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주사 후유증’

입력 2005.05.15 (22:40) 수정 2005.05.1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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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멘트:
한 의원급 병원에서 감기 주사를 맞은 환자들에게서 주먹만한 고름덩어리가 생기는 증상이집단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살을 째 고름을 빼내도 낫기는커녕 계속해서 고름이 차올라 환자들의 괴로움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원인을 몰라 치료가 어려운 탓에 환자들은 불안해 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도 주사약 판매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주사약 파문의 진상을 알아봤습니다.

*김개형 기자:
병원 진찰실.. 엉덩이에 붙인 붕대를 떼어내자 옆으로 길게 살을 짼 흔적이 드러납니다. 상처 부위를 소독한 뒤 안으로 헝겊을 집어넣습니다. 의료용 가위가 절반 이상 들어갈 정도로 상처가 깊고 피고름이 헝겊에 묻어 나옵니다. 고통스러운 듯 이맛살만 찌푸립니다.

*안상순/경기도 이천시:
“붕대를 좀 많이 대주세요. 집에 가서 어떻게 하다 보면 피가 흘러요.”

*김개형 기자:
올해 72살인 안상순 할머니가 이런 치료를 받게 된 건 감기 치료 주사약을 맞고 엉덩이에 작은 몽우리가 생긴 뒤부텁니다. 처음에는 손톱만하든 게 어른 주먹 크기로 커진 것입니다.

*안상순/경기도 이천시:
“요만했던 게 한달 만에 갑자기 커진 거지. (얼마만하게?) 이것만하게 커졌더라고요. 사진 보셨지? 이만하게 커졌어요. 이렇게 여기를 잡으면 이렇게 잡힐 정도로. (한 주먹 잡힐 정도로?) 예.”

*김개형 기자:
결국 엉덩이 살을 째는 수술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엉덩이 살을 짼 건 할머니의 손자도 마찬가집니다.

*안상순/경기도 이천시:
“알코올 같은 거를 주사기에다 넣어가지고 막 그 혈관주사 대롱에다 콱 넣어서 막 그냥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해 갖고 또 한번 해서 두 번이나 하고 그러니까 애가 죽는다고 야단이고 내가 그냥 못 울게 하려고 끌어안았다니 막 여기를 물고 막 땀을 흘리고 그냥 그렇게 해서 했거든요.”

*김개형 기자:
초등학교 3학년인 안 할머니 손자는 한번이 아니라 지난해 말부터 벌써 세 번을 째고 꿰맸습니다. 상처에 딱지에 앉아 겉으로는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속에 몽우리가 또 생겼습니다.

*안상순/경기도 이천시:
“[손자 엉덩이 보이며] 여긴데.. 여기가 지금 딱딱하니 이게 안 아픈 데는 말랑말랑 하거든요. 근데 딱딱해 가지고 여기가 지금 안에 멍우리가 들어있어요. 여기도 딱딱하고 여기도 딱딱하고 지금 그러니까 이 안에서 자꾸 상하니까 여기까지네 또 여기만 그런 것 같더니..주사 잘못 맞아 가지고 그냥.”

*김개형 기자:
할머니의 엉덩이를 촬영한 초음파 사진입니다. 사진에 큰 구멍이 생긴 것처럼 비어 있습니다. 이 부분에 피고름이 고여있는 겁니다.

*담당 의사:
“(그게 고름입니까?) 그렇죠. 크기는 5센티미터에서 2센티미터 정돕니다. (두께가 2센티미텁니까?) 그렇죠.(길이는 5센티미터고요?) 퍼져있는 넓이는 5센티미텁니다.”

*김개형 기자:
지금은 고름을 빼기 위해 엉덩이 살만 짼 상태지만 고름 주위의 엉덩이 살을 다 들어내야 하는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담당 의사:
“이번 경우에는 절개와 배농만 해서는 안 낫더라는 것이죠. 자꾸 재발해서 고름이 터져 나와요. 한두 달 있다가 고름이 터져 나와 나중에는 고름을 배농시켜 고름집 전체를 작게 만든 다음에 광범위하게 절제를 해서 한 덩어리를 통째로 제거를 해야지 치료가 되더라 이 말입니다.”

