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카트’ 없이 못산다

입력 2005.09.3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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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카트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포플러의 일종으로 잎사귀에는 흥분과 각성의 성분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나라들은 이 카트를 마약으로 분류하며 판매는 물론 반입도 엄격히 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해의 흑진주라고 불리는 예멘에서는 이 카트를 신비의 약초라고 예찬하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긴다고 하는데요 .. 이 카트로 인한 폐단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지만 금지하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용태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예멘은 오래된 건축물로 유명합니다. 최소한 3백 년이 넘는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채 도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시골에도 벽돌과 진흙으로 지은 고층 가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1층은 가축을 키우는 곳입니다. 층을 올라가며 응접실과 침실 그리고 부엌 등이 있습니다. 지은 지 350년이 지났지만 큰 불편은 없다고 합니다.

<인터뷰>:모함마드: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진 집이죠. " (모두 만족하나요?) 물론이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

4층 건물에 방이 12개, 예멘의 대가족 문화가 전통 가옥에 그대로 배여 있습니다. 전통가옥의 맨 위 층, 전망이 좋은 곳에는 마프라즈라는 방이 있습니다. 이 방에는 특별한 용도가 있습니다. 바로 카트를 씹으며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생활 속에서 카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집에서부터 드러나는 셈입니다.

오후에 거리에 나서면 어디서나 카트를 씹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입 안에 카트 잎을 넣고 씹으면서 그 즙을 흡수합니다.

<인터뷰>압둘라:"카트를 씹으면 힘이 납니다. 모든 일에 잘 집중할 수 있고 일도 잘 돼죠."

처음에는 쓰고 떫지만 시간이 지나면 단맛을 느낀다고 합니다.

<인터뷰>쉐하 알딘: "카트를 씹으면 활력을 느끼죠. 자꾸 말을 하고 싶어집니다.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 좋습니다."

성인 남자의 80%가 카트를 즐깁니다. 정치 문제든 사업이든 일단 카트를 시작하면서 대화를 풀어나갑니다.

<인터뷰>하마드: "사업 얘기를 하려면 일단 3,4명이 모여서 카트를 시작하죠. 그렇게 카트를 씹으면서 사업 문제를 서로 의논하게 됩니다."

카트 잎에는 각성효과를 일으키는 카틴과 카티논이라는 성분이 있습니다. 이 성분이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해서 혈압과 맥박수가 높아지고 정서적으로 흥분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카트에는 마약과 같은 중독성은 없습니다. 그러나 식욕 부진이나 무력감 같은 부작용이 있습니다.

<인터뷰>후세인(교수): "카트 자체가 특정 질병을 일으키진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카트에 뿌려지는 화학물질(농약)입니다. 간과 신장에 영향을 주게 되죠"

종교적으로도 성직자에 따라 의견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카트를 허용합니다.

<인터뷰>무함마드(이슬람 이맘): "카트는 통상 허용됩니다. 다만 카트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거나 가정 경제에 어려움을 줄 경우는 안 됩니다."

카트는 7백 년 전에 이디오피아에서 예멘으로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약용으로 사용되다가 불과 30년 전부터 대중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됐습니다.

푸른 숲처럼 펼쳐진 곳이 바로 카트 재배단지입니다. 카트 소비의 확산과 함께 재배지역도 최근 늘고 있습니다. 카트 나무 윗부분, 어린 잎이 상품으로 팔립니다.

<인터뷰>농민: "신에게 감사를! 만족합니다. 이 밭에서 40만 리얄(2백만 원)을 법니다. 해마다 2~3번 잘라 팝니다."

이제는 환금 작물을 심는 농경지의 52%가 카트 재배지역으로 변했습니다. 재배와 판매가 비교적 쉬울 뿐만 아니라 소득이 많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농민: "카트는 벌레에 강해서 해충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아요. 또 물을 조금만 줘도 돼요. 다른 작물은 물을 훨씬 많이 줘야 하거든요."

한 때 모카 커피의 고향이었던 예멘은 이제 카트 나무로 덮여 가고 있습니다. 밤에도 카트를 즐기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택시 기사들도 운전 중에 카트를 애용합니다.

<인터뷰>택시 기사: "카트가 있으면 오랫동안 일 할 수 있어요."

