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원 빚이 성착취로…제보를 기다립니다

입력 2023.02.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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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도 진화하지만 범죄도 진화합니다. '불법 대출'이 그렇습니다. '사채'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시는 '고금리', 협박, 폭력도 이젠 '옛말'에 가깝습니다.

불법 사금융에 스토킹·성범죄·보이스피싱 등 여러 강력 범죄가 모두 결합 된 '신종' 범죄가 등장했습니다. 이를 KBS는 '성 착취 추심'이라고 소개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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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집중 보도한 이 범죄는 특히 '소액'이 필요한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그 범죄 수법을 상세히 전해드립니다.

■ 연락처가 모조리 넘어갔다...그리고

A 씨는 대출 중개 사이트를 통해 한 대부업체에서 30만 원을 빌렸습니다. 생활비가 급히 필요했습니다.

20% 이자, 고금리지만 월급날이 되면 갚을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부업체에서 요구한 '연락처 공유 앱'을 깐 뒤,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업체에서 '이자를 더 내야 한다'고 강요하기 시작한 겁니다. 예상보다 늘어난 빚에 상환일을 딱 하루 넘겼는데...지옥이 시작됐습니다.


■ 갑자기 '성매매범'이 됐고, '보이스피싱 조직'이 됐다

대부업체는 A 씨의 얼굴 사진에, 나체 사진을 합성해 '공개 수배 전단지'를 만들었습니다. 신상 정보는 물론, '성매매범'이라는 허위 설명을 덧붙인 전단지였습니다.

단순한 '협박용'이 아니었습니다. 업체는 이 전단지를 실제로 A 씨 지인들에게 뿌렸습니다. '연락처 공유앱'으로 A 씨 지인 연락처를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괴롭힘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A 씨 계좌에 갑자기 '돈'을 입금했습니다. 그리고선 '보이스피싱 범죄수익이 입금된 계좌'라고 허위 신고를 해, A 씨 계좌를 정지시켰습니다.

이 일로 '보이스피싱범'이 된 A 씨의 모든 계좌가 묶였고, A 씨는 입·출금은 물론 체크카드조차 쓸 수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A 씨의 사회 생활을 모두 차단 시켜버린 겁니다.


A 씨는 부모까지 협박하는 게 가장 괴로웠다고 말합니다.

'엄마 OO을 적출하겠다', '엄마의 △△ 돈을 갚으라'….

두려운 마음에 A 씨는 퇴근하면 곧장 부모님 댁을 찾아가, 밤새 앞을 지켜야 했습니다.

■ 벼랑 끝에 몰아세운 뒤..."나체 영상 보내라"


이 모든 괴롭힘은, 또 다른 '성 착취'를 향한 과정이었습니다. A씨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뒤, 업체의 말에 '복종'하게 하는 수법이었습니다.

빚과 괴롭힘에 허덕이는 A 씨에게, 또 다른 대부업체가 접근했습니다.

"이자 갚을 돈을 빌려주겠다. 텔레그램에 가입해봐라."

텔레그램에서 만난 이 사채업자는 A 씨에게 '신체 영상'을 요구했습니다. 나체로 15초 동안 영상을 찍어 보내면 이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 성 착취 추심, 제보를 기다립니다

A 씨는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기로 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경찰에도 신고를 했는데, '강력하게 뭔가 수사를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라고... 일단은 저한테 오히려 '연락처를 바꾸고 차단을 해라, 지인들한테 이 사실을 공유해서 도움을 받아라'고 했습니다."
-성 착취 추심 피해자 A 씨

그러나 이미 A 씨의 지인들은 돌아섰습니다. '왜 내 연락처를 넘겼냐' 비난이 돌아왔습니다.

회사는 A 씨에게 '성희롱' 책임을 물어, 해고 통보를 했습니다. 사채업자들이 회사 동료에게 나체 합성 사진을 보내고, 욕설한 것을 문제 삼은 겁니다.

A 씨는 돈은 물론, 직장, 친구들까지 잃었습니다.

KBS가 '성 착취 추심'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이런 피해자만 수십 명입니다. 피해를 당하고도 성 착취물이 유출될까 봐, 지인들에게 피해를 끼칠까 봐, 숨어있는 분들이 훨씬 많다고 합니다.

가해자들은 바로 이걸 노리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더 많은 빚을 지게 만드는 겁니다.