*김개형 기자:
아파트 부녀회 사무실에 마을 주민 20여명이 모였습니다. 모두 자신이나 가족의 엉덩이에 고름 덩어리가 생긴 경웁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목 감기 등을 앓다가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한 의원에서 주사를 맞았습니다. 짧게는 주사 맞은 지 한달, 길게는 6달 뒤인 이달 들어서 엉덩이에 몽우리가 잡히기 시작했고 갈수록 몽우리는 커졌습니다.

* 피해 학생 어머니:
“지금은 괜찮은 데 평생 계속 반복을 해서 (엉덩이 살을) 째고 또 째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두 번째 수술 했을 때는 거의 다 나았거든요, 그런데 또 고름이 차서 다시 수술을 한 것이니까 다시 그런 상황이 올까 그러는 것이에요.”

*김개형 기자:
경기도 이천시 보건소가 이 같은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를 파악했더니 모두 44명이나 됐습니다. 지난해 12월 4일 첫 환자가 나왔지만 병원에서 쉬쉬하는 바람에 보건소는 지난달 7일에야 알게 됐습니다. 환자들이 맞은 주사약은 4가지입니다. 보건소 측은 이 가운데 41명이 '리보스타마이신'이라는 항생제 주사를 맞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심평수 이천시 보건소장:
“주사 맞은 사람은 천여 명 됩니다. (그 중에서 특정한 항생제를 맞은 환자들이 그런 증상이 생겼죠?) 네. (그 특정 주사를 맞은 사람은 몇 명이고 주사를 맞은 사람 중에서 환자는 몇 명입니까?) 특정 주사 맞은 사람은 450명이 됩니다. 그 중에 41명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여기서는 원인이 뭐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지금 한 가지 약에 집중이 돼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게 아니냐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개형 기자:
주사를 놓은 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내과 진료를 주로 하며 비만 클리닉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에 환자들에게 주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약은 보건소에서 모두 봉인해 놓은 상탭니다.

*유병환/이천시 보건소 의료보건담당:
“(지금 이게 그 당시에 사용됐던 약은 그래도 다 보관돼 있는 거죠?) 예. 의심되는 약품 전부다 봉인한 겁니다.”

*김개형 기자:
병원 원장은 정상적인 용량에 따라 투여했으며 약물 이외에 주사기와 소독 솜 등 다른 감염 원인을 찾기 위해 조직 검사를 의뢰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주사 투약 의원 원장:
“고름을 세균 배양, 염색, 항상성균 즉 결핵균 염색반응 검사를 실시했고 조직 검사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렇지만 초기 검사에서는 특정한 세균이 나온 소견이 없었습니다.”

*김개형 기자:
병원 측은 환자들이 주사 후 엉덩이 고름 등을 호소하자 주사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제약 회사에 항의한 뒤 약을 반품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병원 측은 같은 종류의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는 데도 보건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주사 투약 의원 원장:
“이 지역이 한 동네이기 때문에 의원에 크게 타격을 입을 까 신고를 안 했습니다. 또 이런 상황에 대해 보건소에 신고를 해야 되는 지도 몰랐습니다.”

*김개형 기자: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제약회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주사약을 공급한 제약회사는병원에서 수거한 약을 조사해 봤더니 약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 이승희 00제약 공장장:
“초기 생산해서 제품 출하를 할 때는 저희가 어떤 식품 의약품 안전청에서 규격을 관리를 하지 않습니까, 그 규격에 맞게 생산이 되고 문제가 됐을 때에는 저희가 수거를 해서 검사를 또 해보면 품질의 변화가 일단 없다는 거죠. 그렇다면 정상적인 제품이라고 보는 거죠. (쉽게 이야기하면 전혀 하자가 없는 제품이다?) 저희는 그렇게 판단을 하고 있는 거죠.”

