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대북방송 중단의 득과 실은?

입력 2025.08.09 (08:16) 수정 2025.08.0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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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후속 조치로 전방에 설치했던 고정식 대북 확성기 철거 작업까지 마무리했습니다.

최근 국정원 역시 50여 년 만에 라디오와 TV의 대북 방송을 멈췄다는 소식도 전해드렸죠.

정부는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한편에선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포기한 것 아니냐, 이런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대북 방송의 실체와 그 중단의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북한군 전방초소.

한 군인이 라디오 주파수를 돌리며 안테나를 조정합니다.

그러자 라디오에서 남한 방송이 흘러나오는데요.

해당 영상은 북한군의 탈북을 소재로 한 영화 '탈주'속 한 장면.

일부 각색은 있었지만, 귀순 병사의 자문을 거쳐 제작된 만큼 남한 라디오를 몰래 듣는 모습은 현실에 기반한 연출로 보입니다.

실제로 한 귀순 병사의 경우 근무 중 대북 방송을 접하고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을 품으면서 탈북을 결심했다고 증언합니다.

[김강유/전 북한군 병사/2016년 탈북 : "(대북 방송은) 심심하지 않고 새롭잖아요. 산밖에 안 보이고 똑같은 군인이랑 생활하는데 대북 방송은 신선하고 잘 들리니까 새롭고 재밌었죠. 대북 방송도 많이 듣다 보니까 많이 동요했던 것 같아요."]

6.25 전쟁 발발과 함께 심리전을 본격화한 남과 북.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은 물론 라디오와 같은 전파 방송까지 다양한 수단이 총동원됐습니다.

북한은 남한내 반정부 세력 선동과 사회 혼란 조장에 초점을 맞췄고, 남한은 북한 체제의 허구와 모순을 폭로하며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는 방송으로 맞섰는데요.

그중에서도 라디오는 전파를 타고 자유롭게 남과 북을 넘나들며 정보와 선전을 실어 나르는 통로가 됐습니다.

['두고 온 형제에게'/1960년대 대북 방송 : "여기는 서울입니다. 눈 감으면 아련히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들. 두고 온 형제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여기 이 소식이 한 가닥 희망의 길이요 구원의 빛이 되길 바라노라."]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안테나라고 하는 물리적 국경을 넘어설 수 있는 수단이 있잖아요. 그래서 북한에서도 우리에게 대남 방송을 보냈고요. 198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서울 지역이나 경기 북부 지역에서는 북한 방송이 잡히기도 했었고요.. 반대로 우리도 대북 방송을 당연히 쐈기 때문에 북한 내에서도 접할 수 있는 그런 수단이 됐었죠."]

분단의 세월이 길어지고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방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음성 심리전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라디오 방송 역시 꾸준히 유지돼 왔습니다.

2017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고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집중되던 시기, 경기도 파주의 한 전방 마을에서는 북한의 대남 라디오 방송이 수신되기도 했습니다.

[북한 대남 라디오 방송/2017년 : "(남조선) 역적패당이 북침 열망을 기어이 실현해보려고 얼마나 미친듯이 발광하고 있는가."]

당시 북한은 핵전쟁까지 거론한 거친 협박 메시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북한 대남 라디오 방송/2017년 : "(연합훈련을) 역대 최대 규모로 벌이게 된다면, 언제 핵전쟁이 터질지 모를 일촉즉발의 초긴장 상태가 또다시 조성되게 될 것이란 것은..."]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탈북민 수가 급격히 늘면서 탈북민들이 제작에 참여하는 민간 대북 방송도 잇따라 등장했는데요.

그런데 최근 우리 국가정보원이 50년 넘게 송출해온 라디오, TV 대북 방송을 지난달 일제히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정권 성향에 따라 방송 내용이나 수위는 달라졌지만 송출 자체가 전면 중단된 것은 처음으로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입니다.

[남성욱/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 "국정원에서 직접적으로 방송을 송출하기보다는 외곽, 민간 등 일종의 회사라고 할까요. 단체라고 할까요. 한 10여 개 단체가 지난 1970년대부터 대북 방송을 운영해 왔습니다. 물론 콘텐츠는 주로 국가정보원에서 내용을 보내고 현실에 맞게 탈북자 등이 그 방송을 송출을 해왔던 겁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서 일단 지난 52년 동안 국정원에서 진행됐던 방송 10개 정도가 외곽에 있었는데 이것이 중단됨으로써 진보, 보수 정부를 통틀어서 처음으로 대북 방송이 중단되는 상황입니다."]