<인터뷰>상인: "몸이 상쾌하지요.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혼자서 건물도 지을 수 있을 것 같죠."

이렇게 카트를 씹는 시간이 최소한 서너 시간, 길게는 10시간을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라흐만: "카트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보통 오후부터 밤 10시까지 즐깁니다."

카트는 이제 여성에게도 확산돼 성인 여성의 30%가 카트를 이용합니다.
예멘 곳곳에는 카트 시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하루 이용 분량이 천 원에서 5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인터뷰>: "이건 400 리얄(2천 원)짜리 입니다."
(매일 카트를 이용하나요?) "예"
(한 달 수입은?) "20,000(10만 원)입니다."

카트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부작용입니다. 일반인의 경우 보통 소득의 20~30%를 카트에 소비합니다. 빈곤층의 경우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카트에 사용합니다.

<인터뷰>:(한 달에 얼마나 카트에 쓰죠?)25,000리얄(13만 원) 정도요.
(그럼 가족 생활비는?)신에게 달렸죠.

카트 때문에 음식이나 의류 등 다른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대부분 시간을 카트에 소비하기 때문에 자녀교육을 방치하는 등 가족 관계가 악화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인터뷰>노만(사나대학 교수): "사람들 옷이 형편없어요. 카트 때문이죠. 잘 먹지도 않아요. 역시 카트 때문이죠. 일부는 빈혈증세도 보여요. 또 많은 사람이 체중이 정상보다 적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카트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카트가 없으면 사회 문제도 없다는 것이 이 단체의 구홉니다.

<인터뷰>노만(사나 대학 교수): "정부는 강제적으로라도 카트 재배를 줄여야 합니다. 카트 대신 커피 같은 작물을 재배하도록 해야 합니다. 한 때 우리는 커피 수출국이었습니다."

정부도 공항과 콜택시에서는 카트 이용을 금지하는 등 카트에 대한 제한을 최근 들어 점차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카트 소비는 확산되는 추셉니다.