*김개형 기자:
제약회사는 보통 주사약에 의한 약물 부작용은 길어야 투약 1주일 안에 나타나며 특히 동시 다발적으로 드러나야 하는 데 한 병원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때 약물 부작용으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식약청 등에 이런 현상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관련 규정에는 제약회사는 이런 현상, 즉 알려지지 않은 약물 유해 현상을 알게 되면 15일 이내에 반드시 식약청 등에 보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한달 간 해당 약품의 판매를 금지하도록 돼 있습니다.

*김성곤 00제약 마케팅부 이사:
“저희가 발생된 게 처음이라 대응이 미숙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대로 만약에 15일 내에 보고를 하게 돼있다. 어떤 사안이 발생되던 간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그거는 놓친 게 맞는 거 같고요.”

*김개형 기자:
의사와 제약회사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의약품 안전성과 관련된 정보가 보건당국에 신고되지 않고 차단된 것입니다. 그러면 문제가 된 리보스타마이신은 과연 어떤 약일까? 10여 년 전부터 국내에서 사용돼 온 약으로 지난 2003년에만 2천만여 개가 팔릴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요도염과 방광염, 인두염, 기관지염 등 각종 질병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쇼크 현상과 발진 등의 과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드물게는 부종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번과 같은 부작용은 보고된 적이 없습니다. 주사약 파문이 점차 확산되면서 식약청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문제의 주사약을 수거해 시험한 결과 주사약으로 적합하다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따라서 의료 행위 즉, 병원에서 주사 놓은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병원 측을 상대로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게 식약청의 입장입니다.

*이상열 식약청 의약품관리과장:
“의약품에 의해서 부작용이 발생됐다고 보기에는 상당히 어렵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 의원에서 집중적으로 어떤 동일 약물에 대해서 부작용 내지는 이상 반응 이런 부분이 도출된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속적인 추적 관리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김개형 기자:
병원에서는 주사 과정에 문제가 없어 약물 부작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제약회사와 식약청은 약에는 이상이 없다며 오히려 주사 과정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몸에는 고름이 생기고 수술을 받고 있는 데도 지금으로선 어디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겁니다. 그러면서 서로 책임이 없다며 발뺌하고 있습니다. 피해 당사자들의 속이 터질 수 밖에 없습니다.

* 추가 / 경기도 이천시:
“원인 규명만 해달라는 거죠, 그래야 치료가 되는 것 아닙니까. 다른 것 하나도 필요 없어요. 빨리 어디다 부탁을 하시던 해서 규명을 해서 각 병원에다 얘기를 하면은 빨리 치료가 될 것 아닙니까, 몇 달씩 가는 게 아니라. 그거를 부탁 드리는 거지. 다른 것 하나도 없어요.”

*김개형 기자:
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 조사가 뒤따라야 하지만 이미 시기를 놓친 셈이어서 정확한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박병주 교수/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여러 가지 관련 자료를 다 모아서 어느 정도의 윤곽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확정적인 물증이 있어야 되는 데 그게 인제 시간이 지나버리면 물증을 확보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어떤 추론 정도는 가능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 이상의 어떤 단정적인 결과를 얻기는 참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김개형 기자: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 있다고 드러나거나 생각되면 즉시 이 정보를 공유해 추가적인 부작용을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약물 부작용과 관련해 식약청에 보고된 사례는 천 건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한 해에 37만 건의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인구 규모를 고려해도 너무 큰 차이가 납니다.

*박병주 교수/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미국 최고 권위를 가진 의학원에서 보고서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걸 봤더니 약물에 의한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사람 수가 미국의 사망 원인 네 번째다 하는 거죠. 이거는 에이즈나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게 발표된 다음 미국은 발칵 뒤집어졌죠. 그런데 우리는 모르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나 부작용 때문에 피해를 얼마나 받고 있고 어떤 내용이 발생하는 지를 알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신고가 안 들어오기 때문에 모르는 거죠.”

