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가 전부”…땡볕 아래 뛰는 노동자들

입력 2023.06.19 (21:19) 수정 2023.06.19 (22: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한여름 못지 않은 날씨에 그늘만 찾아다닌 하루였습니다.

내륙 곳곳에 불볕더위가 이어지며 경기 양평과 여주는 37도까지 기온이 올랐습니다.

시원한 물놀이장이나 냉면으로 더위를 식히는 분들도 있었지만 서둘러 찾아온 6월 더위가 당혹스러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뜨거운 햇볕에 이렇게 양산과 부채 챙겨든 분들도 많았는데요.

특히, 이런 폭염 속에 택배기사나 미화원 같이 종일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더 힘든 하루를 보냈습니다.

원동희 기자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수은주가 34도를 가리킨 오후 한 시, 택배기사 강민욱 씨가 한창 바쁜 시각입니다.

[강민욱/택배기사 : "(오늘은) 물량이 좀 적어서 200개 조금 넘고. 한 5시간 정도 걸릴거 같습니다."]

아파트를 오르내리며 택배 물품을 전달하고, 수거용 가방을 회수하고 나면 체력은 금세 바닥납니다.

[강민욱/택배기사 : "하나 수거할때마다 100원 받습니다. (안 할 순 없어요?) 이거 안 하면 회사에서 구역을 빼앗아갑니다."]

고비는 골목골목을 누벼야 하는 주택가에서 찾아옵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본 골목길 온도는 약 50도.

갈증에 숨이 턱 막힐 때면 급하게 식당 신세를 집니다.

["아 이거 참.. 물 좀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택배 기사가 이용할 수 있는 이동 노동자 쉼터는 서울에 8곳뿐, 그나마도 늘 시간에 쫓기는 택배기사들에겐 먼 나라 얘깁니다.

[강민욱/택배기사 : "차 세워 놓고 그 뒤에 그늘 이렇게 만들어지면 그냥 벽에 앉아가지고 한 5분 정도 (쉬는거죠)."]

표면 온도 50도를 넘는 대로변을 오가는 미화원도 폭염과 사투를 벌입니다.

차량과 아스팔트 등에서 뿜어나오는 열기를 고스란히 견뎌야 합니다.

[고대환/환경미화원 : "자동차에서 뜨거운 그 연기가 나오잖아요. 그것만 해도 열기가 엄청나요. 아스팔트 밑에서도 엄청난 열이 올라와요."]

가게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상가 문틈에서 새어 나온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식힙니다.

[고대환/환경미화원 : "그 앞에 지나가면은 일하다가도 거기 있고 싶죠 그냥."]

회사에서 보내는 건 수분을 보충하라는 문자 뿐입니다.

[고대환/환경미화원 : "제가 오후에는 2시부터 6시까지 일한단 말이에요. 제일 더울 시간이에요 하루 중. 근무시간 좀 개선했으면.."]

지난 한 달간 발생한 전국의 온열 질환자는 124명.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늘었습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 서다은/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김정현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생수가 전부”…땡볕 아래 뛰는 노동자들
    • 입력 2023-06-19 21:19:24
    • 수정2023-06-19 22:05:24
    뉴스 9
[앵커]

한여름 못지 않은 날씨에 그늘만 찾아다닌 하루였습니다.

내륙 곳곳에 불볕더위가 이어지며 경기 양평과 여주는 37도까지 기온이 올랐습니다.

시원한 물놀이장이나 냉면으로 더위를 식히는 분들도 있었지만 서둘러 찾아온 6월 더위가 당혹스러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뜨거운 햇볕에 이렇게 양산과 부채 챙겨든 분들도 많았는데요.

특히, 이런 폭염 속에 택배기사나 미화원 같이 종일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더 힘든 하루를 보냈습니다.

원동희 기자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수은주가 34도를 가리킨 오후 한 시, 택배기사 강민욱 씨가 한창 바쁜 시각입니다.

[강민욱/택배기사 : "(오늘은) 물량이 좀 적어서 200개 조금 넘고. 한 5시간 정도 걸릴거 같습니다."]

아파트를 오르내리며 택배 물품을 전달하고, 수거용 가방을 회수하고 나면 체력은 금세 바닥납니다.

[강민욱/택배기사 : "하나 수거할때마다 100원 받습니다. (안 할 순 없어요?) 이거 안 하면 회사에서 구역을 빼앗아갑니다."]

고비는 골목골목을 누벼야 하는 주택가에서 찾아옵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본 골목길 온도는 약 50도.

갈증에 숨이 턱 막힐 때면 급하게 식당 신세를 집니다.

["아 이거 참.. 물 좀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택배 기사가 이용할 수 있는 이동 노동자 쉼터는 서울에 8곳뿐, 그나마도 늘 시간에 쫓기는 택배기사들에겐 먼 나라 얘깁니다.

[강민욱/택배기사 : "차 세워 놓고 그 뒤에 그늘 이렇게 만들어지면 그냥 벽에 앉아가지고 한 5분 정도 (쉬는거죠)."]

표면 온도 50도를 넘는 대로변을 오가는 미화원도 폭염과 사투를 벌입니다.

차량과 아스팔트 등에서 뿜어나오는 열기를 고스란히 견뎌야 합니다.

[고대환/환경미화원 : "자동차에서 뜨거운 그 연기가 나오잖아요. 그것만 해도 열기가 엄청나요. 아스팔트 밑에서도 엄청난 열이 올라와요."]

가게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상가 문틈에서 새어 나온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식힙니다.

[고대환/환경미화원 : "그 앞에 지나가면은 일하다가도 거기 있고 싶죠 그냥."]

회사에서 보내는 건 수분을 보충하라는 문자 뿐입니다.

[고대환/환경미화원 : "제가 오후에는 2시부터 6시까지 일한단 말이에요. 제일 더울 시간이에요 하루 중. 근무시간 좀 개선했으면.."]

지난 한 달간 발생한 전국의 온열 질환자는 124명.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늘었습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 서다은/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김정현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