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복? 수영복?

입력 2000.06.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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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자농구를 사랑하는 팬들은 뜨거운 해변가가 아니라 농구코트 안에서도 몸의 곡선이 드러나는 유니폼을 원하시나요? 스포츠의 서비스정신이라는 미명 하에 도입된 이 유난히 눈에 띄는 유니폼을 두고 수영복이냐, 운동복이냐 새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뉴스의 서비스 정신을 갖고 있는 투데이 앵커로서도 각별히 관심이 가는데요.
수영복을 입고 나오면 더 많이 보실까요? 출동 삼총사, 오늘은 논란이 되고 있는 여자 농구선수들의 유니폼을 이해연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철통수비를 뚫고 골인에 성공하는 선수.
순식간에 공을 가로채 공격에 나서는 선수.
골밑 몸싸움까지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가 더해지면서 경기장은 뜨거워집니다.
관중보다는 빈의자가 훨씬 더 많아 힘이 빠질 법도 하지만 선수들은 최고의 플레이를 위해 땀을 흘립니다.
여자 프로농구 출범 3년째.
하지만 달라진 경기 그 자체보다는 선수들의 유니폼이 어느 던 프로농구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기존에 입덥 유니폼입니다.
셔츠와 바지 형태로 운동할 때 흔히들 입는 복장 그대로입니다.
달라진 유니폼은 이렇게 웃옷과 아래옷이 구분없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몸에 밀착되기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서는 쫄쫄이 유니폼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쫄쫄이 유니폼은 6개 프로구단마다 색상과 무늬를 달리해 서너 벌씩을 선수들에게 바꿔 입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니폼이 바뀐 뒤로 농구장을 찾는 팬들은 여전히 소수의 매니아들 뿐 관중수는 예전과 차이가 없습니다.
남자 선수들에게는 의례껏 오빠부대가 따라다닙니다만 여자 경기에서는 누나부대나 언니부대를 만나기가 참 힘듭니다.
새 유니폼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은 물론 이렇게 침체된 여자농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난 98년 도입됐습니다.
⊙최병은(28살/회사원): 전에 비해서 멋있어 보이고 활동성이 있어 보이고 경쾌해서 그래서 여자 농구가 더 재미있어진 것 같아요.
⊙이인섭(21살/대학생): 너무 옷이 많이 파여져 있고 해가지고 보기에 좀 민망해서 예전에 입던 유니폼이 더, 훨씬 더 나은 것 같아요.
⊙기자: 이렇게 달라진 유니폼에 대한 관중들의 의견은 제각각이지만 정작 이를 입어야 하는 선수들은 불만 그 자체입니다.
경기가 없는 오후 연습에 나서는 선수들은 경기장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한결 같이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선수들, 쫄쫄이 유니폼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습니다.
⊙박명애(현대건설 농구단 선수): 화장실갈 때.
⊙인터뷰: 맞네요.
⊙박명애(현대건설 농구단 선수):: 너무 힘들어요.
⊙전주원(현대건설 농구단 선수): 사람이 수영복입고 길거리에 다닐 수 있어요? 그런 거랑 느낌이 비슷해요, 그냥.
⊙기자: 수영복 같기도 하고 에어로빅옷 같기도 한 유니폼을 관중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선수들은 궁금합니다.
⊙변연화(삼성생명 농구단 선수): 유니폼이 몸에 많이 붙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의 보는 시선도 조금 신경이 쓰이구요.
그 다음에 땀을 많이 흘려서 유니폼이 몸에 붙을 경우에 속옷 같은 것도 비쳐서 좀 관중들이 보기에 좀 안 좋은 것 같아요.
⊙기자: 그러나 올해부터 국내 코트에서 뛰게 된 중국 용병선수들은 오히려 국내선수들보다 느긋한 모습입니다.
⊙지앙쉬(금호생명 농구단 선수): 달라붙는 유니폼이 관중에겐 좋은 볼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쉬춘메이(현대건설 농구단 선수): 처음엔 어색했지만 경기 시작하면 잊어버려 괜찮습니다.
⊙기자: 상대편 선수가 옷을 붙잡는 반칙을 할 수 없게 된 것 말고는 좋은 게 없다는 선수들.
하지만 쫄쫄이 유니폼이 불문율처럼 굳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자농구를 좋아하는 팬들의 모임에서는 지난달 쫄쫄이 유니폼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였습니다.
⊙인터뷰: 이것 하나가 웃도리 하나...
⊙기자: 기존 유니폼과 새 유니폼을 직접 구해서 꼼꼼이 비교하는 농구팬들.
더 이상 수영복인지 운동복인지 구분할 수 없는 유니폼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한 달새 1500여 명이 운동에 뜻을 같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여자 선수의 몸매가 드러나는 유니폼이 과연 여자 농구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민희정(여자농구 팬연합): 관중을 늘리려고 프로는 상품화를 시켜야 된다 그래서 도입을 했다고 하는데 관중들은 안 늘구요.
오히려 보기 싫다고 안 오는 여자 관중도 있고요.
경기장에 가면 남자애들은 변태라고 그런다고 못 오는 애들도 있대요, 심지어는.
⊙기자: 이처럼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처음 유니폼을 도입했던 한국여자농구연맹도 난처한 입장입니다.
⊙조승연(한국여자농구연맹 이사): 이번 대회가 끝난 후에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선수들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경기력 향상에 대해서 유니폼이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제일 먼저 물을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선수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도록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쫄쫄이 유니폼, 이번 여름시즌이 끝난 뒤 이뤄질 재검토 작업으로 그 운명이 어떻게 결정될지 농구팬들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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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복? 수영복?
