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산불 피해 ‘눈덩이’…처벌은 ‘솜방망이’

입력 2023.04.05 (19:33) 수정 2023.04.0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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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지난 며칠 이어졌던 산불, 다행히 애타게 기다렸던 단비와 함께 모두 진화됐습니다.

하지만 화마가 남긴 상처는 깊습니다.

앞서 전해드렸듯이 충남과 대전에서는 6개 지역에 재난지역 선포가 논의되고 있고요.

특히 홍성군 서부면은 지난 2일 기준 전체 땅의 4분의 1이 넘는 면적이 산불 피해를 봤습니다.

피해 복구까지 얼마나 걸릴지, 아직 예단하긴 힘든 상황이지만,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이런 대형 산불의 경우 산림 복원에만 최소 30년, 야생 동물이 다시 돌아오고 생태계가 복원되기까지는 최소 100년이 걸립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특히 피해 규모가 큰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상 기후 같은 다양한 원인이 제시되고 있지만, 또 중요한 건, 대부분 사람이 산불을 내고 있다는 겁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0년간 산불 중 60% 가까이가 입산자 실화, 각종 소각, 담뱃불같이 명확히 사람에 의해서 발생했습니다.

올해 상황은 어떨까요?

지난 2일까지 모두 418건의 산불이 발생했고요.

이 가운데 275건의 원인이 규명됐는데요.

37%는 논밭을 태우다가 난 산불이었고요.

나머지는 모두 실화였습니다.

홍성 산불도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동안 산불을 낸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산불 가해자 검거율은 41%에 불과했습니다.

절반 넘게 검거하지 못했는데요.

이유가 뭔지, 제가 오늘 오전 산림청 관계자와 직접 통화해 봤습니다.

[산림청 관계자/음성 변조 : "산불 같은 경우는 산간 오지에서 발생하다 보니까 CCTV라든지 어떤 증거를 찾기에 좀 제한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검거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드러난 거에 대해선 처벌이 다 되는 건가요?) 네, 맞죠."]

그래서 산불 가해자들, 정말 제대로 처벌됐는지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77%, 대부분이 '기소유예'로 처벌을 면했습니다.

21% 정도는 벌금형에 그쳤는데요.

지난해 강릉 산불을 낸 가해자가 징역 12년을 선고받긴 했지만 실제로 이런 징역형을 받은 가해자는 극소수였던 겁니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산불 가해자에게 최대 15년까지 징역형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고의성이 인정됐을 경우고요.

단순 과실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정도에 그칩니다.

재판 과정에서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대부분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을 받게 되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법을 더 강화해야 합니다, 수많은 산림을 태우고 산속에 사는 동물들도 죽었는데, 단 몇 년의 감옥 생활로 되겠습니까?" 이렇게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실제로 산림청은 지난해 11월, 산림보호법령을 개정해 산불의 큰 원인인 소각 행위를 금지했습니다.

적발 시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고요.

또 산불 가해자 신고 포상금도 500만 원으로, 기존보다 200만 원 더 올렸는데요.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했던 걸까요?

법령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소각 행위로 인한 산불은 줄지 않았습니다.

외국에서는 산불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을 내리고 있을까요?

미국에서는 2013년,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캘리포니아 산불 방화범에 사형을 선고했고요.

2017년에는 장난삼아 폭죽을 던져 산불을 낸 15살 소년에게 우리 돈 약 418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장난삼아', '고의성 없이' 낸 산불에도 거액의 배상을 청구했다는 점이 우리 법원과는 큰 차이를 보였는데요.

'몰랐다', '고의가 아니었다' 이런 말로 대신하기엔 산불 가해자로 인한 피해는 너무 광범위하고 장기간 지속되죠.

우리 세대뿐 아니라 대를 이어서까지 해를 끼치는 산불, 우리 법은 과연, 이런 죄의 무거움을 잘 반영하고 있는 걸까요?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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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05 19:33:47
    • 수정2023-04-05 20:38:05
    뉴스7(대전)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지난 며칠 이어졌던 산불, 다행히 애타게 기다렸던 단비와 함께 모두 진화됐습니다.

하지만 화마가 남긴 상처는 깊습니다.

앞서 전해드렸듯이 충남과 대전에서는 6개 지역에 재난지역 선포가 논의되고 있고요.

특히 홍성군 서부면은 지난 2일 기준 전체 땅의 4분의 1이 넘는 면적이 산불 피해를 봤습니다.

피해 복구까지 얼마나 걸릴지, 아직 예단하긴 힘든 상황이지만,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이런 대형 산불의 경우 산림 복원에만 최소 30년, 야생 동물이 다시 돌아오고 생태계가 복원되기까지는 최소 100년이 걸립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특히 피해 규모가 큰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상 기후 같은 다양한 원인이 제시되고 있지만, 또 중요한 건, 대부분 사람이 산불을 내고 있다는 겁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0년간 산불 중 60% 가까이가 입산자 실화, 각종 소각, 담뱃불같이 명확히 사람에 의해서 발생했습니다.

올해 상황은 어떨까요?

지난 2일까지 모두 418건의 산불이 발생했고요.

이 가운데 275건의 원인이 규명됐는데요.

37%는 논밭을 태우다가 난 산불이었고요.

나머지는 모두 실화였습니다.

홍성 산불도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동안 산불을 낸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산불 가해자 검거율은 41%에 불과했습니다.

절반 넘게 검거하지 못했는데요.

이유가 뭔지, 제가 오늘 오전 산림청 관계자와 직접 통화해 봤습니다.

[산림청 관계자/음성 변조 : "산불 같은 경우는 산간 오지에서 발생하다 보니까 CCTV라든지 어떤 증거를 찾기에 좀 제한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검거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드러난 거에 대해선 처벌이 다 되는 건가요?) 네, 맞죠."]

그래서 산불 가해자들, 정말 제대로 처벌됐는지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77%, 대부분이 '기소유예'로 처벌을 면했습니다.

21% 정도는 벌금형에 그쳤는데요.

지난해 강릉 산불을 낸 가해자가 징역 12년을 선고받긴 했지만 실제로 이런 징역형을 받은 가해자는 극소수였던 겁니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산불 가해자에게 최대 15년까지 징역형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고의성이 인정됐을 경우고요.

단순 과실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정도에 그칩니다.

재판 과정에서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대부분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을 받게 되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법을 더 강화해야 합니다, 수많은 산림을 태우고 산속에 사는 동물들도 죽었는데, 단 몇 년의 감옥 생활로 되겠습니까?" 이렇게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실제로 산림청은 지난해 11월, 산림보호법령을 개정해 산불의 큰 원인인 소각 행위를 금지했습니다.

적발 시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고요.

또 산불 가해자 신고 포상금도 500만 원으로, 기존보다 200만 원 더 올렸는데요.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했던 걸까요?

법령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소각 행위로 인한 산불은 줄지 않았습니다.

외국에서는 산불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을 내리고 있을까요?

미국에서는 2013년,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캘리포니아 산불 방화범에 사형을 선고했고요.

2017년에는 장난삼아 폭죽을 던져 산불을 낸 15살 소년에게 우리 돈 약 418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장난삼아', '고의성 없이' 낸 산불에도 거액의 배상을 청구했다는 점이 우리 법원과는 큰 차이를 보였는데요.

'몰랐다', '고의가 아니었다' 이런 말로 대신하기엔 산불 가해자로 인한 피해는 너무 광범위하고 장기간 지속되죠.

우리 세대뿐 아니라 대를 이어서까지 해를 끼치는 산불, 우리 법은 과연, 이런 죄의 무거움을 잘 반영하고 있는 걸까요?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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