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죽음 ‘방생’ 자라, 생태계 ‘살생’

입력 2005.04.11 (20:35) 수정 2005.04.1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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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음 뉴스입니다.
살생을 막고 자비를 베풀기 위해서 흔히 자라를 방생하는데 방생이 또 다른 살생이 되고 있는 현장이 있습니다.
⊙앵커: 북한강에 방생된 자라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그대로 썩어서 수중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공아영 기자가 그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상수원 보호지역과 인접한 북한강 하류입니다.
봄빛을 머금은 은빛물결이 어느 때보다 청명함을 자랑합니다.
물 속도 그런지 들어가 봤습니다.
강에 들어가자마자 부유물들이 시야를 가려 한치 앞을 분간하기 힘듭니다.
4m 아래 바닥까지 내려가자 물고기와 수초는 찾아볼 수 없고 퇴적물만 두껍게 쌓여 있습니다.
막대기로 헤집자 부유물이 금세 연기처럼 뿌옇게 일어납니다.
곳곳에서 폐타이어와 폐배터리가 쉽게 눈에 띕니다.
천을 칭칭 감은 북어도 흉물스럽게 뒹굴고 있습니다.
특히 물이끼가 두껍게 낀 돌멩이 같은 물체들이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뒤집어보니 허연 배를 드러낸 것이 바로 자라입니다.
등에는 시뻘건 글씨도 적혀 있어 섬뜩함마저 들게 합니다.
마치 자라들의 공동무덤인 듯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정월대보름이나 사월초파일 등에 사람들이 방생한 것입니다.
⊙인근 주민: 특정 행사날 와 가지고, 무속인들과 사람들 같이 와서 방생을 하고 음식물 같이 버리고 같이 이렇게 해요.
자라 같은 거 1인당 서너 마리씩...
⊙기자: 죽은 자라들을 수거해 보니 얼마 되지 않아 수십 마리가 건져집니다.
땅 위에 꺼내놓자 심한 악취가 진동합니다.
⊙김재석(환경운동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루 셀 수가 없어요, 다 죽은 것들이...
⊙기자: 인근 주민들은 매일 죽어 떠오르는 자라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 하루에 한 열 마리씩 봐요.
⊙기자: 죽어서요?
⊙인근 주민: 네, 죽어서요.
매일 건지는데요, 우리가.
⊙기자: 외래종인 붉은귀거북이 토종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지난 2001년 환경부가 방생을 금지한 이후 사람들이 강에 적응하지 못하는 양식자라를 방생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문제는 이런 방생이 이곳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궁옥(환경운동가): 정월대보름이나 초파일 등 특정한 날에 꼭 큰 행사시에 북한강, 남한강, 한탄강, 기타 전국적으로 큰 하천이면...
⊙기자: 이대로 놔두면 수중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안윤주(건국대 교수): 수초 위에 생물의 사체 같은 것들이 바닥에 쌓이게 되면 박테리아 작용으로 분해가 되면서 유기물이 생기게 되고 그 결과 용전산소가 고갈되게 됩니다.
이런 현상들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능성으로 작용할 수가 있습니다.
⊙기자: 하지만 현재 방생을 제재할 만한 규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서정원(남양주시 환영지도팀장): 양식자라 같은 경우는 유해성 동식물로 분류되고 있지 않아서 앞으로 이렇게 방생하는 것들이 다 죽는 것을 보게 되면 또 다른 법적인 장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기자: 생명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에서 방생되는 자라가 떼로 썩어가면서 선행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만 아니라 수중생태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공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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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떼죽음 ‘방생’ 자라, 생태계 ‘살생’
    • 입력 2005-04-11 20:14:41
    • 수정2005-04-11 21:11:43
    뉴스타임
⊙앵커: 다음 뉴스입니다. 살생을 막고 자비를 베풀기 위해서 흔히 자라를 방생하는데 방생이 또 다른 살생이 되고 있는 현장이 있습니다. ⊙앵커: 북한강에 방생된 자라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그대로 썩어서 수중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공아영 기자가 그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상수원 보호지역과 인접한 북한강 하류입니다. 봄빛을 머금은 은빛물결이 어느 때보다 청명함을 자랑합니다. 물 속도 그런지 들어가 봤습니다. 강에 들어가자마자 부유물들이 시야를 가려 한치 앞을 분간하기 힘듭니다. 4m 아래 바닥까지 내려가자 물고기와 수초는 찾아볼 수 없고 퇴적물만 두껍게 쌓여 있습니다. 막대기로 헤집자 부유물이 금세 연기처럼 뿌옇게 일어납니다. 곳곳에서 폐타이어와 폐배터리가 쉽게 눈에 띕니다. 천을 칭칭 감은 북어도 흉물스럽게 뒹굴고 있습니다. 특히 물이끼가 두껍게 낀 돌멩이 같은 물체들이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뒤집어보니 허연 배를 드러낸 것이 바로 자라입니다. 등에는 시뻘건 글씨도 적혀 있어 섬뜩함마저 들게 합니다. 마치 자라들의 공동무덤인 듯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정월대보름이나 사월초파일 등에 사람들이 방생한 것입니다. ⊙인근 주민: 특정 행사날 와 가지고, 무속인들과 사람들 같이 와서 방생을 하고 음식물 같이 버리고 같이 이렇게 해요. 자라 같은 거 1인당 서너 마리씩... ⊙기자: 죽은 자라들을 수거해 보니 얼마 되지 않아 수십 마리가 건져집니다. 땅 위에 꺼내놓자 심한 악취가 진동합니다. ⊙김재석(환경운동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루 셀 수가 없어요, 다 죽은 것들이... ⊙기자: 인근 주민들은 매일 죽어 떠오르는 자라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 하루에 한 열 마리씩 봐요. ⊙기자: 죽어서요? ⊙인근 주민: 네, 죽어서요. 매일 건지는데요, 우리가. ⊙기자: 외래종인 붉은귀거북이 토종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지난 2001년 환경부가 방생을 금지한 이후 사람들이 강에 적응하지 못하는 양식자라를 방생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문제는 이런 방생이 이곳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궁옥(환경운동가): 정월대보름이나 초파일 등 특정한 날에 꼭 큰 행사시에 북한강, 남한강, 한탄강, 기타 전국적으로 큰 하천이면... ⊙기자: 이대로 놔두면 수중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안윤주(건국대 교수): 수초 위에 생물의 사체 같은 것들이 바닥에 쌓이게 되면 박테리아 작용으로 분해가 되면서 유기물이 생기게 되고 그 결과 용전산소가 고갈되게 됩니다. 이런 현상들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능성으로 작용할 수가 있습니다. ⊙기자: 하지만 현재 방생을 제재할 만한 규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서정원(남양주시 환영지도팀장): 양식자라 같은 경우는 유해성 동식물로 분류되고 있지 않아서 앞으로 이렇게 방생하는 것들이 다 죽는 것을 보게 되면 또 다른 법적인 장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기자: 생명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에서 방생되는 자라가 떼로 썩어가면서 선행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만 아니라 수중생태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공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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