올려받고 성과급 나눠 먹기 위해서, 그리도 똘똘 뭉쳐 붉은 띠 휘두르던 그들이, 지금 뭐하고 있습니까? 누가 더 양심적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선언문 문구를 다듬고 있답니까?
당장 광장으로 달려나와 무릎꿇고 사죄하지 않는한 그러한 모든 단체 역시 사이비입니다. 사이비 교육자들입니다.

국민 여러분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교사인 저의 잘못입니다. 분노하시고 질책하십시오. 그리고 앞으로 정말 잘 가르치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 봐 주십시오. 교사들의 대오각성만이, 그리고 그들을 믿는 국민 여러분만이 이 위기를 극복해 갈 수 있습니다.

준엄한 판단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시고 냉철한 판단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정말 우리 교육을 완전히 해체하여 새로운 틀을 짤 때라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부모님 곁을 떠나 차디찬 세상의 창안에 갇혀 울고 있을 저 아이들의 아픔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잘못했습니다.
저에게 돌을 던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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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난 선생에 돌을…”
    • 입력 2004-11-23 21:08:59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이번 수능시험 부정사건에 대해서 한 교사가 학생을 잘못 가르친 교사의 책임이라는 참회의 글을 써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해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수능 부정시험과 관련해 여론이 뜨거운 교육부 게시판. 한 고등학교 교사가 자신에게 돌을 던지라며 참회의 글을 띄웠습니다. 입만 열면 경쟁을 외치고 손만 들면 점수 잘 받는 법을 칠판에 써왔다며 국민에게 먼저 용서를 구했습니다. 또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도 대학에만 가면 된다며 학생들을 몰아세우고 열심히 점수따기교육을 해 왔다고 이 교사는 털어놨습니다. 학생보다는 교사의 권리와 이익만을 좇아 단체행동을 했던 것도 반성했습니다. 결국 이 같은 교사의 잘못된 교육이 학생들의 수능 부정행위까지 불러왔고 그 책임은 교사에게 있다며 못난 선생에게 돌을 던지라고 거듭 사죄했습니다. 잘못 가르친 죄를 벌해 달라는 이 교사는 이제 교사들이 우선 대오각성하고 국민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교육의 새 틀을 짜야 할 때라는 호소로 참회의 글을 매듭지었습니다. KBS뉴스 이해연입니다.
‘고교교사’란 필명으로 교육부 홈피에 올린 글 전문 국민여러분 잘못했습니다. 저에게 돌을 던지십시오. 국민 여러분 결국 오고야 말았습니다. 혹시나 하면서도 설마 했던 일이 결국 대명천지에 드러났습니다.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정신으로 순수한 이상과 원대한 꿈을 꾸면서, 진실을 추구하고 진리를 탐구하면서 미래의 이 나라를 이끌고 갈 동량지재들이 범죄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제자들이, 우리의 자녀들이, 우리 민족의 미래들이 오늘 뉴스화면을 시커멓게 장식하면서, 얼굴을 가리운 채 호송차에 타고 있었습니다. 이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차마 얼굴을 들고 뉴스 화면을 볼 수 없었습니다. 감히 제가 교탁 위에서 아이들을 향하여 무엇을 가르친단 말씀입니까? 저는 입만 열면 경쟁을 외치고, 손만 들면 점수를 잘 받는 법을 칠판에 썼습니다.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도 ''괜찮아''를 반복하며,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주절거림으로 아이들을 몰아왔습니다. 한편으로는 현실론을 내세우며, 또 한편으로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핑계로, 참으로 열심히 점수 따기 교육을 해왔습니다. 국민 여러분 감히 누구에게 이 죄값을 돌리겠습니까?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양심을 가르치지 못하고, 진실을 가르치지 못하고, 잘못을 잘못이라 가르치지 못했던 이 형편없는 선생놈의 잘못입니다. 제도를 탓하지 않습니다. 시대를 탓하지 않습니다. 모두 사람의 잘못입니다. 사람이 들어서야 할 자리에 간판이 들어서 있고, 인격이 바로 서야 할 자리에 외모가 들어서 있고, 용기와 양심이 들어서야 할 자리에 특권과 물질이 들어서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가를 따지지 못하고, 그 사람이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를 따졌습니다. 국민 여러분, 정말 잘못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돌을 던지지 마십시오.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에게도 돌을 던지지 마십시오. 그 아이들의 학교에도 돌을 던지지 마십시오. 모두 이 못난 선생에게 던지십시오. 피 토하는 심정으로 무릎 꿇어 사죄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정말 우리 나라 교육부가 이래서 정말 미안합니다. 누구 하나 통탄하며 국민에게 사죄하는 마음 없이 제도 개선이니 방지 대책이니 떠들고 있습니다. 3년 응시제한이라니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우리가 못난 관계로 인하여 정말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정부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나라 전교조니 교총이니 하는 교육단체들이 아래서 정말 미안합니다. 이권을 위해서, 자기들의 특권 사수를 위해서, 철밥통을 위해서, 휴가 하루 더 얻기 위해서, 정년단축 철회를 위해서, 교육재정 확보를 위해서, 월급 올려받고 성과급 나눠 먹기 위해서, 그리도 똘똘 뭉쳐 붉은 띠 휘두르던 그들이, 지금 뭐하고 있습니까? 누가 더 양심적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선언문 문구를 다듬고 있답니까? 당장 광장으로 달려나와 무릎꿇고 사죄하지 않는한 그러한 모든 단체 역시 사이비입니다. 사이비 교육자들입니다. 국민 여러분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교사인 저의 잘못입니다. 분노하시고 질책하십시오. 그리고 앞으로 정말 잘 가르치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 봐 주십시오. 교사들의 대오각성만이, 그리고 그들을 믿는 국민 여러분만이 이 위기를 극복해 갈 수 있습니다. 준엄한 판단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시고 냉철한 판단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정말 우리 교육을 완전히 해체하여 새로운 틀을 짤 때라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부모님 곁을 떠나 차디찬 세상의 창안에 갇혀 울고 있을 저 아이들의 아픔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잘못했습니다. 저에게 돌을 던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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