*클로징 멘트:
몸에 고름이 생기며 고통스러워 하지만 원인을 몰라 더 불안해 하는 환자. 기본적인 원칙도 안 지킬 뿐 아니라 발뺌하기에만 급급한 의원 측과 제약회사. 이번 주사약 파문은 약물 부작용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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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한 ‘주사 후유증’
    • 입력 2005-05-15 22:37:08
    • 수정2005-05-16 11:49:10
    취재파일K
*오프닝 멘트: 한 의원급 병원에서 감기 주사를 맞은 환자들에게서 주먹만한 고름덩어리가 생기는 증상이집단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살을 째 고름을 빼내도 낫기는커녕 계속해서 고름이 차올라 환자들의 괴로움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원인을 몰라 치료가 어려운 탓에 환자들은 불안해 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도 주사약 판매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주사약 파문의 진상을 알아봤습니다. *김개형 기자: 병원 진찰실.. 엉덩이에 붙인 붕대를 떼어내자 옆으로 길게 살을 짼 흔적이 드러납니다. 상처 부위를 소독한 뒤 안으로 헝겊을 집어넣습니다. 의료용 가위가 절반 이상 들어갈 정도로 상처가 깊고 피고름이 헝겊에 묻어 나옵니다. 고통스러운 듯 이맛살만 찌푸립니다. *안상순/경기도 이천시: “붕대를 좀 많이 대주세요. 집에 가서 어떻게 하다 보면 피가 흘러요.” *김개형 기자: 올해 72살인 안상순 할머니가 이런 치료를 받게 된 건 감기 치료 주사약을 맞고 엉덩이에 작은 몽우리가 생긴 뒤부텁니다. 처음에는 손톱만하든 게 어른 주먹 크기로 커진 것입니다. *안상순/경기도 이천시: “요만했던 게 한달 만에 갑자기 커진 거지. (얼마만하게?) 이것만하게 커졌더라고요. 사진 보셨지? 이만하게 커졌어요. 이렇게 여기를 잡으면 이렇게 잡힐 정도로. (한 주먹 잡힐 정도로?) 예.” *김개형 기자: 결국 엉덩이 살을 째는 수술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엉덩이 살을 짼 건 할머니의 손자도 마찬가집니다. *안상순/경기도 이천시: “알코올 같은 거를 주사기에다 넣어가지고 막 그 혈관주사 대롱에다 콱 넣어서 막 그냥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해 갖고 또 한번 해서 두 번이나 하고 그러니까 애가 죽는다고 야단이고 내가 그냥 못 울게 하려고 끌어안았다니 막 여기를 물고 막 땀을 흘리고 그냥 그렇게 해서 했거든요.” *김개형 기자: 초등학교 3학년인 안 할머니 손자는 한번이 아니라 지난해 말부터 벌써 세 번을 째고 꿰맸습니다. 상처에 딱지에 앉아 겉으로는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속에 몽우리가 또 생겼습니다. *안상순/경기도 이천시: “[손자 엉덩이 보이며] 여긴데.. 여기가 지금 딱딱하니 이게 안 아픈 데는 말랑말랑 하거든요. 근데 딱딱해 가지고 여기가 지금 안에 멍우리가 들어있어요. 여기도 딱딱하고 여기도 딱딱하고 지금 그러니까 이 안에서 자꾸 상하니까 여기까지네 또 여기만 그런 것 같더니..주사 잘못 맞아 가지고 그냥.” *김개형 기자: 할머니의 엉덩이를 촬영한 초음파 사진입니다. 사진에 큰 구멍이 생긴 것처럼 비어 있습니다. 이 부분에 피고름이 고여있는 겁니다. *담당 의사: “(그게 고름입니까?) 그렇죠. 크기는 5센티미터에서 2센티미터 정돕니다. (두께가 2센티미텁니까?) 그렇죠.(길이는 5센티미터고요?) 퍼져있는 넓이는 5센티미텁니다.” *김개형 기자: 지금은 고름을 빼기 위해 엉덩이 살만 짼 상태지만 고름 주위의 엉덩이 살을 다 들어내야 하는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담당 의사: “이번 경우에는 절개와 배농만 해서는 안 낫더라는 것이죠. 자꾸 재발해서 고름이 터져 나와요. 한두 달 있다가 고름이 터져 나와 나중에는 고름을 배농시켜 고름집 전체를 작게 만든 다음에 광범위하게 절제를 해서 한 덩어리를 통째로 제거를 해야지 치료가 되더라 이 말입니다.” *김개형 기자: 아파트 부녀회 사무실에 마을 주민 20여명이 모였습니다. 모두 자신이나 가족의 엉덩이에 고름 덩어리가 생긴 경웁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목 감기 등을 앓다가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한 의원에서 주사를 맞았습니다. 짧게는 주사 맞은 지 한달, 길게는 6달 뒤인 이달 들어서 엉덩이에 몽우리가 잡히기 시작했고 갈수록 몽우리는 커졌습니다. * 피해 학생 어머니: “지금은 괜찮은 데 평생 계속 반복을 해서 (엉덩이 살을) 째고 또 째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두 번째 수술 했을 때는 거의 다 나았거든요, 그런데 또 고름이 차서 다시 수술을 한 것이니까 다시 그런 상황이 올까 그러는 것이에요.” *김개형 기자: 경기도 이천시 보건소가 이 같은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를 파악했더니 모두 44명이나 됐습니다. 