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 하나로 이어온 강원도의 힘…영월칡줄다리기

입력 2025.04.14 (19:16) 수정 2025.04.1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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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 곳곳의 유·무형의 유산을 찾아가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보는 '강원유산지도' 순섭니다.

오늘은, '칡' 하나로 역사를 이어 온 영월 '칡줄다리기보존회'를 찾아 공동체 놀이문화를 되짚어봅니다.

김문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초록빛 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영월의 한 산기슭.

숲 곳곳에 칡이 넝쿨째 자랐습니다.

1~2년생 어린줄기만 골라 여러 명이 힘껏 잡아당깁니다.

["으쌰으쌰."]

길게는 3m.

어렵사리 칡 하나를 캐 나오면, 한쪽에선 칡 줄로 엮는 작업이 이뤄집니다.

[윤현복/영월칡줄다리기보존회원 : "옛날에는 이런 것 가지고 콩 단도, 옥수수 단도 묶고 그랬어요. 옛날 촌에서는 끈이 없으니까."]

영월의 9개 읍면 주민들이 힘을 모아 3월까지 채취하는 칡이 무려 7톤.

4월까지 변신의 과정을 거칩니다.

동·서쪽 마을별로 캐 모은 칡을 곧게 풀어 손수 꼬고, 이어 굵은 줄로 만들어냅니다.

여럿이 힘껏 엮기를 보름여.

암수 머리까지 만들면 지름 1m 길이 70m 대형 줄이 완성됩니다.

옮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장정들이 줄을 이어 메고 동강 둔치로 행렬하던 모습은 반세기 전에도 특별한 볼거리였습니다.

12만 명이 넘던 영월 도심에 구름 인파가 몰릴 정도였습니다.

[변만로/영월칡줄다리기보존회원 : "계속 이어져야 하는데 후세들이 발견을 못 하고 이렇게 있어서 제일 안타까운 마음이 그렇습니다."]

영월칡줄다리기는 비운의 어린 왕, 단종의 복위를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1930년대 일제 때 중단됐지만, 30년 뒤, 다시 민간 주도로 전승됐습니다.

짚이 아닌 '칡'으로 엮어낸 다양성을 인정받아 2023년 강원도의 무형유산이 됐습니다.

하지만 30여 명으로 꾸려진 보존회는 이제 대부분 60대가 됐습니다.

무거운 줄을 멜 사람 구하기도 힘들어진 현실.

공동체 문화의 소멸에 직면한 오늘을 비추기도 합니다.

[김몽령/영월칡줄다리기보존회장 : "옛 전통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맥을 이어가기가 상당히 어렵고 또 요즘 전부 고령화 시대이기 때문에 인원 동원이 상당히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앞으로 너나없이 내가 문화재라는 그런 정신을 갖고."]

이웃들의 마음으로 엮어, 함께 잡으며 즐겼던 '칡' 줄다리기.

앞으로도 사람과 마을, 역사를 원형 그대로 엮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최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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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칡 하나로 이어온 강원도의 힘…영월칡줄다리기
    • 입력 2025-04-14 19:16:07
    • 수정2025-04-14 19:47:56
    뉴스7(춘천)
[앵커]

강원도 곳곳의 유·무형의 유산을 찾아가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보는 '강원유산지도' 순섭니다.

오늘은, '칡' 하나로 역사를 이어 온 영월 '칡줄다리기보존회'를 찾아 공동체 놀이문화를 되짚어봅니다.

김문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초록빛 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영월의 한 산기슭.

숲 곳곳에 칡이 넝쿨째 자랐습니다.

1~2년생 어린줄기만 골라 여러 명이 힘껏 잡아당깁니다.

["으쌰으쌰."]

길게는 3m.

어렵사리 칡 하나를 캐 나오면, 한쪽에선 칡 줄로 엮는 작업이 이뤄집니다.

[윤현복/영월칡줄다리기보존회원 : "옛날에는 이런 것 가지고 콩 단도, 옥수수 단도 묶고 그랬어요. 옛날 촌에서는 끈이 없으니까."]

영월의 9개 읍면 주민들이 힘을 모아 3월까지 채취하는 칡이 무려 7톤.

4월까지 변신의 과정을 거칩니다.

동·서쪽 마을별로 캐 모은 칡을 곧게 풀어 손수 꼬고, 이어 굵은 줄로 만들어냅니다.

여럿이 힘껏 엮기를 보름여.

암수 머리까지 만들면 지름 1m 길이 70m 대형 줄이 완성됩니다.

옮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장정들이 줄을 이어 메고 동강 둔치로 행렬하던 모습은 반세기 전에도 특별한 볼거리였습니다.

12만 명이 넘던 영월 도심에 구름 인파가 몰릴 정도였습니다.

[변만로/영월칡줄다리기보존회원 : "계속 이어져야 하는데 후세들이 발견을 못 하고 이렇게 있어서 제일 안타까운 마음이 그렇습니다."]

영월칡줄다리기는 비운의 어린 왕, 단종의 복위를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1930년대 일제 때 중단됐지만, 30년 뒤, 다시 민간 주도로 전승됐습니다.

짚이 아닌 '칡'으로 엮어낸 다양성을 인정받아 2023년 강원도의 무형유산이 됐습니다.

하지만 30여 명으로 꾸려진 보존회는 이제 대부분 60대가 됐습니다.

무거운 줄을 멜 사람 구하기도 힘들어진 현실.

공동체 문화의 소멸에 직면한 오늘을 비추기도 합니다.

[김몽령/영월칡줄다리기보존회장 : "옛 전통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맥을 이어가기가 상당히 어렵고 또 요즘 전부 고령화 시대이기 때문에 인원 동원이 상당히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앞으로 너나없이 내가 문화재라는 그런 정신을 갖고."]

이웃들의 마음으로 엮어, 함께 잡으며 즐겼던 '칡' 줄다리기.

앞으로도 사람과 마을, 역사를 원형 그대로 엮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최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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