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말로만 평등 교육…지방 수준 ‘열악’
입력 2025.05.17 (08:37)
수정 2025.05.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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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은 무상교육을 통해 주민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특히 도시와 지방 간 교육 격차는 매우 크다고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힘쓴다지만, 격차 해소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일선 교사들의 희생에 기대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그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사범대를 갓 졸업한 평안남도의 새내기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산골학교 전출을 자원한 교사들로, 이들의 선택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자리가 마련된 겁니다.
같은 시기, 북한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잇따라 열렸는데요.
섬마을이나 최전방 학교로 자원하는 만큼 교사들의 각오도 남다릅니다.
[산골학교 자원 교사 : "경애하는 아버지 원수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 섬마을과 산골 분교의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우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응당한 본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산골학교 자원 교사 : "제가 가는 곳은 비록 외진 섬 분교이지만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이 제일 따스히 비춰드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과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높이 평가해야 할 일.
하지만 현실은 교사들의 자발적 지원 소식을 뉴스로 선전해야 할 만큼 지방 학교의 교육 여건이 좋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실제로 농촌 학교를 가게 되면 학교 운동장에 들어갈 때 냄새부터 다르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농촌 학교의 현실이 굉장히 어렵고 그리고 도시하고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탈북민들이 증언을 통해서 나오고 있고 농촌 학교에 워낙 교원의 질이 떨어지고 교육 수준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까 농촌 지역, 험지, 섬, 분교 이런 데로 탄원(자원)을 했다는 것을 자꾸 본보기로 내세워야지 어느 정도 농촌 교육을 복구할 수 있다고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경제난을 겪으며 북한의 무상교육 제도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무상’의 기조를 유지했지만 실제로는 교사 부족과 교재 미비, 기초 시설 붕괴 등으로 교육의 질은 갈수록 낮아졌습니다.
여기에 평양과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한 복구와 지원, 지방에 맡겨진 ‘자체 해결’ 방식이 더해져 교육 격차는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북한이 늘 내세우고 있는 프레임이 자력갱생이잖아요. 모든 물자나 교구재 이런 것들을 자체의 힘으로 해결해라 자력갱생으로 해결해라 학부모들이 경제력이 있는 지역은 그나마 학교에 내 아이가 공부하니까 지원을 해주는데 농촌 같은 경우엔 학부모들 자체가 돈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경제력이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 격차가 점점 더 심화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오랜 기간 이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평등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선전을 반복해왔죠.
하지만 최근 이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요.
공식 매체에서 교육 격차 문제가 자주 언급되는가 하면, 김정은 위원장도 도시와 지방 간 교육 불균형 문제를 공식 인정한 것입니다.
[김정은/국무위원장/아나운서 대독 : "특히 지방의 교육 수준과 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역량을 투하하여 도시와 농촌의 교육 수준 차이를 결정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심지어 최근 방영 중인 북한 드라마에도 이 같은 실태가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도시에서 근무하다 시골 지역으로 발령이 난 형섭.
서둘러 이사 준비를 하는데요.
그런데 형섭이 중학생 아들의 책과 짐을 챙기려 하자 아내가 막아섭니다.
["여보! 이건 다 치우지 말아요. (왜?) 진성이는 우리 어머니가 와서 봐주기로 했어요. (아니, 봐주기로 했다는 건?) 나만, 나만 당신 따라 내려가기로 했단 말이에요."]
형섭은 온 가족이 함께 내려가야 한다며 고집을 부리지만, 아내는 교육 문제를 들며 강하게 반발하죠.
["당신은 아이 아버지가 맞긴 맞아요? 아버지로서 아들의 앞길 한 번 생각이나 해 봤냐 말이에요."]
["내년에 우리 아들 중학교 졸업해요 대학 갈 때가 됐단 말이에요. (아니 농촌엔 학교가 없나? 거기서 대학 보내면 될 거 아니야.) 여기 읍 중학교보다 농촌 학교들이 실력이 한참 떨어진다는 걸 당신이 몰라서 그래요?"]
이는 교육 환경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지금 농촌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는걸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거잖아요. 사실 많은 부분을 덮으려고 하기보단 문제를 드러내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드라마에) 실제 수치가 나오는 걸 보고 놀랐거든요. 예를 들어서 (농촌) 학생들이 대학 가는 것을 보면 12명이 응시해서 그중에 3명이 됐다고 하는 이런 구체적인 수치가 실질적인 통계에 기초한 것이란 판단이 되긴 해요."]