지난해 12월 4일 첫 환자가 나왔지만 병원에서 쉬쉬하는 바람에 보건소는 지난달 7일에야 알게 됐습니다. 환자들이 맞은 주사약은 4가지입니다. 보건소 측은 이 가운데 41명이 '리보스타마이신'이라는 항생제 주사를 맞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심평수 이천시 보건소장: “주사 맞은 사람은 천여 명 됩니다. (그 중에서 특정한 항생제를 맞은 환자들이 그런 증상이 생겼죠?) 네. (그 특정 주사를 맞은 사람은 몇 명이고 주사를 맞은 사람 중에서 환자는 몇 명입니까?) 특정 주사 맞은 사람은 450명이 됩니다. 그 중에 41명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여기서는 원인이 뭐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지금 한 가지 약에 집중이 돼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게 아니냐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개형 기자: 주사를 놓은 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내과 진료를 주로 하며 비만 클리닉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에 환자들에게 주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약은 보건소에서 모두 봉인해 놓은 상탭니다. *유병환/이천시 보건소 의료보건담당: “(지금 이게 그 당시에 사용됐던 약은 그래도 다 보관돼 있는 거죠?) 예. 의심되는 약품 전부다 봉인한 겁니다.” *김개형 기자: 병원 원장은 정상적인 용량에 따라 투여했으며 약물 이외에 주사기와 소독 솜 등 다른 감염 원인을 찾기 위해 조직 검사를 의뢰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주사 투약 의원 원장: “고름을 세균 배양, 염색, 항상성균 즉 결핵균 염색반응 검사를 실시했고 조직 검사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렇지만 초기 검사에서는 특정한 세균이 나온 소견이 없었습니다.” *김개형 기자: 병원 측은 환자들이 주사 후 엉덩이 고름 등을 호소하자 주사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제약 회사에 항의한 뒤 약을 반품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병원 측은 같은 종류의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는 데도 보건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주사 투약 의원 원장: “이 지역이 한 동네이기 때문에 의원에 크게 타격을 입을 까 신고를 안 했습니다. 또 이런 상황에 대해 보건소에 신고를 해야 되는 지도 몰랐습니다.” *김개형 기자: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제약회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주사약을 공급한 제약회사는병원에서 수거한 약을 조사해 봤더니 약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 이승희 00제약 공장장: “초기 생산해서 제품 출하를 할 때는 저희가 어떤 식품 의약품 안전청에서 규격을 관리를 하지 않습니까, 그 규격에 맞게 생산이 되고 문제가 됐을 때에는 저희가 수거를 해서 검사를 또 해보면 품질의 변화가 일단 없다는 거죠. 그렇다면 정상적인 제품이라고 보는 거죠. (쉽게 이야기하면 전혀 하자가 없는 제품이다?) 저희는 그렇게 판단을 하고 있는 거죠.” *김개형 기자: 제약회사는 보통 주사약에 의한 약물 부작용은 길어야 투약 1주일 안에 나타나며 특히 동시 다발적으로 드러나야 하는 데 한 병원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때 약물 부작용으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식약청 등에 이런 현상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관련 규정에는 제약회사는 이런 현상, 즉 알려지지 않은 약물 유해 현상을 알게 되면 15일 이내에 반드시 식약청 등에 보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한달 간 해당 약품의 판매를 금지하도록 돼 있습니다. *김성곤 00제약 마케팅부 이사: “저희가 발생된 게 처음이라 대응이 미숙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대로 만약에 15일 내에 보고를 하게 돼있다. 어떤 사안이 발생되던 간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그거는 놓친 게 맞는 거 같고요.” *김개형 기자: 의사와 제약회사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의약품 안전성과 관련된 정보가 보건당국에 신고되지 않고 차단된 것입니다. 