예멘을 알려면 카트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카트는 예멘의 상징처럼 돼 가고 있습니다. 이런 카트 소비를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가 현재 예멘 정부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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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멘 ‘카트’ 없이 못산다
    • 입력 2005-09-30 08:15:22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카트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포플러의 일종으로 잎사귀에는 흥분과 각성의 성분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나라들은 이 카트를 마약으로 분류하며 판매는 물론 반입도 엄격히 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해의 흑진주라고 불리는 예멘에서는 이 카트를 신비의 약초라고 예찬하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긴다고 하는데요 .. 이 카트로 인한 폐단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지만 금지하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용태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예멘은 오래된 건축물로 유명합니다. 최소한 3백 년이 넘는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채 도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시골에도 벽돌과 진흙으로 지은 고층 가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1층은 가축을 키우는 곳입니다. 층을 올라가며 응접실과 침실 그리고 부엌 등이 있습니다. 지은 지 350년이 지났지만 큰 불편은 없다고 합니다. <인터뷰>:모함마드: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진 집이죠. " (모두 만족하나요?) 물론이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 4층 건물에 방이 12개, 예멘의 대가족 문화가 전통 가옥에 그대로 배여 있습니다. 전통가옥의 맨 위 층, 전망이 좋은 곳에는 마프라즈라는 방이 있습니다. 이 방에는 특별한 용도가 있습니다. 바로 카트를 씹으며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생활 속에서 카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집에서부터 드러나는 셈입니다. 오후에 거리에 나서면 어디서나 카트를 씹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입 안에 카트 잎을 넣고 씹으면서 그 즙을 흡수합니다. <인터뷰>압둘라:"카트를 씹으면 힘이 납니다. 모든 일에 잘 집중할 수 있고 일도 잘 돼죠." 처음에는 쓰고 떫지만 시간이 지나면 단맛을 느낀다고 합니다. <인터뷰>쉐하 알딘: "카트를 씹으면 활력을 느끼죠. 자꾸 말을 하고 싶어집니다.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 좋습니다." 성인 남자의 80%가 카트를 즐깁니다. 정치 문제든 사업이든 일단 카트를 시작하면서 대화를 풀어나갑니다. <인터뷰>하마드: "사업 얘기를 하려면 일단 3,4명이 모여서 카트를 시작하죠. 그렇게 카트를 씹으면서 사업 문제를 서로 의논하게 됩니다." 카트 잎에는 각성효과를 일으키는 카틴과 카티논이라는 성분이 있습니다. 이 성분이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해서 혈압과 맥박수가 높아지고 정서적으로 흥분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카트에는 마약과 같은 중독성은 없습니다. 그러나 식욕 부진이나 무력감 같은 부작용이 있습니다. <인터뷰>후세인(교수): "카트 자체가 특정 질병을 일으키진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카트에 뿌려지는 화학물질(농약)입니다. 간과 신장에 영향을 주게 되죠" 종교적으로도 성직자에 따라 의견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카트를 허용합니다. <인터뷰>무함마드(이슬람 이맘): "카트는 통상 허용됩니다. 다만 카트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거나 가정 경제에 어려움을 줄 경우는 안 됩니다." 카트는 7백 년 전에 이디오피아에서 예멘으로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약용으로 사용되다가 불과 30년 전부터 대중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됐습니다. 푸른 숲처럼 펼쳐진 곳이 바로 카트 재배단지입니다. 카트 소비의 확산과 함께 재배지역도 최근 늘고 있습니다. 카트 나무 윗부분, 어린 잎이 상품으로 팔립니다. <인터뷰>농민: "신에게 감사를! 만족합니다. 이 밭에서 40만 리얄(2백만 원)을 법니다. 해마다 2~3번 잘라 팝니다." 이제는 환금 작물을 심는 농경지의 52%가 카트 재배지역으로 변했습니다. 재배와 판매가 비교적 쉬울 뿐만 아니라 소득이 많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농민: "카트는 벌레에 강해서 해충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아요. 또 물을 조금만 줘도 돼요. 다른 작물은 물을 훨씬 많이 줘야 하거든요." 한 때 모카 커피의 고향이었던 예멘은 이제 카트 나무로 덮여 가고 있습니다. 밤에도 카트를 즐기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택시 기사들도 운전 중에 카트를 애용합니다. <인터뷰>택시 기사: "카트가 있으면 오랫동안 일 할 수 있어요." <인터뷰>상인: "몸이 상쾌하지요.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혼자서 건물도 지을 수 있을 것 같죠." 이렇게 카트를 씹는 시간이 최소한 서너 시간, 길게는 10시간을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라흐만: "카트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보통 오후부터 밤 10시까지 즐깁니다." 카트는 이제 여성에게도 확산돼 성인 여성의 30%가 카트를 이용합니다. 예멘 곳곳에는 카트 시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하루 이용 분량이 천 원에서 5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인터뷰>: "이건 400 리얄(2천 원)짜리 입니다." (매일 카트를 이용하나요?) "예" (한 달 수입은?) "20,000(10만 원)입니다." 카트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부작용입니다. 일반인의 경우 보통 소득의 20~30%를 카트에 소비합니다. 빈곤층의 경우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카트에 사용합니다. <인터뷰>:(한 달에 얼마나 카트에 쓰죠?)25,000리얄(13만 원) 정도요. (그럼 가족 생활비는?)신에게 달렸죠. 카트 때문에 음식이나 의류 등 다른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대부분 시간을 카트에 소비하기 때문에 자녀교육을 방치하는 등 가족 관계가 악화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인터뷰>노만(사나대학 교수): "사람들 옷이 형편없어요. 카트 때문이죠. 잘 먹지도 않아요. 역시 카트 때문이죠. 일부는 빈혈증세도 보여요. 또 많은 사람이 체중이 정상보다 적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카트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카트가 없으면 사회 문제도 없다는 것이 이 단체의 구홉니다. <인터뷰>노만(사나 대학 교수): "정부는 강제적으로라도 카트 재배를 줄여야 합니다. 카트 대신 커피 같은 작물을 재배하도록 해야 합니다. 한 때 우리는 커피 수출국이었습니다." 정부도 공항과 콜택시에서는 카트 이용을 금지하는 등 카트에 대한 제한을 최근 들어 점차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카트 소비는 확산되는 추셉니다. 예멘을 알려면 카트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카트는 예멘의 상징처럼 돼 가고 있습니다. 이런 카트 소비를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가 현재 예멘 정부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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