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전출·입’ 최소 10건…피해는 계속, 대책은 잠잠

입력 2023.03.17 (17:5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1. 전세 세입자의 주소가 어느 날 갑자기 이전된다.
2. 세입자는 전혀 전출·입 신고를 한 적이 없다.
3. 세입자 주소가 옮겨진 직후, 집주인은 세줬던 집을 담보로 거액 대출을 받는다.

본인 확인이 허술한 '전입신고' 제도의 빈틈을 노린 변종 전세사기, KBS가 최근 연속 보도했습니다.

기사엔 많은 댓글이 달렸고,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놀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취재를 하는 저희도 "정말 그게 되냐"며 관계기관에 수차례 물었습니다.

[연관 기사]
세입자 몰래 전출시키고 담보대출…‘본인 확인’ 맹점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22188&ref=A
몰래 전입·전출 잇따르는데…“확인 철저”만 반복하는 정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22728
‘몰래 전출입’ 이렇게 당한다…‘대책 건의’ 했는데도 뭉그적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25438

■ 본인 확인 '대충'하는 전입신고

수법은 이렇습니다.

세입자 A 씨는 멀쩡히 전셋집에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비어있는 주소지로 '세대주'로 전입하면서 세입자 A 씨를 '세대원'으로 등재합니다.

세대주가 주민센터를 찾아 전입신고를 할 경우, 세대원은 동행하지 않아도 되는 맹점을 악용하는 겁니다.

물론 주민센터 측은 '세대원'에 대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①도장 날인, ②전화 확인, ③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방법 등이 쓰이는데, 너무나 쉽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① 도장 날인 → 막도장 파서 찍으면 끝!
② 전화 확인 → 공모자의 전화번호 알려주면 끝! (주민센터는 진짜 A 씨 번호인지 확인할 권한이 없음)
③ 신분증 제시 요구 → 위조 신분증 제시하거나 신분증 사진으로 갈음하면 끝!

"(주민센터 직원이) 자기가 안 그래도 신분증을 요구했는데, (허위 전입신고자가) 어디에 막 전화를 하더래요. 그랬더니 지금은 바빠서 못 드린다, 이따가 가져다 드려도 되냐고 했대요. 그래서 (직원도) 알겠다고 했대요. 결국 제 신분증은 확인을 안 한 거죠."
- A 씨/몰래 전출입 피해자

■ 몰래 전·출입 피해 '최소 10건'

취재진이 직접 만난 '몰래 전출입' 피해자는 지금까지 총 3명입니다.

하지만, 취재를 이어갈수록 피해 사례는 줄을 이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수도권에서만 10건의 피해가 확인됐습니다.


다만, 이는 일부에 불과할 거로 보입니다. 관할 지자체가 몰래 전출입 피해를 취합할 경우에만 파악되는데, 취합하는 곳도 있지만 안 하고 있는 곳이 더 많습니다.

몰래 전출입이 이뤄진 주민센터가 '발생 보고'를 하지 않는 한, 각 지자체도 현황을 파악할 길이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 행안부는 여전히 "대책 마련 중"

KBS 보도 이후 행안부는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제도 개선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민등록법 시행령에 전입신고 시 확인이 필요한 사람의 본인 신분 확인 규정 신설' 등을 검토하겠다며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습니다.

하지만 대책은 아직 '의견 수렴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행안부는 어제(16일) 지자체 주민등록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전입신고 제도와 관련된 의견을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책이 어느 정도 마련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행안부 관계자는 "법령 개정을 검토 중인 건 맞다"면서도 "아직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추가 제보를 기다립니다

몰래 전출·입 피해는 세입자가 먼저 알아채기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주소지가 어디로 등록돼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뿐더러, 대부분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상상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가 훨씬 많을 거로 추측하는 이유입니다.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1. 주민등록등본에 기재된 주소지 확인하기
2. 전셋집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지 등기부등본 확인하기

피해를 본 세입자들의 추가 제보를 기다립니다. KBS도 정부가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이 문제를 끝까지 취재하겠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몰래 전출·입’ 최소 10건…피해는 계속, 대책은 잠잠
    • 입력 2023-03-17 17:57:34
    취재K

1. 전세 세입자의 주소가 어느 날 갑자기 이전된다.
2. 세입자는 전혀 전출·입 신고를 한 적이 없다.
3. 세입자 주소가 옮겨진 직후, 집주인은 세줬던 집을 담보로 거액 대출을 받는다.

