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뉴스] 찢어진 ‘이성계’ 초상화…이럴수가!

입력 2005.09.28 (08:58) 수정 2005.09.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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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지난달 화제 속에 국립 고궁박물관이 문을 열었는데요.가장 눈길을 끈 작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백 십여년 만에 대중 앞에 빛 본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였죠?
그런데 이 초상화가 지금 문젭니다.
초상화 일부가 찢어졌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된 것이 벌써 5년전 일이라고 하는데,왜 이제야 알려졌을까요?
초상화가 어느 정도로 훼손된 건가요?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 중인 태조의 어진을 잘 살펴보면, 1999년 찍은 사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쪽 부분이 길게 찢어졌던 것을 다시 붙인 흔적이 남아 있는데요.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5일, 국립고궁박물관이 화려하게 문을 열면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전시물이 바로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 인데요. 최근에 이 초상화가 예전의 상태와는 많이 다르다는 문제가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 22일,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이 문화재 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처음으로 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는데요.
<인터뷰>이경숙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왼쪽 편에 수리한 흔적이 있습니다. 입가까지...한 40센티미터 정도 됩니다 이것이 보물인데... 왜, 누가 이것을 수리했는지가 지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1999년 촬영한 사진과 비교해 보면, 왼쪽 윗부분부터 얼굴 중앙을 관통하는 부분까지 길게 찢어졌던 흔적이 실제, 뚜렷이 나타나는데요.
문화재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문화재청을 찾아가봤습니다. 문화재는 훼손됐을 시에 그에 관련된 기록이 남기 마련인데요. 하지만 태조 어진의 등록카드에서는 일체 훼손됐거나 수리됐다는 기록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정금호(문화재청 동산문화재과) : "자치단체가 가지고 있는 문화재의 경우에는 조사를 위임하거나 조사를 제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 같이 (문화재가) 변화된 양상을 저희가 직접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문화재청에서는 언제 훼손되었는지, 또 수리되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는데요. 태조 어진은 지금껏 전주 경기전에 봉안돼 있다가 이번에 백 십일년만에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인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처 입은 용안이었습니다.
<인터뷰>김현경(관람객) : "보통 문화재도 아니고 보물인데 이렇게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황당하고 깜짝 놀랐어요."
태조 이성계 어진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조선 시대 진본 초상으로, 그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데요. 현재 태조 어진을 임대해 전시 중인 국립고궁박물관 측에서는 빌려올 때부터 그런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원래 봉안돼 있던 곳인 전주의 경기전에서 훼손됐다는 뜻이 되는데요. 도대체 언제, 어떻게 하다 찢어지게 된 건지 경기전 관리를 책임지는 전주시청의 담당부서를 찾았습니다.
1999년까지는 멀쩡하던 초상화가 심각하게 훼손을 입은 것은 바로 2000년. 하지만 전주시청에서는 그 동안 이 사실을 숨겨왔는데요.
<인터뷰>전주시청 담당 공무원: "2000년도 3월에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전북지원 종친들이 이태조에 대한 분향제를 거행하던 중에 문을 여는 중에 참여 종친의 실수로 창호문이 넘어져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결국, 국보급 보물을 망가뜨린 것은 후손들의 부주의와 공무원들의 안일한 자세 탓이었는데요. 훼손시킨 후엔, 절차도 무시한 채 임의로 수리를 맡겼다고 합니다. 문화재청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고 전문가도 아닌 일반 표구사에 맡겨 몰래 보수했는데요. 눈 가리고 아웅한 셈입니다.
<인터뷰>이태연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전북지원장) : "복원된다고 하니까 나는 감쪽같이 된 줄 알았어요. 또 하나는 거기서도(전주시에서도) 우리끼리만 알고 말자 해서 사실상 은폐를 했다고 봐야지"
문화재의 경우, 한 번 훼손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기에 더욱 치명적인데요. 태조 어진 역시, 명목상의 ‘보물’ 지위는 유지했지만 실질적인 가치는 엄청나게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권오창 (화백 / 태조 어진 모사 작업 중) : "어진이라는 것은 인물의 눈동자라든가 표정이라든가 시선이라든가 그런 데서 그 분의 어떤 내면적인 것을 읽을 수 있는데 이미 그런 부분이 훼손되었기 때문에 그 가치라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동학농민운동과 6.25 전쟁을 거치면서도 지켜져 온 태조 이성계 어진, 최첨단 과학을 자랑하는 21세기에 훼손되고 말았다는 사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부끄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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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뉴스] 찢어진 ‘이성계’ 초상화…이럴수가!
