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째 공항 노숙…‘징집 거부’ 러시아인들, 난민심사 받는다

입력 2023.02.14 (12:13) 수정 2023.02.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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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의 강제 징집을 피해 한국에 온 러시아 청년들이, 4개월째 인천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이들이 난민 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법원이 오늘 이들 중 일부는 난민심사를 받게 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양민철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밤에는 모포를 깔아 잠을 청하고, 빨래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해결합니다.

하루 한 끼 제공되는 점심 외에, 나머지 끼니는 빵과 주스 등으로 때울 수밖에 없습니다.

안드레이 씨 등 러시아 청년 5명은 인천공항 출국 대기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동원령을 내리자, 러시아를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강제 징집을 피해 한국으로 왔지만, 난민 심사에 회부되지 못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공항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단순한 병역 기피는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들이 난민 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에 러시아 청년들이 인권단체와 함께 행정 소송을 제기했는데, 오늘 법원은 청년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이 안드레이 등 2명에게 내린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다른 러시아인 청년 1명이 낸 청구는 원고 패소로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판결 이유에 대해선 따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원고 측은 2명의 청구를 받아들인 것은 환영하지만, 기각된 1명에 대해서는 당사자와 협의해 최대한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종찬/'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 "국제법적으로 비난받는 침략 전쟁에서 그 전쟁에 반대하고자 병역을 거부한 자에게는 난민 인정의 여지가 있다고 보신 것으로 저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 나머지 2명의 러시아인 청년들에 대해서도 별도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오늘 승소한 2명의 청년은 이번 주중 공항을 나와 난민심사를 준비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양민철입니다.

촬영기자:김현민/영상편집: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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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개월째 공항 노숙…‘징집 거부’ 러시아인들, 난민심사 받는다
    • 입력 2023-02-14 12:13:52
    • 수정2023-02-14 13:06:42
    뉴스 12
[앵커]

러시아의 강제 징집을 피해 한국에 온 러시아 청년들이, 4개월째 인천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이들이 난민 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법원이 오늘 이들 중 일부는 난민심사를 받게 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양민철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밤에는 모포를 깔아 잠을 청하고, 빨래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해결합니다.

하루 한 끼 제공되는 점심 외에, 나머지 끼니는 빵과 주스 등으로 때울 수밖에 없습니다.

안드레이 씨 등 러시아 청년 5명은 인천공항 출국 대기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동원령을 내리자, 러시아를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강제 징집을 피해 한국으로 왔지만, 난민 심사에 회부되지 못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공항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단순한 병역 기피는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들이 난민 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에 러시아 청년들이 인권단체와 함께 행정 소송을 제기했는데, 오늘 법원은 청년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이 안드레이 등 2명에게 내린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다른 러시아인 청년 1명이 낸 청구는 원고 패소로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판결 이유에 대해선 따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원고 측은 2명의 청구를 받아들인 것은 환영하지만, 기각된 1명에 대해서는 당사자와 협의해 최대한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종찬/'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 "국제법적으로 비난받는 침략 전쟁에서 그 전쟁에 반대하고자 병역을 거부한 자에게는 난민 인정의 여지가 있다고 보신 것으로 저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 나머지 2명의 러시아인 청년들에 대해서도 별도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오늘 승소한 2명의 청년은 이번 주중 공항을 나와 난민심사를 준비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양민철입니다.

촬영기자:김현민/영상편집: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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