그런데 이러한 격차의 원인을 주로 교사의 능력 부족으로 돌리는 경향이 큽니다.
["교장선생님, 읍 중학교 학생들은 대체로 대학에 붙는다는데 왜 이렇게 두 학교 학생 실력이 차이가 납니까? (저도 정말 속상합니다. 우선 제 능력이 부족한 데다가 교원들의 실력이 형편없이 낮으니까요.)"]
드라마 속 해결책 역시 북한 최고의 사범대학 졸업생이 시골 학교로 내려가는 것인데요.
["(김형직 사범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여기 농촌 학교에 탄원한 수학 선생님이야.) 네?"]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좌우간 이 선생 여러 개 나라말을 뚝 뗐대.) 그렇습니까?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우리 백학리 아이들 실력이 부쩍 올라가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원 진출도 선전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자발적 지원’이라는 표면적 선전과 달리 실제로는 강제성이 짙고, 생활 여건이 열악한 지역으로의 배치를 기피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김정국/2015년 탈북 : "엄청 드문 일이죠.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날 확률은 제로에 가깝죠. 그래서 영화에서도 군당 책임비서인 아버지가 잘나가던 자기 딸을 농촌에 진출시킨 것처럼 연출했는데 그것도 사실 비현실적이고. 평양에서 김형직사범대학까지 나와서 수순대로라면 대학 교원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김형직사범대학 나오면. 뜬금없이 농촌에 갈 이유가 없죠. 1, 2년 교생실습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한번 내려가면 그냥 그 지역 사람이 되는 건데 그런 희생을 감수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죠."]
그도 그럴 것이 북한에서는 교사들의 월급이 턱없이 부족해 생계 자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과외활동이나 뇌물에 의존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시골 지역의 경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생활이 훨씬 더 팍팍한 상황.
이 때문에 일부 교사들은 뇌물을 주고 출근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농촌 지역에 본인들이 갈 의사가 없는 사람들이 김정은 지시에 의해 강제적으로 배치가 되니까 교사들도 학교에 돈 내고 출근 안 하는 현상들이 있었다. (교사 출신 탈북민이) 자기도 그렇게 했었다. 혁명 역사 교사였는데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6개월에 한 번씩 돈 내고 학교에 어느 정도 자금을 내고 학교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북한 당국은 시골 학교 교사들의 생활 여건을 챙기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한 생 외진 산골학교 교단을 지켜가는 분교 교원들을 금 방석에 앉혀주고 싶은 것이 당의 뜻이고 사랑이라고..."]
하지만 이런 조치들만으로는 도시와 지방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입니다.
개별 교사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적인 자원 불균형과 인프라 격차에 있기 때문입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교육은 경제 발전과 같이 가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경제가 낙후된 지역은 교육도 낙후될 수밖에 없고 경제가 발전된 지역은 교육도 같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국가 예산이 없고 국가가 못 살기 때문에 돈이 없다 보니 농촌에 교육 시스템을 복구하고 도농 간 교육 격차를 줄여가는 건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라고 봅니다."]
스스로도 교육 격차를 인정하고 있는 북한.
그럼에도 여전히 교사들의 ‘사명의식’과 ‘자발적 지원’을 주된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이런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해법에서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무상교육을 통해 주민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특히 도시와 지방 간 교육 격차는 매우 크다고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힘쓴다지만, 격차 해소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일선 교사들의 희생에 기대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그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사범대를 갓 졸업한 평안남도의 새내기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산골학교 전출을 자원한 교사들로, 이들의 선택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자리가 마련된 겁니다.
같은 시기, 북한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잇따라 열렸는데요.
섬마을이나 최전방 학교로 자원하는 만큼 교사들의 각오도 남다릅니다.
[산골학교 자원 교사 : "경애하는 아버지 원수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 섬마을과 산골 분교의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우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응당한 본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산골학교 자원 교사 : "제가 가는 곳은 비록 외진 섬 분교이지만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이 제일 따스히 비춰드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과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높이 평가해야 할 일.
