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뉴스] 32년 라면 사랑, 라면 할아버지

입력 2005.11.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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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부터는 아주 독특한 분 한 분 만나보겠습니다. 올해 연세가 일흔 셋인 할아버지신데 거의 반평생을 라면만 드시고 살아오셨다고 합니다. 이른바 '라면 할아버지'신데, 어떻게 밥 대신 라면만 드시고 살아오셨을까 정말 궁금합니다. 직접 만나서 궁금증을 해결해 볼까요? 고민정 아나운서~ 이 분 위장병으로 수술까지 받으셨었다구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강원도 화천의 한 마을에는 32년째 매 끼니를 라면만으로 해결해온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단 열흘이면 라면 한 박스가 동이 난다고 하는데요. 일명 라면 할아버지로 통하는 박병구 할아버지의 32년 라면 사랑을 취재했습니다.

강원도 화천군에 위치한 한 마을. 월동 준비가 한창인 요즘, 최정순 할머니는 광 한쪽에 라면 박스를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으로 겨울나기를 대신합니다.

월동 준비로 이렇게 라면 박스가 있는거네요?

<인터뷰> 최정숙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그렇죠. 1월달에 먹어야되니까... 한 박스가 한 열흘씩? 한달에 3박스 갖다주니까."

집안 곳곳에도 손닿는 곳마다 라면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바로 할아버지의 독특한 식성때문입니다.

<인터뷰> 최정숙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주식이 라면이지 뭐. 밥은 안잡수니까. 벌써 한 30년 넘었지요."

하루 세끼를 모두 라면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박병구 할아버지! 박병구 할아버지가 쌀 대신 라면을 주식으로 삼아온 세월은 어느덧 32년째입니다.

<인터뷰> 박병구 (73살/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이제는 라면이 내내 그저 좋아요. 처음에는 한꺼번에 두 번도 먹고 그때는 그랬어요. 질리는 것도 없고 나쁜것도 없고 그전에 밥먹고 살때나 한가지에요."

할아버지가 처음 라면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3년! 위장병에 시달려 수술까지 받아야 했던 할아버지는 라면의 부드러운 면발이 밥보다 쉽게 넘어가는 것 같아 그 뒤로 라면만 먹게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병구 (73살/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이제는 라면만 줄곧 먹다보니 밥맛은 없고 라면먹어야 살아요. 다른 집에 놀러가면 내가 라면 끓여달라고 할 수가 없지. 그러니까 남들 먹을 때 먹기는 먹어요. 그런데 라면만 못해요."

처음 라면이 출시됐을 당시, 한 봉지 가격은 10원. 자장면 한 그릇이 20∼30원을 했으니 결코 싼값은 아니었지만, 가족들도 할아버지의 라면 사랑을 말릴수는 없었습니다.

<인터뷰> 최정숙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그때는 50개씩 들어있었어. 쌀 한말 팔아야 한박스 사는데 한 넉말 가지고 세박스 사요. 그러니까 혼자 한달에 쌀 닷말, 넉말을 더 잡숫더라니까."

<인터뷰> "동네 이웃분들한테도 나눠주고 그러세요?"
<인터뷰> 최정숙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에이, 줄것이 있나요? 저 양반이 계속 끓여잡수니까 줄것이 없지요. 우리 애들도 안주는데..."

동네에서도 이미 라면 할아버지로 유명 인사가 된지 오래입니다.
<인터뷰> 현종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자기만 먹지. 밥은 줘도 라면은 안줘요."
<인터뷰> 박근석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손님은 뭐 다른 걸 대접해주시고 라면은 혼자만 드시더라고..."

할아버지의 독특한 식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10년째 무료 라면을 공급해주는 라면 회사도 생겨났습니다.
<인터뷰> 금활연 ('A' 라면업체 춘천지점 점장): "열두달 치고 한달에 세박스씩이니까 서른여섯박스 1년에...그러니까 십년이니까 한 삼백육십 박스. 거의 사백박스 갖다드린거죠. 할아버지 돌아가실때까지 계속 평생 라면을 공급할 겁니다."

그렇다면 30년 넘게 라면을 주식으로 살아온 할아버지! 건강은 어떨까?
<인터뷰> 최정숙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의사 선생님이 방문해서 들렸는데 혈압재고 당뇨 검사하고 그랬는데 다 괜찮고 혈압만 약간 높다고 그랬거든요. 지금은 그래도 건강한 편이죠."

32년 라면 사랑으로 산골마을의 유명인사가 된 박병구 할아버지! 부디 오래도록 건강하기를 기원합니다.
<인터뷰> 박근선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앞으로도 그렇게 라면드시고도 계속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현종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건강하세요. 많이 잡숫고 건강하시면 되요."

