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은행 과점 대안 ‘챌린저뱅크’…효과 있을까?

입력 2023.02.23 (17:23) 수정 2023.02.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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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대통령이 금융권의 고액 성과급을 돈 잔치라고 비판하자 은행은 물론 증권, 보험사까지 금리나 보험료를 내리면서 몸을 굽히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은행 과점 체제를 손보겠다며 첫 회의를 열었습니다.

어떤 대안이 거론됐고, 실효성은 있는 건지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9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등 수신 시장 점유율은 80%, 대출 시장에선 81%가 넘습니다.

국민 10명 중 여덟 명은 5대 은행에 저금하고, 거기서 돈을 빌린다는 의미입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 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예금 금리 올리면 대출 금리는 더 많이 올리는 '이자 장사'로 지난해 1조 4천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두고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며 은행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은행의 과점체제로 폐해가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정치권은 물론 금융수장들까지 압박하고 나서자 금융권은 바짝 엎드리는 분위기입니다.

집중 표적이 된 은행은 대출 금리를 낮추고, 점포를 줄이는 상황에서 수천 명 규모의 신규채용 계획까지 발표했고요.

증권사는 주식할 때 빌려주는 신용융자 이자율을 낮췄습니다.

보험사는 자동차 보험료를 내리기로 했죠.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은행 과점 체제를 손보기 위해 경쟁을 촉진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내세운 건 소규모 특화은행, 이른바 '챌린저 뱅크' 도입입니다.

[김소영/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챌린저 뱅크 등 은행권 진입 정책도 점검하겠습니다."]

우선 이름부터 살펴보면 '챌린저', 도전자란 뜻이죠.

기존 과점 체제를 뒤흔들며 활력을 불어넣을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건데요.

챌린저 뱅크는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대형 은행의 점유율이 높아지자, 영국 정부는 전담조직까지 두며 은행 30곳을 새로 허가해줬는데요.

환전과 송금 서비스를 시작으로 주식, 가상자산, 여행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며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주로 모바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 은행은 수수료 없는 환전 서비스를 앞세워 1,5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이 은행은 2020년 기준 2,500억 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했고, 다른 은행들도 대부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챌린저 뱅크 이용자의 절반은 계좌 예치금이 150만 원 미만이어서, 과점체제를 깰 만한 영향력을 기대하기 어렵단 평가입니다.

앞선 정부에서 우리도 은행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인터넷 은행 3곳을 허가했습니다.

간편한 개인 인증과 대출 신청 등을 선보이며 서비스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는데요.

하지만, 예금과 대출금액 모두 그 비중이 3% 안팎에 그치고 있습니다.

과점 체제를 깨기엔 역부족입니다.

[황세운/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사실 챌린저 뱅크와 상당히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의 영역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습니다만 거대 은행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과점 체제 폐해를 줄이기 위해 은행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 투표로 결정하고, 수익에 따라 임직원의 성과급을 환수·삭감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당장 도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인데요.

금융당국은 제도개선 TF를 운영하면서 현황을 파악하고, 해외 사례를 연구해 6월 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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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뉴스K] 은행 과점 대안 ‘챌린저뱅크’…효과 있을까?
    • 입력 2023-02-23 17:23:49
    • 수정2023-02-23 17: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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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대통령이 금융권의 고액 성과급을 돈 잔치라고 비판하자 은행은 물론 증권, 보험사까지 금리나 보험료를 내리면서 몸을 굽히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은행 과점 체제를 손보겠다며 첫 회의를 열었습니다.

어떤 대안이 거론됐고, 실효성은 있는 건지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9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등 수신 시장 점유율은 80%, 대출 시장에선 81%가 넘습니다.

국민 10명 중 여덟 명은 5대 은행에 저금하고, 거기서 돈을 빌린다는 의미입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 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예금 금리 올리면 대출 금리는 더 많이 올리는 '이자 장사'로 지난해 1조 4천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두고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며 은행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은행의 과점체제로 폐해가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정치권은 물론 금융수장들까지 압박하고 나서자 금융권은 바짝 엎드리는 분위기입니다.

집중 표적이 된 은행은 대출 금리를 낮추고, 점포를 줄이는 상황에서 수천 명 규모의 신규채용 계획까지 발표했고요.

증권사는 주식할 때 빌려주는 신용융자 이자율을 낮췄습니다.

보험사는 자동차 보험료를 내리기로 했죠.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은행 과점 체제를 손보기 위해 경쟁을 촉진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내세운 건 소규모 특화은행, 이른바 '챌린저 뱅크' 도입입니다.

[김소영/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챌린저 뱅크 등 은행권 진입 정책도 점검하겠습니다."]

우선 이름부터 살펴보면 '챌린저', 도전자란 뜻이죠.

기존 과점 체제를 뒤흔들며 활력을 불어넣을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건데요.

챌린저 뱅크는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대형 은행의 점유율이 높아지자, 영국 정부는 전담조직까지 두며 은행 30곳을 새로 허가해줬는데요.

환전과 송금 서비스를 시작으로 주식, 가상자산, 여행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며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주로 모바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 은행은 수수료 없는 환전 서비스를 앞세워 1,5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이 은행은 2020년 기준 2,500억 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했고, 다른 은행들도 대부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챌린저 뱅크 이용자의 절반은 계좌 예치금이 150만 원 미만이어서, 과점체제를 깰 만한 영향력을 기대하기 어렵단 평가입니다.

앞선 정부에서 우리도 은행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인터넷 은행 3곳을 허가했습니다.

간편한 개인 인증과 대출 신청 등을 선보이며 서비스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는데요.

하지만, 예금과 대출금액 모두 그 비중이 3% 안팎에 그치고 있습니다.

과점 체제를 깨기엔 역부족입니다.

[황세운/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사실 챌린저 뱅크와 상당히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의 영역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습니다만 거대 은행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과점 체제 폐해를 줄이기 위해 은행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 투표로 결정하고, 수익에 따라 임직원의 성과급을 환수·삭감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당장 도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인데요.

금융당국은 제도개선 TF를 운영하면서 현황을 파악하고, 해외 사례를 연구해 6월 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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