하지만 현실은 교사들의 자발적 지원 소식을 뉴스로 선전해야 할 만큼 지방 학교의 교육 여건이 좋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실제로 농촌 학교를 가게 되면 학교 운동장에 들어갈 때 냄새부터 다르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농촌 학교의 현실이 굉장히 어렵고 그리고 도시하고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탈북민들이 증언을 통해서 나오고 있고 농촌 학교에 워낙 교원의 질이 떨어지고 교육 수준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까 농촌 지역, 험지, 섬, 분교 이런 데로 탄원(자원)을 했다는 것을 자꾸 본보기로 내세워야지 어느 정도 농촌 교육을 복구할 수 있다고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경제난을 겪으며 북한의 무상교육 제도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무상’의 기조를 유지했지만 실제로는 교사 부족과 교재 미비, 기초 시설 붕괴 등으로 교육의 질은 갈수록 낮아졌습니다.
여기에 평양과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한 복구와 지원, 지방에 맡겨진 ‘자체 해결’ 방식이 더해져 교육 격차는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북한이 늘 내세우고 있는 프레임이 자력갱생이잖아요. 모든 물자나 교구재 이런 것들을 자체의 힘으로 해결해라 자력갱생으로 해결해라 학부모들이 경제력이 있는 지역은 그나마 학교에 내 아이가 공부하니까 지원을 해주는데 농촌 같은 경우엔 학부모들 자체가 돈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경제력이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 격차가 점점 더 심화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오랜 기간 이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평등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선전을 반복해왔죠.
하지만 최근 이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요.
공식 매체에서 교육 격차 문제가 자주 언급되는가 하면, 김정은 위원장도 도시와 지방 간 교육 불균형 문제를 공식 인정한 것입니다.
[김정은/국무위원장/아나운서 대독 : "특히 지방의 교육 수준과 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역량을 투하하여 도시와 농촌의 교육 수준 차이를 결정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심지어 최근 방영 중인 북한 드라마에도 이 같은 실태가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도시에서 근무하다 시골 지역으로 발령이 난 형섭.
서둘러 이사 준비를 하는데요.
그런데 형섭이 중학생 아들의 책과 짐을 챙기려 하자 아내가 막아섭니다.
["여보! 이건 다 치우지 말아요. (왜?) 진성이는 우리 어머니가 와서 봐주기로 했어요. (아니, 봐주기로 했다는 건?) 나만, 나만 당신 따라 내려가기로 했단 말이에요."]
형섭은 온 가족이 함께 내려가야 한다며 고집을 부리지만, 아내는 교육 문제를 들며 강하게 반발하죠.
["당신은 아이 아버지가 맞긴 맞아요? 아버지로서 아들의 앞길 한 번 생각이나 해 봤냐 말이에요."]
["내년에 우리 아들 중학교 졸업해요 대학 갈 때가 됐단 말이에요. (아니 농촌엔 학교가 없나? 거기서 대학 보내면 될 거 아니야.) 여기 읍 중학교보다 농촌 학교들이 실력이 한참 떨어진다는 걸 당신이 몰라서 그래요?"]
이는 교육 환경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지금 농촌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는걸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거잖아요. 사실 많은 부분을 덮으려고 하기보단 문제를 드러내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드라마에) 실제 수치가 나오는 걸 보고 놀랐거든요. 예를 들어서 (농촌) 학생들이 대학 가는 것을 보면 12명이 응시해서 그중에 3명이 됐다고 하는 이런 구체적인 수치가 실질적인 통계에 기초한 것이란 판단이 되긴 해요."]
그런데 이러한 격차의 원인을 주로 교사의 능력 부족으로 돌리는 경향이 큽니다.
["교장선생님, 읍 중학교 학생들은 대체로 대학에 붙는다는데 왜 이렇게 두 학교 학생 실력이 차이가 납니까? (저도 정말 속상합니다. 우선 제 능력이 부족한 데다가 교원들의 실력이 형편없이 낮으니까요.)"]
드라마 속 해결책 역시 북한 최고의 사범대학 졸업생이 시골 학교로 내려가는 것인데요.
["(김형직 사범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여기 농촌 학교에 탄원한 수학 선생님이야.) 네?"]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좌우간 이 선생 여러 개 나라말을 뚝 뗐대.) 그렇습니까?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우리 백학리 아이들 실력이 부쩍 올라가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원 진출도 선전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자발적 지원’이라는 표면적 선전과 달리 실제로는 강제성이 짙고, 생활 여건이 열악한 지역으로의 배치를 기피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김정국/2015년 탈북 : "엄청 드문 일이죠.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날 확률은 제로에 가깝죠. 그래서 영화에서도 군당 책임비서인 아버지가 잘나가던 자기 딸을 농촌에 진출시킨 것처럼 연출했는데 그것도 사실 비현실적이고. 평양에서 김형직사범대학까지 나와서 수순대로라면 대학 교원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김형직사범대학 나오면. 뜬금없이 농촌에 갈 이유가 없죠. 1, 2년 교생실습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한번 내려가면 그냥 그 지역 사람이 되는 건데 그런 희생을 감수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죠."]
