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그 후]① “억울한 세월은 돌이킬 수 없다”

입력 2021.03.27 (08:04) 수정 2021.03.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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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3년에서 많게는 10년까지.
가난하고 기댈 곳 없던 10대 소년들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습니다.
자신과 무관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살아온 세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KBS전주방송총국 보도기획> '재심과 국가배상, 그 후…'
 이른바 ‘삼례 3인조’ 수사 당시 화면. 이른바 ‘삼례 3인조’ 수사 당시 화면.

■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뒤늦게나마 재심 청구'

최근 국가배상이 결정된 두 사건이 있습니다. 하나는 지난 1999년 전북 완주에서 일어난 이른바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당시 경찰이 70대 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은 용의자는 청년 3명이었습니다.

용의자들의 자백으로 빠르게 이뤄진 재판에서 이 '삼례 3인조'는 각각 3년에서 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 3인조,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뒤 새로운 입장을 내놓습니다.

수사 당시 경찰이 강압적으로 자백을 강요해 어쩔 수 없이 허위로 진술했다는 겁니다.

(지난 2016년)'삼례 나라슈퍼 사건' 누명 피해자
"가난하고 배운 것 없고 그렇다 해도 사람을 그렇게 때려가면서 진술을 그렇게 만들어내면 그게 경찰입니까."

실제로 2016년에는 자신이 진범이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남성은 자신을 포함한 '부산 3인조'가 범행을 벌였다고 사건 초기부터 밝혀 왔는데 검찰이 번번이 무혐의를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늦게라도 삼례 3인조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는 진범의 자백. 앞서 사건 이듬해인 2천 년부터 쭉 재심을 청구해 온 삼례 3인조는 자신들의 누명을 벗기 위해 2015년 다시 한 번 재심을 두드립니다.

결국 2016년 10월. 법원은 유죄 판단을 내린 기존 사건을 뒤엎고 17년 만에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 당시 수사 현장.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 당시 수사 현장.

■ 삼례뿐 아니라 익산도…'무죄로 뒤집히다'

이런 충격적인 사건은 전북에서 한 차례 더 벌어졌습니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이 일어난 다음 해, 전북 익산에서는 '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요.

당시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19살이던 최 모 씨 역시 10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지 6년 뒤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됩니다.

(지난 2016년) 최 모 씨/약촌오거리 사건 무죄 확정
"출소 후 많이 힘들었는데 우리 집사람하고 저희 아기 때문에 힘내면서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법원 "피해자와 가족에 국가가 배상해야"

법원은 최근 두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에게 국가가 모두 15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두 판결에 대해 법무부는 국가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항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물질적인 배상만으로 상처를 회복할 수는 없습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과 검사 일부는 아직도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억울한 세월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잘못된 수사와 국가 폭력의 희생자가 더 나오지 않으려면 형사 사법체계를 되돌아보고 점검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경찰과 검찰, 법원과 시민사회 모두가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기본권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연관 기사]
[국가배상 그 후]① “강압 수사에 억울한 옥살이”…국가배상으로 끝?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39316
[국가배상 그 후]② 무죄 받았지만…쉽지 않은 국가배상·형사보상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0511
[국가배상 그 후]③ 부당한 처벌은 재심…‘부당한 석방’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41300
[국가배상 그 후]④ 재심의 요건…바뀌어야 할 점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2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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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심, 그 후]① “억울한 세월은 돌이킬 수 없다”
    • 입력 2021-03-27 08:04:04
    • 수정2021-03-28 07:01:00
    취재K
<strong>3년에서 많게는 10년까지.<br />가난하고 기댈 곳 없던 10대 소년들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습니다.<br />자신과 무관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살아온 세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strong>
<KBS전주방송총국 보도기획> '재심과 국가배상, 그 후…'
 이른바 ‘삼례 3인조’ 수사 당시 화면.
■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뒤늦게나마 재심 청구'

최근 국가배상이 결정된 두 사건이 있습니다. 하나는 지난 1999년 전북 완주에서 일어난 이른바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당시 경찰이 70대 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은 용의자는 청년 3명이었습니다.

용의자들의 자백으로 빠르게 이뤄진 재판에서 이 '삼례 3인조'는 각각 3년에서 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 3인조,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뒤 새로운 입장을 내놓습니다.

수사 당시 경찰이 강압적으로 자백을 강요해 어쩔 수 없이 허위로 진술했다는 겁니다.

(지난 2016년)'삼례 나라슈퍼 사건' 누명 피해자
"가난하고 배운 것 없고 그렇다 해도 사람을 그렇게 때려가면서 진술을 그렇게 만들어내면 그게 경찰입니까."

실제로 2016년에는 자신이 진범이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남성은 자신을 포함한 '부산 3인조'가 범행을 벌였다고 사건 초기부터 밝혀 왔는데 검찰이 번번이 무혐의를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늦게라도 삼례 3인조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는 진범의 자백. 앞서 사건 이듬해인 2천 년부터 쭉 재심을 청구해 온 삼례 3인조는 자신들의 누명을 벗기 위해 2015년 다시 한 번 재심을 두드립니다.

결국 2016년 10월. 법원은 유죄 판단을 내린 기존 사건을 뒤엎고 17년 만에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 당시 수사 현장.
■ 삼례뿐 아니라 익산도…'무죄로 뒤집히다'

이런 충격적인 사건은 전북에서 한 차례 더 벌어졌습니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이 일어난 다음 해, 전북 익산에서는 '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요.

당시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19살이던 최 모 씨 역시 10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지 6년 뒤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됩니다.

(지난 2016년) 최 모 씨/약촌오거리 사건 무죄 확정
"출소 후 많이 힘들었는데 우리 집사람하고 저희 아기 때문에 힘내면서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법원 "피해자와 가족에 국가가 배상해야"

법원은 최근 두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에게 국가가 모두 15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두 판결에 대해 법무부는 국가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항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물질적인 배상만으로 상처를 회복할 수는 없습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과 검사 일부는 아직도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억울한 세월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잘못된 수사와 국가 폭력의 희생자가 더 나오지 않으려면 형사 사법체계를 되돌아보고 점검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경찰과 검찰, 법원과 시민사회 모두가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기본권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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