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인공기 패션 열풍…애국 마케팅 일상화

입력 2025.05.24 (08:08) 수정 2025.05.2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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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기를 활용한 기념품 제작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죠.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2019년부터는 자국 국기인 인공기를 활용한 옷과 액세서리 등을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인공기 마케팅’, 단순한 기념품 판매로만 보긴 어렵습니다.

단결과 집단주의를 강조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애국 마케팅’에 담긴 속내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봤습니다.

[리포트]

올해 초, 북한 라선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직접 찍어 올린 영상입니다.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르게 되는 곳, 기념품 상점도 찾았는데요.

다양한 상품들 사이, 인공기가 새겨진 옷이 눈길을 끕니다.

관광 도중 만난 북한 주민도 입고 있던 옷입니다.

평양을 방문한 또 다른 관강객의 영상에서도 인공기 의상은 발견됐는데요.

이곳에선 호텔 로비에서 옷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직접 인공기 체육복을 구매해 입은 외국인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겼죠.

이같은 인공기 패션은 요즘 북한 매체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보도된 모내기 현장에서는 농장원들이 단체로 인공기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고, 공장이나 기업소에서도 인공기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심지어 인공기 의상이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선전하는데요.

[조선중앙TV : "최근에 우리 인민의 옷차림 문화에서 이채로운 것은 국가 상징을 형상한 옷차림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찾는다는 인공기 의상.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국기를 제품화하는 건 물론, 개인이 인공기를 소지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데요.

[장미/2020년 탈북 : "(탈북 전) 김정은 얼굴이라든지 국가 상징물은 소품이나 티셔츠, 소모품에 사용된 적이 한 번도 없었고요. 인공기 같은 경우 행사 때 한 번씩 게양된다든지 이런 경우에 사용됐기 때문에 집집에 인공기 있다? 절대 없죠 북한은. 집집에 인공기 없어요. 그래서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에요."]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부터입니다.

당시 북한 당국은 국기 등 국가 상징물을 앞세워 내부 결속을 강화해 나가기 시작했고, 그 선봉에 섰던 것이 바로 인공기였습니다.

[리초연/봉화피복공장 기술준비원 : "특히 우리 티셔츠에 공화국기와 참매를 비롯하여 국기와 국적, 국가 상징물들을 형성함으로써 우리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특히 후드티, 셔츠, 원피스 등 다양한 일상복에 자연스럽게 접목시킴으로써 국가 상징물을 익숙한 이미지로 만들어가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입니다.

[강동완/동아대 부산하나센터 교수 : "김정은 시대에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게 ‘우리국가 제일주의’입니다. 결국 애국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국기, 국가 심지어는 소나무가 국수인데 그런 여러 가지 국가 상징물에 대한 것을 강조하고 있죠. 이것을 일상생활에서, 예를 들면 아이들이 인공기가 그려져 있는 옷을 입는다든지 이런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모습을 통해서 굉장히 친숙한 또는 국가주의에 대한 열망을 높이려고 하는 그런 의도로 볼 수가 있는 거죠."]

나아가 각종 장식품과 액세서리까지 제작이 확대되면서, 일상 속 어디서나 인공기를 접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장해진/만수대 창작단장 : "이제 공화국기는 우리 국가의 존엄과 상징으로서 모든 사람이 자기의 생활 영역에서 가까이해야 하는 지향으로 불타고 있습니다."]

비록 한 번이긴 했지만 2021년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프린팅한 티셔츠가 공식행사 석상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석차 방한한 북한 응원단이, 비를 맞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수막을 떼어낸 적이 있습니다.

[북한 응원단원 : "장군님 상이 찌그러져 있으니까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가 있습니까?"]

[북한 응원단원/2003년 : "어떻게 장군님 초상을 여기다 모실 수 있어요?"]

북한 사회가 최고지도자의 초상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요.