그도 그럴 것이 북한에서는 교사들의 월급이 턱없이 부족해 생계 자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과외활동이나 뇌물에 의존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시골 지역의 경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생활이 훨씬 더 팍팍한 상황.
이 때문에 일부 교사들은 뇌물을 주고 출근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농촌 지역에 본인들이 갈 의사가 없는 사람들이 김정은 지시에 의해 강제적으로 배치가 되니까 교사들도 학교에 돈 내고 출근 안 하는 현상들이 있었다. (교사 출신 탈북민이) 자기도 그렇게 했었다. 혁명 역사 교사였는데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6개월에 한 번씩 돈 내고 학교에 어느 정도 자금을 내고 학교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북한 당국은 시골 학교 교사들의 생활 여건을 챙기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한 생 외진 산골학교 교단을 지켜가는 분교 교원들을 금 방석에 앉혀주고 싶은 것이 당의 뜻이고 사랑이라고..."]
하지만 이런 조치들만으로는 도시와 지방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입니다.
개별 교사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적인 자원 불균형과 인프라 격차에 있기 때문입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교육은 경제 발전과 같이 가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경제가 낙후된 지역은 교육도 낙후될 수밖에 없고 경제가 발전된 지역은 교육도 같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국가 예산이 없고 국가가 못 살기 때문에 돈이 없다 보니 농촌에 교육 시스템을 복구하고 도농 간 교육 격차를 줄여가는 건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라고 봅니다."]
스스로도 교육 격차를 인정하고 있는 북한.
그럼에도 여전히 교사들의 ‘사명의식’과 ‘자발적 지원’을 주된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이런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해법에서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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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즈업 북한] 말로만 평등 교육…지방 수준 ‘열악’
-
- 입력 2025-05-17 08:37:25
- 수정2025-05-17 08:59:24

[앵커]
북한은 무상교육을 통해 주민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특히 도시와 지방 간 교육 격차는 매우 크다고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힘쓴다지만, 격차 해소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일선 교사들의 희생에 기대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그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사범대를 갓 졸업한 평안남도의 새내기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산골학교 전출을 자원한 교사들로, 이들의 선택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자리가 마련된 겁니다.
같은 시기, 북한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잇따라 열렸는데요.
섬마을이나 최전방 학교로 자원하는 만큼 교사들의 각오도 남다릅니다.
[산골학교 자원 교사 : "경애하는 아버지 원수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 섬마을과 산골 분교의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우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응당한 본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산골학교 자원 교사 : "제가 가는 곳은 비록 외진 섬 분교이지만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이 제일 따스히 비춰드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과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높이 평가해야 할 일.
하지만 현실은 교사들의 자발적 지원 소식을 뉴스로 선전해야 할 만큼 지방 학교의 교육 여건이 좋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실제로 농촌 학교를 가게 되면 학교 운동장에 들어갈 때 냄새부터 다르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농촌 학교의 현실이 굉장히 어렵고 그리고 도시하고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탈북민들이 증언을 통해서 나오고 있고 농촌 학교에 워낙 교원의 질이 떨어지고 교육 수준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까 농촌 지역, 험지, 섬, 분교 이런 데로 탄원(자원)을 했다는 것을 자꾸 본보기로 내세워야지 어느 정도 농촌 교육을 복구할 수 있다고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경제난을 겪으며 북한의 무상교육 제도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무상’의 기조를 유지했지만 실제로는 교사 부족과 교재 미비, 기초 시설 붕괴 등으로 교육의 질은 갈수록 낮아졌습니다.
여기에 평양과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한 복구와 지원, 지방에 맡겨진 ‘자체 해결’ 방식이 더해져 교육 격차는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북한이 늘 내세우고 있는 프레임이 자력갱생이잖아요. 모든 물자나 교구재 이런 것들을 자체의 힘으로 해결해라 자력갱생으로 해결해라 학부모들이 경제력이 있는 지역은 그나마 학교에 내 아이가 공부하니까 지원을 해주는데 농촌 같은 경우엔 학부모들 자체가 돈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경제력이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 격차가 점점 더 심화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오랜 기간 이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평등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선전을 반복해왔죠.