국정원은 언론 보도 초기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는데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식에서 관련 사실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정동영/통일부장관 : "최근 우리 국정원이 대북방송을 중단하자 북측은 방해 전파 송출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심리전 중지와 대북방송 중단은 남북 상호 조치로 이어진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동영/통일부장관 : "지난 6월에는 우리가 대북 확성기를 끄자 북측이 소음 방송을 중단했습니다. 선대선의 조치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뒤따릅니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면 대북 방송 중단 역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 중 하나라는 겁니다.

또 북한 주민들이 USB나 마이크로 SD카드 등 휴대용 저장장치를 통해 외부 정보를 접하고 있는만큼 대북 방송이 과거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예전에 갖고 있던 방송이 얻을 수 있는 효과보다는 지금 상황이 굉장히 많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대북방송이 아니어도 북한 내에서 다른 방식으로 콘텐츠를 접할 기회들이 확장되고 있는데 굳이 방송까지 동원해서 해야 할 필요성이 적어졌다는 판단이 작동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외부세계의 정보를 전달하는 주된 통로를 차단한 것으로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포기한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남성욱/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 "물론 일부에선 디지털 첨단 시대에 그런 방송을 듣고 과연 탈북을 결심하고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겠냐는 반론도 있지만 북한은 정보 통제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정보 검색을 위해 사용할 수는 없는 사회입니다. 그러므로 3만 6천 명의 사람 중에서 방송을 듣고 탈북했다는 비율을 정확하게 추정할 순 없지만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2023년 동해로 귀순한 탈북민들의 경우 한국에서 송출되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고 증언한 바 있는데요.

[김현옥/2023년 탈북 : "TV를 몰래 봤어요. 안테나를 말하자면 (중국에서) 밀수로 들어 온 TV를 봤거든요. 그래서 한국 TV가 나오더군요. 그 통로로 북한에 대한 환경, 북한의 실정을 우리(북한)는 다 속이지 않나요. 세계적으로 어떻게 흐름이 가는지 우리가 과연 언제쯤 통일이 되는가 알고 싶어서 (불법) 통로로 몰래 봤어요."]

송출 주체가 국정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방송을 통해 한국 사회의 모습은 물론,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정세까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김현옥/2023년 탈북 : "'6시 내고향'도 보니까 어르신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분들도 힘들면 힘든 그대로 나오더군요. 아, 이건 있는 그대로구나. 그런 걸 보니까 거짓이 없더군요. 그리고 우리가 특히 뭘 보려고 했냐하면 뉴스를 많이 보려고 했어요. 북한 정세를 알고 싶어서. 그리고 중국하고 수출 관계를 알고 싶어서. 우린 한국 뉴스로 많은 정보를 알았어요. 그러니까 실제 거기에 맞게 흐르더군요. 북한이 돌아가는 게."]

또 다른 탈북민은 대북 방송을 통해 김씨 일가의 실체를 처음 알게 됐고, 그 충격이 상당했다고 전합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북한이) 형 김정남을 살해했다는 것. 그걸 듣고 되게 충격적이었죠. (김정남) 아들이 아직 있다고 했나. 그리고 안 믿으려야 안 믿을 수가 없는 게 영상이 같이 나오면서 들어보면 맞는 이야기인 거예요. 저희도 몰랐던 이야기가 있다 보니까 진짜 다 거짓말이란 걸 그때야 알게 됐어요. 진짜 우리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우리한테 다 거짓말하고 숨기는구나. 그냥 거짓 실상을 계속 교육하고 있구나..."]

상당 기간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처음으로 국정원의 대북 방송까지 중단한 정부.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지속되기 위해선 북한의 호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남성욱/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 "북한의 도발이 없고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는 정도면 대북방송 중단이 계속될 수 있지만 북한이 갑자기 문제를 일으키거나 핵 위협을 한다든가 해서 안보 불안 요인이 되면 우리 입장에서도 대응 수단을 찾을 수밖에 없고 그것은 북한이 극도로 싫어하는 대북방송 재개가 이뤄질 수도 있겠죠. 이 모든 상황은 앞으로 북한의 조치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정동영/통일부장관 : "냉전의 유물이었던 대북 심리전 방송,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이 신뢰 회복의 첫 신호였듯이 앞으로 남과 북은 무너진 신뢰를 하나씩 쌓아갈 것입니다."]

전방지역의 확성기 방송에 이어 국정원까지 대북방송을 중단하면서 대북 심리전은 사실상 멈춘 상태입니다.