    • 입력 2005-09-28 08:35:49
    • 수정2005-09-28 09: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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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지난달 화제 속에 국립 고궁박물관이 문을 열었는데요.가장 눈길을 끈 작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백 십여년 만에 대중 앞에 빛 본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였죠? 그런데 이 초상화가 지금 문젭니다. 초상화 일부가 찢어졌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된 것이 벌써 5년전 일이라고 하는데,왜 이제야 알려졌을까요? 초상화가 어느 정도로 훼손된 건가요?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 중인 태조의 어진을 잘 살펴보면, 1999년 찍은 사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쪽 부분이 길게 찢어졌던 것을 다시 붙인 흔적이 남아 있는데요.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5일, 국립고궁박물관이 화려하게 문을 열면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전시물이 바로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 인데요. 최근에 이 초상화가 예전의 상태와는 많이 다르다는 문제가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 22일,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이 문화재 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처음으로 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는데요. <인터뷰>이경숙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왼쪽 편에 수리한 흔적이 있습니다. 입가까지...한 40센티미터 정도 됩니다 이것이 보물인데... 왜, 누가 이것을 수리했는지가 지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1999년 촬영한 사진과 비교해 보면, 왼쪽 윗부분부터 얼굴 중앙을 관통하는 부분까지 길게 찢어졌던 흔적이 실제, 뚜렷이 나타나는데요. 문화재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문화재청을 찾아가봤습니다. 문화재는 훼손됐을 시에 그에 관련된 기록이 남기 마련인데요. 하지만 태조 어진의 등록카드에서는 일체 훼손됐거나 수리됐다는 기록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정금호(문화재청 동산문화재과) : "자치단체가 가지고 있는 문화재의 경우에는 조사를 위임하거나 조사를 제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 같이 (문화재가) 변화된 양상을 저희가 직접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문화재청에서는 언제 훼손되었는지, 또 수리되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는데요. 태조 어진은 지금껏 전주 경기전에 봉안돼 있다가 이번에 백 십일년만에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인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처 입은 용안이었습니다. <인터뷰>김현경(관람객) : "보통 문화재도 아니고 보물인데 이렇게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황당하고 깜짝 놀랐어요." 태조 이성계 어진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조선 시대 진본 초상으로, 그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데요. 현재 태조 어진을 임대해 전시 중인 국립고궁박물관 측에서는 빌려올 때부터 그런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원래 봉안돼 있던 곳인 전주의 경기전에서 훼손됐다는 뜻이 되는데요. 도대체 언제, 어떻게 하다 찢어지게 된 건지 경기전 관리를 책임지는 전주시청의 담당부서를 찾았습니다. 1999년까지는 멀쩡하던 초상화가 심각하게 훼손을 입은 것은 바로 2000년. 하지만 전주시청에서는 그 동안 이 사실을 숨겨왔는데요. <인터뷰>전주시청 담당 공무원: "2000년도 3월에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전북지원 종친들이 이태조에 대한 분향제를 거행하던 중에 문을 여는 중에 참여 종친의 실수로 창호문이 넘어져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결국, 국보급 보물을 망가뜨린 것은 후손들의 부주의와 공무원들의 안일한 자세 탓이었는데요. 훼손시킨 후엔, 절차도 무시한 채 임의로 수리를 맡겼다고 합니다. 문화재청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고 전문가도 아닌 일반 표구사에 맡겨 몰래 보수했는데요. 눈 가리고 아웅한 셈입니다. <인터뷰>이태연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전북지원장) : "복원된다고 하니까 나는 감쪽같이 된 줄 알았어요. 또 하나는 거기서도(전주시에서도) 우리끼리만 알고 말자 해서 사실상 은폐를 했다고 봐야지" 문화재의 경우, 한 번 훼손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기에 더욱 치명적인데요. 태조 어진 역시, 명목상의 ‘보물’ 지위는 유지했지만 실질적인 가치는 엄청나게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권오창 (화백 / 태조 어진 모사 작업 중) : "어진이라는 것은 인물의 눈동자라든가 표정이라든가 시선이라든가 그런 데서 그 분의 어떤 내면적인 것을 읽을 수 있는데 이미 그런 부분이 훼손되었기 때문에 그 가치라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동학농민운동과 6.25 전쟁을 거치면서도 지켜져 온 태조 이성계 어진, 최첨단 과학을 자랑하는 21세기에 훼손되고 말았다는 사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부끄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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