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머니 활용 막는 ‘성년후견제도’…“현실적인 개선 필요”

입력 2025.08.18 (09:56) 수정 2025.08.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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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치매 환자들의 자산, '치매머니'가 150조 원이 넘는다는 소식,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이들을 돌보고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됐지만, 오히려 외면받고 있습니다.

치매 환자의 자산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현실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규명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3년 전 중증 치매 환자인 아버지의 법정후견인이 된 오경환 씨.

법정후견인이 되기 전엔 아버지의 자산을 매각해 치료나 돌봄 비용으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오경환/치매 아버지 법정후견인 : "보험 가입 여부조차 확인이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성년 후견인을 꼭 받아오라고 하는."]

후견인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만 2년이 걸렸습니다.

그 후에도 법원이 허가한 자산 관리 권한은 생활비나 병원비를 사용하는 수준, 일상적인 비대면 금융거래도 제한돼 있습니다.

[오경환/치매 아버지 법정후견인 : "있어도 못 쓰고 있는 것도 관리도 제가 하지만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모든 권한은 다 법원이 갖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법원이 후견인 선임부터 감독까지 전담하며, 치매 환자의 자산을 '보호'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치매 환자의 성년후견제도 이용률은 1%대에 그치고 있습니다.

[박인환/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지역사회에서 이 후견인들을 지원하는 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후견인이) 바로 가정법원하고 직접 만나게 되는 거죠."]

우리보다 일찍 지난 2000년,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한 일본.

한 차례 제도 개혁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중핵기관인 '성년후견센터'를 설치했습니다.

사회복지 서비스의 하나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입니다.

[아라이 마코토/일본성년후견법학회 이사장·주오대 법학부 명예교수 : "지금까지 성년후견은 법원이 관할했어요. 그런데 법원만으로는 안 돼요. 각 지자체에 중핵기관을 설치하라고 호소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누구나 치매에 대비해 성년후견제도 등에 대한 상담과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안도 토오루/도요타시 복지상담과장 : "(치매 환자의) 돈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실현할 수 있도록 돈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내 고령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은 154조 원.

2050년엔 5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지만, 지역사회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조차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제철웅/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유감스럽게 치매 안심센터에 후견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이 없습니다. 후견 법인을 만들든 별도의 후견 전문 기관을 만들든 또 치매 안심센터에 전문 직원을 두든 전문가가 있어야 합니다."]

KBS 뉴스 이규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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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머니 활용 막는 ‘성년후견제도’…“현실적인 개선 필요”
    • 입력 2025-08-18 09:56:39
    • 수정2025-08-18 10: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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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치매 환자들의 자산, '치매머니'가 150조 원이 넘는다는 소식,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이들을 돌보고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됐지만, 오히려 외면받고 있습니다.

치매 환자의 자산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현실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규명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3년 전 중증 치매 환자인 아버지의 법정후견인이 된 오경환 씨.

법정후견인이 되기 전엔 아버지의 자산을 매각해 치료나 돌봄 비용으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오경환/치매 아버지 법정후견인 : "보험 가입 여부조차 확인이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성년 후견인을 꼭 받아오라고 하는."]

후견인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만 2년이 걸렸습니다.

그 후에도 법원이 허가한 자산 관리 권한은 생활비나 병원비를 사용하는 수준, 일상적인 비대면 금융거래도 제한돼 있습니다.

[오경환/치매 아버지 법정후견인 : "있어도 못 쓰고 있는 것도 관리도 제가 하지만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모든 권한은 다 법원이 갖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법원이 후견인 선임부터 감독까지 전담하며, 치매 환자의 자산을 '보호'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치매 환자의 성년후견제도 이용률은 1%대에 그치고 있습니다.

[박인환/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지역사회에서 이 후견인들을 지원하는 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후견인이) 바로 가정법원하고 직접 만나게 되는 거죠."]

우리보다 일찍 지난 2000년,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한 일본.

한 차례 제도 개혁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중핵기관인 '성년후견센터'를 설치했습니다.

사회복지 서비스의 하나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입니다.

[아라이 마코토/일본성년후견법학회 이사장·주오대 법학부 명예교수 : "지금까지 성년후견은 법원이 관할했어요. 그런데 법원만으로는 안 돼요. 각 지자체에 중핵기관을 설치하라고 호소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누구나 치매에 대비해 성년후견제도 등에 대한 상담과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안도 토오루/도요타시 복지상담과장 : "(치매 환자의) 돈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실현할 수 있도록 돈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내 고령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은 154조 원.

2050년엔 5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지만, 지역사회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조차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제철웅/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유감스럽게 치매 안심센터에 후견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이 없습니다. 후견 법인을 만들든 별도의 후견 전문 기관을 만들든 또 치매 안심센터에 전문 직원을 두든 전문가가 있어야 합니다."]

KBS 뉴스 이규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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