이 조치가 남북간 신뢰를 회복하고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 될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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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09 08:16:38
    • 수정2025-08-09 08: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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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후속 조치로 전방에 설치했던 고정식 대북 확성기 철거 작업까지 마무리했습니다.

최근 국정원 역시 50여 년 만에 라디오와 TV의 대북 방송을 멈췄다는 소식도 전해드렸죠.

정부는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한편에선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포기한 것 아니냐, 이런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대북 방송의 실체와 그 중단의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북한군 전방초소.

한 군인이 라디오 주파수를 돌리며 안테나를 조정합니다.

그러자 라디오에서 남한 방송이 흘러나오는데요.

해당 영상은 북한군의 탈북을 소재로 한 영화 '탈주'속 한 장면.

일부 각색은 있었지만, 귀순 병사의 자문을 거쳐 제작된 만큼 남한 라디오를 몰래 듣는 모습은 현실에 기반한 연출로 보입니다.

실제로 한 귀순 병사의 경우 근무 중 대북 방송을 접하고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을 품으면서 탈북을 결심했다고 증언합니다.

[김강유/전 북한군 병사/2016년 탈북 : "(대북 방송은) 심심하지 않고 새롭잖아요. 산밖에 안 보이고 똑같은 군인이랑 생활하는데 대북 방송은 신선하고 잘 들리니까 새롭고 재밌었죠. 대북 방송도 많이 듣다 보니까 많이 동요했던 것 같아요."]

6.25 전쟁 발발과 함께 심리전을 본격화한 남과 북.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은 물론 라디오와 같은 전파 방송까지 다양한 수단이 총동원됐습니다.

북한은 남한내 반정부 세력 선동과 사회 혼란 조장에 초점을 맞췄고, 남한은 북한 체제의 허구와 모순을 폭로하며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는 방송으로 맞섰는데요.

그중에서도 라디오는 전파를 타고 자유롭게 남과 북을 넘나들며 정보와 선전을 실어 나르는 통로가 됐습니다.

['두고 온 형제에게'/1960년대 대북 방송 : "여기는 서울입니다. 눈 감으면 아련히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들. 두고 온 형제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여기 이 소식이 한 가닥 희망의 길이요 구원의 빛이 되길 바라노라."]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안테나라고 하는 물리적 국경을 넘어설 수 있는 수단이 있잖아요. 그래서 북한에서도 우리에게 대남 방송을 보냈고요. 198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서울 지역이나 경기 북부 지역에서는 북한 방송이 잡히기도 했었고요.. 반대로 우리도 대북 방송을 당연히 쐈기 때문에 북한 내에서도 접할 수 있는 그런 수단이 됐었죠."]

분단의 세월이 길어지고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방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음성 심리전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라디오 방송 역시 꾸준히 유지돼 왔습니다.

2017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고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집중되던 시기, 경기도 파주의 한 전방 마을에서는 북한의 대남 라디오 방송이 수신되기도 했습니다.

[북한 대남 라디오 방송/2017년 : "(남조선) 역적패당이 북침 열망을 기어이 실현해보려고 얼마나 미친듯이 발광하고 있는가."]

당시 북한은 핵전쟁까지 거론한 거친 협박 메시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북한 대남 라디오 방송/2017년 : "(연합훈련을) 역대 최대 규모로 벌이게 된다면, 언제 핵전쟁이 터질지 모를 일촉즉발의 초긴장 상태가 또다시 조성되게 될 것이란 것은..."]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탈북민 수가 급격히 늘면서 탈북민들이 제작에 참여하는 민간 대북 방송도 잇따라 등장했는데요.

그런데 최근 우리 국가정보원이 50년 넘게 송출해온 라디오, TV 대북 방송을 지난달 일제히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정권 성향에 따라 방송 내용이나 수위는 달라졌지만 송출 자체가 전면 중단된 것은 처음으로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입니다.

[남성욱/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 "국정원에서 직접적으로 방송을 송출하기보다는 외곽, 민간 등 일종의 회사라고 할까요. 단체라고 할까요. 한 10여 개 단체가 지난 1970년대부터 대북 방송을 운영해 왔습니다. 물론 콘텐츠는 주로 국가정보원에서 내용을 보내고 현실에 맞게 탈북자 등이 그 방송을 송출을 해왔던 겁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서 일단 지난 52년 동안 국정원에서 진행됐던 방송 10개 정도가 외곽에 있었는데 이것이 중단됨으로써 진보, 보수 정부를 통틀어서 처음으로 대북 방송이 중단되는 상황입니다."]

