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쉬고 154㎞’ 니퍼트, 모든 우려 잠재웠다

입력 2015.10.22 (22:13) 수정 2015.10.2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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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괴물 같은 투구였다. 아무리 강한 어깨에 근육 회복 속도가 남다르다고 해도 사흘 휴식 후 등판은 무리로 보였지만 완전히 기우였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4)가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해내며 왜 그가 두산 팬들에게 하느님과 그의 이름을 합성한 '니느님'으로 불리는지를 증명했다.

니퍼트는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계속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5전 3승제) 4차전에서 NC 다이노스 타선을 7이닝 동안 사4구 없이 삼진 6개를 곁들여 2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7-0 승리를 이끌었다.

니퍼트는 사흘 휴식 후 등판이라는 강행군에도 직구 최고 시속이 154㎞를 찍는 등 전혀 위력이 줄지 않았다.

투구 수 86개 가운데 절반 이상을 직구(47개)로 채운 니퍼트는 체인지업(20개), 슬라이더(14개), 커브(5개)를 유효적절하게 섞어 전날 3차전에서 19안타로 대폭발했던, 서슬 퍼런 NC 타선을 완전히 잠재웠다.

니퍼트의 기적과 같은 역투로 두산은 시리즈 전적을 2승 2패로 만들고 승부를 최종 5차전으로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전날 3차전에서 패한 뒤 4차전 선발로 니퍼트를 예고했을 때만 해도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적장인 NC의 김경문 감독도 니퍼트의 선발 등판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물론 한국시리즈 4승의 신화를 창조한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투수 관리가 체계화되기 전의 과거 사례였고, 전무후무한 기록이라는 수식어에서 엿보이듯 철저하게 선수들의 몸 관리를 해주는 현대 야구 스타일과는 맞지 않았다.

니퍼트는 2011년 두산에 입단한 이후 정규시즌과 포스트 시즌을 통틀어서 사흘 휴식 후 다시 선발로 등판한 경험이 없다.

2014년 6월 18일 선발로 나서 투구 수 59개를 기록한 이후 사흘 만에 구원투수로 나서 2이닝을 책임진 적은 있지만, 그때는 구원이었고, 투구 수도 적었다.

시즌 중반 어깨충돌 증후군으로 고생한 전력까지 있는 니퍼트가 1차전에서 투구 수 114개를 기록하며 완봉승을 거둔 뒤 사흘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 어떤 결과를 낼지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더 많았다.

그러나 니퍼트는 초반부터 강력했다. 첫 타자 박민우를 상대로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3구 삼진 처리한 데이어 김종호를 우익수 뜬공, 나성범을 2루수 직선타로 돌려세우고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2회초 2사 후 이종욱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지만, 이종욱이 도루에 실패하면서 역시 타자 3명으로 2회를 끊은 니퍼트는 3회초 안타와 내야 땅볼로 2사 2루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니퍼트는 박민우에게 시속 149㎞짜리 직구를 몸쪽 깊숙이 찔러넣어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더그아웃으로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니퍼트는 이어 4회부터 7회부터 4이닝을 연속 삼자범퇴로 틀어막는 등 14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며 전날 3차전에서 홈런포 2방을 포함해 장단 19안타를 때려냈던 NC 타선을 완전히 침묵시켰다.

NC 선발 에릭 해커는 1차전 투구 수가 66개에 불과했지만 이날 '리턴 매치'에서 5⅓이닝 8안타 3볼넷 3실점하고 니퍼트에게 또다시 완패를 당했다.

올해로 5년째 두산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거뒀지만, 올해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6승 5패에 평균자책점 5.10으로 활약은 미미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총액 150만달러(약 16억 5천만 원)에 재계약한 니퍼트가 비싼 몸값에도 마운드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유네스키 마야를 내보내고 데려온 앤서니 스와잭이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두산은 이중고를 겪었다.

여기에 잭 루츠를 방출하고 영입한 데이빈슨 로메로가 이날까지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한 번도 타석에 서지 못할 정도로 한국 무대 적응에 실패하면서 두산은 외국인 농사에 가장 실패한 팀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두산에는 니퍼트가 있었다. 니퍼트는 올 시즌 팀에 진 빚에 속죄라도 하듯 1차전 완봉승에 이어 2차전 7이닝 무실점 피칭까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1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니퍼트에 힘입어 벼랑 끝에서 탈출한 두산은 이제 마지막 5차전을 치르기 위해 결전의 장소인 마산으로 향한다.

1차전에 이어 4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니퍼트는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냥 똑같은 한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랐다"며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즐긴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호투 비결을 설명했다.

그는 "4차전 선발을 제의받았을 때 여기에서 지면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 자신도 준비돼 있는 상태라서 바로 오케이 했다"고 덧붙였다.

니퍼트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충분히 즐기지 못했기 때문에 포스트 시즌에서 제대로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마음 편하게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직구 최고 시속 154㎞를 찍은 것에 대해서는 "구속은 신경 안 쓴다. 한 타자 한 타자 승부를 겨룬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털털하게 말했다.

니퍼트는 4회초 1사 후 나성범의 타구에 대해 맨손 캐치를 시도한 것에 대해 "미국에서도 코치들로부터 항상 지적받는 것이지만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간다"며 "고치려고 하는데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거라 잘 안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니퍼트의 통역은 이 일을 두고 더그아웃에서 자신이 타구를 건드렸기 때문에 유격수 김재호가 잡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니퍼트와 그냥 놔둬도 유격수가 잡을 수 있었다는 코치진 사이에 작은 승강이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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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흘 쉬고 154㎞’ 니퍼트, 모든 우려 잠재웠다
    • 입력 2015-10-22 22:13:42
    • 수정2015-10-23 07:51:01
    연합뉴스
실로 괴물 같은 투구였다. 아무리 강한 어깨에 근육 회복 속도가 남다르다고 해도 사흘 휴식 후 등판은 무리로 보였지만 완전히 기우였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4)가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해내며 왜 그가 두산 팬들에게 하느님과 그의 이름을 합성한 '니느님'으로 불리는지를 증명했다.