그런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까지 등장했다는 점은 적지않은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장미/2020년 탈북 : "만일 티셔츠에 김정은 얼굴이 새겨져 있다고 가정할 시 땀이나 제대로 흘리겠어요. 그리고 티셔츠란 건 우리가 일상적으로 (오물이) 쉽게 묻을 수 있잖아요. 상상해 봐요. 김정은 얼굴에 흙을 묻힌다? 그건 정말로 감옥이나 관리소에 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는 한 번도 그런 경우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지금 북한에서 김정은 티셔츠가 나왔다고 하니까 놀랄 따름이에요."]

결국 인공기처럼 티셔츠 속 김정은 위원장 역시 친숙한 이미지를 주입하려는 아주 정교한 정치 전략이라는 평가인데요.

하지만 결국 이런 마케팅은 국가 상징의 친숙함이나 애국심 고취를 넘어서, 결국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충성심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강동완/동아대 부산하나센터 교수 : "우리국가 제일주의의 핵심은 수령에 충성하는 것이 가장 큰 애국이라고 표현하거든요. 우리국가 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국가주의의 영역인데 국가주의라는 것이 결국 수령에 대한 충성으로 이어진다는 거죠. 이건 결국 북한의 장마당 세대들의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국가주의, 집단주의가 약화하는 현상을 잡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인 행위로 볼 수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인공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오지만 그것 역시 국가주의에 대한 집단주의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려고 하는 의도라는 거죠."]

실제로 북한은 인공기를 부각시키면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칭송 표현을 동시에 노출하며 국기와 최고지도자를 일체화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온 세상이 부러워할 우리국가 제일주의 시대를 펼쳐준 위대한 김정은 시대가 김일성 민족 김정일 조선을 세계의 용마루에 우뚝 올려세웠습니다."]

또 2년 전에는 국가 상징법을 제정하고 모든 국가 상징에 대한 관리를 법제화했습니다.

["국가 상징법에는 모든 공민이 국가 상징들을 정중히 대하고 적극 보호하도록 하며 국가 상징들에 대한 교육 교양 사업에 큰 힘을 넣어 우리 국가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애국심을 깊이 심어준 데 대한 문제 등이 규제되어 있습니다."]

경제난과 제재 장기화로 인한 내부 불만을 ‘애국’이라는 집단 감정으로 흡수하며 동시에 체제 결속까지 노리고 있는 북한 당국,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애국심과 충성심을 끌어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청년 세대에게는 그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저는 좀 더 나아가서 인공기가 사랑스럽지가 않았어요.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저한테 부족했나 봐요. 북한에서는 눈만 뜨면 애국심 애국심 하면서 강조하잖아요. 사실 애국심이란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인데 국가가 자격을 갖출 때 발현이 된단 말이에요. 국가는 저희한테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으면서 계속해서 희생하라 하고.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것들이 영 지겨웠던 거예요. 그래서 인공기를 사랑하고 그러지 않았어요."]

얼마 전 개최된 화성지구 3단계 준공식 기념 공연.

무대 위 무용수들이 인공기를 들고 안무를 이어갑니다.

주민들도 인공기를 흔들며 환호했는데요.

[북한 가요 '조선사람' : "그렇게 강하다 우리는 조선 사람 대대손손 굴할 줄을 모른다."]

일상 속에 스며든 옷과 장식품, 노래까지 표면적으로는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그 이면엔 철저한 통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북한이 여전히 전방위적인 통제를 필요로 하는 체제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합니다.

[강동완/동아대 부산하나센터 교수 : "특히 젊은 세대들의 사상을 잡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라는 영역의 집단주의를 강조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옷이 아니라 인공기가 그려진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은 북한 청년들이 국가가 좋아서, 인공기가 좋아서 그런 옷을 입는다기보단 북한 당국이 그만큼 통제하려는 조치로 이러한 패션이 유행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패션이 오히려 강요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북한 주민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듯 보이는 인공기.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애국의 표현인지 아니면 체제 유지를 위한 또 하나의 ‘통제된 일상’인지 그 경계가 여전히 모호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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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4 08:08:18
    • 수정2025-05-24 08: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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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기를 활용한 기념품 제작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죠.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2019년부터는 자국 국기인 인공기를 활용한 옷과 액세서리 등을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인공기 마케팅’, 단순한 기념품 판매로만 보긴 어렵습니다.