본인 확인이 허술한 '전입신고' 제도의 빈틈을 노린 변종 전세사기, KBS가 최근 연속 보도했습니다.

기사엔 많은 댓글이 달렸고,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놀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취재를 하는 저희도 "정말 그게 되냐"며 관계기관에 수차례 물었습니다.

[연관 기사]
세입자 몰래 전출시키고 담보대출…‘본인 확인’ 맹점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22188&ref=A
몰래 전입·전출 잇따르는데…“확인 철저”만 반복하는 정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22728
‘몰래 전출입’ 이렇게 당한다…‘대책 건의’ 했는데도 뭉그적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25438

■ 본인 확인 '대충'하는 전입신고

수법은 이렇습니다.

세입자 A 씨는 멀쩡히 전셋집에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비어있는 주소지로 '세대주'로 전입하면서 세입자 A 씨를 '세대원'으로 등재합니다.

세대주가 주민센터를 찾아 전입신고를 할 경우, 세대원은 동행하지 않아도 되는 맹점을 악용하는 겁니다.

물론 주민센터 측은 '세대원'에 대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①도장 날인, ②전화 확인, ③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방법 등이 쓰이는데, 너무나 쉽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① 도장 날인 → 막도장 파서 찍으면 끝!
② 전화 확인 → 공모자의 전화번호 알려주면 끝! (주민센터는 진짜 A 씨 번호인지 확인할 권한이 없음)
③ 신분증 제시 요구 → 위조 신분증 제시하거나 신분증 사진으로 갈음하면 끝!

"(주민센터 직원이) 자기가 안 그래도 신분증을 요구했는데, (허위 전입신고자가) 어디에 막 전화를 하더래요. 그랬더니 지금은 바빠서 못 드린다, 이따가 가져다 드려도 되냐고 했대요. 그래서 (직원도) 알겠다고 했대요. 결국 제 신분증은 확인을 안 한 거죠."
- A 씨/몰래 전출입 피해자

■ 몰래 전·출입 피해 '최소 10건'

취재진이 직접 만난 '몰래 전출입' 피해자는 지금까지 총 3명입니다.

하지만, 취재를 이어갈수록 피해 사례는 줄을 이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수도권에서만 10건의 피해가 확인됐습니다.


다만, 이는 일부에 불과할 거로 보입니다. 관할 지자체가 몰래 전출입 피해를 취합할 경우에만 파악되는데, 취합하는 곳도 있지만 안 하고 있는 곳이 더 많습니다.

몰래 전출입이 이뤄진 주민센터가 '발생 보고'를 하지 않는 한, 각 지자체도 현황을 파악할 길이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 행안부는 여전히 "대책 마련 중"

KBS 보도 이후 행안부는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제도 개선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민등록법 시행령에 전입신고 시 확인이 필요한 사람의 본인 신분 확인 규정 신설' 등을 검토하겠다며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습니다.

하지만 대책은 아직 '의견 수렴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행안부는 어제(16일) 지자체 주민등록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전입신고 제도와 관련된 의견을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책이 어느 정도 마련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행안부 관계자는 "법령 개정을 검토 중인 건 맞다"면서도 "아직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추가 제보를 기다립니다

몰래 전출·입 피해는 세입자가 먼저 알아채기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주소지가 어디로 등록돼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뿐더러, 대부분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상상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가 훨씬 많을 거로 추측하는 이유입니다.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1. 주민등록등본에 기재된 주소지 확인하기
2. 전셋집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지 등기부등본 확인하기

피해를 본 세입자들의 추가 제보를 기다립니다. KBS도 정부가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이 문제를 끝까지 취재하겠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