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소아과…새벽부터 줄서기 전쟁

입력 2023.06.12 (19:24) 수정 2023.06.1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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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어린아이 키우는 부모님들, '소아과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병원 가기가 정말 힘듭니다.

새벽부터 병원이 문을 열기 전 줄서기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일, 경남에서도 예외가 아닌데요.

소아과의 진료 공백마저 우려되는 현실, KBS 창원은 오늘 이 실태를 집중 짚어봅니다.

먼저 이형관 기자입니다.

[리포트]

동이 채 트기도 전, 창원의 한 아동병원 앞입니다.

진료 시작 3시간을 앞두고 아직 병원 문도 열리지 않았는데, 복도에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문대웅/창원시 내서읍 : "(지금, 새벽 5시 50분이잖아요.) 아이들이 많이 몰릴 때는 대기를 1~2시간 정도 해야 해서요. 최대한 (접수를) 빨리하려고 왔습니다."]

오전 9시에 시작될 진료를 위해, 부모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새벽부터 접수 대기를 하는 것입니다.

[어린이 환자 부모 : "오늘도 다들 한 시간 정도는 계속 기다리신 것 같은데…. 이런 게(현장 접수가) 없으면 애들이 아파도 갈 곳이 없어요."]

마치 명품을 사려고 백화점이 문을 열기 전 줄 서는 '오픈런' 현상과 비슷합니다.

현재 시각은 오전 6시 10분입니다.

진료 접수를 시작한 지 10분 정도가 흘렀는데요.

접수 인원을 살펴보면, 벌써 28명에 이릅니다.

소아과마다 북새통인 것은 다른 의원도 마찬가지.

진료 시작 5분 만에, 진료 대기 공간은 이미 어린이와 보호자들도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오승현/창원시 마산회원구 : "이 아이가 열이 전에 한 번 났는데, 진료가 똑딱이(모바일 예약)로도 다 끝난 거예요. 진짜 여기에 와서 사정해서 (진료를 받았고요)."]

대기 시간 30~40분은 기본, 감기라도 유행하면 한 시간을 넘깁니다.

최근 동네 소아·청소년과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남은 병원에 환자들이 몰리는 것입니다.

[최회석/△△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 "아침 9시 30분까지, 지금 제가 진료를 마친 아이들이 스무 명 남짓 되고요.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이 한 26명 정도가 됩니다."]

최근 5년 사이, 전국 소아과는 100곳 가까이 문을 닫았고, 경남 지역도 13곳 줄었습니다.

저출산으로 줄어든 환자 수와 어린이 진료의 어려움, 낮은 의료 수가 등이 배경으로 꼽힙니다.

[이재은/○○아동병원 원장 : "인건비라든지, (병원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진료비가) 터무니없이 적어서, 개인 의원이나 아동 병원들이 병원을 경영하기 너무 힘들어서 폐업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병원을 더 운영할 수 없다며 폐과를 선언한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비만과 미용치료 등 다른 진료 과목으로 전환하기 위한 세미나를 열었고, 이 자리에는 전체 회원의 20%가 넘는 8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촬영기자:최현진/영상편집:안진영/그래픽:박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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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 닫는 소아과…새벽부터 줄서기 전쟁
    • 입력 2023-06-12 19:24:04
    • 수정2023-06-12 20:37:33
    뉴스7(창원)
[앵커]

요즘 어린아이 키우는 부모님들, '소아과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병원 가기가 정말 힘듭니다.

새벽부터 병원이 문을 열기 전 줄서기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일, 경남에서도 예외가 아닌데요.

소아과의 진료 공백마저 우려되는 현실, KBS 창원은 오늘 이 실태를 집중 짚어봅니다.

먼저 이형관 기자입니다.

[리포트]

동이 채 트기도 전, 창원의 한 아동병원 앞입니다.

진료 시작 3시간을 앞두고 아직 병원 문도 열리지 않았는데, 복도에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문대웅/창원시 내서읍 : "(지금, 새벽 5시 50분이잖아요.) 아이들이 많이 몰릴 때는 대기를 1~2시간 정도 해야 해서요. 최대한 (접수를) 빨리하려고 왔습니다."]

오전 9시에 시작될 진료를 위해, 부모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새벽부터 접수 대기를 하는 것입니다.

[어린이 환자 부모 : "오늘도 다들 한 시간 정도는 계속 기다리신 것 같은데…. 이런 게(현장 접수가) 없으면 애들이 아파도 갈 곳이 없어요."]

마치 명품을 사려고 백화점이 문을 열기 전 줄 서는 '오픈런' 현상과 비슷합니다.

현재 시각은 오전 6시 10분입니다.

진료 접수를 시작한 지 10분 정도가 흘렀는데요.

접수 인원을 살펴보면, 벌써 28명에 이릅니다.

소아과마다 북새통인 것은 다른 의원도 마찬가지.

진료 시작 5분 만에, 진료 대기 공간은 이미 어린이와 보호자들도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오승현/창원시 마산회원구 : "이 아이가 열이 전에 한 번 났는데, 진료가 똑딱이(모바일 예약)로도 다 끝난 거예요. 진짜 여기에 와서 사정해서 (진료를 받았고요)."]

대기 시간 30~40분은 기본, 감기라도 유행하면 한 시간을 넘깁니다.

최근 동네 소아·청소년과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남은 병원에 환자들이 몰리는 것입니다.

[최회석/△△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 "아침 9시 30분까지, 지금 제가 진료를 마친 아이들이 스무 명 남짓 되고요.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이 한 26명 정도가 됩니다."]

최근 5년 사이, 전국 소아과는 100곳 가까이 문을 닫았고, 경남 지역도 13곳 줄었습니다.

저출산으로 줄어든 환자 수와 어린이 진료의 어려움, 낮은 의료 수가 등이 배경으로 꼽힙니다.

[이재은/○○아동병원 원장 : "인건비라든지, (병원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진료비가) 터무니없이 적어서, 개인 의원이나 아동 병원들이 병원을 경영하기 너무 힘들어서 폐업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병원을 더 운영할 수 없다며 폐과를 선언한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비만과 미용치료 등 다른 진료 과목으로 전환하기 위한 세미나를 열었고, 이 자리에는 전체 회원의 20%가 넘는 8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촬영기자:최현진/영상편집:안진영/그래픽:박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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