국정원은 언론 보도 초기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는데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식에서 관련 사실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정동영/통일부장관 : "최근 우리 국정원이 대북방송을 중단하자 북측은 방해 전파 송출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심리전 중지와 대북방송 중단은 남북 상호 조치로 이어진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동영/통일부장관 : "지난 6월에는 우리가 대북 확성기를 끄자 북측이 소음 방송을 중단했습니다. 선대선의 조치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뒤따릅니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면 대북 방송 중단 역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 중 하나라는 겁니다.

또 북한 주민들이 USB나 마이크로 SD카드 등 휴대용 저장장치를 통해 외부 정보를 접하고 있는만큼 대북 방송이 과거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예전에 갖고 있던 방송이 얻을 수 있는 효과보다는 지금 상황이 굉장히 많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대북방송이 아니어도 북한 내에서 다른 방식으로 콘텐츠를 접할 기회들이 확장되고 있는데 굳이 방송까지 동원해서 해야 할 필요성이 적어졌다는 판단이 작동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외부세계의 정보를 전달하는 주된 통로를 차단한 것으로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포기한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남성욱/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 "물론 일부에선 디지털 첨단 시대에 그런 방송을 듣고 과연 탈북을 결심하고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겠냐는 반론도 있지만 북한은 정보 통제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정보 검색을 위해 사용할 수는 없는 사회입니다. 그러므로 3만 6천 명의 사람 중에서 방송을 듣고 탈북했다는 비율을 정확하게 추정할 순 없지만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2023년 동해로 귀순한 탈북민들의 경우 한국에서 송출되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고 증언한 바 있는데요.

[김현옥/2023년 탈북 : "TV를 몰래 봤어요. 안테나를 말하자면 (중국에서) 밀수로 들어 온 TV를 봤거든요. 그래서 한국 TV가 나오더군요. 그 통로로 북한에 대한 환경, 북한의 실정을 우리(북한)는 다 속이지 않나요. 세계적으로 어떻게 흐름이 가는지 우리가 과연 언제쯤 통일이 되는가 알고 싶어서 (불법) 통로로 몰래 봤어요."]

송출 주체가 국정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방송을 통해 한국 사회의 모습은 물론,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정세까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김현옥/2023년 탈북 : "'6시 내고향'도 보니까 어르신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분들도 힘들면 힘든 그대로 나오더군요. 아, 이건 있는 그대로구나. 그런 걸 보니까 거짓이 없더군요. 그리고 우리가 특히 뭘 보려고 했냐하면 뉴스를 많이 보려고 했어요. 북한 정세를 알고 싶어서. 그리고 중국하고 수출 관계를 알고 싶어서. 우린 한국 뉴스로 많은 정보를 알았어요. 그러니까 실제 거기에 맞게 흐르더군요. 북한이 돌아가는 게."]

또 다른 탈북민은 대북 방송을 통해 김씨 일가의 실체를 처음 알게 됐고, 그 충격이 상당했다고 전합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북한이) 형 김정남을 살해했다는 것. 그걸 듣고 되게 충격적이었죠. (김정남) 아들이 아직 있다고 했나. 그리고 안 믿으려야 안 믿을 수가 없는 게 영상이 같이 나오면서 들어보면 맞는 이야기인 거예요. 저희도 몰랐던 이야기가 있다 보니까 진짜 다 거짓말이란 걸 그때야 알게 됐어요. 진짜 우리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우리한테 다 거짓말하고 숨기는구나. 그냥 거짓 실상을 계속 교육하고 있구나..."]

상당 기간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처음으로 국정원의 대북 방송까지 중단한 정부.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지속되기 위해선 북한의 호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남성욱/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 "북한의 도발이 없고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는 정도면 대북방송 중단이 계속될 수 있지만 북한이 갑자기 문제를 일으키거나 핵 위협을 한다든가 해서 안보 불안 요인이 되면 우리 입장에서도 대응 수단을 찾을 수밖에 없고 그것은 북한이 극도로 싫어하는 대북방송 재개가 이뤄질 수도 있겠죠. 이 모든 상황은 앞으로 북한의 조치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정동영/통일부장관 : "냉전의 유물이었던 대북 심리전 방송,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이 신뢰 회복의 첫 신호였듯이 앞으로 남과 북은 무너진 신뢰를 하나씩 쌓아갈 것입니다."]

전방지역의 확성기 방송에 이어 국정원까지 대북방송을 중단하면서 대북 심리전은 사실상 멈춘 상태입니다.

이 조치가 남북간 신뢰를 회복하고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 될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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