하지만 최근 이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요.
공식 매체에서 교육 격차 문제가 자주 언급되는가 하면, 김정은 위원장도 도시와 지방 간 교육 불균형 문제를 공식 인정한 것입니다.
[김정은/국무위원장/아나운서 대독 : "특히 지방의 교육 수준과 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역량을 투하하여 도시와 농촌의 교육 수준 차이를 결정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심지어 최근 방영 중인 북한 드라마에도 이 같은 실태가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도시에서 근무하다 시골 지역으로 발령이 난 형섭.
서둘러 이사 준비를 하는데요.
그런데 형섭이 중학생 아들의 책과 짐을 챙기려 하자 아내가 막아섭니다.
["여보! 이건 다 치우지 말아요. (왜?) 진성이는 우리 어머니가 와서 봐주기로 했어요. (아니, 봐주기로 했다는 건?) 나만, 나만 당신 따라 내려가기로 했단 말이에요."]
형섭은 온 가족이 함께 내려가야 한다며 고집을 부리지만, 아내는 교육 문제를 들며 강하게 반발하죠.
["당신은 아이 아버지가 맞긴 맞아요? 아버지로서 아들의 앞길 한 번 생각이나 해 봤냐 말이에요."]
["내년에 우리 아들 중학교 졸업해요 대학 갈 때가 됐단 말이에요. (아니 농촌엔 학교가 없나? 거기서 대학 보내면 될 거 아니야.) 여기 읍 중학교보다 농촌 학교들이 실력이 한참 떨어진다는 걸 당신이 몰라서 그래요?"]
이는 교육 환경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지금 농촌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는걸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거잖아요. 사실 많은 부분을 덮으려고 하기보단 문제를 드러내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드라마에) 실제 수치가 나오는 걸 보고 놀랐거든요. 예를 들어서 (농촌) 학생들이 대학 가는 것을 보면 12명이 응시해서 그중에 3명이 됐다고 하는 이런 구체적인 수치가 실질적인 통계에 기초한 것이란 판단이 되긴 해요."]
그런데 이러한 격차의 원인을 주로 교사의 능력 부족으로 돌리는 경향이 큽니다.
["교장선생님, 읍 중학교 학생들은 대체로 대학에 붙는다는데 왜 이렇게 두 학교 학생 실력이 차이가 납니까? (저도 정말 속상합니다. 우선 제 능력이 부족한 데다가 교원들의 실력이 형편없이 낮으니까요.)"]
드라마 속 해결책 역시 북한 최고의 사범대학 졸업생이 시골 학교로 내려가는 것인데요.
["(김형직 사범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여기 농촌 학교에 탄원한 수학 선생님이야.) 네?"]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좌우간 이 선생 여러 개 나라말을 뚝 뗐대.) 그렇습니까?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우리 백학리 아이들 실력이 부쩍 올라가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원 진출도 선전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자발적 지원’이라는 표면적 선전과 달리 실제로는 강제성이 짙고, 생활 여건이 열악한 지역으로의 배치를 기피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김정국/2015년 탈북 : "엄청 드문 일이죠.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날 확률은 제로에 가깝죠. 그래서 영화에서도 군당 책임비서인 아버지가 잘나가던 자기 딸을 농촌에 진출시킨 것처럼 연출했는데 그것도 사실 비현실적이고. 평양에서 김형직사범대학까지 나와서 수순대로라면 대학 교원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김형직사범대학 나오면. 뜬금없이 농촌에 갈 이유가 없죠. 1, 2년 교생실습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한번 내려가면 그냥 그 지역 사람이 되는 건데 그런 희생을 감수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죠."]
그도 그럴 것이 북한에서는 교사들의 월급이 턱없이 부족해 생계 자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과외활동이나 뇌물에 의존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시골 지역의 경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생활이 훨씬 더 팍팍한 상황.