단결과 집단주의를 강조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애국 마케팅’에 담긴 속내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봤습니다.

[리포트]

올해 초, 북한 라선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직접 찍어 올린 영상입니다.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르게 되는 곳, 기념품 상점도 찾았는데요.

다양한 상품들 사이, 인공기가 새겨진 옷이 눈길을 끕니다.

관광 도중 만난 북한 주민도 입고 있던 옷입니다.

평양을 방문한 또 다른 관강객의 영상에서도 인공기 의상은 발견됐는데요.

이곳에선 호텔 로비에서 옷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직접 인공기 체육복을 구매해 입은 외국인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겼죠.

이같은 인공기 패션은 요즘 북한 매체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보도된 모내기 현장에서는 농장원들이 단체로 인공기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고, 공장이나 기업소에서도 인공기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심지어 인공기 의상이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선전하는데요.

[조선중앙TV : "최근에 우리 인민의 옷차림 문화에서 이채로운 것은 국가 상징을 형상한 옷차림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찾는다는 인공기 의상.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국기를 제품화하는 건 물론, 개인이 인공기를 소지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데요.

[장미/2020년 탈북 : "(탈북 전) 김정은 얼굴이라든지 국가 상징물은 소품이나 티셔츠, 소모품에 사용된 적이 한 번도 없었고요. 인공기 같은 경우 행사 때 한 번씩 게양된다든지 이런 경우에 사용됐기 때문에 집집에 인공기 있다? 절대 없죠 북한은. 집집에 인공기 없어요. 그래서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에요."]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부터입니다.

당시 북한 당국은 국기 등 국가 상징물을 앞세워 내부 결속을 강화해 나가기 시작했고, 그 선봉에 섰던 것이 바로 인공기였습니다.

[리초연/봉화피복공장 기술준비원 : "특히 우리 티셔츠에 공화국기와 참매를 비롯하여 국기와 국적, 국가 상징물들을 형성함으로써 우리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특히 후드티, 셔츠, 원피스 등 다양한 일상복에 자연스럽게 접목시킴으로써 국가 상징물을 익숙한 이미지로 만들어가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입니다.

[강동완/동아대 부산하나센터 교수 : "김정은 시대에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게 ‘우리국가 제일주의’입니다. 결국 애국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국기, 국가 심지어는 소나무가 국수인데 그런 여러 가지 국가 상징물에 대한 것을 강조하고 있죠. 이것을 일상생활에서, 예를 들면 아이들이 인공기가 그려져 있는 옷을 입는다든지 이런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모습을 통해서 굉장히 친숙한 또는 국가주의에 대한 열망을 높이려고 하는 그런 의도로 볼 수가 있는 거죠."]

나아가 각종 장식품과 액세서리까지 제작이 확대되면서, 일상 속 어디서나 인공기를 접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장해진/만수대 창작단장 : "이제 공화국기는 우리 국가의 존엄과 상징으로서 모든 사람이 자기의 생활 영역에서 가까이해야 하는 지향으로 불타고 있습니다."]

비록 한 번이긴 했지만 2021년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프린팅한 티셔츠가 공식행사 석상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석차 방한한 북한 응원단이, 비를 맞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수막을 떼어낸 적이 있습니다.

[북한 응원단원 : "장군님 상이 찌그러져 있으니까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가 있습니까?"]

[북한 응원단원/2003년 : "어떻게 장군님 초상을 여기다 모실 수 있어요?"]

북한 사회가 최고지도자의 초상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요.