<앵커 멘트>

라면이 건강에 해롭다, 아니다 논란이 있는데, 참 신기하네요~ 그러게요, 암튼 건강하시다니 다행입니다. 할아버지, 앞으로도 건강 잘 챙기시구요, 하지만 그래도 라면만 먹고 사는 건 좀 그렇죠? 네, 골고루 드셔야죠. 지금까지 고민정 아나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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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뉴스] 32년 라면 사랑, 라면 할아버지
    • 입력 2005-11-30 08: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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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부터는 아주 독특한 분 한 분 만나보겠습니다. 올해 연세가 일흔 셋인 할아버지신데 거의 반평생을 라면만 드시고 살아오셨다고 합니다. 이른바 '라면 할아버지'신데, 어떻게 밥 대신 라면만 드시고 살아오셨을까 정말 궁금합니다. 직접 만나서 궁금증을 해결해 볼까요? 고민정 아나운서~ 이 분 위장병으로 수술까지 받으셨었다구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강원도 화천의 한 마을에는 32년째 매 끼니를 라면만으로 해결해온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단 열흘이면 라면 한 박스가 동이 난다고 하는데요. 일명 라면 할아버지로 통하는 박병구 할아버지의 32년 라면 사랑을 취재했습니다. 강원도 화천군에 위치한 한 마을. 월동 준비가 한창인 요즘, 최정순 할머니는 광 한쪽에 라면 박스를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으로 겨울나기를 대신합니다. 월동 준비로 이렇게 라면 박스가 있는거네요? <인터뷰> 최정숙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그렇죠. 1월달에 먹어야되니까... 한 박스가 한 열흘씩? 한달에 3박스 갖다주니까." 집안 곳곳에도 손닿는 곳마다 라면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바로 할아버지의 독특한 식성때문입니다. <인터뷰> 최정숙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주식이 라면이지 뭐. 밥은 안잡수니까. 벌써 한 30년 넘었지요." 하루 세끼를 모두 라면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박병구 할아버지! 박병구 할아버지가 쌀 대신 라면을 주식으로 삼아온 세월은 어느덧 32년째입니다. <인터뷰> 박병구 (73살/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이제는 라면이 내내 그저 좋아요. 처음에는 한꺼번에 두 번도 먹고 그때는 그랬어요. 질리는 것도 없고 나쁜것도 없고 그전에 밥먹고 살때나 한가지에요." 할아버지가 처음 라면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3년! 위장병에 시달려 수술까지 받아야 했던 할아버지는 라면의 부드러운 면발이 밥보다 쉽게 넘어가는 것 같아 그 뒤로 라면만 먹게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병구 (73살/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이제는 라면만 줄곧 먹다보니 밥맛은 없고 라면먹어야 살아요. 다른 집에 놀러가면 내가 라면 끓여달라고 할 수가 없지. 그러니까 남들 먹을 때 먹기는 먹어요. 그런데 라면만 못해요." 처음 라면이 출시됐을 당시, 한 봉지 가격은 10원. 자장면 한 그릇이 20∼30원을 했으니 결코 싼값은 아니었지만, 가족들도 할아버지의 라면 사랑을 말릴수는 없었습니다. <인터뷰> 최정숙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그때는 50개씩 들어있었어. 쌀 한말 팔아야 한박스 사는데 한 넉말 가지고 세박스 사요. 그러니까 혼자 한달에 쌀 닷말, 넉말을 더 잡숫더라니까." <인터뷰> "동네 이웃분들한테도 나눠주고 그러세요?" <인터뷰> 최정숙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에이, 줄것이 있나요? 저 양반이 계속 끓여잡수니까 줄것이 없지요. 우리 애들도 안주는데..." 동네에서도 이미 라면 할아버지로 유명 인사가 된지 오래입니다. <인터뷰> 현종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자기만 먹지. 밥은 줘도 라면은 안줘요." <인터뷰> 박근석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손님은 뭐 다른 걸 대접해주시고 라면은 혼자만 드시더라고..." 할아버지의 독특한 식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10년째 무료 라면을 공급해주는 라면 회사도 생겨났습니다. <인터뷰> 금활연 ('A' 라면업체 춘천지점 점장): "열두달 치고 한달에 세박스씩이니까 서른여섯박스 1년에...그러니까 십년이니까 한 삼백육십 박스. 거의 사백박스 갖다드린거죠. 할아버지 돌아가실때까지 계속 평생 라면을 공급할 겁니다." 그렇다면 30년 넘게 라면을 주식으로 살아온 할아버지! 건강은 어떨까? <인터뷰> 최정숙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의사 선생님이 방문해서 들렸는데 혈압재고 당뇨 검사하고 그랬는데 다 괜찮고 혈압만 약간 높다고 그랬거든요. 지금은 그래도 건강한 편이죠." 32년 라면 사랑으로 산골마을의 유명인사가 된 박병구 할아버지! 부디 오래도록 건강하기를 기원합니다. <인터뷰> 박근선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앞으로도 그렇게 라면드시고도 계속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현종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건강하세요. 많이 잡숫고 건강하시면 되요." <앵커 멘트> 라면이 건강에 해롭다, 아니다 논란이 있는데, 참 신기하네요~ 그러게요, 암튼 건강하시다니 다행입니다. 할아버지, 앞으로도 건강 잘 챙기시구요, 하지만 그래도 라면만 먹고 사는 건 좀 그렇죠? 네, 골고루 드셔야죠. 지금까지 고민정 아나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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