이 때문에 일부 교사들은 뇌물을 주고 출근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농촌 지역에 본인들이 갈 의사가 없는 사람들이 김정은 지시에 의해 강제적으로 배치가 되니까 교사들도 학교에 돈 내고 출근 안 하는 현상들이 있었다. (교사 출신 탈북민이) 자기도 그렇게 했었다. 혁명 역사 교사였는데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6개월에 한 번씩 돈 내고 학교에 어느 정도 자금을 내고 학교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북한 당국은 시골 학교 교사들의 생활 여건을 챙기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한 생 외진 산골학교 교단을 지켜가는 분교 교원들을 금 방석에 앉혀주고 싶은 것이 당의 뜻이고 사랑이라고..."]
하지만 이런 조치들만으로는 도시와 지방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입니다.
개별 교사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적인 자원 불균형과 인프라 격차에 있기 때문입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교육은 경제 발전과 같이 가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경제가 낙후된 지역은 교육도 낙후될 수밖에 없고 경제가 발전된 지역은 교육도 같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국가 예산이 없고 국가가 못 살기 때문에 돈이 없다 보니 농촌에 교육 시스템을 복구하고 도농 간 교육 격차를 줄여가는 건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라고 봅니다."]
스스로도 교육 격차를 인정하고 있는 북한.
그럼에도 여전히 교사들의 ‘사명의식’과 ‘자발적 지원’을 주된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이런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해법에서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무상교육을 통해 주민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특히 도시와 지방 간 교육 격차는 매우 크다고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힘쓴다지만, 격차 해소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일선 교사들의 희생에 기대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그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사범대를 갓 졸업한 평안남도의 새내기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산골학교 전출을 자원한 교사들로, 이들의 선택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자리가 마련된 겁니다.
같은 시기, 북한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잇따라 열렸는데요.
섬마을이나 최전방 학교로 자원하는 만큼 교사들의 각오도 남다릅니다.
[산골학교 자원 교사 : "경애하는 아버지 원수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 섬마을과 산골 분교의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우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응당한 본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산골학교 자원 교사 : "제가 가는 곳은 비록 외진 섬 분교이지만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이 제일 따스히 비춰드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과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높이 평가해야 할 일.
하지만 현실은 교사들의 자발적 지원 소식을 뉴스로 선전해야 할 만큼 지방 학교의 교육 여건이 좋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실제로 농촌 학교를 가게 되면 학교 운동장에 들어갈 때 냄새부터 다르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농촌 학교의 현실이 굉장히 어렵고 그리고 도시하고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탈북민들이 증언을 통해서 나오고 있고 농촌 학교에 워낙 교원의 질이 떨어지고 교육 수준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까 농촌 지역, 험지, 섬, 분교 이런 데로 탄원(자원)을 했다는 것을 자꾸 본보기로 내세워야지 어느 정도 농촌 교육을 복구할 수 있다고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경제난을 겪으며 북한의 무상교육 제도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무상’의 기조를 유지했지만 실제로는 교사 부족과 교재 미비, 기초 시설 붕괴 등으로 교육의 질은 갈수록 낮아졌습니다.
여기에 평양과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한 복구와 지원, 지방에 맡겨진 ‘자체 해결’ 방식이 더해져 교육 격차는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북한이 늘 내세우고 있는 프레임이 자력갱생이잖아요. 모든 물자나 교구재 이런 것들을 자체의 힘으로 해결해라 자력갱생으로 해결해라 학부모들이 경제력이 있는 지역은 그나마 학교에 내 아이가 공부하니까 지원을 해주는데 농촌 같은 경우엔 학부모들 자체가 돈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경제력이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 격차가 점점 더 심화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오랜 기간 이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평등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선전을 반복해왔죠.
하지만 최근 이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요.
공식 매체에서 교육 격차 문제가 자주 언급되는가 하면, 김정은 위원장도 도시와 지방 간 교육 불균형 문제를 공식 인정한 것입니다.
[김정은/국무위원장/아나운서 대독 : "특히 지방의 교육 수준과 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역량을 투하하여 도시와 농촌의 교육 수준 차이를 결정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심지어 최근 방영 중인 북한 드라마에도 이 같은 실태가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도시에서 근무하다 시골 지역으로 발령이 난 형섭.
서둘러 이사 준비를 하는데요.
그런데 형섭이 중학생 아들의 책과 짐을 챙기려 하자 아내가 막아섭니다.
["여보! 이건 다 치우지 말아요. (왜?) 진성이는 우리 어머니가 와서 봐주기로 했어요. (아니, 봐주기로 했다는 건?) 나만, 나만 당신 따라 내려가기로 했단 말이에요."]