그런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까지 등장했다는 점은 적지않은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장미/2020년 탈북 : "만일 티셔츠에 김정은 얼굴이 새겨져 있다고 가정할 시 땀이나 제대로 흘리겠어요. 그리고 티셔츠란 건 우리가 일상적으로 (오물이) 쉽게 묻을 수 있잖아요. 상상해 봐요. 김정은 얼굴에 흙을 묻힌다? 그건 정말로 감옥이나 관리소에 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는 한 번도 그런 경우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지금 북한에서 김정은 티셔츠가 나왔다고 하니까 놀랄 따름이에요."]

결국 인공기처럼 티셔츠 속 김정은 위원장 역시 친숙한 이미지를 주입하려는 아주 정교한 정치 전략이라는 평가인데요.

하지만 결국 이런 마케팅은 국가 상징의 친숙함이나 애국심 고취를 넘어서, 결국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충성심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강동완/동아대 부산하나센터 교수 : "우리국가 제일주의의 핵심은 수령에 충성하는 것이 가장 큰 애국이라고 표현하거든요. 우리국가 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국가주의의 영역인데 국가주의라는 것이 결국 수령에 대한 충성으로 이어진다는 거죠. 이건 결국 북한의 장마당 세대들의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국가주의, 집단주의가 약화하는 현상을 잡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인 행위로 볼 수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인공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오지만 그것 역시 국가주의에 대한 집단주의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려고 하는 의도라는 거죠."]

실제로 북한은 인공기를 부각시키면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칭송 표현을 동시에 노출하며 국기와 최고지도자를 일체화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온 세상이 부러워할 우리국가 제일주의 시대를 펼쳐준 위대한 김정은 시대가 김일성 민족 김정일 조선을 세계의 용마루에 우뚝 올려세웠습니다."]

또 2년 전에는 국가 상징법을 제정하고 모든 국가 상징에 대한 관리를 법제화했습니다.

["국가 상징법에는 모든 공민이 국가 상징들을 정중히 대하고 적극 보호하도록 하며 국가 상징들에 대한 교육 교양 사업에 큰 힘을 넣어 우리 국가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애국심을 깊이 심어준 데 대한 문제 등이 규제되어 있습니다."]

경제난과 제재 장기화로 인한 내부 불만을 ‘애국’이라는 집단 감정으로 흡수하며 동시에 체제 결속까지 노리고 있는 북한 당국,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애국심과 충성심을 끌어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청년 세대에게는 그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저는 좀 더 나아가서 인공기가 사랑스럽지가 않았어요.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저한테 부족했나 봐요. 북한에서는 눈만 뜨면 애국심 애국심 하면서 강조하잖아요. 사실 애국심이란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인데 국가가 자격을 갖출 때 발현이 된단 말이에요. 국가는 저희한테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으면서 계속해서 희생하라 하고.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것들이 영 지겨웠던 거예요. 그래서 인공기를 사랑하고 그러지 않았어요."]

얼마 전 개최된 화성지구 3단계 준공식 기념 공연.

무대 위 무용수들이 인공기를 들고 안무를 이어갑니다.

주민들도 인공기를 흔들며 환호했는데요.

[북한 가요 '조선사람' : "그렇게 강하다 우리는 조선 사람 대대손손 굴할 줄을 모른다."]

일상 속에 스며든 옷과 장식품, 노래까지 표면적으로는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그 이면엔 철저한 통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북한이 여전히 전방위적인 통제를 필요로 하는 체제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합니다.

[강동완/동아대 부산하나센터 교수 : "특히 젊은 세대들의 사상을 잡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라는 영역의 집단주의를 강조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옷이 아니라 인공기가 그려진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은 북한 청년들이 국가가 좋아서, 인공기가 좋아서 그런 옷을 입는다기보단 북한 당국이 그만큼 통제하려는 조치로 이러한 패션이 유행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패션이 오히려 강요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북한 주민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듯 보이는 인공기.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애국의 표현인지 아니면 체제 유지를 위한 또 하나의 ‘통제된 일상’인지 그 경계가 여전히 모호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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