니퍼트는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계속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5전 3승제) 4차전에서 NC 다이노스 타선을 7이닝 동안 사4구 없이 삼진 6개를 곁들여 2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7-0 승리를 이끌었다.

니퍼트는 사흘 휴식 후 등판이라는 강행군에도 직구 최고 시속이 154㎞를 찍는 등 전혀 위력이 줄지 않았다.

투구 수 86개 가운데 절반 이상을 직구(47개)로 채운 니퍼트는 체인지업(20개), 슬라이더(14개), 커브(5개)를 유효적절하게 섞어 전날 3차전에서 19안타로 대폭발했던, 서슬 퍼런 NC 타선을 완전히 잠재웠다.

니퍼트의 기적과 같은 역투로 두산은 시리즈 전적을 2승 2패로 만들고 승부를 최종 5차전으로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전날 3차전에서 패한 뒤 4차전 선발로 니퍼트를 예고했을 때만 해도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적장인 NC의 김경문 감독도 니퍼트의 선발 등판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물론 한국시리즈 4승의 신화를 창조한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투수 관리가 체계화되기 전의 과거 사례였고, 전무후무한 기록이라는 수식어에서 엿보이듯 철저하게 선수들의 몸 관리를 해주는 현대 야구 스타일과는 맞지 않았다.

니퍼트는 2011년 두산에 입단한 이후 정규시즌과 포스트 시즌을 통틀어서 사흘 휴식 후 다시 선발로 등판한 경험이 없다.

2014년 6월 18일 선발로 나서 투구 수 59개를 기록한 이후 사흘 만에 구원투수로 나서 2이닝을 책임진 적은 있지만, 그때는 구원이었고, 투구 수도 적었다.

시즌 중반 어깨충돌 증후군으로 고생한 전력까지 있는 니퍼트가 1차전에서 투구 수 114개를 기록하며 완봉승을 거둔 뒤 사흘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 어떤 결과를 낼지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더 많았다.

그러나 니퍼트는 초반부터 강력했다. 첫 타자 박민우를 상대로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3구 삼진 처리한 데이어 김종호를 우익수 뜬공, 나성범을 2루수 직선타로 돌려세우고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2회초 2사 후 이종욱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지만, 이종욱이 도루에 실패하면서 역시 타자 3명으로 2회를 끊은 니퍼트는 3회초 안타와 내야 땅볼로 2사 2루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니퍼트는 박민우에게 시속 149㎞짜리 직구를 몸쪽 깊숙이 찔러넣어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더그아웃으로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니퍼트는 이어 4회부터 7회부터 4이닝을 연속 삼자범퇴로 틀어막는 등 14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며 전날 3차전에서 홈런포 2방을 포함해 장단 19안타를 때려냈던 NC 타선을 완전히 침묵시켰다.

NC 선발 에릭 해커는 1차전 투구 수가 66개에 불과했지만 이날 '리턴 매치'에서 5⅓이닝 8안타 3볼넷 3실점하고 니퍼트에게 또다시 완패를 당했다.

올해로 5년째 두산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거뒀지만, 올해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6승 5패에 평균자책점 5.10으로 활약은 미미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총액 150만달러(약 16억 5천만 원)에 재계약한 니퍼트가 비싼 몸값에도 마운드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유네스키 마야를 내보내고 데려온 앤서니 스와잭이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두산은 이중고를 겪었다.

여기에 잭 루츠를 방출하고 영입한 데이빈슨 로메로가 이날까지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한 번도 타석에 서지 못할 정도로 한국 무대 적응에 실패하면서 두산은 외국인 농사에 가장 실패한 팀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두산에는 니퍼트가 있었다. 니퍼트는 올 시즌 팀에 진 빚에 속죄라도 하듯 1차전 완봉승에 이어 2차전 7이닝 무실점 피칭까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1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니퍼트에 힘입어 벼랑 끝에서 탈출한 두산은 이제 마지막 5차전을 치르기 위해 결전의 장소인 마산으로 향한다.

1차전에 이어 4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니퍼트는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냥 똑같은 한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랐다"며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즐긴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호투 비결을 설명했다.

그는 "4차전 선발을 제의받았을 때 여기에서 지면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 자신도 준비돼 있는 상태라서 바로 오케이 했다"고 덧붙였다.

니퍼트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충분히 즐기지 못했기 때문에 포스트 시즌에서 제대로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마음 편하게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직구 최고 시속 154㎞를 찍은 것에 대해서는 "구속은 신경 안 쓴다. 한 타자 한 타자 승부를 겨룬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털털하게 말했다.

니퍼트는 4회초 1사 후 나성범의 타구에 대해 맨손 캐치를 시도한 것에 대해 "미국에서도 코치들로부터 항상 지적받는 것이지만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간다"며 "고치려고 하는데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거라 잘 안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니퍼트의 통역은 이 일을 두고 더그아웃에서 자신이 타구를 건드렸기 때문에 유격수 김재호가 잡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니퍼트와 그냥 놔둬도 유격수가 잡을 수 있었다는 코치진 사이에 작은 승강이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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