형섭은 온 가족이 함께 내려가야 한다며 고집을 부리지만, 아내는 교육 문제를 들며 강하게 반발하죠.
["당신은 아이 아버지가 맞긴 맞아요? 아버지로서 아들의 앞길 한 번 생각이나 해 봤냐 말이에요."]
["내년에 우리 아들 중학교 졸업해요 대학 갈 때가 됐단 말이에요. (아니 농촌엔 학교가 없나? 거기서 대학 보내면 될 거 아니야.) 여기 읍 중학교보다 농촌 학교들이 실력이 한참 떨어진다는 걸 당신이 몰라서 그래요?"]
이는 교육 환경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지금 농촌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는걸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거잖아요. 사실 많은 부분을 덮으려고 하기보단 문제를 드러내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드라마에) 실제 수치가 나오는 걸 보고 놀랐거든요. 예를 들어서 (농촌) 학생들이 대학 가는 것을 보면 12명이 응시해서 그중에 3명이 됐다고 하는 이런 구체적인 수치가 실질적인 통계에 기초한 것이란 판단이 되긴 해요."]
그런데 이러한 격차의 원인을 주로 교사의 능력 부족으로 돌리는 경향이 큽니다.
["교장선생님, 읍 중학교 학생들은 대체로 대학에 붙는다는데 왜 이렇게 두 학교 학생 실력이 차이가 납니까? (저도 정말 속상합니다. 우선 제 능력이 부족한 데다가 교원들의 실력이 형편없이 낮으니까요.)"]
드라마 속 해결책 역시 북한 최고의 사범대학 졸업생이 시골 학교로 내려가는 것인데요.
["(김형직 사범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여기 농촌 학교에 탄원한 수학 선생님이야.) 네?"]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좌우간 이 선생 여러 개 나라말을 뚝 뗐대.) 그렇습니까?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우리 백학리 아이들 실력이 부쩍 올라가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원 진출도 선전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자발적 지원’이라는 표면적 선전과 달리 실제로는 강제성이 짙고, 생활 여건이 열악한 지역으로의 배치를 기피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김정국/2015년 탈북 : "엄청 드문 일이죠.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날 확률은 제로에 가깝죠. 그래서 영화에서도 군당 책임비서인 아버지가 잘나가던 자기 딸을 농촌에 진출시킨 것처럼 연출했는데 그것도 사실 비현실적이고. 평양에서 김형직사범대학까지 나와서 수순대로라면 대학 교원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김형직사범대학 나오면. 뜬금없이 농촌에 갈 이유가 없죠. 1, 2년 교생실습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한번 내려가면 그냥 그 지역 사람이 되는 건데 그런 희생을 감수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죠."]
그도 그럴 것이 북한에서는 교사들의 월급이 턱없이 부족해 생계 자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과외활동이나 뇌물에 의존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시골 지역의 경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생활이 훨씬 더 팍팍한 상황.
이 때문에 일부 교사들은 뇌물을 주고 출근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농촌 지역에 본인들이 갈 의사가 없는 사람들이 김정은 지시에 의해 강제적으로 배치가 되니까 교사들도 학교에 돈 내고 출근 안 하는 현상들이 있었다. (교사 출신 탈북민이) 자기도 그렇게 했었다. 혁명 역사 교사였는데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6개월에 한 번씩 돈 내고 학교에 어느 정도 자금을 내고 학교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북한 당국은 시골 학교 교사들의 생활 여건을 챙기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한 생 외진 산골학교 교단을 지켜가는 분교 교원들을 금 방석에 앉혀주고 싶은 것이 당의 뜻이고 사랑이라고..."]
하지만 이런 조치들만으로는 도시와 지방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입니다.
개별 교사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적인 자원 불균형과 인프라 격차에 있기 때문입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교육은 경제 발전과 같이 가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경제가 낙후된 지역은 교육도 낙후될 수밖에 없고 경제가 발전된 지역은 교육도 같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국가 예산이 없고 국가가 못 살기 때문에 돈이 없다 보니 농촌에 교육 시스템을 복구하고 도농 간 교육 격차를 줄여가는 건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라고 봅니다."]
스스로도 교육 격차를 인정하고 있는 북한.
그럼에도 여전히 교사들의 ‘사명의식’과 ‘자발적 지원’을 주된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이런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해법에서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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