그러면 문제가 된 리보스타마이신은 과연 어떤 약일까? 10여 년 전부터 국내에서 사용돼 온 약으로 지난 2003년에만 2천만여 개가 팔릴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요도염과 방광염, 인두염, 기관지염 등 각종 질병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쇼크 현상과 발진 등의 과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드물게는 부종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번과 같은 부작용은 보고된 적이 없습니다. 주사약 파문이 점차 확산되면서 식약청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문제의 주사약을 수거해 시험한 결과 주사약으로 적합하다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따라서 의료 행위 즉, 병원에서 주사 놓은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병원 측을 상대로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게 식약청의 입장입니다. *이상열 식약청 의약품관리과장: “의약품에 의해서 부작용이 발생됐다고 보기에는 상당히 어렵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 의원에서 집중적으로 어떤 동일 약물에 대해서 부작용 내지는 이상 반응 이런 부분이 도출된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속적인 추적 관리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김개형 기자: 병원에서는 주사 과정에 문제가 없어 약물 부작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제약회사와 식약청은 약에는 이상이 없다며 오히려 주사 과정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몸에는 고름이 생기고 수술을 받고 있는 데도 지금으로선 어디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겁니다. 그러면서 서로 책임이 없다며 발뺌하고 있습니다. 피해 당사자들의 속이 터질 수 밖에 없습니다. * 추가 / 경기도 이천시: “원인 규명만 해달라는 거죠, 그래야 치료가 되는 것 아닙니까. 다른 것 하나도 필요 없어요. 빨리 어디다 부탁을 하시던 해서 규명을 해서 각 병원에다 얘기를 하면은 빨리 치료가 될 것 아닙니까, 몇 달씩 가는 게 아니라. 그거를 부탁 드리는 거지. 다른 것 하나도 없어요.” *김개형 기자: 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 조사가 뒤따라야 하지만 이미 시기를 놓친 셈이어서 정확한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박병주 교수/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여러 가지 관련 자료를 다 모아서 어느 정도의 윤곽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확정적인 물증이 있어야 되는 데 그게 인제 시간이 지나버리면 물증을 확보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어떤 추론 정도는 가능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 이상의 어떤 단정적인 결과를 얻기는 참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김개형 기자: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 있다고 드러나거나 생각되면 즉시 이 정보를 공유해 추가적인 부작용을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약물 부작용과 관련해 식약청에 보고된 사례는 천 건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한 해에 37만 건의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인구 규모를 고려해도 너무 큰 차이가 납니다. *박병주 교수/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미국 최고 권위를 가진 의학원에서 보고서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걸 봤더니 약물에 의한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사람 수가 미국의 사망 원인 네 번째다 하는 거죠. 이거는 에이즈나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게 발표된 다음 미국은 발칵 뒤집어졌죠. 그런데 우리는 모르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나 부작용 때문에 피해를 얼마나 받고 있고 어떤 내용이 발생하는 지를 알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신고가 안 들어오기 때문에 모르는 거죠.” *클로징 멘트: 몸에 고름이 생기며 고통스러워 하지만 원인을 몰라 더 불안해 하는 환자. 기본적인 원칙도 안 지킬 뿐 아니라 발뺌하기에만 급급한 의원 측과 제약회사. 이번 주사약 파문은 약물 부작용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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