    • 입력 2000-06-12 20:00:00
    뉴스투데이
⊙앵커: 여자농구를 사랑하는 팬들은 뜨거운 해변가가 아니라 농구코트 안에서도 몸의 곡선이 드러나는 유니폼을 원하시나요? 스포츠의 서비스정신이라는 미명 하에 도입된 이 유난히 눈에 띄는 유니폼을 두고 수영복이냐, 운동복이냐 새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뉴스의 서비스 정신을 갖고 있는 투데이 앵커로서도 각별히 관심이 가는데요. 수영복을 입고 나오면 더 많이 보실까요? 출동 삼총사, 오늘은 논란이 되고 있는 여자 농구선수들의 유니폼을 이해연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철통수비를 뚫고 골인에 성공하는 선수. 순식간에 공을 가로채 공격에 나서는 선수. 골밑 몸싸움까지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가 더해지면서 경기장은 뜨거워집니다. 관중보다는 빈의자가 훨씬 더 많아 힘이 빠질 법도 하지만 선수들은 최고의 플레이를 위해 땀을 흘립니다. 여자 프로농구 출범 3년째. 하지만 달라진 경기 그 자체보다는 선수들의 유니폼이 어느 던 프로농구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기존에 입덥 유니폼입니다. 셔츠와 바지 형태로 운동할 때 흔히들 입는 복장 그대로입니다. 달라진 유니폼은 이렇게 웃옷과 아래옷이 구분없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몸에 밀착되기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서는 쫄쫄이 유니폼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쫄쫄이 유니폼은 6개 프로구단마다 색상과 무늬를 달리해 서너 벌씩을 선수들에게 바꿔 입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니폼이 바뀐 뒤로 농구장을 찾는 팬들은 여전히 소수의 매니아들 뿐 관중수는 예전과 차이가 없습니다. 남자 선수들에게는 의례껏 오빠부대가 따라다닙니다만 여자 경기에서는 누나부대나 언니부대를 만나기가 참 힘듭니다. 새 유니폼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은 물론 이렇게 침체된 여자농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난 98년 도입됐습니다. ⊙최병은(28살/회사원): 전에 비해서 멋있어 보이고 활동성이 있어 보이고 경쾌해서 그래서 여자 농구가 더 재미있어진 것 같아요. ⊙이인섭(21살/대학생): 너무 옷이 많이 파여져 있고 해가지고 보기에 좀 민망해서 예전에 입던 유니폼이 더, 훨씬 더 나은 것 같아요. ⊙기자: 이렇게 달라진 유니폼에 대한 관중들의 의견은 제각각이지만 정작 이를 입어야 하는 선수들은 불만 그 자체입니다. 경기가 없는 오후 연습에 나서는 선수들은 경기장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한결 같이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선수들, 쫄쫄이 유니폼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습니다. ⊙박명애(현대건설 농구단 선수): 화장실갈 때. ⊙인터뷰: 맞네요. ⊙박명애(현대건설 농구단 선수):: 너무 힘들어요. ⊙전주원(현대건설 농구단 선수): 사람이 수영복입고 길거리에 다닐 수 있어요? 그런 거랑 느낌이 비슷해요, 그냥. ⊙기자: 수영복 같기도 하고 에어로빅옷 같기도 한 유니폼을 관중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선수들은 궁금합니다. ⊙변연화(삼성생명 농구단 선수): 유니폼이 몸에 많이 붙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의 보는 시선도 조금 신경이 쓰이구요. 그 다음에 땀을 많이 흘려서 유니폼이 몸에 붙을 경우에 속옷 같은 것도 비쳐서 좀 관중들이 보기에 좀 안 좋은 것 같아요. ⊙기자: 그러나 올해부터 국내 코트에서 뛰게 된 중국 용병선수들은 오히려 국내선수들보다 느긋한 모습입니다. ⊙지앙쉬(금호생명 농구단 선수): 달라붙는 유니폼이 관중에겐 좋은 볼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쉬춘메이(현대건설 농구단 선수): 처음엔 어색했지만 경기 시작하면 잊어버려 괜찮습니다. ⊙기자: 상대편 선수가 옷을 붙잡는 반칙을 할 수 없게 된 것 말고는 좋은 게 없다는 선수들. 하지만 쫄쫄이 유니폼이 불문율처럼 굳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자농구를 좋아하는 팬들의 모임에서는 지난달 쫄쫄이 유니폼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였습니다. ⊙인터뷰: 이것 하나가 웃도리 하나... ⊙기자: 기존 유니폼과 새 유니폼을 직접 구해서 꼼꼼이 비교하는 농구팬들. 더 이상 수영복인지 운동복인지 구분할 수 없는 유니폼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한 달새 1500여 명이 운동에 뜻을 같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여자 선수의 몸매가 드러나는 유니폼이 과연 여자 농구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민희정(여자농구 팬연합): 관중을 늘리려고 프로는 상품화를 시켜야 된다 그래서 도입을 했다고 하는데 관중들은 안 늘구요. 오히려 보기 싫다고 안 오는 여자 관중도 있고요. 경기장에 가면 남자애들은 변태라고 그런다고 못 오는 애들도 있대요, 심지어는. ⊙기자: 이처럼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처음 유니폼을 도입했던 한국여자농구연맹도 난처한 입장입니다. ⊙조승연(한국여자농구연맹 이사): 이번 대회가 끝난 후에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선수들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경기력 향상에 대해서 유니폼이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제일 먼저 물을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선수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도록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쫄쫄이 유니폼, 이번 여름시즌이 끝난 뒤 이뤄질 재검토 작업으로 그 운명이 어떻게 결정될지 농구팬들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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