금융당국의 실효성 있는 조치, 적극적인 수사와 처벌을 위해서는 '피해 상황'을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금융당국은 '성 착취 추심' 피해 규모조차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와 지인 분들의 용기 있는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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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만 원 빚이 성착취로…제보를 기다립니다
    • 입력 2023-02-24 08:01:48
    취재K

기술도 진화하지만 범죄도 진화합니다. '불법 대출'이 그렇습니다. '사채'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시는 '고금리', 협박, 폭력도 이젠 '옛말'에 가깝습니다.

불법 사금융에 스토킹·성범죄·보이스피싱 등 여러 강력 범죄가 모두 결합 된 '신종' 범죄가 등장했습니다. 이를 KBS는 '성 착취 추심'이라고 소개해드렸습니다.

[연관 기사]
20만 원 빚이 성착취로…n번방 닮아가는 사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10540
합법 대출 가장한 ‘성 착취 추심’…“누구나 당할 수 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11503

KBS가 집중 보도한 이 범죄는 특히 '소액'이 필요한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그 범죄 수법을 상세히 전해드립니다.

■ 연락처가 모조리 넘어갔다...그리고

A 씨는 대출 중개 사이트를 통해 한 대부업체에서 30만 원을 빌렸습니다. 생활비가 급히 필요했습니다.

20% 이자, 고금리지만 월급날이 되면 갚을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부업체에서 요구한 '연락처 공유 앱'을 깐 뒤,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업체에서 '이자를 더 내야 한다'고 강요하기 시작한 겁니다. 예상보다 늘어난 빚에 상환일을 딱 하루 넘겼는데...지옥이 시작됐습니다.


■ 갑자기 '성매매범'이 됐고, '보이스피싱 조직'이 됐다

대부업체는 A 씨의 얼굴 사진에, 나체 사진을 합성해 '공개 수배 전단지'를 만들었습니다. 신상 정보는 물론, '성매매범'이라는 허위 설명을 덧붙인 전단지였습니다.

단순한 '협박용'이 아니었습니다. 업체는 이 전단지를 실제로 A 씨 지인들에게 뿌렸습니다. '연락처 공유앱'으로 A 씨 지인 연락처를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괴롭힘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A 씨 계좌에 갑자기 '돈'을 입금했습니다. 그리고선 '보이스피싱 범죄수익이 입금된 계좌'라고 허위 신고를 해, A 씨 계좌를 정지시켰습니다.

이 일로 '보이스피싱범'이 된 A 씨의 모든 계좌가 묶였고, A 씨는 입·출금은 물론 체크카드조차 쓸 수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A 씨의 사회 생활을 모두 차단 시켜버린 겁니다.


A 씨는 부모까지 협박하는 게 가장 괴로웠다고 말합니다.

'엄마 OO을 적출하겠다', '엄마의 △△ 돈을 갚으라'….

두려운 마음에 A 씨는 퇴근하면 곧장 부모님 댁을 찾아가, 밤새 앞을 지켜야 했습니다.

■ 벼랑 끝에 몰아세운 뒤..."나체 영상 보내라"


이 모든 괴롭힘은, 또 다른 '성 착취'를 향한 과정이었습니다. A씨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뒤, 업체의 말에 '복종'하게 하는 수법이었습니다.

빚과 괴롭힘에 허덕이는 A 씨에게, 또 다른 대부업체가 접근했습니다.

"이자 갚을 돈을 빌려주겠다. 텔레그램에 가입해봐라."

텔레그램에서 만난 이 사채업자는 A 씨에게 '신체 영상'을 요구했습니다. 나체로 15초 동안 영상을 찍어 보내면 이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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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기로 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경찰에도 신고를 했는데, '강력하게 뭔가 수사를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라고... 일단은 저한테 오히려 '연락처를 바꾸고 차단을 해라, 지인들한테 이 사실을 공유해서 도움을 받아라'고 했습니다."
-성 착취 추심 피해자 A 씨

그러나 이미 A 씨의 지인들은 돌아섰습니다. '왜 내 연락처를 넘겼냐' 비난이 돌아왔습니다.

회사는 A 씨에게 '성희롱' 책임을 물어, 해고 통보를 했습니다. 사채업자들이 회사 동료에게 나체 합성 사진을 보내고, 욕설한 것을 문제 삼은 겁니다.

A 씨는 돈은 물론, 직장, 친구들까지 잃었습니다.

KBS가 '성 착취 추심'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이런 피해자만 수십 명입니다. 피해를 당하고도 성 착취물이 유출될까 봐, 지인들에게 피해를 끼칠까 봐, 숨어있는 분들이 훨씬 많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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